[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D-29
우리는 잘난 척 고집을 부리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인생은 제 나름대로 흘러가고 있다네. 오래도록 지치는 줄도 모르고 일에 열중하다 보면, 생각이 단순해지면서 내가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깨닫게 된다네. 그런데 러시아에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사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뭐 그런 거 모른다 해도 세상은 잘만 돌아가지만 말이야.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마님의 조부님 되시는 돌아가신 큰 나리께서는 병이 난 사람에게 봉랍을 주시곤 하셨지. 나는 20년 동안 매일 봉랍을 먹고 있어.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피르스의 장수 비결은 봉랍이었네요. 봉랍이라는 말이 낯설어서 찾아봤는데 '벌이 만든 왁스' 같은 거라고 합니다. 예전에 우리 나라도 아이스크림 위에 올려주는 게 유행했었죠.
오래도록 지치는 줄도 모르고 일에 열중하다 보면, 생각이 단순해지면서 내가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깨닫게 된다네.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가을밤에 함께 책을 읽는 거예요. 아주 많은 책을……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 앞에 새롭고 놀라운 세계가 펼쳐지겠죠……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가을밤은 아니지만 봄밤에도 함께 책을 읽으니 좋네요. ^^ 저도 완독했습니다. 공기 중의 이 썰렁한 기운도 오늘을 마지막으로 가신다고 하네요. 주말부터는 다시 포근한 봄날씨가 돌아온데요. 다음 주 목요일, 따사로운 봄기운과 함께 만나요.~~~~~~
오늘 아침에는 하늘에 그믐달을 보았어요. 날씨 예보를 보니 그믐달 그림이 그려져 있더라고요.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시는 분들은 앞으로 우리 낭독회가 있는 날까지 계속 이른 아침 하늘을 보시면 그믐달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려 6시에 봤으니 그리 이른 아침도 아니었거든요.
저도 오늘 새벽에 그믐달을 보았답니다!!
이틀 정도 그믐달을 계속 봤는데, 어제와 오늘은 못 봤습니다. 어제는 일찍 일어났는데도 그믐달이 안 보였고, 오늘은 해가 중천에 뜬 다음에 일어나서 이미 달이 보일 시간이 아니었네요. ^^
글쎄요, 그다지 웃길만한 건 없었을 거라 장담해요. 당신은 연극을 볼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들여다봐야 해요. 당신이 얼마나 우울하게 살아가는지, 당신이 얼마나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맞는 말씀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우리 인생은 어리석기 짝이 없지요……. (사이)제 아버지는 농사꾼에 바보였습니다. 그 자신이 아무것도 몰랐고, 나를 가르칠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매일 술에 취해서 나를 때리는 게 고작이었죠. 몽둥이로 말입니다. 사실은 저도 아버지처럼 얼간이에다 바보에 지나지 않습니다. 배운 게 없어서 글씨체도 엉망이에요. 남들 앞에 보이기 부끄러울 지경이지요.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인류는 능력을 키우며 나날이 진보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언젠가는 이해 가능한 것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우리는 일을 해야 하고, 미래의 운명을 알고자 하는 이들을 있는 힘껏 도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러시아에서 노동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아무것도 탐구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고된 노동을 감당할 능력도 없습니다. 지성인이라고 자처하면서도 하인들한테는 그대, 당신이라 부르면서 농부들에겐 짐승 대하듯 하질 않나, 공부는커녕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으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과학이 어떻다느니, 예술이 어떻다느니 말로만 떠들어 댑니다. 심각하고 엄숙한 얼굴로 무게 잡으며 철학적인 얘기를 늘어놓지요. 하지만 실제로 우리네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열이면 아홉, 마치 야만인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조그만 기회라도 잡아보려 서로 싸우고 악다구니를 퍼붓고, 더러운 음식에, 좁아터진 먼지구덩이에서 뒹굴며, 빈대, 악취, 도덕적 타락 등등……. 그러니 우리가 나누는 번지르르한 대화는 결국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을 속이기 위한 방편일 뿐입니다. 말씀해 보십시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탁아소가 실제로 세상 어디에 있습니까? 도서관은요? 그런 건 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우리가 실제로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진흙탕, 천박한 생활, 아시아에서 건너온 전염병과 같은 것들이지요. 난 심각한 표정도, 진지한 대화도 질색입니다.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났죠.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안톤 체홉 작품에는 이런 장광설을 길게 말하는 등장인물들이 꼭!있네요 신기합니다 현실적인 인물, 현실은 외면하고 이상향을 꿈꾸며 사는 인물, 그리고 허무한 결말도 왠지 <벚꽃동산>까지 읽다보니 세트인듯한 느낌이 듭니다😁
저도 체홉의 작품을 계속 읽어가다 보니 뭔가 관통하는 작가 의식 같은 것이 어렴풋이 느껴지네요. 삶의 답답함과 소통하지 못하는 등장 인물들,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
안톤 체홉을 관통하는 작가의식이 무얼까 궁금해지더라구요^^ 쓸쓸하고 허무하고 그러면서도 옛날에 사라진 영화만 떠올리는 답답한 모습도 보이구요 가끔 여러 작가님들의 작품들 속에서 각 작가님만의 비슷한 분위기나 고뇌가 느껴지면 왜 일까? 궁금해집니다 그런 점에서는 작품 이외에 작가님들께서 산문집같은 것도 출간하시는게 독자들의 궁금증 해소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드네요^^ 안톤 체홉의 네 작품을 읽고 나니 뿌듯하면서도 감동들도 잔잔하게 남습니다 서울에서 벚꽃은 거의 지고있는데 그믐의 <벚꽃동산>은 오늘 피는군요~~~^^
우리는 그저 관념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을 뿐이야. 인생이 따분하다며 투덜거리거나, 보드카나 퍼마시고 있을 뿐이지. 새로운 오늘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부터 청산해야 해. 하지만 그건 오직 고통을 통해서만, 비상한 노력과 중단 없는 노동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야. 이 점을 깨달아야 해, 아냐.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오늘 영지가 팔리든 안 팔리든 마찬가지 아닙니까? 결말은 이미 오래전에 났어요. 예전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습니다. 그 길은 이미 잡초로 뒤덮여 사라지고 말았으니까요.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부인. 자신을 속이려고 하지 마세요. 평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똑바로 진실을 바라보셔야 해요.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하지만 조금만 더 너그러워지려 노력해 보세요. 그래서 날 좀 이해해 주세요. 나는 여기서 태어났어요. 당신의 부모님도, 나의 할아버지도 모두 이곳에서 사셨지요. 나는 이 집을 사랑해요. 벚꽃 동산 없는 생활이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에요. 그러니 꼭 팔아야만 한다면, 나도 이 동산과 함께 팔아 줬으면 좋겠어요…….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기분이 좋지 않아. 옛날에는 무도회를 열면 장군이니, 남작이니, 제독이니 하는 분들이 와서 춤추곤 했어. 그런데 이제는 우체국 관리와 역장조차 부르러 사람을 보내야 되고, 그것도 썩 내켜서 오는 게 아니야. 나도 이제 아주 쇠약해졌어. 마님의 조부님 되시는 돌아가신 큰 나리께서는 병이 난 사람에게 봉랍을 주시곤 하셨지. 나는 20년 동안 매일 봉랍을 먹고 있어. 아니, 더 되든가. 그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건지도 몰라.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세자매>에서도 이런 비슷한 대사가 있었던거 같아요 데자뷰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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