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llajang님의 대화: 지난 스케줄 따라잡고 오늘로 21장까지 읽었습니다 ^^
<15장 분노의 문닫기> 이후 21장까지 저의 머릿속에 떠다니는 화두는 '인정'이었습니다.
마구간에서 빗시와 킹의 대립장면, 빗시가 자신의 현 상황을 알아차리고 인정함으로써
다시 성장하는 출발점이 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딜라일라를 치료하는 방법을 두고 처음에는 의심과 불안으로 주저하다가, 본인의 대학중퇴는 본인의 문제가 아닌 교수의 여성차별과 킹의 자기중심적 고집 때문이라는걸 상기하고
딜라일라의 치료를 결심하는 장면에서 빗시를 마구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6장에서 은행계좌개설 문제로 화가난 마거릿이 집으로 돌아오며 의원에게 입법을 촉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쓰겠다고 생각하잖아요. 참정권운동을 했던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도 부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드니스를 만나면서 편지쓰는 걸 실행에 옮기는지는 언급이 되지 않네요. 뒤에 내용이 더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
<17장 간단한 부탁>
전혀 간단하지 않은 부탁을 하는 드니스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어린 마음에, 언젠가는 무너져 내릴 엄마를 돌보아야 한다는 책임감과 불안감으로 살아왔을 어른스러운 아이가 너무 가여웠어요. 그럼에도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내서 응원해주고 싶었습니다.
p.234) 세상이 단순하다면 마거릿은 당연히 힘차게 그러겠다고 답했을 것이다. 다른 누구에게 물었다면 아마 그랬을지도. 하지만 드니스는 자기 부탁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지 못했다. 타인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현실을 헤아리지 못했다.
<18장 폭탄발언>
p243)"그리고 자긴 혼자가 아니잖아."마거릿이 말했다. "우리가 곁에 있고,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할 거야."
---각자의 재능으로 빗시에게 기꺼이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베티들 ^^
p246) 비브는 서랍장을 열어 잠옷을 꺼내며 토니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좋은 남자와의 좋은 결혼은 결코 당연하게 여겨선 안 되는 선물이었다. (중략) "당신 잘할 거야. 그거 알지? 한동안 현장에선 멀어져 있었어도 당신은 훌륭한 간호사야. 금방 감을 되찾을거야, 두고 봐."
---진심으로 아내를 응원해주는 토니가 멋있었습니다. 주변에서 형편없는 배우자로 인해 삶이 고통스러워지는 사람을 많이 보았는데요. 높은 확률로 원인제공이 남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자팔자 뒤웅박팔자"라는 옛 속담이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로 한정 짓는 구시대적 사고에서 나온 말이고 그 말이 우리의 사고를 더 가둔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그 말이 유효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비참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거든요. 임신과 출산과 육아를 겪어내며 경력이 단절될 수 밖에 없는 기혼 여성에게는 그저 흘러간 옛말이 아닌 것이지요.
단순히 경제적 능력을 떠나 정서적인 유대감의 유무 또한 경제적 환경 이상의 중요성을 가진다고 생각해요.
<19장 친애하는 여러분>
p255) 그녀는 일을 지켜내고 싶었다, 아주 간절하게. 마거릿은 글쓰기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 대가를 받는다는 건,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돈으로 살 수 없는 인정이었다. 매번 수표를 받는 일은 자신의 노력과 머릿속 생각이 가치를 지닌다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생각에 울타리를 두르고 허용되는 말에 한계를 지으면, 그 빛은 조금 바래버렸다.
---본인의 칼럼을 두고 갈등하는 마거릿, 마음껏 쓰고 싶은 대로 쓰는 날이 오겠지요.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를 마음껏 쓸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길! ^^
p259) 신부의 어머니 데버라는 자신의 삶과 결혼을 떠올렸다. 아이들을 차에 태워주고, 장을 보고, 전화를 돌리고, 저녁 파티를 주최하던 그 모든 세월이 자기만의 삶이 아니라 남들 삶의 부스러기였다는 생각이 갑자기 엄습한 터였다. 딸이 이제 집을 떠나면 비로소 데버라 자신만의 관심사를 찾고,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될 기회가 오지 않을까.
앞으로 진짜 삶이 기다릴지 모른다는 가능성은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곧이어 무시무시한 생각이 덮쳤다. 만일 진짜 삶이 이미 지나버렸다면? 자신이 될 기회, 진짜로 살아볼 기회를 이미 놓쳐버렸다면?
그 대목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요즘의 제 고민과 맞닿아 있는 내용이어서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저는 딸이 얼른 자라서 집을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 때가 되면 마음껏 날개를 펼칠테다 하면서요. 하지만 누군가를 뒷바라지 하는 삶을 남들 삶의 부스러기라는 생각은 너무 슬프잖아요. 누구나 어린시절에는 다른이의 도움이나 돌봄을 받고 자라고, 또 죽어가면서도 마찬가지지요. 그런 돌봄을 베푸는 시간까지도 다 진짜 나의 삶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것이 더 충만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마거릿이 어머니에게 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이 무얼까 궁금한 대목이었어요. 아마도 어머니 마거릿은 그러한 회한과 허무함 속에서 돌아가셨다는 뜻이겠지요. ㅠㅠ
<20장 집주인의 부재>
p265) 그러나 용서는 어려웠다. 결심하고 애써 덮으려 해봤지만 그녀는 여전히 변명도 단서도 붙지 않은 진짜 사과를 바랐다.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자신이 현명했다는 것을, 그가 그 사실을 알고 그녀를-어떤 사람인지-안다고 인정하길 원했다. 그리고 또 바란 건....
---빗시는 인정받고 싶은거라구요 킹아.. ㅠㅠ
p259)에서
좋든 나쁘든, 세상 누구도 월트만큼 자신을 잘 알지 못했다. 그녀의 과거와 희망, 두려움과 취약점을 이해했고, 그녀의 마음을 단칼에 베어버릴 말도 알고 있었다.
---이런 월트가, 파티에서 마거릿의 글쓰기를 소일거리, 간소한 일, 돈이 좀 되는 취미 라고 굴욕을 주지요.
마거릿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ㅠㅠ 이 때 마거릿의 충격 역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한데서 오는 충격이 클 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에서 자기를 제일 잘 아는 남편인데!!!
<21장 찰칵>
p275)낯선 이들 대부분이 축하 카드에 현금을 넣어주었다. 총액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어도 한동안 책을 사는 데 부족하지 않을 만큼임은 분명했다. 게다가 엄마 친구들은 돈을 모아 펜 세트를 사주었다. 펜이야 이미 많았지만, 마거릿과 베티들이 직접 건네준 펜이라서 사뭇 느낌이 달랐다. 일종의 인정이랄까, 자신이 정말로 작가가 되리라는 신뢰의 표현같았다.
--- 인정의 표현이 한 사람을 얼마나 기쁘게 살게 하는지요~ 펜 세트를 사준 베티들이 사려 깊다고 생각했어요. 나도 이런 이모들 있음 좋겠다!!!
이번 챕터들을 읽으면서 제가 왜 계속 인정이라는 말에 이끌렸을까 생각해보았어요.
저는 원래 인정 욕구가 높은 사람이었고,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그것이 저에게 해롭게 작용하기도 한다는 걸 깨달은 이후에는 많이 내려놓고 살려고 노력하는 중인데요.
누구나 자신의 노력을,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또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기본적으로 있잖아요.
그게 새로운 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그 인정의 한마디를 해주지 않아서 관계를 비틀어버리는 킹과 월트를 보며 또 답답했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변화가 있겠죠!
더 읽고 싶어지는데 저도 모르게 스포할까봐 일단 글부터 올리고 읽으려고요.
너무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
저는 병렬독서를 해서 한 권 한 권의 진도는 느린 편인데 진도에 맞춰 읽으니 반강제로 기간 안에 끝낼 수 있어 좋습니다. 하하핫.
그리고 책에서 언급되는 다른 책들도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데 먼저 읽어보신 다른 분들께서 추천을 해주시니
더욱 신뢰가 가고 얼른 읽고싶어 집니다 ^^
'더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라니, 옮긴이에게 정말 반가운 소식이네요. 장마다 인상적인 문장과 함께 그와 관련한 소회를 간략히 남겨주셔서 책 내용을 다른 독자의 관점에서 한 번 더 훑어보는 기분이 들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특히 "경제적 능력을 떠나 정서적인 유대감의 유무 또한 경제적 환경 이상의 중요성을 가진다"는 선생님의 의견과 "그녀는 여전히 변명도 단서도 붙지 않은 진짜 사과를 바랐다. "는 인용문에 서 한참을 머물렀네요. 책이나 글은 읽을 때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거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부분도 '반강제로(ㅋ)' 부지런히 읽고 나눠주시기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