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D-29
우리가 잘난 체하며 서로 뻗대는 동안에도 인생은 속절없이 흘러간다네. 쉬지 않고 한세월 일에 열중하다 보면, 언젠가는 생각도 가벼워져서 나 또한 내가 왜 존재하고 있는지 깨닫게 될지 모르지. 하지만 친구, 러시아에는 자기가 왜 존재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뭐 어차피 마찬가지야. 이 세상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돌아가니까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체호프 희곡선-벚나무 동산> 411쪽, 을유세계문학전집, 2020년
피쉬크 : 니체가…… 그 철학자…… 엄청나게 대단하고 유명한…… 그 똑똑한 인간이 자기 책에다 썼지, 위조지폐는 만들어도 된다고.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니체가 이런 얘기를 했나요?
어느 책인가요? 궁금해요~ㅎㅎ 근데 찾아 봐도 안 나오네요. ㅜ.ㅜ
저도 궁금한데...아무래도 피쉬크가 가짜 뉴스를 살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궁금해서 검색을 조금 해보았는데요. 니체가 '위조지폐'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한 책이 있긴 하네요. <안티크리스트(1888년 발간)>에서 기독교적 가치를 전파하는 사람들을 '위조지폐범'이라고 부르며 종교적 가치를 비판했다고 합니다. 그는 '신은 죽었다'고 한 철학자니까요. 즉, 기독교 등에서 전파하던 기존 도덕을 '위조지폐'라고 비난하면서 이를 파괴하고 초월하여 가치를 전도해야 한다고 니체는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의 유명한 '초인'과 관계가 있어보이네요. 이와 같이 니체가 '위조지폐'를 언급한 것은 맞는데 피쉬크가 '니체가 위조지폐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는 주장은 뭔가 이상하죠? 니체는 위조지폐를 만들 수 있다고 한 것이 아니라 위조지폐의 본질을 깨달아 여기에 속지 말고 이를 초월한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인데, 피쉬크는 이 가치의 전도 개념을 자신의 허물(경제적 파산)을 변명하려는데 써먹어 필요하다면 위조지폐 조차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고 멋대로 과장 해석하여 주장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피쉬크라는 인물 자체가 조금 허영기가 있어 보였지요. 자신의 가문이 말에서 시작되었다며 로마 시대 일화를 입에 올리고, 당시 러시아 지식인 사회에서 인기 최고였던 니체의 사상을 주워들은 것은 있어 '위조지폐'라는 개념을 자기 멋대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써먹은거죠. 마침, 옆방에서 읽고 있는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117쪽에 나온 '21세기 초 영국에서 라틴어 명언이나 툭툭 던지며 졸렬한 짓을 하는 자가 꽤 높은 직위에 오른 사례를 목격한 바 있다.'는 문장이 생각납니다. 바로 지적 허세죠. 피쉬크는 지주입니다. 농부나 노동자는 아니죠. 하지만 파산 지경에 이르러 경제적 무능상태로 귀족인 벚꽃동산 주인들과 마찬가지로 몰락 중인 처지인데 그런 와중에도 이런 허세를 부리고 있네요. 피쉬크가 혹시라도 니체의 '위조지폐'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이를 반어적으로 활용해서 말장난을 했을뿐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데, <벚꽃동산>에서 일관되게 등장하는 그의 면모를 볼 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오~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유서 깊은" 가문이라고 직접 설명하는데서부터 기미가 있었는데 피쉬크가 허영심이 좀 있는 캐릭터였군요. ㅎㅎ
그이를 사랑해요…… 이건 내 목에 걸린 바위덩이와 같아요. 난 그걸 안고 밑바닥까지 가라앉게 되겠죠. 하지만 나는 그 돌을 사랑하니까, 그것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어요.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엄청난 순애보군요. 바보같은 라네프스카야 T.T
완독했습니다. 이제 체호프가 뭘 추구했는지는 조금 이해할 거 같아요. 삶과 인간의 어쩔 수 없는 고구마스러움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군요, 그는.
그렇네요. 지금껏 낭독한 네 작품이 전부 다 답답하고 갑갑한 것이...사이다라고는 모르는 분이시군요. 꼭 우리네 사는 것 마냥 T.T 되는 일이 없...
벚꽃동산 신청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지난 주말 꽃구경 잘 하셨나요? 다들 <벚꽃 동산> 잘 읽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어느덧 '그믐밤' 모임도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이에요!!) 이번 모임에서는 안톤 체호프의 <벚꽃 동산>의 마지막 4막을 함께 낭독하려 합니다. 지난 달 함께 읽은 <바냐 아저씨>에서는 3막에서 감정의 폭발이 나와 클라이맥스 되는 부분을 읽었는데요, 이 작품은 체호프를 함께 읽는 마지막 시간이기도 해서 다 같이 소리 내어 4막을 읽으며 그 여운을 깊게 느껴보면 어떨까 해서요. 따라서 4월 16일(목) 모임 전, 3막까지 편안하게 읽고 와 주시면 됩니다. 아직 진도가 많이 남았더라도 부담 갖지 마시고, 4막의 감동을 함께하기 위해 3막까지만 마무리하고 만나요! 체호프를 모르셨던 분들은 이번 작품으로 그의 매력을 함께 하시고, 계속 함께 해 주셨던 분들은 마지막 유종의 미까지 거두어 주시길 부탁드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밤은 4월 16일 목요일 저녁 8시 29분부터 시작됩니다. 아래 링크로 입장하여 주세요. 구글 미트이지만 사전에 특별한 회원 가입은 필요 없습니다. https://meet.google.com/dfb-pgzm-yqr
멀리 전신주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보다더 멀리 지평선 위에 대도시가 희미하게 보인다. 그러나 대도시는 아주 맑게 갠 날에만 보인다.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바냐 아저씨때도 그렇고 노동과 도시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오는 거 같아서 찾아보니 체호프가 극을 쓰던 시기는 아직 소련이 아니었더라구요. 그 전부터 저런 생각이 사회에 꽤나 만연해있었고 그래서 러시아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나 싶었습니다.
로빠힌: 당신은 우리에게 거대한 숲과 끝없는 벌판과 지평선을 주셨나이다. 그러니 이런 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우리들도 실제에 맞게 거인이 되어야 할 겁니다……. 류보비 안드레예브나:  거인이라고요……. 그런 것은 동화에나 나오는 일이죠, 정말 그렇게 된다면 모두들 놀랄 겁니다.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다른 대화들은 아예 다른 대화들이라 대화들끼리 엮이질 않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이 부분은 단어에 반응하는데 유독 어긋나는 것 같아요. 로빠힌의 현실감각과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안드레예브나의 상태가 확연히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돈으로는 이자를 갚기에도 모자라.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오늘로 내 운명이 결정될 거야, 내 운명이....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이 부분을 읽는데 '인생의 짧음에 대한' 쎄네카의 가르침이 갑자기 떠 오르네요. '내게서 부가 사라진다면 부만 사라지지만, 당신에게서 부가 사라진다면 , 당신은 충격에 휩싸여 마치 자신이 무너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벚꽃동산은 라네스프카야에게 부 그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 이겠지만 그 절망은 읽는사람에게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네요. 장맥주님의 삶과 인간의 어쩔수 없는 고구마스러움 이란 표현이 너무나 공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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