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분 중에 20대중반부터 50세까지 공무원 공부하시다가 본가로 다시 내려가신 분이 있습니다. 그 분 생각이 나서 문장 수집해 봅니다.
김새섬
@모임 오늘 오후에는 낭독이 있습니다. 요즘 서울 날씨가 갑작스레 더워져서 봄인지 여름인지 다소 혼란스러운데요, 밤에는 또 봄밤만의 정취가 있을거라 믿으며, 잠시 뒤 밤 8시 29분 에 아래 링크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https://meet.google.com/dfb-pgzm-yqr
수북강녕
“ - 2막 中-
(트로피모프) 생리학적으로 불완전하고 대다수가 천박하고 어리석고 불행한 이 인간이라는 종족에게 과연 무슨 긍지가 있을 것이며, 또 있다 하더라도 그런 긍지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자화자찬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그저 열심히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트로피모프) 죽는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어쩌면 사람에게는 백 가지 감각이 있는데, 죽음과 더불어 사라지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오감뿐이고, 나머지 아흔다섯 가지 감각은 여전히 남아있는 건지도 모르지요.
(트로피모프) 인류는 능력을 키우며 나날이 진보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언젠가는 이해 가능한 것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우리는 일을 해야 하고, 미래의 운명을 알고자 하는 이들을 있는 힘껏 도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러시아에서 노동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아무것도 탐구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고된 노동을 감당할 능력도 없습니다. 지성인이라고 자처하면서 하인들한테는 그대, 당신이라 부르면서 농부들에겐 짐승 대하듯 하질 않나, 공부는커녕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으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과학이 어떻다느니, 예술이 어떻다느니 말로만 떠들어 댑니다. 심각하고 엄숙한 얼굴로 무게 압으며 철학적인 얘기를 늘어놓지요. 하지만 실제로 우리네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열이면 아홉, 마치 야만인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조그만 기회라도 잡아보려 서로 싸우고 악다구니를 퍼붓고, 더러운 음식에, 좁아터진 먼지구덩이에서 뒹굴며, 빈대, 악취, 도덕적 타락 등등... 그러니 우리가 나누는 번지르르한 대화는 결국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을 속이기 위한 방편일 뿐입니다.
(로파힌) 알다시피 난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부터 밤까지 일합니다. 하는 일이 내 돈뿐 아니라 남의 돈도 다루는 일이다 보니 사람들을 볼 기회가 많죠. 무슨 일이든 시작해 보면 세상에 정직하고 명예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드문지 알게 될 겁니다.
(가예프) 오, 영원의 빛으로 빛나는 경이로운 자연이여, 우리의 어머니여. 그대, 아름답고 무심한 그대 안에 삶과 죽음이 함께 하도다. 창조하며 파괴하는 자여...
(트로피모프) 네 할아버지도, 증조할아버지도, 다른 모든 조상들도 농노를 부리는 지주였어. 살아 있는 영혼을 재산으로 소유하고 있었다는 말이야. 그러니 동산의 벚나무 하나하나, 잎사귀 하나하나, 나무줄기 하나하나마다 그들의 존재가 깃들어 널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까?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살아 있는 영혼을 소유함으로써 인간은 변질되었어. 그래서 너는 네 어머니나 외삼촌은 자신들이 남들의 희생을 대가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어.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건 말하자면, 그들의 저택 현관까지만 출입이 허락된 이들, 바로 그런 이들의 피와 땀 덕분이라는 걸 말이야... 우리는 최소한 200년은 뒤떨어져 있어. 이제까지 우리가 얻은 건 아무것도 없어. 과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아직 몰라. 우리는 그저 보드카나 퍼마시고 있을 뿐이지. 새로운 오늘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부터 청산해야 해. 하지만 그건 오직 고통을 통해서만, 비상한 노력과 중단 없는 노동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야. 이 점을 깨달아야 해. ”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p.255~257/260
문장모음 보기
수북강녕
“ - 3막 中 -
(라네프스카야) 진실이라니요? 당신 눈에는 어디에 진실이 있고 거짓이 있는지 다 보이는 모양이군요. 하지만 나는 눈이라도 먼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당신은 어떤 중대한 문제가 닥쳐도 용감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건 당신이 아직 젊어서 자신의 문제로 고뇌한 적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잖아요? 당신은 담대하게 앞을 똑바로 바라보지만, 그것도 불행한 앞날이 예상되는 그런 상황을 아직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요? 아직은 인생의 참모습이 젊은 당신의 눈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물론 당신은 나 같은 사람보다 용감하고 정직하고 생각이 깊어요. 하지만 조금만 더 너그러워지려 노력해 보세요. 그래서 날 좀 이해해 주세요.
(라네프스카야) 이젠 어른이 될 때도 되지 않았나요? 당신 나이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줄 알아야지요. 당신 스스로도 사랑을 해야 하고... 진심으로 사랑을 해 봐야 해요! (화를 내면서) 그럼, 그렇고말고! 당신은 순수한 게 아니라, 결벽증에다 우스꽝스러운 괴짜일 뿐이에요...
(라네프스카야) 연애를 초월했다고요? 당신은 사랑을 초월한 게 아니라, 피르스 말대로 그저 얼간이에 불과해요. 그 나이 되도록 연인도 없다니! p.267-269
(로파힌) 제가 샀습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여러분, 부탁입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서 말이 나오지를 않는군요. (웃는다) (중략)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농노로 있었고, 부엌에도 들여보내주지 않았던 그 영지를 내가 사들인 겁니다. 어쩌면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중략) 열쇠를 내던졌다는 건, 자신이 이제 더 이상 이곳 안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었겠지... (열쇠꾸러미를 흔들어 짤랑짤랑 소리를 낸다) 까짓 거, 아무려면 어때.
(로파힌) (비난하듯이) 도대체 왜 내 말을 듣지 않으셨습니까? 가련하고 선량하신 부인, 이젠 돌이킬 수 없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아, 어서 모든 게 끝나버렸으면, 불행하고 굴곡진 우리 인생이 달라질 수만 있다면.
(로파힌) 어떻게 된 거야? 악사, 시원시원하게 연주해! 뭐든지 내가 원하는 대로 하란 말이야! (비꼬듯) 새 지주, 벚꽃 동산의 영주께서 납신다! ”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p.267/277
문장모음 보기
수북강녕
몇 년 전 읽었을 때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몰입해서 완독했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라네프스카야 뭐지, 얼굴 믿고 징징대네, 거리로 나앉으면서 천사 놀이 무엇?
트로피모프 잼민이인가, 의식 있고 다 좋은데 그럼 차라리 『악령』의 표트르처럼 강력하게 행동을 하든가!
로파힌, 신분제 서열 탈피해서 결국 자본 서열로 가는구나 ㅉㅉ
정도의 감상이었는데요 :)
라네프스카야가 (요즘 사람들처럼 ㅋㅋ) 이해와 공감, 응원을 바라는 심정도 조금은 알 것 같고,
트로피모프와 로파힌 각각의 불완전성도,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은 감정이 듭니다
근대화 시기, 타고난 출신 중심 주종 관계의 봉건제에서 →→→ 평등한 노동과 생산을 기반으로 신분제를 탈피하던 때, 탯줄 수저를 돈으로 바꿔 끼우던 무렵의 사람과 상황들을, 폭풍처럼 몰아치는 몇 막 속에서 한정된 인물과 사건들을 통해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나 체호프, 그리고 우리 박경리 작가님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격랑의 시대 변화 속 세대 갈등에 주목했던 것 같습니다 로파힌과 바랴를 이어주려는? 모습을 보며, <토지>에서 길상을 택한 서희를 떠올렸습니다 전혀 다른 상황과 전혀 다른 선택이었다는 점에서요
그믐에서 체호프 4대 장막을 모두 읽으니 <갈매기>와 <바냐 삼촌>에 대해서도 조금 더 이해할 것 같습니다 마침 내일은 연극 공연으로 <벚꽃 동산>을 만나러 가고 5월에는 <바냐 삼촌>과 <반야 아재>를 볼 계획이라, 희곡을 텍스트로 읽고 무대에서 만나니 더 깊은 감정을 느끼게 될 듯합니다!
악령 1~2 세트 - 전2권지식을만드는지식의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백 년 갈 번역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시리즈답게 그간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또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했던 도스토옙스키 번역의 구태를 과감히 부수었다. 독자들은 따뜻하고 친절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러시아의 천재를 만나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토지 1~20 세트 - 전20권 - 박경리 대하소설명실상부 한국 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가 첫 집필 54년 만에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탄생했다. 한국 문학사에 다시없을 걸작이 원전을 충실하게 살린 편집과 고전에 대한 선입견을 완벽하게 깨부수어줄 디자인으로 새 시대의 새 독자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책장 바로가기
거북별85
@수북강녕 님 글을 읽으니 좀 더 정리되고 좋네요^^
정말 안톤체홉도 도스토옙스키도 박경리도 봉건신분제에서 신분제가 무너지는 격랑의 시대 속에서 살았네요
기존의 법칙이 파괴되는 시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감정은 어떨까요???
그렇다면 문득 궁금한 점이 경제나 문화적으로 상승기를 맞이하는 시대를 사는 작가는 어떤 감정이 들지도 문득 궁금해지네요
예를 들어 19세기 영국작가들이나(빅토리아시대 시대) 2차대전 후 미국작가들, 90년대 한국 작가님들~~~^^
이분들이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색깔들이 있는지도 문득 궁금해지네요^^
오늘날 한국은 상승기일까요?? 하강기일까요??^^
안녕하세요. sam 이용권을 그믐의 알림 메시지로 보내드렸습니다.
그럼, 잠시 뒤에 만나뵐게요.~~~~
JoySmile
.
꽃의요정
“ 로파힌 : (그를 포옹한다.) 잘 가게, 친구. 그동안 고마웠네. 여비가 필요하다면 내가 빌려 드리겠네.
트로피모프 : 무엇 때문에 당신에게? 필요 없소.
로파힌 : 하지만 자넨 돈이 없잖아!
트로피모프 : 있어요. 뜻은 고맙지만, 난 번역료를 받았소. 여기 이 호주머니 속에 있어요. (걱정스럽게) 그런데 덧신이 없어!
바랴 : (옆방에서) 여기 가져가요, 더러운 당신 물건! (무대 위로 고무 덧신 한 켤레를 내던진다.)
트로피모프 : 왜 그렇게 화를 내요, 바랴? 흠…… 이건 내 덧신이 아니잖아! ”
[문예출판사/책 증정]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 불복종』 마케터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쓰는 사람들의 필독서!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드라마 이야기 중!
'모자무싸'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신 분들 모이세요"사랑의 이해" / 책 vs 드라마 / 다 좋습니다, 함께 이야기 해요 ^^[2024년 연말 결산] 내 맘대로 올해의 영화, 드라마 [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
책도 보고 연극도 보고
[그믐연뮤번개] 2. [독서x관극x번역가 토크]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지킬앤하이드』[그믐연뮤번개] 1.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달빛 아래 필사를
[ 자유 필사 • 3 ][ 자유 필사 • 2 ][ 자유 필사 ], 함께해요
어버이날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4. <아버지의 시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2. <어머니의 탄생>
[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함께 읽는 SF소설] 10.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
봄에는 봄동!
단 한 번의 삶방랑자들여자에 관하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우리 입말에 딱 붙는 한국 희곡 낭독해요!
<플.플.땡> 4.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학벌이 뭐길래?
성공하면 30억을 받는 대리 수능💥『모방소녀』함께 읽기[📚수북플러스] 5. 킬러 문항 킬러 킬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슬픈 경쟁, 아픈 교실] 미니소설 10편 함께 읽기
소설로 읽는 기후 위기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