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1300년대 책을 좋아했던 페트라르카 — 이야기꾼이자 학자였던 조반니 보카치오 — 도통 알 수 없는 그리스어 — 덥수룩한 번역가 레온티우스 필라투스 — 역병 — 상실과 위로 — 세련된 언어 — 운명의 부침에 대응하는 법 — 미래의 광휘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장,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저자가 매 장 마다 이렇게 앞에 적어놨는데 이 장을 읽기 전에는 알쏭달쏭하다가 읽고나서 다시 읽으면 나름의 연상작용을 통해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각 장 별로 제 버전의 요약 키워드 매핑을 해보고 싶어져요. :)
처음에는 이게 뭐지 했는데 이해가 되었어요. 편집할때 #으로 했으면 더 좋았겠다 ㅋ 생각도 했구요 그래도 너무 좋네요
ㅎㅎㅎㅎ 인터넷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저도 앞에 #을 붙인 걸로 보입니다..
ㅎㅎ 동감입니다.
2장은 필사에 관한 에피소드로 넘쳐나고 위트있고 유머러스한 부분들도 나와 미소지으며 읽게 되네요. 필사를 안좋아하지만 낭독은 좋아하는지라 수도원의 필사실의 우울함과 활기찬 생산적 분위기를 만끽할수 있었습니다. 특히 베네딕토 수도사들이 필사한 책을 식사시간에 낭독하는걸 들으며 식사했다는 에피소드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노동자정치신문이나 맑스의 공산당 선언 신문같은 것을 노조원들이 일하는 중이나 식사시간에 읽어주는 전문 낭독 노동자가 있어서 노동자 교양을 끄때 그때 현장에서 하며 공장주와 공장장과 낭독투쟁을 벌였단 글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필사, 연구, 인쇄, 낭독 같은 지식의 공유가 아주 활발한 암흑기 중세의 편리들도 재미있네요. 1장보다 2장이 재미있어서 밑줄 쫙! 이 넘쳐납니다. ㅋㅋㅋ
저는 독서노트에 필사를 많이 하긴 하는데 조금만 발췌해서 쓰는데도 자꾸 철자가 틀리거나 개발새발;;; 게다가 손은 왜그리 아픈지... 예전 필사하던 수도사들 정말 이곳저곳 많이 아팠을 것 같아요.. 장미의 이름에서도 필사하는 수도사들의 이야기들 읽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구요. 전 실은 독서실이나 관리형 학원에서 절대 남들과 같이 공부하지 못하고 혼자서 집에서만 공부하는 이유가 낭독(?)하면서 공부를 해야 잘 외워지더라구요.. 반면 남편은 필사파.. 옛날에 깜지라고 종이가 까매질 정도로 열심히 필사하면서 공부하더라구요;;
저는 책 사 놓고 (읽지는 않고) 바라보기가 취미라 장미의 이름도 당연히 있긴 있는데요. 다들 초반 고비만 넘으면 된다던데.. 어렸을 때 영화 정말 재밌게 봤거든요. 수도사들 필사 장면만 책에서 찾아보고 싶네요. ㅎㅎ
말씀하신 부분 오늘 읽었어요. “인문학자 대부분은 자신의 뛰어난 지성을 뽐내는 것을 정말 좋아했으므로 이 마지막 조항을 잘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빵 터졌습니다 ㅎㅎ
수도원의 필사실은 우울한 곳일 수도 있고, 활기차고 생산적인 곳일 수도 있다. 베네딕토회 수도사들은 1년에 한 권의 서적을 개인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고, 낭독을 들으며 식사했다. 수도회의 규율 중에는 “낭독하는 내용에 대해서든 무엇에 대해서든 질문을 해서는 안 되는데 잡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내용도 있다. 규율에 따르면 농담을 해서도 안 됐고, 포도주가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으며, 어떤 개인적인 재주가 있더라도 거기에 자부심을 가져서는 안 됐다. 인문학자 대부분은 자신의 뛰어난 지성을 뽐내는 것을 정말 좋아했으므로 이 마지막 조항을 잘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93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실은 데카메론을 읽으면서 가끔 나오는 여성혐오가 진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에 소름이 끼쳤는데 (특히 마지막 날의 마지막 이야기인 그리셀다.. 흑 난 그 시대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아 정말 다행;;) 2장에서 크리스틴 드 피장의 '여인들의 도시' 이야기가 나와서 반갑네요. 전 솔직히 이 부분 외에는 정말 주워들은 라틴어 문구로 꺼드럭대며 실제로는 양아치처럼 행색하는 도련님들처럼 잘난맛에 사는 humanist들 같아서 2장의 자신들을 칭송하는 미사여구가 좀 오글거렸는데 여류작가들의 인간승리 부분과 출판업체 이야기는 재미있네요. ㅎㅎㅎ
고딕 폰트.. 읽기 힘들죠잉.. 쓰기도 힘듭니다.. 저 이런 글씨 쓰려고 캘리그래피 펜 샀다가 결국 포기;;;
이게 그나마 샤를마뉴 대제 덕에 읽고 쓰기 더 편해졌다는 Carolingian minuscule..
쓸데없이 화려하지만 인쇄술의 정수를 뽐내는 Poliphilo's Hypnerotomachia.. 근데 정작 내용은 참 허무하네요^^;;;
“책 역사학자 E. P. 골트슈미트는 이 책이 "현학자의 광적인 황홀경"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여느 위대한 책과 마찬가지로 광인이 썼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것은 인문학적인 황홀경과 광기다. 이 책은 언어와 시각적 아름다움이 주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p.125-126) “여느 위대한 책과 마찬가지로 광인이 썼다.” ㅋㅋ 요거 은근 명언인 듯 싶습니다.
정말 명문장이지요? ㅎㅎㅎㅎ 그러고보니 위대한 책도 위대한 사상도 어쩌면 광인, 적어도 어느 정도 비범한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탄생하는 듯..
에라스무스 토마스 모어 등 친숙한 이름들이 나오네요. 전 Aldus가 신과 딜치는 걸 보고 예전에 독서노트에 붙였던 만화가 생각났어요. 다른 독서노트는 괴테의 파우스트 예술제본전을 보고서 삘 받아서 제목이라도 형광펜으로 고딕 글자를 따라하려다가 폭망한 Faust 필사노트였습니다. 제본도 필사도 너무나도 어려운 장인 기술입니다..
엇, 저 reading list 도장 탐나네요 ㅋㅋㅋ 독서기록 꾸준히 남기는 게 참 어렵던데, 그림과 글, 꾸미기까지! 저의 로망을 실현하고 계셔서 즐겁게 보게 됩니다 ^^
저 도장을 근데 아마 누군가에게 줬던 것 같은데 그것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책도 문구도 만날 누구한테 주고 까먹는다는;;
저자가 페트라르카 선생이 ㅋㅋ 7~8세기 전의 인물임에도 참 가깝게 느껴지도록 서술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렇게나 둔 키케로 선생의 책에 발이 걸려 다치자 이게 뭡니까 키케로 선생? 했다는 에피소드 너무 웃기고요, 21세기의 나나 페트라르카나 책은 교류라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 서한집 '장르'를 한때 애정했던 독자로서 그 기원이 언제부터였을까 궁금해 했던 적이 있는데 키케로까지 올라간다는 데에서 꽤 놀랐어요. 지금까지 회자되는 고전은 확실히 꽤나 모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올초 19세기 작품인 프랑켄슈타인과 폭풍의 언덕을 읽고서도 깜짝깜짝 놀랐는데, 짧게 인용된 페트라르카의 문장들을 놀라워하면서 읽었어요(특히 이성이 기쁨, 슬픔과 대화하는 이야기). 시대가 이렇게나 다른 데도 인간의 정수는 그리 다르지 않은 건가?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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