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볼테르는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의 막바지에 모든 인물을 한 부지에 모이게 했다. 캉디드는 이제 우주의 심판을 기다리지 않고 다만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라고 말할 뿐이다.[ 14 ] 캉디드가 세상을 등지고 은둔하며 빈둥거리고 싶어 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분명 볼테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것이었을 테다. 우리가 지구 어디에 살든 그곳을 더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 각자 애쓰자. 볼테르는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의 막바지에 모든 인물을 한 부지에 모이게 했다. 캉디드는 이제 우주의 심판을 기다리지 않고 다만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라고 말할 뿐이다.[ 14 ] 캉디드가 세상을 등지고 은둔하며 빈둥거리고 싶어 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분명 볼테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것이었을 테다. 우리가 지구 어디에 살든 그곳을 더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 각자 애쓰자. 그리고 에피쿠로스와 루크레티우스가 오래전 말한 것처럼, 신과 사후에 대한 믿음은 사람들을 겁주고 불행하게 만든다고 확신했다. 잘 조율된 평화로운 사회에서 살고 싶다면 그런 사회를 만들어 유지해야 한다. 도덕적 문제를 신의 명령에 맡기는 대신 선하고 관용적이며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우리만의 윤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휴머니스트와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이렇게 해서 오래된 생각으로 되돌아갔다. 이 인간적이고 도덕적인 세상을 위한 가장 좋은 기초는 동료의식을 가지고 서로를 대하려는 우리의 타고난 경향에 있다는 생각이다. 그 동료의식은 ‘연민’이나 공감일 수도 있고, 인이나 우분투가 나타내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일 수도 있다. 콩도르세는 그것을 “자연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심어놓은 섬세하고 너그러운 감정, 계몽과 자유의 선한 영향만 있으면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9 ] 믿지 않는 것을 믿는 척하는 것은 드러내놓고 불신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페인은 썼다. 이런 “마음의 거짓말”에는 대가가 따른다.[ 69 ] 무신론자와 자유사상가들은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사실 그들은 탄압을 겪었기에 수시로 도덕관념이 손상되었다. 만약 그 모든 일을 겪으면서 정직성을 일부나마 지켰다면 실로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비드 흄은 『자연 종교에 관한 대화』 속 화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살아있는 증거, 웃음 짓는 증거였다. “신학 이론과 체계에 기반한 지극히 오만한 관점보다 꾸밈없는 정직함과 너그러움 한 톨이 사람의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81 ]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1300년대부터 꿈틀거리던 휴머니즘이 드디어 계몽주의와 만나는 군요. 종교의 시대에 도덕을 근거로 신의 명령이 아닌 인간의 동료의식, 공감, 연민, 이런것들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말이 얼마나 먹혔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슬람공화국을 천명하고 미국과 싸우고 있는 이란을 보면, 지금도 여전히 종교의 시대를 살아가는게 아닌가, 종교의 그늘에서 벗어나는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이번장에서 올랭프 드 구주를 다시 만나서 반가왔어요~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인간의 행위, 좋은 판단의 어려움, 모든 일의 불확실성 등의 주제는 계속해서 16세기 저술가들의 흥미를 끌었다. 그들은 서유럽의 종교적 분열과 함께 고대 사람들의 생각보다 세계가 훨씬 더 넓고 다채롭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했다. 그중 일부는 불확실성과 복잡성에 대한 섬세한 이해력을 갖게 되었고, 소수는 인간 개인만큼 복잡하고 분열된 존재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81p,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4월 20일 월요일은 6장 '무궁한 기적'을 이어서 읽습니다. 귀띔하자면, 6장과 7장을 잇따라서 읽으면 저자가 얼마나 솜씨 있는 논픽션 작가인지 알 수 있습니다. :)
6장에서 나온 니콜라 드 콩도르세도 우리가 이름을 기억할 만합니다. 그는 흔히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진보(progressive)'라는 근대적 관념을 처음으로 제시하고 체계화한 지식인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261쪽에 나온 '미래에는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관념 말이죠.
뭐랄까.. 작가가 이전에 나왔던 전 세대의 휴머니스트와 후대의 사상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진화하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ONLY CONNECT! 이 말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 인간들 뿐만 아니라 여러 시대와 지역들과 여러 문헌과 사상들 간의 유기적 연결점, 그리고 이 책 안에서도 여러 장들 간의 관계를 고찰하게 하네요.
볼테르는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의 막바지에 모든 인물을 한 부지에 모이게 했다. 캉디드는 이제 우주의 심판을 기다리지 않고 다만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라고 말할 뿐이다. 캉디드가 세상을 등지고 은둔하며 빈둥거리고 싶어 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분명 볼테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것이었을 테다. 우리가 지구 어디에 살든 그곳을 더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 각자 애쓰자. (257쪽) 볼테르는 특정한 미래상에 흥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일단 정원을 가꾸는 데 집중하고 어떻게 될지 보자는 자세였다. 그래도 휴머니즘 전반에서 나타나는 희망은 그에게도 있었다. 인간이 자신의 운명에 대한 통제력을 늘리고 삶을 보다 이성적이고 관용적으로, 더 잘 살 수 있는 방식으로 계획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희망이었다. 한마디로 인간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나아가 질병이나 형편없는 기술, 지진, 혹은 광신도의 폭력으로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는 것을 넘어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보았다. (261쪽) 그래도 기적이 아쉬운가? 그렇다면 우리를 온통 에워싼 이 세상의 아름다운 질서와 다양성보다 더 큰 기적이 어디 있겠는가? 볼테르는 이렇게 썼다. "기적은 본래 감탄할 만한 일이라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모든 것이 기적적이다. 자연의 놀라운 질서, 수백만 개의 태양 주변을 도는 수억 개의 구체, 빛의 활동, 동물의 생명 활동은 무궁한 기적이다." (264쪽)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책을 지킨 검열관 말제르브”도 인상적이군요. 압수수색 전날 밤 자기 집으로 책을 빼돌려주는 최고 검열관이라니…. 온 식구가 기요틴에서 처형당한 최후까지도요.
퇴근길 버스에서 몽테뉴,에라스무스 나오는 부분 읽다가 내려야 될 정류장을 지나쳤어요. 그 정도로 몰입력이 강하네요:)
“신약성경 주석에서 히에로니무스 번역의 허점을 찾아냈던 발라는 교회가 변치 않는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은 인간이 저지른 오류의 결과일 수 있음을 암시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27p,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이렇게 몽테뉴는 도덕주의자로서 글을 쓰지만,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도덕주의자로서 쓰고, 어떤 일관적인 도덕률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정치적이지만 의견을 피력하는 방식은 회피하고, 사적 자유를 고집하고 순응을 거부하는 방식이다.(중략)~ 거의 모든 것에 대해서 "하지만 알 수 없다"라는 식의 말을 끊임없이 덧붙이거나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이라고 말하면서 뜻밖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43p,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타인의 고통을 단지 이해하고 동정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더 나은 일은 그런 고통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방지하는 것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48p,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엘리엇의 전기작가 로즈메리 애슈턴은 멜리오리즘을 ”이 세상이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세상 중에서 최선도 최악도 아니며 인간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향상할 수 있고 고통도 부분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정의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59p,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돌바크 남작은 사제의 말을 듣는 아내의 얼굴에서 공포를 보았다. 그리고 에피쿠로스와 루크레티우스가 오래전 말한 것처럼, 신과 사후에 대한 믿음은 사람들을 겁주고 불행하게 만든다고 확신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62p,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벨은 이런 믿음을 반박하며 신의 개입 없이도 인간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나열했다. 어떤 사람들은 종교적인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도 도덕적으로 선하게 살 수 있으며 나아가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 전체가 도덕적으로 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도덕적 가치와 사회적 연결망을 지킬 능력이 전부일 수 있으며, 타인의 호감과 좋은 평가를 얻으려는 타고난 욕구가 개인을 인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70p,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사후에 출간된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를 오늘날 읽으면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떤 억압, 불평등, 폭력도 없고 그 어떤 종류의 정치적 우매함도 없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미래를 눈부시게 그리고 있는 이 책과 이 책의 집필이 이루어진 상황이 전혀 딴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책에서 콩도르세는 말한다. 시련을 겪는 철학자가 "진실, 도덕, 행복의 길을 따라 확실하고 분명한 발걸음을 내딛는" 미래 인류를 생각하는 것만큼 위로가 되는 일이 있을까? "그런 묵상은 그를 박해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따라올 수 없는 피난처가 된다. 그는 생각 속에 산다. 그곳에서는 인간의 자연적 권리와 존엄이 회복되고 인간이 탐욕, 두려움, 질시로 인한 괴로움과 타락을 모른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78-279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이성의 시대』를 금지한 법을 피하기 위해 칼라일은 재판정에서 기발한 수법을 쓰기도 했다. 변론할 때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면서 페인의 글을 전부 읽었다. 『이성의 시대』를 포함해 재판정에서 거론된 모든 내용은 법정 기록으로 출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노렸다. 성공했다면 휴머니즘 역사상 검열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일격으로 기록되었을 테지만 불행히도 성공하지 못했다. 법정 기록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82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콩도르세는 자신들이 사는 시대가 고대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현대인은 "과학과 철학의 발전에 의한 합리주의적 진보의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신념을 인간의 역사에 투사하면 "인간의 완전가능성의 성취에 의한 역사의 진보라는 관념"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보 사관입니다. 대개의 경우 진보 사관의 원조로 헤겔이나 마르크스를 거론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마르크스 역시 시대의 아들입니다. 그는 헤겔과 마찬가지로 계몽주의자들이 제시했던 합리적 세계 진보에 관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르크스나 계몽철학자들이나 모두 자연과학의 발전을 통해서 언젠가는 지상천국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18세기 유럽 인들을 이끈 야망은 19세기까지 변함없이 이어진 것입니다.
역사 고전 강의 - 전진하는 세계 성찰하는 인간 강유원 지음
역사 고전 강의 - 전진하는 세계 성찰하는 인간2009년부터 40주 단위로 공공 도서관에서 인문학 연속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철학자 강유원의 두 번째 책. 첫 번째 책 <인문 고전 강의>가 인문학 전반에 걸친 기본적인 고전을 다루었다면, 이 책은 인문학의 세 분야인 문학, 역사, 철학 중 역사만을 다루어 좀 더 깊이 있는 인문학 공부와 역사철학 공부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곳에서 그는 본성의 존엄성과 권리들을 복권한 인간에 대한 생각을 갖고 살며, 탐욕, 두려움, 시샘이 순환하고 부패한다는 생각을 잊는다. 그곳은 바로 그가 그의 이성이 스스로 창조해 낸 어떤 낙원에서 동류들과 더불어 진정으로 존재하며, 인간에 대한 그의 사랑이 더욱 순수한 향유를 아름답게 하는 곳이다. _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 위 구절은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에서 자주 인용되는 부분입니다. 이는 콩도르세 개인만의 생각이 아니라 계몽철학자들 누구나가 공감했던 미래 사회의 모습입니다.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인류는 이러한 계몽의 기획을 거의 신뢰하지 않습니다. 제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18세기 계몽주의의 최종 귀결은 어쨌든 대규모 전쟁과 살육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콩도르세의 미래 예언은 왜 실패한 것일까요? 도덕과학이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물리과학이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아예 극단적으로 말해 신을 믿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이러한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계몽주의 시대 이후의 역사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계몽주의의 야망은 왜 실패했는가, 어디서 문제가 생긴 것일까. 이것이 우리가 오늘날 던져야 할 가장 큰 질문입니다.
역사 고전 강의 - 전진하는 세계 성찰하는 인간 강유원 지음
좋은 인간이자 제대로 된 인간 역할을 하는 것만큼 아름답고 정당한 것은 없고, 이 삶을 어떻게 잘 살고 자연스럽게 살아야 할지 아 는 것보다 구하기 어려운 지식은 없으며, 가장 미개한 질병은 우리 존재에 대한 혐오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40,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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