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쎄요, 그다지 웃길만한 건 없었을 거라 장담해요. 당신은 연극을 볼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들여다봐야 해요. 당신이 얼마나 우울하게 살아가는지, 당신이 얼마나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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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 맞는 말씀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우리 인생은 어리석기 짝이 없지요……. (사이)제 아버지는 농사꾼에 바보였습니다. 그 자신이 아무것도 몰랐고, 나를 가르칠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매일 술에 취해서 나를 때리는 게 고작이었죠. 몽둥이로 말입니다. 사실은 저도 아버지처럼 얼간이에다 바보에 지나지 않습니다. 배운 게 없어서 글씨체도 엉망이에요. 남들 앞에 보이기 부끄러울 지경이지요. ”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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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 인류는 능력을 키우며 나날이 진보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언젠가는 이해 가능한 것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우리는 일을 해야 하고, 미래의 운명을 알고자 하는 이들을 있는 힘껏 도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러시아에서 노동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아무것도 탐구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고된 노동을 감당할 능력도 없습니다. 지성인이라고 자처하면서도 하인들한테는 그대, 당신이라 부르면서 농부들에겐 짐승 대하듯 하질 않나, 공부는커녕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으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과학이 어떻다느니, 예술이 어떻다느니 말로만 떠들어 댑니다. 심각하고 엄숙한 얼굴로 무게 잡으며 철학적인 얘기를 늘어놓지요. 하지만 실제로 우리네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열이면 아홉, 마치 야만인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조그만 기회라도 잡아보려 서로 싸우고 악다구니를 퍼붓고, 더러운 음식에, 좁아터진 먼지구덩이에서 뒹굴며, 빈대, 악취, 도덕적 타락 등등……. 그러니 우리가 나누는 번지르르한 대화는 결국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을 속이기 위한 방편일 뿐입니다. 말씀해 보십시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탁아소가 실제로 세상 어디에 있습니까? 도서관은요? 그런 건 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우리가 실제로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진흙탕, 천박한 생활, 아시아에서 건너온 전염병과 같은 것들이지요. 난 심각한 표정도, 진지한 대화도 질색입니다.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났죠. ”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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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안톤 체홉 작품에는 이런 장광설을 길게 말하는 등장인물들이 꼭!있네요 신기합니다
현실적인 인물, 현실은 외면하고 이상향을 꿈꾸며 사는 인물, 그리고 허무한 결말도 왠지 <벚꽃동산>까지 읽다보니 세트인듯한 느낌이 듭니다😁
김새섬
저도 체홉의 작품을 계속 읽어가다 보니 뭔가 관통하는 작가 의식 같은 것이 어렴풋이 느껴지네요.
삶의 답답함과 소통하지 못하는 등장 인물들,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
거북별85
안톤 체홉을 관통하는 작가의식이 무얼까 궁금해지더라구요^^ 쓸쓸하고 허무하고 그러면서도 옛날에 사라진 영화만 떠올리는 답답한 모습도 보이구요
가끔 여러 작가님들의 작품들 속에서 각 작가님만의 비슷한 분위기나 고뇌가 느껴지면 왜 일까? 궁금해집니다 그런 점에서는 작품 이외에 작가님들께서 산문집같은 것도 출간하시는게 독자들의 궁금증 해소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드네요^^
안톤 체홉의 네 작품을 읽고 나니 뿌듯하면서도 감동들도 잔잔하게 남습니다
서울에서 벚꽃은 거의 지고있는데 그믐의 <벚꽃동산>은 오늘 피는군요~~~^^
거북별85
“ 우리는 그저 관념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을 뿐이야. 인생이 따분하다며 투덜거리거나, 보드카나 퍼마시고 있을 뿐이지. 새로운 오늘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부터 청산해야 해. 하지만 그건 오직 고통을 통해서만, 비상한 노력과 중단 없는 노동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야. 이 점을 깨달아야 해, 아냐. ”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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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 오늘 영지가 팔리든 안 팔리든 마찬가지 아닙니까? 결말은 이미 오래전에 났어요. 예전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습니다. 그 길은 이미 잡초로 뒤덮여 사라지고 말았으니까요.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부인. 자신을 속이려고 하지 마세요. 평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똑바로 진실을 바라보셔야 해요. ”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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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 하지만 조금만 더 너그러워지려 노력해 보세요. 그래서 날 좀 이해해 주세요. 나는 여기서 태어났어요. 당신의 부모님도, 나의 할아버지도 모두 이곳에서 사셨지요. 나는 이 집을 사랑해요. 벚꽃 동산 없는 생활이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에요. 그러니 꼭 팔아야만 한다면, 나도 이 동산과 함께 팔아 줬으면 좋겠어요……. ”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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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 기분이 좋지 않아. 옛날에는 무도회를 열면 장군이니, 남작이니, 제독이니 하는 분들이 와서 춤추곤 했어. 그런데 이제는 우체국 관리와 역장조차 부르러 사람을 보내야 되고, 그것도 썩 내켜서 오는 게 아니야. 나도 이제 아주 쇠약해졌어. 마님의 조부님 되시는 돌아가신 큰 나리께서는 병이 난 사람에게 봉랍을 주시곤 하셨지. 나는 20년 동안 매일 봉랍을 먹고 있어. 아니, 더 되든가. 그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건지도 몰라. ”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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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세자매>에서도 이런 비슷한 대사가 있었던거 같아요 데자뷰느낌^^
거북별85
“ 제가 술에 취해서 머리가 이상해진 거라고, 이 모든 일이 단순히 내 착각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발을 구른다)비웃지 마세요! 만약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무덤 속에서 나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 예르몰라이가, 그토록 얻어맞고 다니면서 읽기 쓰기도 제대로 못하던 예르몰라이가, 겨울에도 맨발로 뛰어다녀야 했던 그 예르몰라이가! 세상에서 둘도 없이 아름다운 영지를 사들였다, 이 말입니다!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농노로 있었고, 부엌에도 들여보내주지 않았던 그 영지를 내가 사들인 겁니다. 어쩌면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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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농노 출신의 파르힌의 결말 부분은 예전 우리나라 모습과 비슷하네요 가끔 주인공이 양반인지 아닌지에 따라 성장 또는 양반가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비극적 소재로 자주 쓰였는데 <벚꽃동산>에서도 보니 신기합니다
거북별85
“ 이봐요, 악사들. 연주하시오. 나는 음악을 듣고 싶소! 모두들 와서 보시오. 예르몰라이 로파힌이 벚꽃 동산에 도끼를 들이미는 모습을! 나무가 땅 위로 쓰러지는 꼴을 보란 말이오! 우리는 이곳에 별장을 잔뜩 세울 겁니다. 그래서 우리 손자, 증손자들이 이곳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인생을 보게 할 겁니다……. 어서, 음악을 연주하시오! ”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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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벚꽃동산>의 파르힌이 부동산 투자 하는 모습의 등장에 한국의 1980년대인줄 알았습니다 1800년대 말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어떻게 이렇게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지요~~~^^;; 배경을 한국으로 해서 작품을 재구성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겠어요. 이것이 대작가의 위엄일까요!!^^
꽃의요정
자꾸 기예프가 "난 80년대 인간이야" "70년대는 어쩌고 저쩌고"해서...1880년대? 그 때가 워쨌는데?란 상상을 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
거북별85
ㅎㅎ 저도 그때가 어땠다는 거지??? 하면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요즘과 비슷한 감성이라 신기했습니다^^
거북별85
“ 오래도록 지치는 줄도 모르고 일에 열중하다 보면, 생각이 단순해지면서 내가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깨닫게 된다네. 그런데 러시아에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사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뭐 그런 거 모른다 해도 세상은 잘만 돌아가지만 말이야. ”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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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이런 증상은 2026년에도 흔하지 않을까요??^^;;
거북별85
전 안톤체홉의 극들이 왜 이렇게 허무하고 쓸쓸할까 라는 생각을 하는데 지금 읽는 장강명 작가님의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속의 문장이 생각나더라구요
"요즘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을 자주 떠올리고 있어요. 낡은 것은 죽어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가 위기이며, 그때 병적인 징후들이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옥중수고>의 문장들이요. 지금이 그런 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도, 세계도. ”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신분제 사회구조에서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19세기 후반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노력과 지켜왔던 가치가 서서히 부정 당하지만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지켜내야 할지 몰라 짖누르는 불안감과 허무를 느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금도 기존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지속되지만 그 안을 떠받쳤던 정치적 사회적 가치들이 무력해지고 있지만 그 이유와 과정을 명확히 알 수 없을때 느끼는 불안감이 현대인들에게 무력감을 주고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0여년 전의 안톤체홉의 작품 속 인물들에게서 지금 우리의 모습이 보이는건 그가 위대한 작가임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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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연극 보실 분들,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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