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거북별85님의 문장 수집: "그러므로 언어를 잘 사용하는 일은 장식적인 요소를 덧붙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는 다른 사람들을 감화하고 일깨우는 일이며 또한 도덕적인 활동이다. 뛰어난 소통의 기술은 후마니타스, 즉 가장 인간적으로 사는 일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p78"
뛰어난 소통의 기술은 오늘날도 꼭!! 필요하지 않나요??? 서로 본인들 말만 하길 좋아해서리...^^;; 예전에는 몇몇 소수의 힘있는 사람들만 마이크를 가질 힘이 있었는데 오늘날은 많은 사람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런 시대가 온다면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사이좋게 들으며 합의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각자의 말만하는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는게 신기합니다. 왜 일까요??^^;;
반면 15세기 휴머니스트의 세계는 수도원보다는 도시를 기반으로 했다. 휴머니스트 남성은 개인 사무실이나 군주의 가정 내에서 개인 교사나 비서로일하거나 공적 영역에서 관리 혹은 사절로 일했다. 이 모든 역할에서 중요시 된 것이 인문학이다. 고전적으로 이 학문은 다섯 가지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문법, 수사학, 시학, 역사학, 도덕철학이었다. 잘 쓰고 말하고, 역사적 사례와 도덕철학을 잘 이해하는 능력은 공적 대화를 하고 글을 쓰고 정치를 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내리는 데 아주 좋은 발판이 되었다. 문제는 바로 거기 있었다. 당시의 부모들은 딸에게 그런 일을 시킨다는 것을 꿈조차 꾸지 못했다. 고귀한 가문의 여성은 집 안에 조신하게 숨어 살고 공적인 영역에서 철저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성은 연설할 일도 세련된 편지를 쓸 일도 없었다. 라틴어를 배울 필요도 없었고 지혜로운 선택을 위한 기술을 공부할 이유도 없었는데, 애초에 선택지가 주어질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육받지 못한 여성은 인문학이라는 영역으로부터 소외되어 있었다. 대신 정조와 절제의 미덕이 여성을 기다리고 있었고, 이 미덕을 갖는 데 교육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피렌체처럼 인문학이 번성하는 도시일수록 여성은 숨어 있어야 한다는 압박이 컸다. p112
초기 인쇄술은 뛰어난 기술이 문화적 지식과 결합하여 영속적인 가치를 만들어낸 아주 좋은 사례다. 에드워드 기번이 썼듯 독일의 기술공들은 "시간과 야만의 횡포를 비웃는 예술"을 탄생시켰다. p12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휴머니스트들은 대체로 이런 역할을 꿈꿨다. 학문의 세계로 신선한 공기와 꽃을 가져오는 동시에 학문의 세계를 현실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이다. 학자들은 여전히 난파선을 인양한다든가, 어둠에 빛을 비춘다든가, 수감자를 해방시킨다든가 하는 기존에 사랑받던 비유도 사용했다. 마누티우스는 자신이 만든 투키디데스의 <역사>에 쓴 서문에서 "출판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좋은 책을 쓸쓸하고 음울한 감옥에서 해방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p130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거북별85님의 대화: 가브리엘레 데 무시가 썼다는 문장인데 흑사병 때의 섬뜩하고 처절한 외로운 죽음이 느껴지네요. 그런데 흑사병에 대해 가장 실감나게 묘사한 소설이 있을까요? 엄청난 사건인데, 역사적으로 어떻게 기록되었는지 궁금해지네요.
저도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요거 어떠세요. YG님의 책에서도 소개된 SF작품이더라고요. 14세기 흑사병이 유행하는 중세 영국으로의 시간 여행.
[세트] 둠즈데이북 1~2 세트 - 전2권지금까지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로커스상 12회를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SF 그랜드마스터이자 지존으로 자리잡은 코니 윌리스의 대표작이자, 단편 '화재감시원'의 세계관을 이은 옥스퍼드 시간 여행 연작의 첫 장편 소설.
둠즈데이북 (합본판)지금까지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로커스상 12회를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SF 그랜드마스터이자 지존으로 자리잡은 코니 윌리스의 대표작이자, 단편 〈화재감시원〉의 세계관을 이은 옥스퍼드 시간 여행 연작의 첫 장편소설.
도롱님의 대화: 와 알록달록 예쁜 독서노트네요~ 그림도 잘 그리시는 군요!
감사합니다. 좀 암울한 시기에 암울한 책을 많이 읽어서 (페스트도 그렇고;;) 뭔가 좀 밝고 알록달록한 색칠공부를 많이 했네요^^;;
향팔님의 대화: 저도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요거 어떠세요. YG님의 책에서도 소개된 SF작품이더라고요. 14세기 흑사병이 유행하는 중세 영국으로의 시간 여행.
오오 이 책 정말 추천이요. 실은 팬데믹 때 페스트나 데카메론 많이들 읽으시던데.. 전 팬데믹 관련해서 이 책 정말 추천하고 싶어요..! 재미있습니다. 코니 윌리스 책 중에서도 제일 좋았어요.
인간의 삶을 향상하는 발명품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인쇄기는 회의적인 시각과 저항에 부딪혔다. 우르비노 공작은 인쇄된 책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독일의 베네딕토회 수도원장 요하네스 트리테미우스는 『필경사 예찬』에서 필사본이 인쇄본보다 낫다고 주장하며, 필사는 매우 유용한 정신적 활동이므로 수도사들이 이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책을 널리 읽히기 위해 인쇄본으로 출간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22-123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이 글에 달린 댓글 2개 보기
향팔님의 문장 수집: "인간의 삶을 향상하는 발명품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인쇄기는 회의적인 시각과 저항에 부딪혔다. 우르비노 공작은 인쇄된 책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독일의 베네딕토회 수도원장 요하네스 트리테미우스는 『필경사 예찬』에서 필사본이 인쇄본보다 낫다고 주장하며, 필사는 매우 유용한 정신적 활동이므로 수도사들이 이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책을 널리 읽히기 위해 인쇄본으로 출간했다."
“그리고 이 책을 널리 읽히기 위해 인쇄본으로 출간했다.” ㅋㅋㅋ 이렇게 빵빵 터지는 문장들이 은근 많네요.
향팔님의 문장 수집: "인간의 삶을 향상하는 발명품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인쇄기는 회의적인 시각과 저항에 부딪혔다. 우르비노 공작은 인쇄된 책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독일의 베네딕토회 수도원장 요하네스 트리테미우스는 『필경사 예찬』에서 필사본이 인쇄본보다 낫다고 주장하며, 필사는 매우 유용한 정신적 활동이므로 수도사들이 이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책을 널리 읽히기 위해 인쇄본으로 출간했다."
이들이 애초에 인쇄본을 싫어한 건 책을 희귀하고 값비싼 것으로 남겨둬 자신들만의 권위로 독점하려는 속셈에서 그런 것 같아요 ㅎㅎ
borumis님의 대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예전에 읽으면서 주인공들 이름 외우기 힘들어서 Franz Winterhalter의 그림을 따라그렸던 독서노트.. 이제 그 당시 충격적이었던 이야기들도 가물가물하네요. 기억나는 건 내가 그 당시 여자로 태어나지 않아서 참 다행이었다는 생각
독서노트도 이렇게 다꾸처럼 꾸미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는 거군요. 그림도 잘 그리시지만 필기체로 쓴 글씨가 넘 예뻐요.. ^^ 심장을 쥐고 있는 여자분.. 무섭네요 ㅎㅎㅋ;;
마누티우스는 […] 그리스어 고전도 인쇄하기 시작했는데 그 무렵 이탈리아에는 그리스어 전문가가 아주 많았다. 학자들이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에 그리스어를 가르치러 온 덕택이었는데, 특히 전 세계 기독교인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 이후 더 많은 이주가 이루어졌다. 바로 1453년 튀르키예의 콘스탄티노폴리스 정복이었다. 주민들은 피난을 떠나야 했지만 필사본을 챙길 시간은 있었다. 철학, 수학, 공학 등에 대한 그리스어 문헌으로 가득한 필사본들이었다. 이 모든 것은 이탈리아의 문화적, 지적, 기술적 영역을 확장하고 마누티우스와 지인들을 더욱 풍족하게 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29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이 글에 달린 댓글 1개 보기
향팔님의 문장 수집: "마누티우스는 […] 그리스어 고전도 인쇄하기 시작했는데 그 무렵 이탈리아에는 그리스어 전문가가 아주 많았다. 학자들이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에 그리스어를 가르치러 온 덕택이었는데, 특히 전 세계 기독교인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 이후 더 많은 이주가 이루어졌다. 바로 1453년 튀르키예의 콘스탄티노폴리스 정복이었다. 주민들은 피난을 떠나야 했지만 필사본을 챙길 시간은 있었다. 철학, 수학, 공학 등에 대한 그리스어 문헌으로 가득한 필사본들이었다. 이 모든 것은 이탈리아의 문화적, 지적, 기술적 영역을 확장하고 마누티우스와 지인들을 더욱 풍족하게 했다."
1453년 봄 10만 명이 넘는 군대가 콘스탄티노플을 포위하고, 5월에는 술탄 메흐메트 2세가 도시를 함락했다. 비잔틴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은 고전시대의 로마 세계와 15세기 이탈리아를 잇는 최후의 연결고리들 가운데 하나였다. 콘스탄티노플이 고전 문화에 관한 많은 지식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전달자의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된 데는 초기에 술탄 메흐메트의 공이 컸다. 이탈리아 위정자들의 정치적 야망과 문화적 취향에 친근한 매력을 느낀 술탄은 이탈리아 인문주의자들을 고용했다. 이들은 ‘술탄에게 매일 라에르티오스, 헤로도토스, 리비우스, 퀸투스 쿠르티우스 같은 고대 역사가들의 책과, 여러 교황들과 롬바르디아 왕들의 연대기를 읽어주었다’. 르네상스가 고전적 이상의 재탄생을 뜻한다면, 메흐메트는 이 이상의 추종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이스탄불 톱카프 궁전에 남아 있는 그의 서가에는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과 스포르차 가문이 가지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서적들이 꽂혀 있는데,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그 외에 그리스어, 히브리어, 아랍어로 된 서적들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뤄낸 제국과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제국을 비교했고, 스스로를 로마를 정복하고 성서로부터 나온 세 개의 종교-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를 통일할 능력을 가진 새로운 황제라고 믿었다. 제국적 권력을 열망하던 다른 많은 르네상스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메흐메트는 스스로 절대적인 정치적 권위를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확대하기 위해 지식, 예술, 건축을 이용했다.
르네상스 제리 브로턴 지음, 윤은주 옮김
향팔님의 대화: 저도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요거 어떠세요. YG님의 책에서도 소개된 SF작품이더라고요. 14세기 흑사병이 유행하는 중세 영국으로의 시간 여행.
오!! 감사합니다 @향팔 님과 @borumis 님과 @YG 님이 추천하는 책이라니!! 저장해두고 봐야겠네요^^
향팔님의 문장 수집: "1453년 봄 10만 명이 넘는 군대가 콘스탄티노플을 포위하고, 5월에는 술탄 메흐메트 2세가 도시를 함락했다. 비잔틴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은 고전시대의 로마 세계와 15세기 이탈리아를 잇는 최후의 연결고리들 가운데 하나였다. 콘스탄티노플이 고전 문화에 관한 많은 지식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전달자의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된 데는 초기에 술탄 메흐메트의 공이 컸다. 이탈리아 위정자들의 정치적 야망과 문화적 취향에 친근한 매력을 느낀 술탄은 이탈리아 인문주의자들을 고용했다. 이들은 ‘술탄에게 매일 라에르티오스, 헤로도토스, 리비우스, 퀸투스 쿠르티우스 같은 고대 역사가들의 책과, 여러 교황들과 롬바르디아 왕들의 연대기를 읽어주었다’. 르네상스가 고전적 이상의 재탄생을 뜻한다면, 메흐메트는 이 이상의 추종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이스탄불 톱카프 궁전에 남아 있는 그의 서가에는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과 스포르차 가문이 가지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서적들이 꽂혀 있는데,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그 외에 그리스어, 히브리어, 아랍어로 된 서적들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뤄낸 제국과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제국을 비교했고, 스스로를 로마를 정복하고 성서로부터 나온 세 개의 종교-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를 통일할 능력을 가진 새로운 황제라고 믿었다. 제국적 권력을 열망하던 다른 많은 르네상스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메흐메트는 스스로 절대적인 정치적 권위를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확대하기 위해 지식, 예술, 건축을 이용했다. "
당시 인문학자들은 참 다방면으로 취직을 했군요.
borumis님의 대화: 쓸데없이 화려하지만 인쇄술의 정수를 뽐내는 Poliphilo's Hypnerotomachia.. 근데 정작 내용은 참 허무하네요^^;;;
“책 역사학자 E. P. 골트슈미트는 이 책이 "현학자의 광적인 황홀경"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여느 위대한 책과 마찬가지로 광인이 썼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것은 인문학적인 황홀경과 광기다. 이 책은 언어와 시각적 아름다움이 주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p.125-126) “여느 위대한 책과 마찬가지로 광인이 썼다.” ㅋㅋ 요거 은근 명언인 듯 싶습니다.
알마님의 대화: 111쪽에 12세기 작곡가, 철학자, 의사, 신비론자로 빙엔의 힐데가르트가 한 줄로 소개되네요. 전에 허브 공부할 때 알게 되었는데 이 분 진짜 대단한 수녀시더라구요. 당시에 이 인물이 너무 신기해서 유튜브로 음악 찾아본 기억도 나서 검색해 보니 영상 속 악보의 글씨체가 브라촐리니의 휴머니스트 서체네요? 세상에... 정말 알아야 보이는 군요. 힐데가르트가 했던 약초 처방 중에 유명한 게 펜넬차를 마시는 거였대요. 펜넬은 소화를 돕는 허브로 잘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인도 가 보면 식당 카운터에 우리로 치면 사탕접시 놓는 곳에 펜넬 씨앗 접시가 놓여 있더라구요. 펜넬 씨앗은 달콤하면서도 살짝 화한 맛이 나서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esO-mdkUFJA
예전에 도서관에서 클래식 음악에 관한 강연을 들은 적 있는데, 첫 시간에 선생님께서 빙엔의 힐데가르트를 소개해주시며 클래식 음악사에서 엄청 중요한 분이라고 강조하셨던 게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그런데 작곡가이면서 철학자, 의사, 신비론자, 언어 발명까지? 그야말로 르네상스적 전천후 천재셨군요. 링크 감사해요. 독특하고 신비로운 음악 잘 들었습니다. 그레고리안 성가와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다르네요. 악보의 서체가 정말 104쪽에 나와있는 서체랑 똑같아요. (신기합니다.)
향팔님의 문장 수집: "1453년 봄 10만 명이 넘는 군대가 콘스탄티노플을 포위하고, 5월에는 술탄 메흐메트 2세가 도시를 함락했다. 비잔틴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은 고전시대의 로마 세계와 15세기 이탈리아를 잇는 최후의 연결고리들 가운데 하나였다. 콘스탄티노플이 고전 문화에 관한 많은 지식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전달자의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된 데는 초기에 술탄 메흐메트의 공이 컸다. 이탈리아 위정자들의 정치적 야망과 문화적 취향에 친근한 매력을 느낀 술탄은 이탈리아 인문주의자들을 고용했다. 이들은 ‘술탄에게 매일 라에르티오스, 헤로도토스, 리비우스, 퀸투스 쿠르티우스 같은 고대 역사가들의 책과, 여러 교황들과 롬바르디아 왕들의 연대기를 읽어주었다’. 르네상스가 고전적 이상의 재탄생을 뜻한다면, 메흐메트는 이 이상의 추종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이스탄불 톱카프 궁전에 남아 있는 그의 서가에는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과 스포르차 가문이 가지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서적들이 꽂혀 있는데,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그 외에 그리스어, 히브리어, 아랍어로 된 서적들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뤄낸 제국과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제국을 비교했고, 스스로를 로마를 정복하고 성서로부터 나온 세 개의 종교-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를 통일할 능력을 가진 새로운 황제라고 믿었다. 제국적 권력을 열망하던 다른 많은 르네상스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메흐메트는 스스로 절대적인 정치적 권위를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확대하기 위해 지식, 예술, 건축을 이용했다. "
우리 책에서는 1453년 오스만의 콘스탄티노플 정복으로 지식인들이 책을 챙겨 이탈리아로 다 옮겨갔다는 뉘앙스로 말하지만, 제리 브로턴의 책에서는 메흐메트 2세도 유럽의 르네상스 군주들처럼 책을 모으고 인문학자들을 고용하고, 동서양의 지식을 섞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네요.
도롱님의 대화: 책 초반부에 겔프와 기벨린이 언급되었는데요, 찾아보니 겔프는 교황 지지, 기벨린은 황제를 지지하는 세력이라고 합니다. 당시 이탈리아는 여러 내부갈등이 있었고 교황권이 흔들리는 시기였다고 해요. 이런 혼란 속에 페트라르카와 같이 고전에서 인간에 초점을 둔 지혜들을 찾기 시작한 것이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시작이 된 것이라고 해요. :)
정말, 당시 이탈리아 지역의 역사는 장난없게 복잡한 것 같더라고요. (YG님이 추천해주셨던 작가 존 줄리어스 노리치 옹께서도 어느 책에서 그러시더라고요. 이탈리아는 내력이 너무 복잡한 탓에 그 역사를 서술하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라고, 그래서 본인은 책을 쓰면서 이탈리아 통일을 주세페 마치니만큼이나 손꼽아 기다렸다고 ㅎㅎ) 그런데 그런 혼란이 오히려 르네상스 휴머니즘을 꽃피우는 토양이 되었다니, 세상 일이라는 건 참 오묘합니다.
이 모임 시작할 때 영화 <백발마녀전>(1993) 얘기가 잠시 나왔었지요. 저는 ‘20세기 소년’ 시절 열광했던 <동방불패>(1992)도 떠오르더군요. 아시다시피 <동방불패>의 원천은 제가 아끼는 작가 김용의 소설 『소오강호』입니다. 10대 시절, ‘웃으며 오만하게 세상을 노니는’ 주인공 영호충의 삶은 제가 가장 닮고 싶은 자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책을 읽다 보니, “느긋하고 무심한 듯 태연한 자세”를 취하는 카스틸리오네의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가 영호충의 모습과 절묘하게 겹치더군요. 물론 미묘한 차이는 있습니다. 도교의 ‘무위자연’이 본연의 자연스러움을 지향한다면, ‘스프레차투라’는 궁정이라는 치열한 생존 현장에서 자신의 노력을 은폐함으로써 탁월함을 증명하는 고도의 사회적 기술이니까요. 16세기 초반 르네상스 인문주의자의 ‘여유 있는 척하는 기술’과,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해방되려는 강호의 철학. 전자는 타인에게 더 인정받으려는 시도이고 후자는 그런 인정 따위는 필요 없다는 태도인데, 그 결과가 ‘자연스러움’이라는 하나의 점으로 수렴된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습니다. 어느 쪽의 ‘자연스러움’이든 타인이 보기에는 똑같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혹시 『소오강호』의 그 호방한 기운을 기억하시나요? 영화 <동방불패>에서는 임청하(임영영)의 매력에 영호충의 호방함이 가려진 면이 있습니다만. 사실, 영화 속의 영호충은 지질해 보이기까지 하죠. :)
동방불패사부의 위선에 실망한 수제자 영호충은 추동자들과 유랑길에 오르며 일원신교의 무사 임영영을 만나 회포를 풀기로 하지만 약속장소는 누군가의 습격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혼란에 휩싸인 그는 향문청으로부터 동방불패의 술책을 듣게 되고 도음을 요청한다. 자객의 습격에서 동방불패를 구해준 영호충은 그의 정체를 모른 채 사랑에 빠지고 마침내 계략에 빠져 동방불패의 애첩을 그로 착각하고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동방불패의 정체를 훔쳐보게 된 임영영의 심복 남봉황은 동방불패에 쫓기게 되고 동방불패는 부하들을 이끌고 임아행이 있는 주막으로 쳐들어가는데...
소오강호 1~8 세트 - 전8권김용의 대하역사무협소설. 김용이 <소오강호>를 집필할 때, 중국에서는 문화대혁명과 권력 투쟁이 한창이었다. <소오강호>는 영호충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이들의 오만과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이야기다.
이 글에 달린 댓글 2개 보기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4,50대 세컨드 커리어를 위한 재정관리 모임노후 건강을 걱정하는 4,50대들의 모임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커리어와 나 사이 중심잡기 [김영사] 북클럽
[김영사/책증정]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는 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구글은 어떻게 월드 클래스 조직을 만들었는가? <모닥불 타임> [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
[여성]을 다양하게 말하기
[책증정] 페미니즘의 창시자,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자 《메리와 메리》 함께 읽어요![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책증정]『빈틈없이 자연스럽게』 반비 막내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클래식 2025] 9월, 제 2의 성 [도서 증정] 《여성은 나약하고 가볍고 변덕스럽다는 속설에 대한 반론》 함께 읽기[도서 증정] <문제적 여성들의 북클럽> 번역가와 함께 읽기
그믐의 대표 작가, 조영주
[책 증정] <탐정 소크라테스> 조영주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증정] 작가와 작가가 함께 등판하는 조영주 신작 <마지막 방화> 리디셀렉트로 함께 읽기[장맥주북클럽] 1. 『크로노토피아』 함께 읽어요[박소해의 장르살롱] 19. 카페 조영주로 오세요
4월 12일은 도서관의 날! 도서관과 함께 했어요.
[경상북도교육청 구미도서관] 박준 시인 북토크 <계절 산문> 온라인 모임첫 '도서관의 날'을 기념하는 도서관 덕후들의 독서 모임[서강도서관 x 그믐] ③우리동네 초대석_차무진 <아폴론 저축은행>
짧은 역사, 천천히 길게 읽고 있습니다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 그림책 좋아하세요?
벽돌책 사이, 그림책 한 칸 (부제: 내가 아는 29가지 기쁨의 이름들)[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도서 증정] 《조선 궁궐 일본 요괴》읽고 책 속에 수록되지 않은 그림 함께 감상하기!"이동" 이사 와타나베 / 글없는 그림책, 혼자읽기 시작합니다. (참여가능)
제발디언들 여기 주목! 제발트 같이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6) [제발트 읽기] 『전원에서 머문 날들』 같이 읽어요[제발디언 참가자 모집] 이민자들부터 읽어 봅시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세상 속으로!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
봄에는 봄동!
단 한 번의 삶방랑자들여자에 관하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편견을 넘어 진실로: 흑인문화 깊이 읽기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5.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루시우 데 소우사
작가님과의 풍성한 대화
잃어버린 나와 내 로맨스의 복원🛠️『사랑도 복원이 될까요?』함께 읽기저자와 함께 읽는『허즈번즈』- 결혼 후, 남편이 한 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
어렵지 않은 물리학
[다산북스/책 증정] 『모든 계절의 물리학』을 저자 &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증정] SF가 상상하고 과학이 증명하다! 《시간의 물리학》 북클럽마음의 그림자 :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저 펜로즈의 양자역학적 의식 연구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