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함께 읽기

D-29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과 신화를 통해 정당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분하기 좋은 경험법칙이 있는데, ‘자연은 가능하게 하고 문화는 금지한다’는 기준이다. 생물학은 매우 폭넓은 가능성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사람들에게 어떤 가능성을 실현하도록 강제하고 다른 가능성을 금지하는 장본인은 바로 문화다. 생물학은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는 능력을 주었고, 일부 문화는 여성들에게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을 의무로 지웠다. 생물학은 남자들끼리 성관계를 즐길 수 있게 했고, 일부 문화는 그런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을 금지했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근력 강조의 문제는 ‘남자가 여자보다 강하다’는 진술은 평균적으로만, 그리고 특정한 종류의 힘에 대해서만 옳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인간의 경우 육체적 힘과 사회적 권력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역사를 보면 노예제 등 신체적 기량과 사회적 권력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성립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근력 강조의 문제는 ‘남자가 여자보다 강하다’는 진술은 평균적으로만, 그리고 특정한 종류의 힘에 대해서만 옳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인간의 경우 육체적 힘과 사회적 권력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역사를 보면 노예제 등 신체적 기량과 사회적 권력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성립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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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허구는 사람들을 길들여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특정한 기준에 맞게 처신하며, 특정한 것을 원하고, 특정한 규칙을 준수하도록 만들었다. 그럼으로써 수백만 명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주는 인공적 본능을 창조했다. 이런 인공적 본능의 네트워크가 바로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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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 이래 세계 모든 곳의 사람들은 점차 평등과 개인의 자유를 근본적 가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두 가치는 서로 모순된다. 평등을 보장하는 방법은 형편이 더 나은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 이외에 없다. 모든 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면 필연적으로 평등에 금이 간다. 1789년 이래 세계 정치사는 이 모순을 화해시키려는 일련의 시도로 볼 수 있다. 중세 문화가 기사도와 기독교를 어떻게든 조화시키는 데 실패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세계는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 그 모순은 모든 인간 문화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사실 이것은 문화의 엔진으로서, 우리 종의 창의성과 활력의 근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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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화에 속한 인간이든 누구나 상반되는 신념을 지닐 것이며 서로 상충하는 가치에 의해 찢길 것이다. 이것은 모든 문화에 공통되는 핵심적 측면이기 때문에, 별도의 이름까지 있다. ‘인지 부조화’다. 인지 부조화는 흔히 인간 정신의 실패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핵심자산이다. 만일 사람들에게 모순되는 신념과 가치를 품을 능력이 없었다면, 인간의 문화 자체를 건설하고 유지하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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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는 사람을 우리와 그들로 나눠서 생각하도록 진화했다. ‘우리’란 누구든 내 바로 주위에 있는 집단을 말했다. ‘그들’이란 그 외의 모든 사람이었다..하지만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협력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형제’나 ‘친구’라고 상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형제애는 보편적이지 않았다. 최초로 등장한 보편적 질서는 경제적인 것, 즉 화폐 질서였다. 두번째 보편적 질서는 정치적인 것, 즉 제국의 질서였다. 세 번째 보편적 질서는 종교적인 것, 즉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보편적 종교의 질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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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회는 많은 수의 전문가를 연결시키는 좀 더 쉬운 방법을 찾아냈다. 돈을 개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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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부의 전환과 저장, 이동을 쉽고 값싸게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복잡한 상거래망과 역동적 시장이 출현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만일 돈이 없었더라면 상거래망과 시장의 규모와 복잡성, 역동성은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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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두 가지 보편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1. 보편적 전환성 : 돈이 있으면 당신은 마치 연금술사처럼 땅을 충성심으로, 사법을 건강으로, 폭력을 지식으로 변환할 수 있다. 2. 보편적 신뢰 : 돈을 매개로 삼으면 임의의 두 사람은 어떤 프로젝트에도 협력할 수 있다. 이런 원리 덕분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무역과 산업에서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롭지 않아 보이는 이 원리에도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모든 것이 변환 가능할 때, 그리고 신뢰의 기반이 익명의 동전과 별보배고둥일 때, 돈은 지역 전통, 친밀한 관계, 인간의 가치를 부식시키고 이를 수요와 공급의 냉정한 법칙으로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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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은 스스로의 행동이 — 도로 건설이 되었든 유혈사태가 되었든 — 우월한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정당화했다. 자기네 문화는 정복자보다 피정복자에게 더 큰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지배층은 이웃 나라와 그 신민들을 제국이 문화의 혜택을 가져다주어야 하는 비참한 야만인으로 취급했다. 황제에게 천명이 부여된 것은 세상을 착취하라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을 가르치라는 의도에서였다. 가능하면 평화롭게, 필요하면 무력을 써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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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좋은 편과 나쁜 편으로 깔끔하게 나누고 모든 제국은 나쁜 편에 속한다고 분류하고픈 유혹이 들기는 한다. 어쨌든 거의 모든 제국은 유혈사태 위에 세워졌고 압제와 전쟁으로 권력을 유지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오늘날의 문화 대부분은 제국의 유산을 기초로 하고 있다. 제국이 정의상 나쁜 것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가? 인류의 모든 문화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제국과 제국주의 문명의 유산이며, 어떤 학술적, 정치적 외과수술을 한다 해도 환자를 죽이지않고 제국의 유산만을 도려낼 수는 없다. 설령 우리가 더 이전에 존재했던 진정한 문화를 재건하고 지키려는 희망에서 잔인한 제국의 유산을 모조리 거부하더라도, 보나마나 그때 우리가 지키는 것은 그보다 더 오래되고 덜 야만적인 제국의 유산에 불과할 것이다. 문화적 유산이라는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정말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떤 길을 택하든 그 첫걸음은 이 딜레마가 복잡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과거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선인과 악당으로 나누는 것은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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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들은 동식물을 소유하고 조작했다. 농업혁명이 미친 최초의 종교적 효과는 동식물을 영혼의 원탁에 앉은 동등한 존재에서 소유물로 끌어내린 것이다. 하지만 농부들은 스스로의 통제력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동식물이 말하는 능력을 잃자, 풍요의 여신, 하늘의 신, 의약의 신 같은 신들이 무대의 중앙에 등장했다. 이들의 주된 역할은 사람과 이제 벙어리가 된 동식물 사이를 중재하는 것이었다. 고대신화의 많은 부분은 실상 인간이 동식물을 지배하는 대가로 신들에게 영원히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법적인 계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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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교들의 특징은 신을 섬기지 않는다. 이들의 신조에 따르면 세상을 지배하는 초인적 질서는 신의 의지와 변덕이 아니라 자연법칙의 소산이다. 이런 자연법칙 종교들 중 일부는 여전히 신의 존재를 믿었지만, 그 신들도 인간이나 동식물 못지않게 자연법칙의 지배를 받는 존재라고 보았다. 근대는 강력한 종교적 열정의 시대, 전대미문의 포교 노력과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종교전쟁의 시대였다. 수많은 자연법칙 종교가 근대에 새로이 등장했다. 자유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국가사회주의가 그런 예다. 이들은 종교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이데올로기라고 칭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용어상의 문제일 뿐이다. 만일 종교를 초자연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한 인간의 규범과 가치 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면, 공산주의는 이슬람교에 비교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종교다. 우리는 세상의 신념들을 신 중심의 종교와 자연법칙을 기반으로 한다고 주장하는 신 없는 이데올로기의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그것을 무엇이라고 이름 붙이든 — 게임이론, 포스트모더니즘, 밈 연구— 역사의 역학은 인간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문화가 반드시 호모 사피엔스에게 가장 좋은 문화라는 생각은 근거가 없다. 진화와 마찬가지로 역사는 개별 유기체의 행복에 무관심하다. 그리고 개별 인간은 너무나 무지하고 약해서, 대개는 역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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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를 서술하는 것과 ‘왜’를 설명하는 것은 뭐가 다를까? ‘왜’를 설명한다는 것은 왜 다른 사건이 아니라 하필 이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인과관계를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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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제 1부 인지혁명에서는 호모 속 사피엔스 외 다른 종이 많이 존재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은 사피엔스만 남게되었는지, 그리고 사피엔스가 삶의 터전을 확장하면서 다른 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뇌가 예외적으로 크고 직립보행을 합니다. 뇌가 커지면서 근육은 퇴화했고, 팔-손이 자유로워지며 복잡한 도구를 쓸 수 있게 됩니다. 원래 인간은 먹이사슬에서 중간 정도를 차지했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면서 갑자기 먹이사슬의 꼭대기로 올라섭니다. 불을 길들일 줄 알게 되어 그렇습니다. 우연히 일어난 지식의 나무 유전자 돌연변이로 사피엔스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갖추게 됩니다. 이들의 언어는 세상에 대한 정보, 특히 사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사회적 협력을 할 수 있게 합니다. 뒷담화로 서로를 잘 알아가며 결속하다 약 150여명 이내에서 친밀하고 효과적인 관게를 유지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전달하며 전설, 신화, 신, 종교가 등장했고 그렇게 집단적 상상이 시작됩니다. 공통의 믿음이 지속되면, 가상의 실재는 현실세계에서 힘을 발휘합니다. 그렇게 수십만명이 거주하는 도시, 제국 등을 세울 수 있었을 겁니다. 상황에 따라 신화를 바꿔가며 문화혁명이 시작됩니다.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는 문화, 그 멈출 수 없는 변화가 역사입니다. 우리는 거의 대부분 수렵채집인으로 살아왔습니다. 현대인의 사회, 심리적 특성이 농경 시작 전 기나긴 시대에 형성되었습니다. 사피엔스는 융통성있게 그때그때 되는대로 먹고 살았습니다. 채집으로 그들은 주변환경에 대해 넓고 깊고 다양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으며,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때 그들은 최초의 풍요사회에 살았고 애니미즘(모든 장소 동물 식물 자연현상이 의식과 감정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신앙이 일반적이었을 겁니다. 유신론자 처럼 위계질서를 말하는 건 아닙니다. 기술과 조직 방법을 가지고 아프로아시아를 벗어나 외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호주까지 여행한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입니다. 수렵채집인이 호주에 도착하자, 호주 전체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붕괴되고 재조정됩니다. 특히 정착하는 곳에서 대형동물들이 멸종하기 시작합니다. 사냥 속도가 번식 속도보다 빨랐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렇게 아메리카에도 진출하며 대량 멸종, 소규모 멸종, 사피엔스 외 다른 모든 인간 종들의 멸종을 가져옵니다. 사피엔스의 이주는 동물계의 가장 크고 신속한 생태적 재앙이었습니다. 농업혁명 이후에도 새, 벌레, 달팽이 등 토종 동물들을 대량 학살합니다. 인간들은 동서남북을 향해 점차 이동하며 독특한 생물군을 말살합니다. 수렵채집인의 멸종 제 1물결, 농부의 멸종 제 2물결, 그리고 지금 산업활동의 멸종 제 3물결 등,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들을 아울러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넣은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생물학적 연대기에서 가장 치명적인 종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제 2부 농업혁명에서는 농업혁명이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농업혁명은 농부들에게 수렵채집인들보다 더욱 힘들고 불만스러운 삶을 가져옵니다. 농업혁명이 식량의 총량을 확대하긴 했지만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열악한 식사를 했습니다. 밀, 쌀, 감자 등 식물들이 호모 사피엔스를 길들여 자기들 이익에 맞게 조작해가며, 진화적으로 생존과 번식 관점에서 가장 성공한 식물이 되었습니다. 사피엔스는 농업으로 이행하며 너무 많은 시간을 일해야 했고 정착한 곳에서 영구히 살아야 하는 등 삶이 바뀌었습니다. 디스크 탈출증, 관절염, 탈장 그리고 유행병 등의 병을 얻었습니다.농업혁명은 사피엔스 개개인을 학대해 호포 사피엔스 종 전체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렸습니다. 추가 일손이 필요해 아이를 더 낳았지만, 늘어난 경작은 아이들을 먹이느라 고갈되었습니다. 풍년이라도 오면 보초를 서느라 또 일손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더욱 많은 사람들이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더 쉬운 삶을 추구했지만 더 어려워졌습니다. 어쩌면 수천 명의 채집인들을 오래 협력하게 만드느라 이런 농업 시스템이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사원과 극장이 건설될 수 있었을 겁니다. 농부들은 밭이나 과수원, 집 등 수렵채집인에 비해 훨씬 좁은 세력권에서 살아갑니다. 자연을 베어내고 밭고랑을 갈아 인공적인 섬에서 방어벽을 치고 오로지 인간과 그들의 식동물만을 위해 살았습니다. 그렇게 한 장소에 메였습니다. 공간이 축소되는 동안 시간은 확장되었습니다. 농부들은 미래를 계획하고 그에 맞춰 일했습니다. 이렇게 생산한 잉여식량으로 먹고 사는 지배자와 엘리트가 출현해 정치 전쟁 예술 철학을 발전시켰습니다. 역사는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잉여식량을 수송하는 기술이 발달하며 도시와 왕국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협력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신, 조상, 회사 등 공통의 신화를 만들어, 상상력으로 거대한 협력의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말이 협력이지, 누군가에게는 자발적인 건 아니었을 겁니다. 압제와 착취로 노예가 생겨나고 상상속의 위계질서가 형성됩니다. 하지만 이런 상상의 질서는 안정적이지 못해, 언제나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속적이고 활발한, 때로는 폭력과 강요의 형태를 띄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위대한 신, 자연법 등의 근거로 상호 주관적인 질서를 제시합니다. 대규모 협력 시스템에서는 한 인간의 뇌로는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정보를 관리하고 저장해야 합니다. 어쩌면 언어보다 숫자를 먼저 쓰기 시작했을 겁니다. 더 많은 것을 기록해가며 데이터 처리를 더 정확하고 편리하게 하는 서기와 회계사가 필요해졌습니다. 그렇게 인간이 세계를 생각하는 방식과 보는 방식이 자유연상, 전체론적 사고에서 캐비넷에 분류하듯 사고하는 관료주의적 방식으로 바뀌어갔습니다. 지금까지도 수는 세계를 지배하는 언어입니다. 쓰는 건 인간의 의식을 돕는 용도로 시작했지만, 점점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지배하며 우리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류가 대규모 협력망으로 엮이면서 사람들을 서열로 구분된 가상의 집단으로 나눴습니다. 그 서열에는 생물학적 본성의 차이가 조금도 없지만, 역사는 '자연적이고 필연적'이라고 주장합니다. 모든 사회는 상상의 위계질서를 기반으로 하는데, 그 위계질서는 우연한 역사적 상황에서 비롯되었고 점점 영속성을 얻고 세련되어졌습니다. 여성 유대인 집시 게이 흑인 등 격리하고 싶은 집단을 오염의 원천이라고 사람들에게 믿게 만들고, 지배계층은 신앙심이 깊고 정의로우며 객관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분리를 정당하게 하기 위해 종교, 과학적 신화가 동원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종차별은 더 넓은 문화영역으로 퍼졌습니다. 아름다움의 문화는 지배층을 기준으로 세워지고, 피지배층은 추한 것으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렇게 교육은 교육받은 자에게, 무지는 무지한 자에게 돌아가며 부당한 차별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생물학적 차이와 신화를 통해 억지 정당화 노력을 하는 걸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자연은 가능하게 하고 문화는 금지한다는 기준에서 생각하면 됩니다. 자연은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는 능력을 주고, 문화는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도록 강제하는 의무를 지웁니다. 농업혁명 이후 대부분 인간사회는 남자를 여자보다 높게 평가하는 부계사회였습니다. 남자인 편이 언제나 더 나았으나 생물학적 이유를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지난 세기를 거치면서 젠더의 역할은 커다란 혁명을 겪었고 이제 젠더와 성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개념들을 완전히 다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제 3부 인류의 통합에서는 문화, 상업(화폐), 제국, 보편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2부에서 다뤘던 농업혁명은 사피엔스 사회를 더 크고 복잡하게 만들었고, 그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허구적 상상력 또한 더욱 정교해집니다. 신화와 허구는 사람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특정한 기준에 맞게 처신하며, 특정한 것을 원하고, 특정한 규칙을 준수하도록 만들어, 수백만 명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문화를 창조했습니다. 문화는 인간이 만든 질서로, 이웃 문화와 접촉하거나 내부 역동성에 의해 모습을 끊임없이 바꿉니다. 완벽한 문화라는 건 없고, 모순은 언제나 잠재해있습니다. 현대 사람들은 평등과 자유를 근본적 가치라고 생각하지만, 두 가치 역시 서로 모순됩니다. 어떤 문화에 속해도 상반된 신념으로 상충하는 가치에 인지부조화를 겪게 됩니다. 이는 문화 자체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핵심 자산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더 크고 복잡한 문명이 생겨날 수 있었습니다. 사피엔스는 '우리'와 '그들'을 나눠서 생각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인지혁명을 시발로, 그들이 적이 아닌 형제나 친구라고 상상할 수 있었고 그렇게 보편적인 질서(화폐, 제국, 종교 등)가 만들어집니다. [화폐] 수렵할 때에나 농업혁명때는 작은 단위 안에서 상당부분 자급자족 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와 왕국이 등장하고 수송이 발전하자 '전문화'가 생겨났고, 이를 어떻게 교환할지 고민하다 돈을 개발합니다. 돈은 거의 모든 것을 다른 거의 모든 것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보편적인 교환수단이자, 축적수단입니다. 돈은 심리적 구조물로 물질을 마음으로 전환하면서 작동합니다. 처음에는 돈을 주조하는 원자재로 내재적 가치를 지닌 주화를 화폐로 정의했습니다. 이 주화는 원자재의 양과 그 내용물을 보증하는 당국의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돈은 보편적 전환성, 보편적 신뢰의 원리를 기반으로 합니다. 돈으로는 어떤 변환도 가능하며, 누구와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동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기반으로 생활을 하던 사피엔스들의 틈새를 돈은 잘 파고들었습니다. 자식을 노예로 팔아 식량을 사고는 했습니다. 돈은 신뢰를 주지만, 반대로 신뢰를 사라지게도 만듭니다. [제국] 제국은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정부 형태, 영토의 범위, 인구의 크기로 정의되는 게 아니라 오로지 문화적 다양성과 국경의 탄력성으로 정의합니다. 군사적 정복이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국은 수많은 작은 문화를 융합해 몇 개의 큰 문화로 만드는 역할을 했고, 스스로의 행동이 우월한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피정복자에 더 도움이 된다고 정당화했습니다. 하지만 제국의 엘리트는 피지배인들을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제국이 유혈사태, 압제, 전쟁으로 유지되었다고 해도, 오늘날의 문화 대부분은 제국의 유산을 기초로 한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 딜레마를 받아들이고 과거를 단순한 선악으로 나누는 걸 조심해야 합니다. 지금 제국주의는 거의 사라졌지만, 전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들이 독립성을 내려놓고 협력해야 합니다. [종교] 종교의 핵심적 역할은 사회의 취약한 구조에 초월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법은 절대적인 최고 권위자가 정해놓은 것이라고 단언하면서요. 종교는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규범과 가치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는 언제 어디서나 진리인 보편적이고 초인적인 질서를 설파하는 동시에, 이 믿음을 모든 사람에게 전파하라고 강력히 요구해야 합니다. 즉 보편적이면서 선교적이어야 합니다. 채집하던 때에는 국지적인 애니미즘으로 자연의 초인적인 질서를 이해했지만, 농부들은 동식물을 소유하고 조작하면서 더이상 자신들과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늘의 신, 풍요의 신, 의약의 신 등이 등장해 인간과 동식물 사이를 중재했고, 왕국과 교역망이 확대되자 다신교가 출현합니다. 위대한 신들은 인간과만 관계를 맺고 사피엔스의 지위를 격상시킵니다. 우리의 기도와 희생이 생태계 전체의 운명을 결정했습니다. 수많은 신이 존재할 때 그 전체 세상을 지배하는 최고 권력이 하나 더 있습니다. 최고권력은 완벽하게 무심하고 편견에서 자유롭지만, 다른 신들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사심과 편견을 지녔습니다. 그러다 자신의 신이 최고라는 유일신 사상이 커져 일신교가 퍼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신교 사상을 이해하기 어려워 성인을 내세워 다신교의 성질을 답습합니다. 어떤 종교는 신을 섬기지 않습니다. 초인적 질서는 신으로부터 오는 게 아닌 자연법칙의 소산이라고 보는 겁니다. 지금 시대에 자유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국가사회주의 등은 이데올로기라고 불리지만, 또 다른 종교입니다. 종교를 초자연적 직서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한 인간의 규범과 가치 시스템이라 정의한다면 그렇습니다. 이 역시 무신론적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신론적 종교는 신에 대한 숭배고 인본주의적 종교는 사피엔스를 숭배합니다. 사피엔스가 특유의 성질로 다른 동물들이나 현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믿음입니다. 나머지 세상의 모든 존재는 오로지 이 종을 위해 존재합니다. 인간성의 해석에 따라 인본주의는 나뉩니다. - 개별 인간의 자유는 더할 나위 없이 신성하다고 믿는(인권)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 인간성이 개인이 아닌 집단에 있다고 믿는, 모든 인간의 평등을 추구하는(불평등은 인간성에 대한 모독. 인간의 보편적 본질이 아닌 속성(돈)에 특권을 부여하기 때문) 사회주의적 인본주의, - 인류를 진화하거나 퇴화할 수 있는 종으로 보고 진보적 진화를 부추기는 나치의 국가사회주의 같은 진화론적 인본주의가 있습니다. --- 역사의 모든 지점은 교차로입니다. 너무나 많은 힘의 상호작용으로 힘의 크기나 방식이 조금만 달라져도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역사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건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우리 지금 상황이 자연스럽거나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걸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역사가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근거는 없습니다. 역사는 그 안에 살고 있는 개개인의 상태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으며, 대게는 역사가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현대 과학은 과거의 모든 전통 지식과 다음 세 가지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르다. 1. 무지를 기꺼이 인정하기. 우리가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되면 틀린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2. 관찰과 수학이 중심적 위치 차지. 무지를 인정한 현대 과학은 새로운 지식의 획득을 목표로 삼는다. 그 수단은 관찰을 수집한 뒤, 수학적 도구로 그 관찰들을 연결해 포괄적인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3. 새 힘의 획득. 현대 과학은 이론을 창조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론을 사용해서 새 힘을 획득하고자 하며, 특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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