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세대

D-29
박광일은 어쩐지 그 순간이 낭만적이라 생각했다. 아, 역시 30분이라도 낮잠을 자는게 독서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박광일은 자신이 평소답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이건 위로일 뿐이라고 여겼다.
당신도 내가 만만해?
이해할 수 없는 독기와 살기가 가득한 시선이었다.
남은 말을 안 듣는다 인간은 대개 누가 하라고 해도 말을 잘 안 듣는다. 그러는 것은 어떤 미련, 호기심 때문인 것 같다. 거기에 손수 가보고 싶은 것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결국 가서는 제풀에 겨워 스스로 처음에 하라고 한 사람의 말대로 대개는 한다. 그러니 그냥 지금은 그렇게 두는 게 좋다. 말해도 고집을 안 꺾는다. 나도 그랬다. 이 말도, 다른 사람이 전에 내게 한 말을, 나도 그에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냥 지켜보고 있다가 돌아온 그에게 “어땠어?” 하는 것으로 족하다. 그의 사연을 들어보는 것이다. 나와 다른 남의 이야기 들어주는 것, 흥미롭지 않나. 해봐서 아는데, 하며 말하는데 하지만 역시 말을 안 듣는다. 그 말을 왜 하나. 자기 인생이 모범이라 그렇게 살라는 건가. 그렇게 하는 게 답이라는 건가. 그러나 그게 선의라도 성공하지 못한다. 안 듣는 게 당연하다. 그는 내가 아니고, 그의 인생도 내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나와 다른 삶을 산다. 그 이유는 그는 내가 아닌 남이기 때문이다.
운수 좋은 날을 읽고 있는 것 같다.
혼구녕/혼구멍/혼꾸멍 이 셋 중 올바른 표현은 ‘혼꾸멍’뿐이다. 한글 맞춤법 규정에는 어원을 알 수 없거나 본뜻에서 멀어졌다고 판단되면, 원형을 밝혀 적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쓴다고 돼 있다. 그래서 ‘혼꾸멍나다’가 표준어로 사전에 등재돼 있고 ‘혼나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설명해 놓았다. 매주 주말이면 우리집 앞에 몰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이 있어서 잡히면 혼꾸멍을 내주려고 벼르고 있다.
이 작가는 경우라는 말을 잘 하는 것 같다. 작가들은 잘 쓰는 말이 있다. 뭔가 무슨 말인지 안 쓰고 쉽게 써서 나와 맞는 것 같아 경우 없는 세계를 또 주문했다. 물론 나는 이 책도 모임 만들기에 올릴 것이다.
관심이 다르기 때문에 요즘 젊은 애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마크롱이 한국에 왔는데 별로 뉴스에 안 나왔다. 그건 약간 전략적인 것도 있는 것 같다. 트럼프가 마크롱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를 한국이 너무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면 별로 좋을 게 없어서.
안락한 집에서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는 것만이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일 것이라고 했다.
남에게 서비스하는 것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자기 중심이 없는 것이다. 남에게 하는 서비스가 자기 중심이면 모를까.
그러나 그때 느꼈던 감정들은 여전히 연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남은 대개는 내가 관심을 갖는 것에 관심이 없다.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남은 절대 안 그렇다.
할머니는 지독하게 검소하고 결벽적으로 깔끔한 성격이라 불필요한 물건들을 집에 두는 법이 없었다.
자기 틀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지하철에 오래 근무하면 지하철 틀에서, 주식을 하면 주식 틀에서 세상을 보고 책을 읽으면 책의 틀에서 세상을 본다. 그나마 책을 읽는 게 그 틀을 조금은 넓히는 일이다. 검사 틀에서 윤석열이 대통령을 해서 그 틀을 못 벗어나 결국은 어리석은 계엄을 저지른 것이다.
화분을 키운다든가, 벽에 그림을 건다든가 하는 식으로 집을 꾸밀 줄도 몰랐기에 외갓집에는 언제나 삭막한 느낌이 감돌았다.
남 돕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은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이다. 왜 그런 일을 하냐고 따지면 안 된다.
완전히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희미한 앎이 거대한 상상력을 발휘했고 연수를 더 큰 혐오감에 휩싸이게 했다.
단편도 죽 이어서 안 쓰고 끊어서 에피소드 식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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