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세대

D-29
할머니는 지독하게 검소하고 결벽적으로 깔끔한 성격이라 불필요한 물건들을 집에 두는 법이 없었다.
자기 틀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지하철에 오래 근무하면 지하철 틀에서, 주식을 하면 주식 틀에서 세상을 보고 책을 읽으면 책의 틀에서 세상을 본다. 그나마 책을 읽는 게 그 틀을 조금은 넓히는 일이다. 검사 틀에서 윤석열이 대통령을 해서 그 틀을 못 벗어나 결국은 어리석은 계엄을 저지른 것이다.
화분을 키운다든가, 벽에 그림을 건다든가 하는 식으로 집을 꾸밀 줄도 몰랐기에 외갓집에는 언제나 삭막한 느낌이 감돌았다.
남 돕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은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이다. 왜 그런 일을 하냐고 따지면 안 된다.
완전히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희미한 앎이 거대한 상상력을 발휘했고 연수를 더 큰 혐오감에 휩싸이게 했다.
단편도 죽 이어서 안 쓰고 끊어서 에피소드 식으로 쓴다.
문득 자신이 지나치게 사나운 감정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또다른 마음 한편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의 근거라도 된다는 듯 오랜 시간 들추지 않았던 골목집에 대한 기억들이 피어올랐다.
사회는 남의 단점을 먹고 살기 때문에 가능하면 자기 단점을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아무 말(구설수) 없이 사는 게 실은 정상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평범해서 말을 안 꺼내는 것이다. 흥미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상하다.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하는 걸 따라하길 바란다. 거기에서 좀 벗어나면 왜 그러냐고 한마디씩 한다.
남의 실수를 자양분 삼아 그걸 가지고 사는 인간들이 즐비하다. 왜 그렇게 사나. 이해가 안 간다.
자기 부인을 때리면서도 자기 자식에겐 가정을 지키라고 말한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다른 남자를 그리워한다. 그와 사귄다.
인간은 알 수 없다. 자기가 싫은 사람이 있으면 그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다른 사람을 안 좋아하다가 좋아한다. 그와 깐부가 되는 것이다. 그게 잠시일지라도.
식당도 그렇고 뭔가 안 보다가 A4 용지에 깨끗하게 쓴 것은 본다. 사람들이 안 보면 이걸 이용하면 좋다. 식당에서 메뉴판에 있는 것은 눈에 잘 안 띄지만 새롭게 A4용지에 따로 쓴 냉콩국수 같은 계절 메뉴는 아주 잘 본다. 다른 것보다 눈에 확 띄어 그런 것이다. 안 보려 해도 잘 보인다.
책 못 읽게 방해하는 것들은 승객이건 직원 이건 다 쳐낼 것이다.
싫어하는 할머니를 왜 취직에 방해가 되는데도 1년이나 간병을 했을까.
할머니는 자신과 손녀가 서로 배려를 주고받고 있다고 여기는 것 같았고 그래서 더욱 난처한 기분이 들었다.
뭘 개선할 생각은 안 하고 남이 한 것 지적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는 인간들이 있다.
별 사건도 없는데 거기서 일어나는 일에서 이는 생각을 남긴 없이 쓴다.
책이나 좀 내고 세상 뜨자 이 세상에 그냥 왔다 가는 것이다. 나는 아마도 그게 책을 좀 내고 그걸 아무도 안 읽는다고 해도 그 일을 하고 가는 것으로 끝이다. 그것만 하면 된다. 다른 건 다 소용없고 내가 다른 걸 열심히 한다고 해서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오직 책에만 정성을 기울여 성과를 내고 이 세상을 가능하면 빨리 뜨자. 내 할 일 했으면 빨리 떠나자. 더 있어 봐야 별것 없다.
이제 막 쓴 A4 용지 글자 식당도 그렇고 뭔가 안 보다가 A4 용지에 깨끗하게 쓴 것만 눈에 잘 띈다. 사람들이 안 보면 이걸 이용하면 좋다. 식당에서 메뉴판에 있는 것은 눈에 잘 안 띄지만 새롭게 A4 용지에 따로 쓴 냉콩국수 같은 계절 메뉴는 아주 잘 본다. 다른 것보다 눈에 확 띄어 그런 것이다. 안 보려 해도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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