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D-29
여전히 <어린이 방>이라 불리는 방. 하나는 아냐의 방으로 통한다. 이미 벚꽃이 핀 5월이지만 동산에는 아침 서리가 내렸고, 춥다. 창문들은 닫혀 있다.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에피호도프  (꽃다발을 주워 들면서)  식당에 꽂아놓으라고 정원사가 보내왔습니다. (두냐샤에게 꽃다발을 준다) 로파힌  크바스2)를 좀 내오려무나. 두냐샤  알겠습니다. (나간다)... 갈매기/세 자매/바냐 아저씨/벚꽃 동산중에서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5390001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이 동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크다는 사실뿐이죠. 버찌는 2년에 한 번밖에 열리지 않고, 게다가 그것을 팔 곳도 없지 않습니까.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죽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어쩌면 인간에게는 백 가지 감각이 있는데 우리가 아는 다섯 가지만 죽음과 함께 사라지고 나머지 아흔다섯 가지는 살아남는 것일지도 몰라요.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트로피모프의 대사였네요. 동서문화사 편에는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했는데 이미 제가 수집한 문장이었어요. ㅎㅎ 다른 사람들이 수집한 문장이 왠지 항상 더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트로피모프 :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죽는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어쩌면 사람에게는 백 가지 감각이 있는데, 죽음과 더불어 사라지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오감뿐이고, 나머지 아흔다섯 가지 감각은 여전히 남아있는 건지도 모르지요.
태어난 날의 문장 수집 - 마음으로 눌러쓰는 예술가들의 첫 문장365일 각각의 날에 태어난 예술가의 문장을 엄선한 필사책이다. 버지니아 울프, 프란츠 카프카, 알베르 카뮈부터 김소월, 김영랑, 이상, 윤동주까지 — 시간을 건너온 문장들을 한 자 한 자 눌러쓰다 보면,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마음속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태어난 날의 문장 수집』이라는 책을 마침 읽고 있는데요 365일 각각의 날에 태어난 예술가의 말들 가운데 정말 멋진 말을 엄선한 필사책이에요 1월 29일생인 체호프 선생님이 1월 파트에 당당히 나와 계신 걸 보니 너무나 반갑네요 :) #그믐웰다잉오디세이와도연결되는문장
피르스가 그녀의 발밑에 쿠션을 깔아준다. 라네프스카야  고마워요, 할아범. 커피 마시는 게 습관이 됐지 뭐야. 밤낮을 안 가리고 마신다니까. 정말 고마워요, 할아범. (피르스에게 키스한다) 바랴  나가서 짐이 모두 잘 도착했는지 살펴봐야겠어요……. (나간다) 라네프스카야  정말 여기 앉아 있는 게 나일까요? (웃는다)  펄쩍펄쩍 뛰고 어깨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에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설마 꿈은 아니겠지! 내가 고향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하느님도 아세요. 너무나, 너무나 사랑해요. 기차에서 차마 밖을 내다보지도 못하고 내내 울기만 했답니다. (눈물을 글썽이며)  아, 커피. 커피를 마셔야지. 고마워요, 피르스. 할아범이 아직 살아 있어서 정말로 기뻐. 피르스  그저께였지요. 가예프  피르스는 귀가 어두워졌어....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말없이 발밑에 쿠션을 깔아준다...ㅜㅜ 고마워요, 피르스. 할아범이 아직 살아 있어서 정말로 기뻐. ㅠㅠ
피르스 할아범이 하도 오랫동안 하인 일을 하셔서 주인댁 챙기는 게 몸에 배셨더라고요. 할아범에겐 죄송하지만 나에게도 이런 집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더라구요.
라네프스카야 하는 행동이나 말 때문에 속 터져서 읽기 힘듭니다. 아이고 답답해...
동네 호구 아주머니에요. 너무 착하고 순한 듯... T.T
살아 있는 영혼을 소유함으로써 인간은 변질되었어. 그래서 너는, 네 어머니나 외삼촌은 자신들이 남들의 희생을 대가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어.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건 말하자면, 그들의 저택 현관까지만 출입이 허락된 이들, 바로 그런 이들의 피와 땀 덕분이라는 걸 말이야……. 우리는 최소한 200년은 뒤떨어져 있어.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오늘 영지가 팔리든 안 팔리든 마찬가지 아닙니까? 결말은 이미 오래전에 났어요. 예전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습니다. 그 길은 이미 잡초로 뒤덮여 사라지고 말았으니까요.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부인. 자신을 속이려고 하지 마세요. 평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똑바로 진실을 바라보셔야 해요.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진실이라니요? 당신 눈에는 어디에 진실이 있고 거짓이 있는지 다 보이는 모양이군요. 하지만 나는 눈이라도 먼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당신은 어떤 중대한 문제가 닥쳐도 용감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건 당신이 아직 젊어서 자신의 문제로 고뇌한 적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잖아요?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벚꽃동산(체호프 희곡선 갈매기, 더클래식, 옮긴이 장한, 2018년 초판) 139쪽 트로피모프 대사 중: 인류는 자신들의 능력을 키우며 나날이 진보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언젠가는 익숙하고 분명히 이해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우리는 오직 일을 해야 합니다. 미래의 운명을 알고자 하는 이들을 힘껏 정성을 다해 도와야 합니다. 그런제 지금 우리 러시아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적은 수에 불과합니다. 153쪽 바랴의 대사 중: 대학생이면 분별있게 굴어요. 페챠, 당신은 왜 그리 추해졌나요? 어쩌다 이렇게 늙어버린 거지! 어머니, 저는 일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요. 무슨 일이든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고 못 버틸 것 같아요. 169쪽 로파힌의 대사 중: 나는 일때문에 하리코프로 갑니다. 당신들과 같은 기차를 타고 갈 거예요. 하리코프에서 이번 겨울을 보낼 계획이거든요. 요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이 집 사람들과 어울렸더니 몸이 녹슨 것 같아요. 나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두 손이 마치 남의 손같이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다니까요. 177쪽 라네프스카야 대사 중: 두 번째로 걱정되는 것은 바랴예요. 그 아이는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일을 하는 게 몸에 밴 아인데 지금은 할 일이 없어져서 물을 떠난 물고기 신세가 되고 말았어요. 창백하게 야윈 게다가 가엾게도 자꾸 울고만 있으니, 불쌍한 것…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일’과 관련된 대사를 눈에 보이는대로 수집해두었습니다. 지난 번 읽었던 <바냐 아저씨>에서도 일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대사들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렇네요. 다른 두 작품, <갈매기>, <세자매>에서도 그런지 궁금해집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서 이 영화들은 영화가 아니라 연극으로 만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최근에 체호프의 희곡을 읽으면서 홍상수 감독 영화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가운데 끊임없이, 별로 소통되지 않는 대화를 나누는 듯한 장면들의 연속…
<세 자매>도 마찬가지로 우리들은 일을 해야 한다며 부르짖습니다. 브나로드 운동스러운 결말이었어요. <갈매기>는 좀 덜했던 것 같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체호프의 희곡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다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엉뚱한 소리를 한다던지,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내뱉는다던지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굉장히 현대적인 감각을 주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브나르도 운동’에 대해서 조금 찾아보니 체호프 작품과의 연결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출한 책에 <갈매기>도 실려 있으니 읽어봐야겠어요.
저야말로 인간은 적당히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에 찬성을 하지만, 오늘 겨우 5주 산 주식이 10초만에 75000원의 이익을 내는 걸 보고...저의 시급과 비교하다가 급허무해졌습니다(그리고 당연히 팔았습니다). 그래도! 체호프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회사에서 나오지 말라고 할 때까지 일하다가 은퇴하고, 노년엔 주민센터에 등록해서(경쟁률이 치열하다고 하지만) 동네청소하러 다니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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