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처음으로 낭독이란 것을 해봤는데 처음엔 그냥 국어책 읽듯 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시작부터 연기들을 하시길래 이거 큰 일 났다 싶어 나도 연기를 해야겠다고(평생 해 본 적도 없는) 의욕적으로 나섰다가 폭주를 하고 말았습니다. 허세 부리는 피쉬크가 아니라 고함치는 피쉬크가 된 것이죠. 아.. 연기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데뷔와 동시에 은퇴를 하는 운명이로구나 하고 좌절했습니다. ㅋㅎ
낭독 모임을 마치고 진도가 떨어진 벽돌책을 읽다 자려고 했는데 기력을 소진했는지 그냥 잠들어버리고 말았네요. 오늘까지 피곤함의 여파가 있는 듯..
하지만 이런 경험을 또 어디서 해보겠습니까.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벚꽃동산’ 잘 ‘읽었’습니다!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D-29
밥심

꽃의요정
신인배우가 혜성처럼 등장해서 놀랐습니다. 근데 기력을 소진해 주무셨다는 말에 빵 터졌습니다.
다음 번에도 꼭 참여해 주세요~!
다들 연기력이 좋아지셔서 극단 '발연기'에 위기가 찾아 온 것 같아요.
밥심
위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다음 부터는 관객으로 참석하거나 대사가 없는 출연자 (말줄임표 대사만 있는)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수북강녕
인물도가 요렇습니다 ㅎ (얽혀 있네요)
지난번<세자매> 관극에서 만났던 배우님들을 보고 내적 친밀감을 느끼는 중입니다 :)



거북별85
우와!! 배역사진을 보니 극이 더 실감나네요^^ 즐거운 시간되셨길 바랍니다^^

아침바람
많은 분들의 뛰어난 실력에 처음부터 연신 감탄하며 들었습니다. 아주 작은 역이라도 할수 있으면 감사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관객으로라도 꾸준히 참여하고 싶습니다.

새벽서가
낭독을 놓쳤네요! ㅠㅠ

수북강녕
체호프의 작품 네 편을 읽으며 엄청 흥미로웠습니다
중년 노년 청년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지질한 면모를 갖춘 채 무모하거나 욱하거나 대책 없이 행동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개연성 없이 일방적인 사랑에 빠지거나 세상 게으르면서 노동을 찬양하거나 물 쓰듯 돈을 써버리거나 그러다 죽음을 맞기도 하고,
희망과 절망 사이를 줄 타듯 오가며 서사가 급전개 급마무리되는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믐밤에서 한 분 한 분 역할을 부여하고 색깔을 입히는 과정을 거치면서 활자로만 읽기보다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벚꽃 동산>에 이르니 <세 자매>도 조금 이해가 되는 듯하고 <바냐 삼촌>도 더욱 짠해지는 기분입니다
6월말 즈음, 수북강녕에 모여 체호프의 작품을 한 편 영상으로 보고 작은 낭독회를 하기로 @김새섬 대표님과 의논하였습니다 [그믐밤] 낭독 방은 계속 이어 열리니 정해지는 대로 소식 올리겠습니다 ♡

그믐30
19세기 러시아문학의 마지막 거장 안톤 체호프는 현대단편문학의 선구자일 뿐 아니라 현대사실주의연극의 원형을 제시한 위대한 극작가이다.
특히 그의 희곡문학을 대표하는 4대 걸작 《갈매기》 《세 자매》 《바냐 아저씨》 《벚꽃 동산》은 꿈과 현실의 간극, 인간의 속물성과 허위를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역으로 진실한 인간성과 삶의 위대함을 일깨우는 체호프 문학세계의 정수라 할 만하다.
분위기 극, 혹은 정극이라고 불리는 체호프의 희곡에는 극적인 사건이나 줄거리가 없다. 대신 작중인물의 일상생활과 대화, 인간관계의 무늬가 무대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켜 가면서 조용히 인생이라는 시를 펼쳐나간다.
또한 정밀한 심리묘사, 인물 간 대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뛰어난 문체미학은 체호프 희곡의 현대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뜨겁게 인간을 사랑한 작가 안톤 체호프. 그래서 어두운 현실을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그의 눈길 속에는 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눈물이 숨어있다.
체호프의 4대극을 관통하는 정신은 절망에서 인내로, 인내에서 보다 넓은 인류행복의 기원으로, 마침내 인류의 밝은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옮아간 작가 체호프의 찬란한 사상적 변모의 궤적에 다름 아니다.
(표지 뒷면 중에서)

그믐30
[모스크바 예술극장과 만년]
체호프의 만년은 폐결핵과 고독으로 쓸쓸하고 괴로웠다. 그런 그에게 위안을 주고, 그가 오랜 세월 품었던 회곡의 꿈을 이루어 준 것이 스타니슬라브스키와 네미로비치 단첸코가 통솔하는 모스크바 예술극장이었다.
체호프가 죽기 3년 전, 마흔한 살에 결혼한 아내도 이 예술극장의 배우인 올리가 크니페르이다.
모스크바 예술극장과 체호프의 만남은 1898년 가을, 예술극장에서 갈매기를 제공연해 역사적인 성공을 거둔 데서부터 시작됐다.
<갈매기>가 1896년 가을, 페테르부르크의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처음 공연되었을 땐 비참한 실패로 끝났다. 이 초연의 실패는 명배우가 중심이었던 그 무렵 연극계의 풍조나, 체호프 극의 참뜻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연출가, 배우, 나아가 작가에게 호의를 갖지 못했던 관객들 때문이라 여겨지는데, 체호프는 비웃음이 떠도는 극장을 빠져나와 가을밤의 페테르부르크를 홀로 쓸쓸히 헤매며 두 번 다시 희곡은 쓰지 않으리라고 맹세했다.
이러한 체호프를 다시 극작에 몰두하게끔 만든 것이 모스크바 예술극장에 의한 재공연 무대였다.
모스크바 예술극장은 명 배우 중심이었던 그 무렵 연극계 풍조를 거스르고 작품의 철저한 이해와 배우가 맡은 바 배역에 충실히 임하게 하는 새로운 연출, 새로운 연기를 신조로 삼고, 조화와 분위기가 요구되는 체호프 극의 참된 가치를 무대에서 표현해 보였던 것이다.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휘장인, 갈매기 그림은 이 역사적인 <갈매기> 재공연의 성공을 기념하는 것이다. <세 자매> <벚꽃 동산> 두 작품은 모스크바 예술극장을 위해 씌어졌다.
(…)
그러한 가운데서도 체호프의 건강은 나날이 쇠약해져 갔다. 배우이기 때문에 일 년의 태반을 떨어져 지낸 아내에게 그는 450통 가까운 편지를 썼는데, 아내에게 보낸 그 편지 속에 "기침이 나 몸이 죄어드는 것 같다" "매우 심한 기침을 해서 온 몸이 아프다"는 등의 표현이 자주 나온다.
1903년 끝 무렵에 모스크바에 가서 《벚꽃 동산》 연습에 참석했을 때는 몸에 걸친 털외투조차 무거워서 괴로워했다고 한다.
다음 해인 1904년 1월 17일은 《벚꽃 동산》 공연의 첫날이고 체호프의 마흔 네 번째 생일이며, 그의 작가생활 25주년을 축하하는 날이었다.
제3막이 끝났을 때, 야위고 쇠잔한 작가는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로 무대 앞에 서서 많은 축사와 선물을 받았다. 그동안 그는 쉴 새 없이 기침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관객들은 그에게 앉으라고 외쳤다.
그러나 그는 계속 서 있었다. 체호프의 영광스러운 마지막 모습이었다. 축전은 성대했으나 무겁고 괴로운 인상을 남겼다. 장례식 냄새가 났다고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썼다.
이 해 7월 2일(신력은 7월 15일) 체호프는 남독일의 휴양지 바덴바일러에서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었다. 1904년 4월 20일 임종을 2개월쯤 남겨두었을 때, 체호프가 아내 올리가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은 체호프라는 작가의 됨됨이를 다시금 보여 준다.
"당신은 인생이 뭐냐고 물었지만, 그것은 당근이 뭐냐고 묻는 것과 같아. 당근이 당근이듯 그 이상은 모르오"
체호프 사후 40여 년 만인 1944~51년에 전집 <체호프의 작품과 편지 전집> 이 발간되어 어느 정도이기는 하지만 비로소 그의 작품들이 러시아 문학에서 학술적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20권으로 이루어진 이 전집 중 8권에 수천 통에 이르는 그의 편지가 실려 있다. 명랑하고 재치 넘치는 이 편지들은 그가 절망적인 염세주의자라는 생전의 평가를 뒤집었다. 문학사가 D.S. 미르스키에 따르면 이 편지들은 러시아 서간문학의 본보기로서 푸시킨의 편지들에 버금간다. 체호프는 여전히 주로 극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비평가들은 단편소설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으며 특히 1888년 이후 단편들의 문학적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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