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llajang님의 대화: <29장~35장>
베티들이 큰 변화를 겪는 시기라서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는 문제 상황이 닥치면 막막하고 눈물만 나왔던 것 같은데요. 나이를 먹어가며 좋은 점은 이제 문제가 닥치면 (죽고 사는 문제 아니고서야) 해결하면 되고! 그 위기를 통해,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나는 무언가 하나는 꼭 배운다는 거였어요. 베티들 모두 큰 위기를 겪지만 그로 인해 더 각성하고 더 '나다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빗시는 킹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되지만 누구의 아내라는 이름이 아닌 자기자신으로 자유를 찾고 진정한 해방의 날을 맞이하네요. 너무 다행스럽고 희망적입니다. 60년대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여자에게 이혼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고, 아무리 미국이어도 그 시대에 이혼한 여성으로 사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과 꿈을 향해 나아가는 빗시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샬럿은 마거릿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공포에 밀어넣었다 건져올렸네요. 여행 가방을 싸는 장면에서 저도 처음에 샬럿이 떠나는 줄 알고 좌절했다가, 바람둥이 남편을 쫓아내는 걸 알고 통쾌했습니다. 샬럿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기까지 마거릿이 얼마나 마음 졸였을지 ㅠㅠ 어머니의 마지막을 떠올리며 공포에 떨었을 시간을 생각하니 제가 온몸이 오그라들더라구요. 샬럿이 무사해서 다행이고, 용감해져서 다행입니다. 더 이상 타인으로 인해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겠구나 확신이 들었답니다.
p379)"이건 시작일 뿐이야. 이제부터 완전히 새로운 샬럿을 보게 될거야. 정신 똑바로 차린 샬럿, 마침내 자기 인생을 살기 시작하는 샬럿. 지금은 그게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 잘 모르겠지만..."
31장에서는 샬럿에 이어 드디어 용기를 낸 마거릿이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쓰게 되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월트가 그동안 마거릿의 글을 모두 읽고 있었다는 것도 감동이었구요.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기에 더 자신다워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거릿이 쓴 글은 거의 다 밑줄을 그을 만큼 좋았습니다.
p388) '베티들'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여성의 삶에는 수많은 목적지와 수많은 계절이 있다. 우리의 길이 어디로 이어지고 서로 갈라지다 다시 만나게 될지는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다. 하지만 어디로 가든지 우리의 마음은 늘 서로의 곁에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결코 끊어질 수 없는 유대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제 생각해보니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변화였다.
그러니 앞서 했던 말을 번복한다. 베티 프리단의 책은 내 인생을 바꿔놓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더 나은 삶, 내게 진짜로 맞는 삶을 찾아 나서게 만들었고, 그 길을 함께 걸어갈 벗들을 선물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영원히 감사하다. 그리고 영원히 변해버렸다.
32장은 그야말로 핵 사이다! ^^
33~34장에서는 마거릿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글을 알릴 방법을 생각하는 월트와 베티들의 응원, 연대가 빛나는 순간입니다. 그 결과 35장에서 마거릿은 팬레터도 받고!
p411)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만큼 용감한 남자는 드물고, 더 나아가 스스로를 바꿀 강단을 가진 이는 거의 없었다. 제리는 그러지 못했어도 월트는 아버지보다 나은 남자였다. 완벽하진 않아도 좋은 사람이었다.
---제가 지난 감상에서도 언급했던 정서적인 유대감이 중요한 지점인 것 같아요. 마거릿과 월트는 서로를 향한 진심 가득한 지지와 유대감이 있기에 서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 같고요. 월트의 변화를 보면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부모 세대보다 나아지려고 노력한다면 세상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p416-417) 칼럼 하나로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 하지만 누군가의 세상은 바뀔 수도 있어. (중략) 오늘 우리가 자길 조금 밀어 올려주면, 언젠가 자기가 또 다른 누군가를 밀어 올릴 수 있어. 어디선가는 시작해야 하잖아. 안 그럼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겠어?
---책의 뒷표지에도 실린 이 문장을 읽을 때,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왈칵 올라오는 느낌이었어요. 여성들의 우정이란 얼마나 멋진가요!
책을 읽는 내내 베티들의 우정과 연대가 근사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나는 내 친구들에게 이런 멋진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인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앞에 마거릿과 샬럿이 충돌했던 부분에서도 친구이기에 쓴소리도 진심으로 해 줄 수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저의 성격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친구가 상처받을까 봐 100프로 진심으로는 다 얘기를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어디까지 얘기하는 것이 맞을지 늘 고민이 돼요.
현실에서는 소설처럼 갈등이 해결되지도 않고 오히려 관계만 나빠진 채 끝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마거릿과 샬럿, 베티들의 연대가 이상적으로 느껴지면서도 부러운 부분이었답니다. 많은 여성들이 이 책을 읽고 서로를 품어주는 마음이 더 넓어지면 좋겠어요. 마치 마지막 감상문 같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ㅎㅎ 마지막 결말이 남아있네요. 이 책 끝나는 게 아쉬워요 ㅠㅠ
세세하게 읽고 써주신 감상 꼼꼼하게 잘 읽었습니다!! 다 공감이 가는 내용이네요... 특히 갈등을 겪으면서 더 가까워지는 관계에 대해서 저도 오래오래 (여전히) 생각 중인데요. 싫은 소리 하기도, 듣기도 싫지만 그런 관계는 결국 제자리에 머물거나 점점 더 깊어지지 못하고 거리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물론 너무나 쉽지 않은 문제이고 소설 속 마거릿과 샬럿, 그리고 마거릿과 월트의 관계는 말 그대로 소설이고 이상적인 것이지만. 그래서 부럽기도 했고, 제가 스스로 나아가고픈, 갖고 싶고 되고픈 사람, 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답니다. 처음엔 내게도 저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단 마음이 컸는데요, 저도 선생님처럼 누군가에게 '이런 멋친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이고 싶다는 쪽으로 마음이 점점 흘러가고 있어요. 읽고 옮기고, 또 읽으면서 여러 차례 베티들과 만나고 헤어졌는데요. 이번 독서 모임도 짧게 대화 나누다 헤어지려니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