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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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이 책을 병렬독서하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제 기준 벽돌책이라 입맛만 다시게 됩니다. 짧게나마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페트라르카는 무지는 선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신앙이 독실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오직 신적인 것들에 대해 사유하고 경전만 읽는 삶, 혹은 아무것도 읽지 않는 삶이 기독교인의 삶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페트라르카는 지식과 배움의 편에 서 있었다. 말과 관념으로 이루어진 건전한 풍요를 원했다 61
당연한 사실이지만 더 세련되고 풍부한 도덕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남자 아이들이 늘 도덕과 지혜의 본보기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당대의 인문학 교육이 건방지고 말만 유창할 뿐, 어떤 수수한 지적 호기심이나 생각도 없는 유명 인사들만 만들어내는 기술이라는 인식도 팽배했다. 이것도 틀린말은 아닌데 21세기 초 영국에서 나는 라틴어 명언이나 툭툭 던지며 졸렬한 짓을 하는 자가 꽤 높은 직위에 오른 사례를 목격한 바 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116~117,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휴머니스트들은 대체로 이런 역할을 꿈꿨다. 학문의 세계로 신선한 공기와 꽃을 가져오는 동시에 학문의 세계를 현실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이다. 학자들은 여전히 난파선을 인용한다든가, 어둠에 빛을 비춘다든가, 수감자를 해방시킨다든가 히는 기존에 사랑받던 비유도 사용했다. . . . 판본을 비교하고 오류를 바로 잡으려고 애쓰고 탐정이나 판관, 역사학자처럼 일하면서 증거를 모으고 평가하기 위한 기술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러나 계속 사본을 비교하다보면 마침내 가장 그럴법한 해석이 드러난다. 뒤죽박죽이 된 증거를 너무 오래 살피다보면 어떤 문헌이 가짜라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혹은 이 모든 활동을 즐기다보면 일부 권력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위험에 빠질수 있다. 문학을 좋아하는 무해한 한량이 아니라 위험한 이단자나 도발적인 '이교도'로 여겨지는 것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130~131,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2장에서 필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제가 가지고 있는 고종석 선생님의 필독필사 책 내용 중 에피쿠로스 부분 사진으로 올려봅니다.
<뒤늦은 2장 감상> 1. 에피쿠로스와 데모크리토스 학파에 대한 부분은 얼마 전 읽은 칼 세이건 <코스모스>에서 읽은 부분의 보충 설명을 듣는 듯했음. 2.브라촐리티의 필사본을 10년간 주인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혼자만 독점한 니콜리, 얼마나 좋았으면 그렇겠나 싶으면서도 솔직히 황당함. 내 옆에 저런 인간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생각해 봄. 3.공부를 엄청 좋아하진 않지만, 여성에게 교육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그 긴 세월 중 어느 때인가에 태어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싶음. 4.스프레차투라를 실천해야 한다고 하면서 뒤로 죽어라 수정했던 카스틸리오네의 시치미가 재밌었다. 요즘도 이런 작가 분명 많겠지. ㅎㅎ 5.실수로 책을 불태우고 미친 사람 같은 코드로의 행동이 웃펐다. 얼마나 절망했으면. 6.저자가 그래도 인쇄술이 중국과 한국에서 오래전에 개발되었다고 말해준 것이 전보단 나아진 상황 같음. 금속활자 인쇄술이 한국이 훨씬 앞섰단 걸 써줬으면 하는 바람은 아직 무리인가? 7.구텐베르크가 인쇄술 개발 후 면죄부를 먼저 대량으로 찍고 성경을 찍은 게 참 아이러니함. 8.물론 성격이야 조금 다르지만, 인쇄술 개발 초기에 필사본보다 인쇄본을 낮춰 봤다는 데서 요즘의 신문물이 떠올랐음. 9.흑사병에서 살려주면 인쇄업을 관두겠다고 하느님과 약속했다가 살만 하니 마음 바꿔 먹은 마누티우스나, 규칙을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데 일가견이 있어 약속을 무효로 만들어 준 알렉산데르 6세, 둘 다 귀엽다고 해야 하나. ㅎㅎ 10.다양한 초기 서체 개발 역사가 흥미로움. 요즘의 폰트 디자이너도 떠오르고. 11.유토피아를 쓴 토머스 무어가 에라스뮈스 친구였다니. 예나 지금이나 출판계는 좁은 바닥?
저도 4번 재밌었어요. 스포레차투라. 한번쯤 기억해 두면 좋을 것 같긴합니다만 몇초나갈까 싶네요. ㅠ 근데 작가님도 그중 한 분 아닌가요? ㅋㅋ
@stella15 님. 저는 4번도 4번인데 7, 9, 11번이 특히 재밌더라고요. ㅎㅎ 같은 인쇄기로 저런 상반된 문서를 찍었다는 아이러니나, 살만 하니 말 바꾼 마누티우스의 일화가요. ㅎㅎ 그런데 저는 '스포레차투라' 이런 거 하고 싶어도 체질 상 못한답니다. 물어보는 건 다 술술 불고 뭐든 표정에 드러나는 entp라서 가끔 억울해요. ㅠㅠ
발라는 어쨌든 원칙에 근거해서 문헌을 바로잡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권위에 대한 두려움 없이 위조된 기증장에 학문적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후원자를 기쁘게 했고, 덕분에 자신이 감행했던 모든 겁 없는 학문적 도전이 가져온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아레발로는 그런 암울한 상황에서도 그들이 편지를 썼을 뿐만 아니라 평소와 다름없이 세련된 언어를 사용했다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페트라르카의 편지에서 보았듯이 인문학자들은 고통을 최대한 우아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호하고 신비로운 침묵에 대한 숭배는 무지에 대한 숭배만큼이나 이들의 마음을 끌지 못했다. 세련된 언어를 쓰는 행위는 탄압의 근거가 된 가치관을 긍정하는 자세이기도 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좋은 통치를 하는 정부를 원한다는 것은 혼란이 아닌 질서, 전쟁이 아닌 평화, 굶주림이 아닌 풍요, 그리고 우매함이 아닌 현명함을 원한다는 의미였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비트루비우스는 비율을 도출한 방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남자가 팔다리를 벌리고 누웠을 때, 그 남자의 배꼽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는데 그 원주는 손가락과 발가락을 지나간다. 다리를 다시 모으면 두 팔의 길이와 몸의 길이를 바탕으로 정사각형을 만들 수 있다. 15세기와 16세기의 예술가들은 이 비트루비우스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인쇄용 서체 디자이너도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의 몸을 본떠 글자를 만들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주말 잘 보내셨나요? 이번 주는 조금 바쁜 일정이에요. 3장부터 6장의 전반부까지 달립니다. 오늘 내일은 3장, 그리고 분량도 상대적으로 적고 잘 읽히는 4장 수요일, 5장 목요일, 6장 전반부까지 읽고 주말로 들어가요. 일단, 오늘 4월 13일 월요일과 내일 14일 화요일은 3장 '선동가와 이교도들'을 읽습니다. 비판적 문헌학의 선구자이자 르네상스 회의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로렌초 발라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교황의 고문에도 굴하지 않았던 폼포니오 레토와 바르톨로메오 폴라티나 같은 휴머니스트부터 빌런 지로니모 사보나롤라 등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3장의 인물 카드도 준비했습니다. :)
와우! 이렇게 예쁘게 정리해 주시다니 감동입니다. 전 사실 2부 읽을 때부터는 사람 이름은 그냥 날리고 그 분들이 어떠한 일을 했는지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보카치오/단테/페트라르카 외엔...흑
저두요 ㅋㅋ 들어본 이름은 눈에 익는데 그렇지 않은 이름은 흑흑 ㅠ 3장 인물은 그래서 출력했어요 ㅋㅋ
@꽃의요정 @오구오구 이렇게 또 자주 접하다 보면 "들어본 이름"이 되고 그러지 않겠습니까? :)
우리가 우리의 적보다 훨씬 더 뛰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이렇다. 군대의 규율과 훈련에 집착하는 스파르타와는 달리 아테네는 자유와 조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스파라트는 폐쇄적이지만 우리는 공개적으로 세계와 무역을 한다. 저들은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려고 가혹하게 다루지만,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유를 가르친다. 저들은 위계를 따지지만, 아테네에서는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시정에 참여한다. (3장, 159쪽) 대체로 이 두 도시(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상황은 묘사된 것과 좀 달랐다. 아테네는 조화롭기는커녕 사회적 불안으로 역병과 폭동이 일어났고, 스파르타와 치른 전쟁에서도 결국 패배했다. 피렌체 역시 여러 왕가 간의 갈등, 모의, 정권 교체 등으로 엉망진창이었고 대체로 불안정했다. (3장, 160쪽)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장, 159쪽, 160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페리클레스의 연설을 새삼 다시 읽고 베이크웰의 추가 설명까지 곁들여보니,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제도의 우월함을 설파하는 시각에는 실로 유구한 전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위 ‘승자의 기록’으로 역사를 재편하는 휘그주의적(Whiggish) 낙관론의 뿌리인 셈이죠. (이 책도 그런 휘그주의적 진보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말씀드렸었죠?) 예를 들어, 제가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북트리거)의 1장(『쌀과 소금의 시대』 편)에서 소개했던 ‘대분기(Great Divergence)’ 논쟁에서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 강력하게 존재합니다. 왜 산업화는 서양, 특히 영국에서 먼저 시작되었는가? 이에 대해 제도주의적 시각을 가진 이들은 영국이 1688년 명예혁명 이후 확립한 자유 시장(자유주의)과 절차적 민주주의의 전통이 있었고, 그 안정적인 제도적 자장 안에서 부르주아 기업가와 발명가의 혁신이 꽃필 수 있었다고 논증합니다. 바로 이런 시각을 견지하는 ‘신제도주의’ 학파의 거두들이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휩쓸기도 했습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와 『권력과 진보』로 유명한 대런 아세모글루, 제임스 로빈슨, 그리고 사이먼 존슨이 그 주인공이죠. 특히 『권력과 진보』는 우리가 2023년 9월에 함께 읽으면서 의견을 나누기도 했었죠. 2024년 10월에 함께 읽은 『중국 필패』 역시 같은 맥락에 서 있습니다. 과거 제도와 왕권을 강화하는 경직된 관료제 전통이 지배적인 중국에서는 서양식 과학기술 혁신이 지속되는 데 한계가 있으리라는 서구 중심적 제도 결정론이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베이크웰이 묘사한 실제 아테네와 피렌체의 모습을 보면, 우리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과연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부와 혁신을 추동하는 필수적인 ‘엔진’인가 하는 점입니다. 흔히 우리는 민주적인 제도가 갖춰져야 혁신이 일어난다고 믿지만, 역사가 보여주는 진실은 오히려 혁신은 ‘제어 불가능한 무질서’와 ‘불안정한 자유’의 틈바구니에서 잉태되었습니다. 아테네와 피렌체는 제도가 완벽해서 번영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역동적인 충돌이 일어났던 곳입니다. 그렇다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진짜 역할은 엔진이 아니라 ‘제어 장치’ 혹은 ‘완충 지대’가 아닐까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혁신의 절대적 전제 조건이라기보다, 혁신이 초래하는 파괴적 결과나 비대해진 권력의 폭주를 제어하기 위해 인류가 고통스럽게 발명해 낸 ‘불편하지만 필수적인 도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베이크웰이 말한 인간의 가능성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안정된 제도’라는 환상이 아니라, 무질서 속에서도 끊임없이 서로를 제어하고 설득하는 그 피곤한 과정 자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 파국의 시대를 건너는 필사적 SF 읽기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 2024 노벨경제학상 수상작가왜 어떤 나라는 가난하고, 어떤 나라는 부유한가. 여기 실패한 국가들이 있다. 가난, 부정부패, 형편없는 교육으로 신음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들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권력과 진보 -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연구를 토대로, 정치적·사회적 권력이 어떻게 기술 발전의 방향을 ‘선택’하는지, 그리고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를 치밀한 논증과 함께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2018년 국가 주석 임기 제한이 폐지되면서 중국은 사실상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로 돌입했다. 이후 중국은 세계 질서에 가히 위협적이라 할 수 있는 행적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중국을 이해할 수 있을까? 현 MIT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중국-인도 연구센터 주임인 미국 내 중국 전문가 야성 황 교수는 과거의 문명국가, 현대의 문제국가 중국을 읽는 새로운 접근, ‘EAST 공식’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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