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국가주의와 포퓰리즘을 내세운 지도자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고 전쟁의 북소리가 울려 퍼질 때 인간과 지구의 미래에 대해 좌절하지 않기란 어렵다. 나는 이런 일들이 우리가 자유사상, 탐구, 희망을 포기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확신한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휴머니즘이 필요하다. p37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111쪽에 12세기 작곡가, 철학자, 의사, 신비론자로 빙엔의 힐데가르트가 한 줄로 소개되네요. 전에 허브 공부할 때 알게 되었는데 이 분 진짜 대단한 수녀시더라구요. 당시에 이 인물이 너무 신기해서 유튜브로 음악 찾아본 기억도 나서 검색해 보니 영상 속 악보의 글씨체가 브라촐리니의 휴머니스트 서체네요? 세상에... 정말 알아야 보이는 군요. 힐데가르트가 했던 약초 처방 중에 유명한 게 펜넬차를 마시는 거였대요. 펜넬은 소화를 돕는 허브로 잘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인도 가 보면 식당 카운터에 우리로 치면 사탕접시 놓는 곳에 펜넬 씨앗 접시가 놓여 있더라구요. 펜넬 씨앗은 달콤하면서도 살짝 화한 맛이 나서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esO-mdkUFJA
fennel 은 근데 장기간 다량 복용하면 estragole이라는 발암물질이 있어서 어린이 산모 등에게는 주시면 안 되요~
예전에 도서관에서 클래식 음악에 관한 강연을 들은 적 있는데, 첫 시간에 선생님께서 빙엔의 힐데가르트를 소개해주시며 클래식 음악사에서 엄청 중요한 분이라고 강조하셨던 게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그런데 작곡가이면서 철학자, 의사, 신비론자, 언어 발명까지? 그야말로 르네상스적 전천후 천재셨군요. 링크 감사해요. 독특하고 신비로운 음악 잘 들었습니다. 그레고리안 성가와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다르네요. 악보의 서체가 정말 104쪽에 나와있는 서체랑 똑같아요. (신기합니다.)
이성은 이렇게 말한다. "여성을 욕하는 사람은 비난의 대상이 되는 여성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 그리고 머릿속에 "여인들의 도시"를 짓고 이곳을 학문에 밝고 용감하며 영감을 주는 여성들로 채우라고 조언한다. 이것은 잊힌 자들을 되살려 살아있는 자들을 격려하는, 또다른 종류의 구원 활동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13,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여성 저자들의 책읽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 부스러기라도 긁어모아서 어떻게 해서든 여기 여성이 있었다, 라고 선언하니까. 이런 순간을 만날 때마다 강한 자매애를 느껴요. ㅋㅋㅋ 사라 언니 고마워, 언니 덕에 크리스틴 드 피잔이라는 분을 알게 되었어요!!!
짧고 강한 구원 받고 이만 퇴근합니다... 하... 낡고 지친 K-직장인... 다들 평온한 저녁 시간 되시길~
여러 학자, 작가, 가정교사들의 업적 뒤에는 이런 은밀한 노력이 있었다. 귀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처럼 보이고 싶어 했지만, 제자로 삼은 귀족들에 비해 보잘것없는 배경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페트라르카나 보카치오처럼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대신 인문학자의 길을 걷는 고통스러운 의식을 치른 사람도 많았다. 드물게 고용인이나 후원자를 찾으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당연히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큰 노력과 창의력을 기울였고 무심한 듯한 태도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휴머니스트들은 대체로 이런 역할을 꿈꿨다. 학문의 세계로 신선한 공기와 꽃을 가져오는 동시에 학문의 세계를 현실 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이다. 학자들은 여전히 난파선을 인양한다든가, 어둠에 빛을 비춘다든가, 수감자를 해방시킨다든가 하는 기존에 사랑받던 비유도 사용했다. 마누티우스는 자신이 만든 투키디데스의 『역사Histories』에 쓴 서문에서 “출판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좋은 책을 쓸쓸하고 음울한 감옥에서 해방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1100년대에는 필사와 연구, 지식의 공유가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역사학자들은 이 시기를 ‘12세기 르네상스’라고 칭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아랍과 스페인을 거쳐 유럽으로 종이 제작 기술이 전해진 덕분이기도 하다. 옛 양피지를 지우지 않고도 필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종이는 낡은 옷감을 재료로 삼아 만들었는데, 최근 마르코 모스테르트가 내놓은 훌륭한 가설에 따르면, 사람들이 시골에서 도시로 옮겨 가던 시점이었고 도시에서는 속옷을 입는 사람을 더 세련된 사람으로 취급했기 때문에 낡은 옷감이 많이 나왔다. 속옷은 튼튼한 겉옷에 비해 더 빨리 닳아 버려졌기에 낡은 옷감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속바지가 문학을 낳은 셈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94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이처럼 탈라스 전투[751년, 당과 아랍의 전투]는 중앙유라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퇴조하는 결과를 초래했지만 역설적으로 중국의 문화가 이슬람 세계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투에서 생포된 중국인 2만 명 가운데 제지 기술자들이 이슬람권으로 제지술을 전파시킨 것이 좋은 예다. 중국의 서쪽에서 최초의 제지 작업장이 만들어진 곳이 사마르칸드였고, 이것이 바로 중국인 포로들에 의해 가능케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학자들의 연구로 밝혀진 바이다. 이렇게 해서 이슬람권에서 널리 명성을 얻게 된 ‘사마르칸드 종이’는 서아시아 여러 지역으로 전파되어, 칼리프 하룬 알 라시드(재위 786~809년)는 바그다드에 제지공장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그 뒤 제지술은 레반트와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확산되었고 마침내 유럽에까지 이르게 된다.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 김호동 지음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서구 중심의 세계사에 외면당하고, 소수민족의 역사를 흡수하려는 중국사의 그늘에 가려진 중앙유라시아 초원과 오아시스의 역사가 치밀한 사료 분석과 고증을 통해 새롭게 그린 총 113컷의 음영기복지도를 통해 세계사의 주역으로 되살아난다.
김호동 교수의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 저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몽골고비사막여행 가기전에 유라시아에 대해 공부하며 이 책과 르네 그루쎄의 <유라시아 유목제국사>를 읽고 여행갔다가 돌아와서 김호동 교수위 또다른 저작 < 근대중앙아시아의 혁명과 좌절> 도 사다놓고 읽으려고 웨이팅중 ㅋㅋㅋㅋ 유라시아사를 읽고 몽골과 실크로드 탐사를 가면 정말 보이는게 다릅니다.
오, 저도 르네 그루쎄 책이랑 병렬독서 했었어요. 저는 그루쎄의 책을 읽는 게 참 쉽지가 않아서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랑 같이 보지 않았으면 다 때려칠 뻔.. (어차피 다 잊어버리긴 했지만요 ㅎㅎ) 그런데 유라시아사를 읽으신 후 몽골/실크로드 답사를 가셨다니, 멋지십니다. 저도 실크로드 관련해서 정수일 선생님 책도 읽고싶고 그랬는데.. 항상 마음만 굴뚝이네요.
이븐 할둔의 <역사서설>도 사서 모시고 있는데 언제 읽을지... ㅋㅋㅋ
와, 어딘가에서 이름만 슬쩍 들어보았던 이븐 할둔..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언젠가 정재훈 선생님의 유목제국사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고대 유목제국사 3부작 세트 - 전3권2016년 아시아학자세계협의회(ICAS) 최우수학술도서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경상국립대 정재훈 교수와 1998년 이래로 중앙아시아사 분야 학술서와 교양서를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사계절출판사가 함께한 ‘고대 유목제국사 3부작’이 마침내 완간되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마음이 약해져 두 권을 불길에서 빼냈다. 키케로의 수사학 책과 베르길리우스의 시집이었다. 수사학은 법학 분야에서 일하려면 쓸모가 있을 것 같았고 시집은 머리를 식힐 때 좋을 터였다. 키케로와 베르길리우스는 언제나 페트라르카의 하늘에 떠 있는 별이었다. 이후에 태어난 인문학자들 역시 고대 전설을 아름다운 시로 빚어낸 베르길리우스와 누구보다 우아한 라틴어 산문으로 도덕과 정치에 관한 생각을 풀어낸 키케로를 존경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p.44~45,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그는 새로운 리비우스 단편이 여러 다른 형태로 손에 들어올 때마다 이미 가지고 있던 단편과 합쳐 한 권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은 다음 세기의 위대한 학자 로렌초 발라의 손에 들어갔다. 발라는 여기에 자신의 주석을 추가해 이를 더욱 발전시켰다. 바로 이것이 여러 세대에 걸친 인문학자들이 계속해서 즐겨 한 일로, 지식을 확장하고 근거를 바탕으로 문헌을 더 풍요롭고 더 정확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 시작은 페트라르카였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50,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존경하는 고전 시대 작가들을 마치 제 친구인 양 수신인으로 삼아 쓴 편지도 있다. 그런 편지에는 늘 붙이는 맺음말 대신 "산 자들의 땅으로부터"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이제 페트라르카의 편지를 읽는 우리가 (당분간은) 산 자들의 땅에 있고, 그는 반대편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에게 보낸 편지도 있다. 두 번째 선집에 있는 마지막 편지는 "후대에게"쓰였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53,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과거로 보내는 편지에 담긴 페트라르카의 재치와 지식 아래로 한 줄기 슬픔이 흐른다. 편지를 받아 보아야 할 사람들은 사라지고 없고 그들의 시대도 떠나갔다. 그런 위대한 시대가, 인물이 다시 존재할 수 있을까? 페트라르카와 동료들은 바로 이 점을 궁금해했고 그들은 그런 시대를 다시 가능하게 만들고 싶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54,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중세 학자 중에는 그리스어를 배운 사람들이 소수 있었지만 대체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수도원의 필사자들은 라틴어 문헌에서 그리스어가 나오면 "그리스어이므로 읽을 수 없다Graecum est, non legitur"라고 적었다.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로 쓰이는 "나한테는 온통 그리스어로 들린다It's all Greek to me"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62,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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