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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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년대에는 필사와 연구, 지식의 공유가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역사학자들은 이 시기를 ‘12세기 르네상스’라고 칭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아랍과 스페인을 거쳐 유럽으로 종이 제작 기술이 전해진 덕분이기도 하다. 옛 양피지를 지우지 않고도 필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종이는 낡은 옷감을 재료로 삼아 만들었는데, 최근 마르코 모스테르트가 내놓은 훌륭한 가설에 따르면, 사람들이 시골에서 도시로 옮겨 가던 시점이었고 도시에서는 속옷을 입는 사람을 더 세련된 사람으로 취급했기 때문에 낡은 옷감이 많이 나왔다. 속옷은 튼튼한 겉옷에 비해 더 빨리 닳아 버려졌기에 낡은 옷감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속바지가 문학을 낳은 셈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94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이처럼 탈라스 전투[751년, 당과 아랍의 전투]는 중앙유라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퇴조하는 결과를 초래했지만 역설적으로 중국의 문화가 이슬람 세계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투에서 생포된 중국인 2만 명 가운데 제지 기술자들이 이슬람권으로 제지술을 전파시킨 것이 좋은 예다. 중국의 서쪽에서 최초의 제지 작업장이 만들어진 곳이 사마르칸드였고, 이것이 바로 중국인 포로들에 의해 가능케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학자들의 연구로 밝혀진 바이다. 이렇게 해서 이슬람권에서 널리 명성을 얻게 된 ‘사마르칸드 종이’는 서아시아 여러 지역으로 전파되어, 칼리프 하룬 알 라시드(재위 786~809년)는 바그다드에 제지공장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그 뒤 제지술은 레반트와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확산되었고 마침내 유럽에까지 이르게 된다.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 김호동 지음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서구 중심의 세계사에 외면당하고, 소수민족의 역사를 흡수하려는 중국사의 그늘에 가려진 중앙유라시아 초원과 오아시스의 역사가 치밀한 사료 분석과 고증을 통해 새롭게 그린 총 113컷의 음영기복지도를 통해 세계사의 주역으로 되살아난다.
김호동 교수의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 저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몽골고비사막여행 가기전에 유라시아에 대해 공부하며 이 책과 르네 그루쎄의 <유라시아 유목제국사>를 읽고 여행갔다가 돌아와서 김호동 교수위 또다른 저작 < 근대중앙아시아의 혁명과 좌절> 도 사다놓고 읽으려고 웨이팅중 ㅋㅋㅋㅋ 유라시아사를 읽고 몽골과 실크로드 탐사를 가면 정말 보이는게 다릅니다.
오, 저도 르네 그루쎄 책이랑 병렬독서 했었어요. 저는 그루쎄의 책을 읽는 게 참 쉽지가 않아서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랑 같이 보지 않았으면 다 때려칠 뻔.. (어차피 다 잊어버리긴 했지만요 ㅎㅎ) 그런데 유라시아사를 읽으신 후 몽골/실크로드 답사를 가셨다니, 멋지십니다. 저도 실크로드 관련해서 정수일 선생님 책도 읽고싶고 그랬는데.. 항상 마음만 굴뚝이네요.
이븐 할둔의 <역사서설>도 사서 모시고 있는데 언제 읽을지... ㅋㅋㅋ
와, 어딘가에서 이름만 슬쩍 들어보았던 이븐 할둔..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언젠가 정재훈 선생님의 유목제국사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고대 유목제국사 3부작 세트 - 전3권2016년 아시아학자세계협의회(ICAS) 최우수학술도서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경상국립대 정재훈 교수와 1998년 이래로 중앙아시아사 분야 학술서와 교양서를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사계절출판사가 함께한 ‘고대 유목제국사 3부작’이 마침내 완간되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마음이 약해져 두 권을 불길에서 빼냈다. 키케로의 수사학 책과 베르길리우스의 시집이었다. 수사학은 법학 분야에서 일하려면 쓸모가 있을 것 같았고 시집은 머리를 식힐 때 좋을 터였다. 키케로와 베르길리우스는 언제나 페트라르카의 하늘에 떠 있는 별이었다. 이후에 태어난 인문학자들 역시 고대 전설을 아름다운 시로 빚어낸 베르길리우스와 누구보다 우아한 라틴어 산문으로 도덕과 정치에 관한 생각을 풀어낸 키케로를 존경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p.44~45,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그는 새로운 리비우스 단편이 여러 다른 형태로 손에 들어올 때마다 이미 가지고 있던 단편과 합쳐 한 권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은 다음 세기의 위대한 학자 로렌초 발라의 손에 들어갔다. 발라는 여기에 자신의 주석을 추가해 이를 더욱 발전시켰다. 바로 이것이 여러 세대에 걸친 인문학자들이 계속해서 즐겨 한 일로, 지식을 확장하고 근거를 바탕으로 문헌을 더 풍요롭고 더 정확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 시작은 페트라르카였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50,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존경하는 고전 시대 작가들을 마치 제 친구인 양 수신인으로 삼아 쓴 편지도 있다. 그런 편지에는 늘 붙이는 맺음말 대신 "산 자들의 땅으로부터"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이제 페트라르카의 편지를 읽는 우리가 (당분간은) 산 자들의 땅에 있고, 그는 반대편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에게 보낸 편지도 있다. 두 번째 선집에 있는 마지막 편지는 "후대에게"쓰였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53,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과거로 보내는 편지에 담긴 페트라르카의 재치와 지식 아래로 한 줄기 슬픔이 흐른다. 편지를 받아 보아야 할 사람들은 사라지고 없고 그들의 시대도 떠나갔다. 그런 위대한 시대가, 인물이 다시 존재할 수 있을까? 페트라르카와 동료들은 바로 이 점을 궁금해했고 그들은 그런 시대를 다시 가능하게 만들고 싶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54,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중세 학자 중에는 그리스어를 배운 사람들이 소수 있었지만 대체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수도원의 필사자들은 라틴어 문헌에서 그리스어가 나오면 "그리스어이므로 읽을 수 없다Graecum est, non legitur"라고 적었다.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로 쓰이는 "나한테는 온통 그리스어로 들린다It's all Greek to me"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62,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그러므로 언어를 잘 사용하는 일은 장식적인 요소를 덧붙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는 다른 사람들을 감화하고 일깨우는 일이며 또한 도덕적인 활동이다. 뛰어난 소통의 기술은 후마니타스, 즉 가장 인간적으로 사는 일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78,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페트라르카의 모든 글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익숙하게 알고 있던 행운의 변덕에 대한 저항(이자 방어)이다. 페트라르카는 상실에 저항하는 글을 썼다. 필사본을 발굴하고 자신이 쓴 편지를 모으고 위로 편지와 기타 작품을 저술하면서 그는 친구와 책을 비롯한 존재들의 멸망을 막아줄 방어벽을 쳤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82,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후손들이 다시금 자신들의 세상을 밝게 조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의 바람은 그날을 앞당기는 것이었다. 발굴하거나 필사할 수 있는 내용은 보존하고, 옛 형태를 새로이 변주함으로써 이 모든 것이 위태로울지언정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키는 것이었다. 등불이 다시 켜질 때까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84,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책 초반부에 겔프와 기벨린이 언급되었는데요, 찾아보니 겔프는 교황 지지, 기벨린은 황제를 지지하는 세력이라고 합니다. 당시 이탈리아는 여러 내부갈등이 있었고 교황권이 흔들리는 시기였다고 해요. 이런 혼란 속에 페트라르카와 같이 고전에서 인간에 초점을 둔 지혜들을 찾기 시작한 것이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시작이 된 것이라고 해요. :)
정말, 당시 이탈리아 지역의 역사는 장난없게 복잡한 것 같더라고요. (YG님이 추천해주셨던 작가 존 줄리어스 노리치 옹께서도 어느 책에서 그러시더라고요. 이탈리아는 내력이 너무 복잡한 탓에 그 역사를 서술하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라고, 그래서 본인은 책을 쓰면서 이탈리아 통일을 주세페 마치니만큼이나 손꼽아 기다렸다고 ㅎㅎ) 그런데 그런 혼란이 오히려 르네상스 휴머니즘을 꽃피우는 토양이 되었다니, 세상 일이라는 건 참 오묘합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더 세련되고 풍부한 도덕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남자아이들이 늘 도덕과 지혜의 본보기로 살아간 것은 아니다. 심지어 당대의 인문학 교육이 건방지고 말만 유창할 뿐, 어떤 순수한 지적 호기심이나 생각도 없는 유명 인사들만 만들어내는 기술이라는 인식도 팽배했다.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닌데 21세기 초 영국에서 나는 라틴어 명언이나 툭툭 던지며 졸렬한 짓을 하는 자가 꽤 높은 직위에 오른 사례를 목격한 바 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16-117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닌데 21세기 초 영국에서 나는 라틴어 명언이나 툭툭 던지며 졸렬한 짓을 하는 자가 꽤 높은 직위에 오른 사례를 목격한 바 있다.” ㅋㅋ https://naver.me/5mYMyDnV 보리스 존슨 | 시사상식사전 https://naver.me/xR0kSqIi 英 존슨의 현란한 독설 “유색인종과 여성에 대한 차별,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인신공격이란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똑같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이 초등학생 수준의 단어, 단순한 흑백 논리에 그치고 철자와 문법이 틀리곤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를 나와 신문기자로 일한 존슨은 '가장 좋아하는 고전(古典)'이라는 호머의 일리아드,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각종 역사서와 라틴어 경구, 중국 손자병법까지 동원해 비유적이고 현학적인 독설을 내뱉는다. 영국 엘리트 계층 특유의 오만함과 지적 허세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의 말폭탄을 듣고도 모욕인지 아닌지 구분을 못 할 정도다.”
하아;; 정말 고전 인용하고 철자법이 맞으면 머하나요;; 결국 내용물은 영국판 트럼프 아닌가요;;
와!! 이런 쓰레기들 배출을 위해 이런 비싼 교육을 받으셨다니.... 전 몰랐네요 @향팔 님 덕분에 알았습니다. 가끔 일반인들은 받지 못한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이러시는 분들 보면 답답하네요. 배워서 남 주면 안되는 걸까요? 자신의 쓰레기 발언에 힘을 싣기 위해서가 아니라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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