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몽테뉴는 앞서 온 에라스뮈스처럼 광적인 추종을 광적으로 멀리했다. "모든 종교가 보편적으로 용인하는 믿음, 즉 대량 학살과 살인을 저질러 하늘과 자연을 기쁘게 한다는 생각"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도 경계의 신을 존경했으며 만사에 중도를 택했고 대체로 관용과 화합을 추구하려고 애썼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39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자기 자신도 다스리지 못하고 온갖 공격에 노출된 이 불행하고 연약한 존재가 우주의 주인이자 황제로 군림하려고 하다니 이처럼 우스꽝스러운 일이 또 있는가? 우주를 다스리기는커녕 티끌만큼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이?" (241쪽) "좋은 인간이자 제대로 된 인간 역할을 하는 것만큼 아름답고 정당한 것은 없고, 이 삶을 어떻게 잘 살고 자연스럽게 살아야 할지 아는 것보다 구하기 어려운 지식은 없으며, 가장 미개한 질병은 우리 존재에 대한 혐오다." (240쪽)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이렇게 몽테뉴는 도덕주의자로서 글을 쓰지만,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도덕주의자로서 쓰고, 어떤 일관적인 도덕률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정치적이지만 의견을 피력하는 방식은 회피하고, 사적 자유를 고집하고 순응을 거부하는 방식이다. 몽테뉴의 교육 이론에는 학교도, 수사학 과제도, 그 어떤 강요도 없다. 예절, 형식, 선행, 아니, 거의 모든 것에 대해서 "하지만 알 수 없다"라는 식의 말을 끊임없이 덧붙이거나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이라고 말하면서 뜻밖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런 새로운 관점들이 나오는 이유는 몽테뉴가 다양하고 다채로운 시각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와 다른 1000가지 삶의 방식이 있다고 믿고 상상한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43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3세기 후 이마누엘 칸트가 한 말이 진실에 더 가깝다. "인간의 재료가 된 비뚤어진 나무로는 그 어떤 곧은 것도 만들 수 없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69p,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조지 엘리엇은 허구적인 소설을 읽으면 실질적인 도덕적 이득이 생긴다고 믿었는데 연민의 고리, 즉 요즘 우리가 "공감"이라고 하는 것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한 에세이에 이렇게 쓰기도 했다. "우리가 예술가로부터 빚진 가장 큰 혜택은, 그것이 화가든 시인이든 소설가든, 바로 연민의 확장이다. (…) 위대한 예술가가 그려낼 수 있는 인간 삶의 그림은 아무리 하찮고 이기적인 사람이라도 깜짝 놀라게 만들어 자기와 동떨어진 것에 관심을 두게 하는데 이것은 도덕 감정의 원재료라고 부를 수 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47-248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요소도 있다. 타인의 고통을 단지 이해하고 동정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더 나은 일은 그런 고통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방지하는 것이다. 엘리엇도 이렇게 생각했고 몽테뉴의 시대와 엘리엇의 시대에 살았던 여러 저술가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들의 사상에는 종종 '계몽주의'라는 이름이 붙는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48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259쪽 엘리엇의 전기 작가 로즈메리 애슈턴은 멜리오리즘(개선주의)을 “이 세상이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세상 중에서 최선도 최악도 아니며 인간의 노력으로 어느정도까지는 향상할 수 있고 고통도 부분적으로는 줄 일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정의 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말해서 계몽주의와 휴머니즘 사상가들은 다음 세상보다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으며 신보다는 인간을 더 중요시 한다. 양쪽 다 이성과 과학적 앎을 사용하고, 기술과 정치의 향상을 이루는 것이 더 나은 삶을 향한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다. 264쪽 볼테르는 이렇게 썼다. “기적은 본래 감탄할만한 일 이라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모든 것이 기적적이다. 자연의 놀라운 질서, 수백만 개의 태양 주변을 도는 수억 개의 구체, 빛의 활동, 동물의 생명 활동은 무궁한 기적이다.” 266쪽 휴머니스트와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이렇게 해서 오래된 생각으로 되돌아갔다. 이 인간적이고 도덕적인 세상을 위한 가장 좋은 기초는 동료 의식을 가지고 서로를 대하려는 우리의 타고난 경향에 있다는 생각이다. 그 동료의식은 ‘연민’이나 공감일 수도 있고, 인이나 우분투가 나타내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일 수도 있다. 282쪽 유죄 판결을 받은 칼라일은 도체스터 감옥에서 2년 동안 징역을 살았다. 그가 수감되자 처음에는 아내 제인이 계속해서 인쇄기를 돌렸다. 그러다가 제인 역시 붙잡혀 남편이 있는 도체스터로 보내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누이 메리 앤 칼라일이 인쇄를 맡았다. 그리고 결국 누이도 감옥에 갇혔다. 세 사람 모두 같은 방에 수감되었다. 칼라일은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고, 쓴 글은 몰래 반출하거나 나중을 위해 잘 보관해 두었다. 288쪽 신학 이론과 체계에 기반한 지극히 오만한 관점보다 꾸밈없는 정직함과 너그러움 한톨이 사람의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데이비드 흄) 289쪽 이성은 도울 수 없을지 몰라도 자연이 즉시 일상의 즐거움으로 그를 현혹하여 “우울과 망상”을 치료해 준다. (데이비드 흄) 290쪽 우리가 감정을 거울처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대체로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다고 생각할 때 행복하다. 그래서 동료 인간들의 전반적인 번영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승인하려는 경향이 있다. (데이비드 흄) 294쪽 수정한 글 중에는 오래도록 공개하지 않은 종교와 회의감에 관한 원고도 있었다. 흄은 사후에 이 책이 출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먼저 애덤 스미스에게 이 일을 맡아 주겠느냐고 물었지만 스미스가 불안해하는 것처럼 보였기에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데이비드 흄) 295쪽 신중한 동시에 영웅적이고 친근한 태도로 사랑받았지만 형편없는 추론에 대한 공격에서는 무자비했던 사람, 놀이를 즐기는 동시에 인간 정신에 주어진 지적, 도덕적 도구를 향상하는 일에 몰두한 선한 데이비드는 흠잡을 데 없는 뤼미에르의 본보기였고 후마니타스를 아는 사람이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6장. 무궁한 기적,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6장까지 읽고 나서 드는 생각: 가능만하다면 데이비드 흄, 볼테르, 몽테뉴와 친구 먹고 싶어요. 294쪽에서 다 죽어가면서도 친구 애덤 스미스를 배려하는 데이비드 흄 좀 보소..
이 글에 달린 댓글 1개 보기
밥심님의 대화: 6장까지 읽고 나서 드는 생각: 가능만하다면 데이비드 흄, 볼테르, 몽테뉴와 친구 먹고 싶어요. 294쪽에서 다 죽어가면서도 친구 애덤 스미스를 배려하는 데이비드 흄 좀 보소..
아직 시작 못했는데 궁금하네요~
믿지 않는 것을 믿는 척하는 것은 드러내놓고 불신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페인은 썼다. 이런 “마음의 거짓말”에는 대가가 따른다. 무신론자와 자유사상가들은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사실 그들은 탄압을 겪었기에 수시로 도덕관념이 손상되었다. 만약 그 모든 일을 겪으면서 정직성을 일부나마 지켰다면 실로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푸름님의 대화: "암부로조 로젠체티가 1330년대 후반 시에나에 고용되어 그린 벽화는 좋은 통치와 나쁜 통치를 대비시킴으로써 이런 도시가 꿈꾸었던 이상적인 모습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p.157)" 이 부분을 읽으니 꼭 소개하고 싶은 책이 떠오르네요.
소개해주신 책 표지가 마음에 들어 도서관에 간 김에 찾아보고 빌려왔는데 금방 읽고 말았습니다. 몰입이 되는 좋은 에세이였어요. 자연스럽게 언젠가 시에나에 꼭 가보겠다는 결심도 했습니다. 미술관에 걸려 있는 수 많은 작품들은 다 사연이 있을텐데 시간 부족과 잘 모른다는 이유로 대표작만 슬쩍 보고 나오는 저를 반성하게도 만드네요. 주옥 같은 문장들이 많았지만 작년에 단테의 <신곡>을 간신히 읽었던 저로서는 아래 대목이 인상깊었습니다. ㅎㅎ 좋은 책 소개 감사해요! “아버지 얘기를 좀 해주세요.” “멋지고 명석한 분이셨어요. 단테의 <지옥 편>을 몽땅 외우려고 하셨죠.” “무시무시하네요.” (시에나에서의 한 달, 81쪽)
일주일동안 너무 바빠서 야금야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책이 워낙 재미있어서 쭉쭉 읽어나가게 되네요. 지난주에 6장까지 읽고 이탈로 칼비노의 <왜 고전을 읽는가>책에서 챕터를 이루는 근대의 인문고전 중 '캉디드의 서술 속도에 관하여' 부분과 드니 디드로의 '운명론자 자크'에 대한 설명까지 읽었습니다. 읽는 과정 중 도서관에서 강유원 선생님의 1년 정도 인문고전강의에서 가열차게 공부했던 때가 떠오르네요. 인문고전을 읽으면서 정치경제학, 생물학, 자연사를 대충은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전방위적 지식체계가 필요하죠. 때문에 더 황홀하고 재미있고 산만함을 장착한 저에겐 4장부터 6장이 재미있었습니다. 인문학과 의학이 섞여 인간을 실질적으로 연구하려는 초기 근대의 실험정신이 풀어내는 역사의 전환점은 4장 p190에서 적은 "유럽의 인문학자들이 고대 문명에 대한 굴종을 어느 정도 접고 현실세계를 가까이 들여다보며 신체와 정신의 삶을 탐구하고 우리는 어떤 동물이고 인간의 몸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던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죠. 해부학이 나오면서부터 영화 '프랑켄슈타인'이 연상되고 온갖 시신을 해부하여 지식을 얻느냐 살아있는 사람의 몸을 이용해 검사하고 분석하는 훈련을 하느냐의 고민들....수많은 휴머니스트들의 이율배반적인 실험대상의 해부당하는 처지의 사람들은 어떤 결정권도 없었던 빈민이나 사형수로 파도바 해부극장의 입구에 새겨진 문구인 "죽음이 기꺼이 삶을 돕는 곳" 이란 어처구니없는 잔인한 말은 세상 돌아가는 비정함을 눈가리고 아웅 하는 당시의 부조리도 우리는 꿰뚫어 봐야 하겠죠.
5장 인간의 일들의 주인공은 단연 에라스무스죠. 청년들에게 인문주의적 삶과 학습방식을 가르치고 예절이 사람을 만들며 여행, 독서, 우정은 인생의 중요한 교류와 상호존중에 대한 낙관적 의지의 유산인 EU에서 유럽 교환학생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프로젝트를 영화화 한 '스페니쉬 아파트먼트'가 떠올랐습니다. 평화, 상호이해, 교육혁신, 지식과 경험의 공유, 자유로운 이동, 여럿과 나누는 우정을 위해 에라스무스의 유산을 영화화 한 '스패니쉬 아파트먼트' 생각났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였거든요. 프랑스학생이 스페인가서 여러 유럽 친구들과 어울리며 보내는 시간은 마음은 상호이해지만 현실의 몸과 정신은 그게 힘들다는 걸 코미디적 요소로 보여준 영화죠. 그 영화보고 아시아도 저런 프로그램있으면 정말 재미있겠단 생각을 했었습니다. 에라스무스같은 아시아대륙을 평화와 국재협력운동의 유산을 공유할수 있는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도 고민하게 됩니다. 5장 후반부로 넘어가서 몽테뉴가 등장합니다. 광신적이고 호전적 추종자들의 승리의 깃발을 올리며 격렬한 믿음을 선정적으로 표현하면 추앙받고 관용이나 타협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욕을 먹는 시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림하는 암흑기가 있죠. 몽테뉴 철학의 고갱이는 "가장 미개한 질병 은 우리 존재에 대한 혐오다" 이 부분 아닐까요? 도덕률에도 얽매이지 않고,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사적 자유를 고집하고, 순응을 거부하는 방식, '하지만 알수 없다'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열망, "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는" 숙고와 회의, 새로운 관점과 다양한 삶의 방식을 키울 수 있는 에라스무스가 그랬던 것처럼 몽테뉴도 "여행"을 강추합니다. 특히 혼자 여러 곳을 여행하는 것이야말로 독립적인 나의 정체성과 세계의 연결성을 체득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봅니다. 유럽 EU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이 지금의 유럽을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갔는지는 의문이지만 말입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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