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세대

D-29
가디건/카디건 “백화점 의류 코너에 가디건 하나 예쁜 거 진열돼 있던데, 하나 사러 갈까.” 모든 옷 가게에 한결같이 잘못 쓰는 ‘가디건’은 ‘카디건’이어야 한다. 영어로 cardigan으로, 맨 앞 스펠링이 g가 아니라 c라서 그렇다. 옷 가게에 제대로 표시될 날이 있을지 궁금하다. 오늘 저녁부터는 날이 좀 쌀쌀해진다고 해서 카디건을 가지고 나왔어.
칼럼리스트/칼럼니스트 언론매체에 칼럼을 쓰는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는 ‘칼럼리스트’가 아니라 ‘칼럼니스트’다. ‘column’일 때는 ‘n’이 묵음이라서 ‘칼럼’인데 사람을 뜻하는 ‘-ist’가 붙으면 n 발음이 살아나서 ‘칼럼니스트’가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메달리스트(medalist)’ 같은 단어가 있어서 헷갈리는 듯하다. 날카로운 현실 비판으로 이름 높은 한 칼럼니스트의 글이 이번에 또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라운딩/라운드 “지난 주말 친구들과 골프장에 가서 즐거운 라인딩을 했다”처럼 흔히 얘기한다. ‘골프에서, 경기자가 각 홀을 한 바퀴 도는 일’은 라인딩이 아니다. 적합한 단어는 ‘러운드(round)’라고 국어사전에도 수록돼 있다. 영어 rounding은 골프와 전혀 관련 없는 단어다.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를 5개 잡으며 역전을 기록했다.
런닝/러닝 ‘달리기’라는 의미의 영어 running에서 n이 두 개라서 받침까지 넣은 ‘런닝’이라고 읽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발음은 [러닝]으로 나고, 미국인과 영국인도 당연히 ‘러닝’이라고 발음한다. 따라서 방송이나 영화의 상영 길이는 ‘러닝 타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과 함께 출마하는 부통령은 ‘러닝메이트(running mate)’, 운동 경기할 때 선수들이 입는 소매 없는 셔츠는 ‘러닝셔츠(running shirt)’로 쓴다. SBS 주말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은 외래어 맞춤법으로 보면 잘못된 것이고, 고쳐 쓴다면 ‘러닝맨’이다. 그는 운동을 해야겠다는 내게 러닝과 수영을 권했다.
나는 주머니에 돈을 그대로 넣고 세탁기에 돌려 돈 세탁을 잘한다. 그리고 이런 걸 보면 알아둘 게 세탁소에 옷 맡길 때 주머니를 뒤진 후 맡겨라. 돈 나와도 세탁소 주인이 그냥 꿀꺽한다.
남자가 더 괴로워해 남자가 여자를 만난 것에 대해 여자는 용서를 하는데 남자는 여자가 남자를 만나 섹스한 것에 대해 더 참지 못한다. 자기가 두 번째 남자라는 게 굴욕으로 곧잘 작용한다. 전에 자기 마누라이고 여친였던 여자가 그러면 그게 뇌리에서 잘 안 달아난다. 이게 불공평하다고 하지만 엄연히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은 그렇다. 그게 문화의 영향이고 정서이기 때문이다. 극복해야 하지만 그게 솔직히 잘 안된다.
일단 뭔가 해결하기 위해선 현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문제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걸 한 다음에 창의도 있는 것이다.
큰코다치다 ‘큰코다치다’는 사전에 한 단어로 표기돼 있다. ‘작은 코 다치다’처럼 다른 단어로 바꿔서 쓸 수 있다면 ‘큰 코 다치다’처럼 띄어 쓰는 게 맞을 텐데, 다른 단어로 대체하지 못하는 유일한 표현이라서 다섯 글자 모두 전부 붙여 쓴다. 마찬가지로, ‘어처구니없다, 스스럼없다’도 ‘어처구니 있다, 스스럼 있다’라고 쓰인다면 띄어서 썼을 텐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붙여 쓰는 한 단어가 된 거다. 원기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반말을 하다가 큰코다친 적이 있었다. 그 남자는 그녀의 실수에 화를 내는 대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매주 일요일 만나서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하는 스스럼없는 사이이다.
부모가 말하는 것은 안 따르지만 부모가 하는 것은 따라한다.
배운 사람의 노년은 무엇을 더 얻으려 애쓰지 않는다. 이미 자기 안에 충분한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터진 뒤에 움직이는 것은 수동적 수습이지만, 드러나기 전의 시간을 다스리는 것은 주도권 장악이다.
나는 이미 책을 몇 만 권 읽고 책을 일곱 권이나 써서 이미 내 세계가 만들어져 있다. 이건 안 그렇게 하고 싶어도 저절로 그렇게 된다.
나는 정의는 있는데 힘이 없다. 그러니 그런 것보단 자아 실현을 하며 생을 마감할 것이다. 이것도 좋은 일이다.
사냥개는 너무 극과 극이다. 좋은 사람은 너무 좋고 나쁜 놈은 너무 나쁘다. 그러나 현실은 안 그러니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이고 그걸 좋은 작품으로 안 보는 것이다. 그냥 시간 때우기, 스트레스 해소 용에 불과하다. 차라리 스토브 리그나 신이랑법률사무소가 낫고, 연애의 온도가 낫다. 사냥개는 너무 단순 무식이다. 계속 싸우고 다치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또 싸운다. 계속 이사 다니고 감정적 표현에 너무 공감이 안 간다. 왜 그렇게 라면은 자꾸 먹냐. 한마디로 단순무식한 드라마다. 한 가지, 잔인한 것은 청의적인 면도 있다. 섹스 어필도 좀 볼만하다.
말로 싸워 항상 이기려고 하는 것은 고된 삶이 된다. 그냥 자기 것을 지키기만 하면 된다.
침묵이 중요한 이유는 영혼이 숨을 고르는 그 깊은 심연 속에서 근본적인 것들이 천천히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진실은 거짓보다 위험하기에, 대중은 가장 먼저 진실부터 배척한다.
우린 인생을 연습 없이 그냥 산다.
진보가 더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 인간 사회에 무리가 덜 하다. 도덕적 우월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트럼프는 윤석열 짝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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