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나의 운명은 온갖 다채롭고 혼란스러운 폭풍우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내 희망과 바람대로 내가 떠난 뒤에도 네가 오래도록 살아남는다면 너에게는 더 나은 시대가 찾아올 것이다. 이 망각의 잠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어둠이 흩어진 뒤 우리의 후손은 다시 과거와 같은 순수한 광휘 속에 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외국 박물관에 가면 온갖 화려한 칠과 금박 장식, 정성스러운 필체로 쓰여져 감탄하게 되는 필사본을 많이 보게 되는데, 1장을 읽으며 그 책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떻게든 구해서 필사하려고 했던 옛 사람들이 지금 이 시대를 보게 된다면 뭐라고 할까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1963년에 마틴 루터 킹 주니어가 썼다는 <버밍엄 교도소에서 보내는 편지>가 인용된 부분을 읽을 땐 쓰라리면서도 감탄했습니다. 먼 나라의 과거가 아니라 내 일인 듯 아프더군요. 힘 있는 글이었어요. 전문을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
정말 “읽는 사람의 마음을 무참히 흔들어놓는” 대목이었어요. 인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키케로식 도미문의 기교도 흥미로웠고요.
키케로에게 보내는 또 다른 편지에서는 그의 선택을 감히 비판하기도 한다. “왜 그리 많은 다툼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원한에 휘말리셨습니까? (…) 선생이 그토록 결함이 많은 사람이었다니 나는 수치스럽고 괴로워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에게 이 편지들은 팬레터가 아니라 삶의 문제들과 씨름했던 실수투성이 인간들과 나눈 의미 있는 대화였다. 그들은 여느 인간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잘못들을 저질렀지만, 페트라르카가 보기에 그들의 세상은 자신이 몸담은 세상보다 좀 더 지혜롭고 문명적인 곳이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54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이 대목에서는, 조금 생뚱맞지만 지난 두 달간 읽었던 <김규식과 그의 시대>가 생각났어요. 여느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역시 사람인지라, 결점이 있었고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럼에도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갔던 사람들..
맞아요. 저도 동감입니다. 더불어 애국자가 많아지면 나라가 망한 거란 말도요. ㅋㅋ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4월 9일 목요일과 내일 10일 금요일은 2장 '난파선 인양하기'를 읽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 부활이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 그 미래를 준비하던 기록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어요. 1장보다 훨씬 등장인물이 많아서 한참 앞에 올려둔 인물 카드를 참고하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따라서 휴머니즘과 안티휴머니즘 간의 대립은 종교와 종교적 회의 간의 대립과 결코 정확히 일치한 적이 없다. 무신론자가 안티휴머니스트일 수 있듯 대부분 종교는 휴머니즘적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가 구원받아야 하는 그릇된 존재라는 생각과 매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 34,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휴머니즘과 종교가 대립된다는 생각은 잘 해본 적이 없는데, 서문을 보니 휴머니즘이 겪은 시간들을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사람의 첫걸음은 비슷했다. 아버지가 정해준 직업에 반기를 드는 일이었다. 아버지의 말을 따르려면 페트라르카는 법조인이, 보카치오는 상인이나 성직자가 되는 길을 택해야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문학 하는 삶이었다. 젊은이 들의 대항 문화는 여러 형태가 있는데, 1300년대에는 키케로를 아주 많이 읽고 책을 모으는 형태로 나타났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 43,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대항 문화가 문학이었다니, 인문학 정신이 문학에 가장 많이 깃들어서 그런 것일까 싶네요.
위대한 작가들의 책을 마치 집으로 찾아온 손님처럼 대하기도 하고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한번은 바닥에 둔 키케로의 책에 발이 걸려 발꿈치에 멍이 든 적이 있는데 그때 그는 "이게 뭡니까. 키케로 선생? 왜 나를 치십니까?"라고 물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54,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오, 책과 대화를 하는군요. 과연 그럴 것 같습니다. 책이 속칭 한 사람의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든 것이라 책에 영혼이 있다고 봐도될듯 합니다. ㅋ
책에 영혼이 있다고 보면 정말 말 걸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국가주의와 포퓰리즘을 내세운 지도자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고 전쟁의 북소리가 울려 퍼질 때 인간과 지구의 미래에 대해 좌절하지 않기란 어렵다. 나는 이런 일들이 우리가 자유사상, 탐구, 희망을 포기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확신한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휴머니즘이 필요하다. p37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111쪽에 12세기 작곡가, 철학자, 의사, 신비론자로 빙엔의 힐데가르트가 한 줄로 소개되네요. 전에 허브 공부할 때 알게 되었는데 이 분 진짜 대단한 수녀시더라구요. 당시에 이 인물이 너무 신기해서 유튜브로 음악 찾아본 기억도 나서 검색해 보니 영상 속 악보의 글씨체가 브라촐리니의 휴머니스트 서체네요? 세상에... 정말 알아야 보이는 군요. 힐데가르트가 했던 약초 처방 중에 유명한 게 펜넬차를 마시는 거였대요. 펜넬은 소화를 돕는 허브로 잘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인도 가 보면 식당 카운터에 우리로 치면 사탕접시 놓는 곳에 펜넬 씨앗 접시가 놓여 있더라구요. 펜넬 씨앗은 달콤하면서도 살짝 화한 맛이 나서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esO-mdkUFJA
fennel 은 근데 장기간 다량 복용하면 estragole이라는 발암물질이 있어서 어린이 산모 등에게는 주시면 안 되요~
예전에 도서관에서 클래식 음악에 관한 강연을 들은 적 있는데, 첫 시간에 선생님께서 빙엔의 힐데가르트를 소개해주시며 클래식 음악사에서 엄청 중요한 분이라고 강조하셨던 게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그런데 작곡가이면서 철학자, 의사, 신비론자, 언어 발명까지? 그야말로 르네상스적 전천후 천재셨군요. 링크 감사해요. 독특하고 신비로운 음악 잘 들었습니다. 그레고리안 성가와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다르네요. 악보의 서체가 정말 104쪽에 나와있는 서체랑 똑같아요. (신기합니다.)
이성은 이렇게 말한다. "여성을 욕하는 사람은 비난의 대상이 되는 여성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 그리고 머릿속에 "여인들의 도시"를 짓고 이곳을 학문에 밝고 용감하며 영감을 주는 여성들로 채우라고 조언한다. 이것은 잊힌 자들을 되살려 살아있는 자들을 격려하는, 또다른 종류의 구원 활동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13,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여성 저자들의 책읽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 부스러기라도 긁어모아서 어떻게 해서든 여기 여성이 있었다, 라고 선언하니까. 이런 순간을 만날 때마다 강한 자매애를 느껴요. ㅋㅋㅋ 사라 언니 고마워, 언니 덕에 크리스틴 드 피잔이라는 분을 알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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