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세대

D-29
트로트 나도 나이가 들어 전보단 트로트를 더 좋아하지만, 여기서 팩트 체크를 안 할 수 없다. 트로트는 표피적이고 뭔가 너무 노골적이다. 그래서 가사와 그 톤도 간드러진다. 너무나 직접적이고 자극적이다. 말초신경만 자극한다. 그래 세계 보편과 거리가 멀어 한국에서만 기를 펴는 것이다. 그렇게 부르짖어도 다른 한류처럼 투자 대 효과가 없다. 그래서 스스로 그게 부족함을 알고 소크라테스를 찾고 아모르파티 같은 철학 용어를 억지로 집어넣는 것이다. 그런다고 트로트 고상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걸 트로트에 넣어 아주 심하게 훼손됨을 느낀다. 그냥 트로트, 생긴 대로 유지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테스형도 그렇고 아모르파티도 이젠 내 글에 안 쓰는 지경에 이르게 했다. 철학자들이 목숨을 걸고 주장할 땐 조용히 있다가 이제 그게 상식이 되어 개나 소나 쓰고 있어 그 용어가 너무나 천박하게 변한 것은 누가 책임일 것인가.
혹시 딴생각 우리나라는 모여서 뭘 하려고 한다. 마라톤 때문에 길이 막히고 주변이 쓰레기장으로 변한다. 혼자 읽는 것이 특징인 독서도 모여서 하려고 한다. 이해가 안 가는 게 한국 사회엔 많다. 마라톤도 그냥 건강을 위한 것이면 혼자 뛰는 게 낫지 않나. 굳이 싫은 소리 들어가면서 모여서 뛸 게 아니라. 혹시 다른 데 욕심이 가서 그러는 것은 아닌지. 제사보다 젯밥에만 정신이 가는 것처럼.
전립선 암에 걸리니 엉뚱한 허리가 아프고 엉덩이 뼈가 아프다.
화나면 피해가 안 가게 즉시 풀어야 화는 풀어야 한다. 남에게 피해가 안 가게 풀면 된다. 운전 시 화나면 즉시 풀어야 한다. 그 욕이 상대에게 안 들리면 되는 것이다. 안 그러면 그 화가 쌓여 대형교통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성이 있으면 이런 안 보이는 곳이나 자기의 을들에게 하는 걸 보면 안다고 하는데 그것도 사람마다 다르다. 피해만 안 가면 그때그때 푸는 게 더 정답이다. 자기가 무슨 성인군자라고 안 풀다가 대형 사고 친다.
좋은 점은 살아있다 술 이빠이 마시고 그다음 날 후회, 고생하고, 그래 만사가 귀찮아도 좋은 점이 하나 정도는 있게 마련이다. 이게 결국 자기변명이라도. 안 좋은 것에도, 좋은 점은 하나씩은 있는 법이다. 자기가 어디 가서 강하게 얘기하면 그게 무의식에서 비롯되었는지, 하여간 그렇게 해서 그게 이제 자기의 깊은 심연(深淵)에 침잠(沈潛)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자기 믿음으로 변하기도 한다. 한번은, 면접 볼 때 면접관 앞에서 선문답(禪問答)으로 떠든 기억이 난다. 그는 그게 아마도 면접하고 안 맞는다고 봤을지도 모르지만. 면접엔 마이너스가 됐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침을 튀겨가며 듣기 싫은 목소리로 혼자 마구 떠들어댔다. 딴엔 아마도 그 주장이 합격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리라. 불합격했지만 믿음은 각인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 일 순위는 체질대로, 생긴 대로 사는 것이고 하나는 항상 단점에는 장점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술 마시고는 의욕이 떨어져 드라마를 평소 같으면 안 보던 것도 보게 되어 의외의 것을, 영감을 얻을 때가 있다. 그게 나중에 글에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 꾸준히 쓴다면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든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실제 지면(紙面)에서 형형(炯炯)한 빛을 뿜는 것을 보았다. 이게 다 술을 이빠이 마신 덕분이라고. 안 마셨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감동과 다른 견해를, 모르던 배우(俳優)를 발견했다. 술 마셔 몸이 안 좋은 것은 안 좋은 거지만 드라마를 정주행(正走行)하며 좋은 점을 분명 얻었다. 솔직히 평소 같으면 드라마 보는 시간이 아까웠다. 평소의 의욕을 술로 죽인 다음에 드라마로 국면 전환한 것이다. 거기에 들어가 낯선 것을 접하며 도움 안 되던 것이 도움이 됨을 알았다. 다른 세계를 맞이할 필요가 있다. 어떤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자신을 지배하는 것을 망칠 필요가 있다. 일상을 잠시 멈출 필요가 있다. 그 흐름을 꺾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아, 이걸 해보자!” 할 때가 있다. 마음의 소리다. 그걸 거역해선 안 된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때가 지나면 영영(永永) 사라질 수 있다. 안 그러면 낯선 곳으로 가지 못한다. 여길 벗어나 다른 세계로 가고 싶다면, 지금만 유지하면 불가능하다, 장점으로의 전환이. 우선 환경도 마음도 여기와 지금은 아니다. 안 그러면 단점은 계속 나쁜 점으로 남는다. 뭐든 나쁜 면만 있는 것이 아님에도, 그런 줄 안다. 거기에 함몰(陷沒)되는 것이다. 특히, 공개석상에서 강조하고 싶은 말을 더 강하게, 자주 주장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게 뇌리에 박혀 믿음이 되니까. 뭔가를 속에 심어 넣으려면 일부러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임팩트(Impact)가 있어야 한다. 설령, 그게 확증편향이고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라도, 지금은 감칠맛 나는 숙성(熟成)을 위해, 더 생긴 대로 살기 위해, 그리고 오늘의 주제인 장점을 찾아내기 위해. 술 마시기 위해 운동하고 산에 가는 것. 술 마시는 건 안 좋지만(실은 이것 자체도 찾으면 좋은 면도 있지만, 일반적으론) 아무튼 운동하고 산에 오르는 건 좋은 일이다. 뭐든 다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는 법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좋은 점으로. 아니, 이미 그 단점은 장점을 포용하고 있다. 좋은 점은 어디에나 살아있다.
여자에게 차에서 내일 때 에스코트하는 장면을 여배우에게 하면 그걸 보는 여자들은 자긴 손이 없어 발이 없어 하며 욕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게 너무나 당연해 그걸 갖고 욕을 하는 여자들은 사라진 것 같지만 그 마음은 어디 안 갔을 것이다. 공개적으로는 안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욕을 하고 그 여배우에게 언젠가는 불이익을 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가디건/카디건 “백화점 의류 코너에 가디건 하나 예쁜 거 진열돼 있던데, 하나 사러 갈까.” 모든 옷 가게에 한결같이 잘못 쓰는 ‘가디건’은 ‘카디건’이어야 한다. 영어로 cardigan으로, 맨 앞 스펠링이 g가 아니라 c라서 그렇다. 옷 가게에 제대로 표시될 날이 있을지 궁금하다. 오늘 저녁부터는 날이 좀 쌀쌀해진다고 해서 카디건을 가지고 나왔어.
칼럼리스트/칼럼니스트 언론매체에 칼럼을 쓰는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는 ‘칼럼리스트’가 아니라 ‘칼럼니스트’다. ‘column’일 때는 ‘n’이 묵음이라서 ‘칼럼’인데 사람을 뜻하는 ‘-ist’가 붙으면 n 발음이 살아나서 ‘칼럼니스트’가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메달리스트(medalist)’ 같은 단어가 있어서 헷갈리는 듯하다. 날카로운 현실 비판으로 이름 높은 한 칼럼니스트의 글이 이번에 또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라운딩/라운드 “지난 주말 친구들과 골프장에 가서 즐거운 라인딩을 했다”처럼 흔히 얘기한다. ‘골프에서, 경기자가 각 홀을 한 바퀴 도는 일’은 라인딩이 아니다. 적합한 단어는 ‘러운드(round)’라고 국어사전에도 수록돼 있다. 영어 rounding은 골프와 전혀 관련 없는 단어다.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를 5개 잡으며 역전을 기록했다.
런닝/러닝 ‘달리기’라는 의미의 영어 running에서 n이 두 개라서 받침까지 넣은 ‘런닝’이라고 읽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발음은 [러닝]으로 나고, 미국인과 영국인도 당연히 ‘러닝’이라고 발음한다. 따라서 방송이나 영화의 상영 길이는 ‘러닝 타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과 함께 출마하는 부통령은 ‘러닝메이트(running mate)’, 운동 경기할 때 선수들이 입는 소매 없는 셔츠는 ‘러닝셔츠(running shirt)’로 쓴다. SBS 주말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은 외래어 맞춤법으로 보면 잘못된 것이고, 고쳐 쓴다면 ‘러닝맨’이다. 그는 운동을 해야겠다는 내게 러닝과 수영을 권했다.
나는 주머니에 돈을 그대로 넣고 세탁기에 돌려 돈 세탁을 잘한다. 그리고 이런 걸 보면 알아둘 게 세탁소에 옷 맡길 때 주머니를 뒤진 후 맡겨라. 돈 나와도 세탁소 주인이 그냥 꿀꺽한다.
남자가 더 괴로워해 남자가 여자를 만난 것에 대해 여자는 용서를 하는데 남자는 여자가 남자를 만나 섹스한 것에 대해 더 참지 못한다. 자기가 두 번째 남자라는 게 굴욕으로 곧잘 작용한다. 전에 자기 마누라이고 여친였던 여자가 그러면 그게 뇌리에서 잘 안 달아난다. 이게 불공평하다고 하지만 엄연히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은 그렇다. 그게 문화의 영향이고 정서이기 때문이다. 극복해야 하지만 그게 솔직히 잘 안된다.
일단 뭔가 해결하기 위해선 현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문제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걸 한 다음에 창의도 있는 것이다.
큰코다치다 ‘큰코다치다’는 사전에 한 단어로 표기돼 있다. ‘작은 코 다치다’처럼 다른 단어로 바꿔서 쓸 수 있다면 ‘큰 코 다치다’처럼 띄어 쓰는 게 맞을 텐데, 다른 단어로 대체하지 못하는 유일한 표현이라서 다섯 글자 모두 전부 붙여 쓴다. 마찬가지로, ‘어처구니없다, 스스럼없다’도 ‘어처구니 있다, 스스럼 있다’라고 쓰인다면 띄어서 썼을 텐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붙여 쓰는 한 단어가 된 거다. 원기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반말을 하다가 큰코다친 적이 있었다. 그 남자는 그녀의 실수에 화를 내는 대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매주 일요일 만나서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하는 스스럼없는 사이이다.
부모가 말하는 것은 안 따르지만 부모가 하는 것은 따라한다.
배운 사람의 노년은 무엇을 더 얻으려 애쓰지 않는다. 이미 자기 안에 충분한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터진 뒤에 움직이는 것은 수동적 수습이지만, 드러나기 전의 시간을 다스리는 것은 주도권 장악이다.
나는 이미 책을 몇 만 권 읽고 책을 일곱 권이나 써서 이미 내 세계가 만들어져 있다. 이건 안 그렇게 하고 싶어도 저절로 그렇게 된다.
나는 정의는 있는데 힘이 없다. 그러니 그런 것보단 자아 실현을 하며 생을 마감할 것이다. 이것도 좋은 일이다.
사냥개는 너무 극과 극이다. 좋은 사람은 너무 좋고 나쁜 놈은 너무 나쁘다. 그러나 현실은 안 그러니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이고 그걸 좋은 작품으로 안 보는 것이다. 그냥 시간 때우기, 스트레스 해소 용에 불과하다. 차라리 스토브 리그나 신이랑법률사무소가 낫고, 연애의 온도가 낫다. 사냥개는 너무 단순 무식이다. 계속 싸우고 다치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또 싸운다. 계속 이사 다니고 감정적 표현에 너무 공감이 안 간다. 왜 그렇게 라면은 자꾸 먹냐. 한마디로 단순무식한 드라마다. 한 가지, 잔인한 것은 청의적인 면도 있다. 섹스 어필도 좀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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