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함께 읽기

D-29
과학혁명은 지식혁명이 아닌 무지의 혁명이었다. 과학혁명을 출범시킨 위대한 발견은 인류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모른다는 발견이었다. 근대 이전의 전통 지식이었던 성경이나 코란, 베다에 우주의 핵심비밀이 빠져 있다고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상황이 바뀐 것은 근대에 들어서였다. 근대 문화는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중요한 것들이 많다고 인정했다. 그런 무지의 인정이, 과학적 발견이 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줄 수 있다는 생각과 결합하자, 사람들은 결국 진정한 진보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짐작하기 시작했다. 가난, 질병, 노화, 죽음은 인류의 피치못할 운명이 아니었다. 그저 우리의 무지가 낳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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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유라시아 변방에 있던 이들은 그 오지에서 뛰쳐나와 전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을까? 보통은 그 공의 큰 부분을 유럽 과학자들에게 돌린다. 근대 후기의 성공한 제국들은 모두가 기술적 혁신을 이루리라는 희망을 품고 과학연구를 장려했으며, 많은 과학자들은 제국주의 주인을 위해 무기, 의학, 기술을 개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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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현대 과학과 유럽 제국주의 사이의 연대를 구축했을까? 핵심요인은 과학자와 정복자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데 있었다. 과학자와 정복자는 둘 다 무지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들은 둘 다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발견을 해야겠다는 강박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새로운 지식이 자신을 세계의 주인으로 만들어주기를 둘 다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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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과학과 근대 제국에 동기를 부여한 것은 뭔가 중요한 것이, 자신들이 탐사해서 정복하면 좋을 것 같은 무언가가 지평선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들썩거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과학과 제국의 연계는 훨씬 더 깊은 수준까지 나아갔다. 제국 건설자들의 동기뿐 아니라 관행도 과학자들의 그것과 얽혀 있었던 것이다. 근대 유럽인에게 제국 건설은 과학적 프로젝트였고, 과학이란 분과를 건설하는 것은 제국의 프로젝트였다. 영국은 인도를 정복하면서 역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고고학자, 문화를 연구할 인류학자, 땅을 연구할 지리학자, 동물상을 연구할 동물학자를 데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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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과학이 제국에게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근대 유럽인들은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은 언제나 선이라고 믿게 되었다. 제국에서 새로운 지식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덕분에, 제국에는 진보적이고 적극적인 사업이란 이미지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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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은 미래를 비용으로 삼아 현재를 건설할 수 있게 해준다. 신용은 우리의 미래 자원이 현재 자원보다 훨씬 더 풍부할 것이라는 가정을 토대로 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미래의 수입을 이용해서 현재에 무엇을 건설할 수 있다면, 새롭고 놀라운 기회가 수없이 많이 열린다. 옛 시대의 문제점은 사람들이 신용을 크게 확장하려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미래가 현재보다 나을 것이라고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시대보다 과거가 더 좋았으며 미래는 현재보다 더 나쁘거나 기껏해야 지금과 같을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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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론에서 스미스의 주장 — 개인적인 수익을 늘리려는 이기적 인간의 욕구는 공동체 부의 기반이다 — 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혁명적인 아이디어에 속한다. 경제적 관점에서뿐 아니라 도덕적, 정치적 관점에서는 더더욱 혁명적이다. 스미스는 사실상 탐욕이 선한 것이며, 내가 부자가 되면 나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말한 것이다. 이기주의가 곧 이타주의라고. 스미스는 경제를 ‘윈-윈 상황’으로 생각하라고 사람들에게 가르쳤다. 나의 이익이 곧 너의 이익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스미스는 부와 도덕 간의 전통적 대립을 부정했고, 부자에게 천국의 문을 열어주었다. 부자가 되는 것은 도덕적 인간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스미스의 이론에서, 사람들은 이웃의 것을 빼앗아서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전체 파이의 크기를 늘림으로써 부자가 된다. 파이가 커지면 모두에게 이익이다. 따라서 부자는 사회에서 가장 쓸모 있고 인정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는 전제가 있다. 부자가 자신의 수익을 비생산적인 활동에 낭비하지 않고 공장을 새로 세우고 사람들을 새로 고용하는 데 쓴다는 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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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은 무엇보다 제2차 농업혁명이었다. 심지어 동식물까지 기계화되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인간 중심 종교에 의해 신성한 지위로 격상될 무렵, 농장 동물들은 더이상 고통과 비참함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로 간주되지 않았고 기계 취급을 받게 되었다. 복잡한 감정 세계를 지닌 살아 있는 동물을 마치 기계처럼 대하는 것은 그들에게 육체적 불편뿐 아니라 그에 못지않은 스트레스와 심리적 좌절을 안겨준다. 대서양 노예무역이 아프리카인을 향한 증오의 결과가 아니었던 것처럼, 현대의 동물산업도 악의를 기반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그 연료는 무관심이다. 산업화된 농업의 비극은 동물의 주관적 욕구는 무시하면서 객관적 욕구만 잘 챙긴다는 점이다. 동물들은 물질적 필요를 넘어서는 심리적 필요와 욕구를 지니고 있음이 틀림없고, 만일 이런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매우 큰 고통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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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생산량을 늘려야만 한다. 생산하는 신제품이 무엇이든 사람들이 항상 구매하게 하기 위해서 새로운 종류의 윤리가 등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소비지상주의다. 소비지상주의는 점점 더 많은 재화와 용역을 소비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사람들로 하여금 제 자신에게 잔치를 베풀어 실컷 먹게 하고, 자신을 망치고, 나아가 스스로 죽이게끔 한다. 소비지상주의는 대중심리학(‘Just do it!’)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에게 탐닉은 당신에게 좋은 것이며 검약은 스스로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설득하려 무진장 애썼다. 설득은 먹혔다. 이제 우리는 모두가 훌륭한 소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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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지상주의 윤리와 사업가의 자본주의 윤리를 어떻게 일치시킬 수 있을까? 후자에 따르면 이윤은 낭비되어서는 안 되고 생산을 위해 재투자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오늘날은 상황이 역전되었다. 부자는 자산과 투자물을 극히 조심스럽게 관리하는 데 반해, 잘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빚을 내서 정말로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산다. 부자의 지상 계율은 “투자하라!”이고, 나머지 사람들 모두의 계율은 “구매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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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의 혁명이었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유일한 한계는 우리의 무지뿐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불과 몇십 년마다 새로운 에너지원이 발견되었고, 그 덕분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은 계속 늘었다. 세상에는 에너지 결핍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족한 것은 에너지를 찾아내 그것을 우리의 필요에 맞게 전환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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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스스로의 주관적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면 여길수록 우리는 더 많이 집착하게 되고, 괴로움도 더욱 심해진다. 부처가 권하는 것은 우리가 외적 성취의 추구뿐 아니라 내 내면의 느낌에 대한 추구 역시 중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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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억 년이 자연선택의 기간이었다면, 이제 지적인 설계가 지배하는 우주적인 새 시대가 열리려 하고 있다. 그 방법은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사이보그는 유기물과 무기물을 하나로 결합시킨 존재다), 비유기물공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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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은 생물학의 수준에서 인간이 계획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모종의 문화적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 생물의 형태, 능력, 필요나 욕구나 욕망 등을 변형하겠다는 목적이다. 간단한 예가 황소를 거세해서 폭력성을 낮춰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과학자들이 자연의 역할을 대신 한다. 사이보그는 생물과 무생물을 부분적으로 합친 존재로, 생체공학적 의수를 지닌 인간이 그런 예다. 우리는 지금 진정한 사이보그가 되려는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발을 걸치고 있다. 이 선을 넘으면, 우리는 신체에서 떼어낼 수 없으며 우리의 능력, 욕구, 성격, 정체성이 달라지게 하는 무기물적 속성을 갖게 될 것이다. 생명의 법칙을 바꾸는 제3의 방법은 완전히 무생물적 존재를 제작하는 것이다. 대표적 예는 독립적인 진화를 겪을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컴퓨터 바이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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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역사의 다음 단계에는 기술적, 유기적 영역뿐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정체성에도 근본적인 변형이 일어나리라는 생각이다. 또한 이러한 변형은 너무나 근본적이어서 사람들은 ‘인간적’이라는 용어 자체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길가메시 프로젝트가 과학의 주력상품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길가메시 프로젝트는 과학이 하는 모든 일을 정당화하는 구실을 한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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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할당한 건 과학혁명 부분이었어요. 인류의 통합에서 제국의 탄생에 대한 썰을 풀었고, 그 제국이 어떻게 과학과 결합할 수 있었는지 이야기합니다. 이부분이 재밌었는데요, 그 당시 유럽이 과학 분야에서 온전히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탐험정신에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탐험을 할수록 새로운 환경과 처음보는 사람들을 맞딱드리게 되니 자기들이 사실은 무지하다는 걸 인정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신이 모든 걸 다 아는 게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는 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이었겠지만 과학자와 정복자의 호기심을 누를 순 없었습니다. 그들은 더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발견을 해야한다는 강박을 느꼈습니다. 그것들이 그들을 세계의 주인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그렇게 그들은 함께 떠났습니다. 배에는 군인들과 과학자들이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 호주, 인도 등 새로운 곳에 도착할수록, 지금의 내가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며 새로운 지식을 더 많이 획득하려했고, 더 큰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미래의 가치를 보고 사람들은 투자하기 시작했고, 자본주의가 발전해갑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게 선이라고 믿기 시작합니다. 점점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믿고, 지배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인종주의가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새로운 땅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제국이 건설되었고 과학은 발전했습니다. 그렇게 얻은 그 지식들을 연결해 포괄적 이론을 만들려는 의도로 과학과 수학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해요. 그렇게 과학과 수학은 정신적이자 기술적인 도구를 사회에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다른 유형의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걸 발견하고 그렇게 새로운 기술, 즉 힘이 생겨났습니다. 철도 시스템, 내연기관 등은 우리가 쓸 수 있는 에너지 총량을 계속 늘렸습니다. 그렇게 동식물도 기계처럼 대하게 되었고 끊임없이 생산량을 늘려야만 유지되는 소비지상주의 사회로 변해갑니다. 과학과 기술은 모든 문제에 답이 있다는 전제를 하고 있지만 경제적, 정치적, 종교적 이해관계에 의해 우선순위가 정해집니다. 자기의 발견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할 능력도 없습니다. 그렇게 과학 역시 힘과 이데올로기에 좌지우지 됩니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산업화로 인한 공동체 붕괴는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사회의 구성단위는 개인이며, 개인은 가족과 공동체가 아닌, 시장과 국가가 돌본다는 생각이 퍼졌지만, 국가와 시장은 상상의 공동체일 뿐입니다. 그 안에서 광고와 대중매체의 확대로 개인 역시 기계화 되고 부품처럼 일부분으로 살아가며 감정적 결핍을 겪습니다. 자유주의에서는 개인의 기분과 느낌이 최고 권위를 가집니다. 하지만 주관적 느낌이 중요해지면 우리는 더 많이 집착하고 괴로워집니다. 부처는 외적 성취 뿐아니라 내면의 느낌에 대한 추구도 중단하라고 가르칩니다. 과학은 핵폭탄 개발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에서 큰 역할을 해냅니다. 그리고 지금은 전쟁의 대가가 극적으로 커져서 전면전의 이익보다 피해에 대한 부담이 큽니다. 또 과학은 생명공학, 사이보그공학, 비유기물공학에서 생명의 법칙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어렵게 구축해온 '기본적으로 인간은 평등하다'는 사실을 깨뜨리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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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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