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향팔님의 문장 수집: "대신 벤담은 한 가지 실험을 제안한다. 내가 어떤 일을 했을 때 그것이 (내가 아는 한) 관련된 모든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할까, 아니면 불행하게 할까? 이것이 바로 행복 계산법felicific calculus으로 공리주의라는 윤리론의 핵심이다. 물론 이 계산법을 적용하는 과정은 아주 복잡하다. 결정은 누가 내리고 산술적인 계산은 얼마나 정확하게 할 수 있으며 행복과 불행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도구로서는 흠이 있지만 잘만 사용한다면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인간적이다. (314쪽) 세상에 있는 행복의 양이 줄어드는 대신 늘어난다는 게 중요하다. 공리주의는 때로는 매정하다는 취급을 받지만 이런 생각은 내가 볼 때 너그러울 뿐만 아니라 꽤 아름다운 삶의 원칙 같다. (315쪽)"
두 나라 지도자들의 미묘한 연관에 대해 들었을 때, 내게는 근대 영국의 대표적 이념인 공리주의와 독일 나치즘 사이에도 어떤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참고로 니체는 공리주의 영국을 근대성(현대성) 이념의 발원지로 지목했다). 본격 연구를 해본 적이 없는 터라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의심이 최근 더욱 강해지고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 두 이념은 아주 다르다. 영국의 공리주의는 낭만적 영웅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판단을, 예외보다는 규칙을 중시한다. 행복조차 현실적 효용을 통해 접근했던 매우 실용적이고 계산적인 이념이다. 이런 공리주의를 히틀러를 영웅시하고 아리안종의 우수성을 설파하며, 수백만의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낸 광기적 행동과 연결짓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제를 하나씩 파고들어가면 헷갈리는 지점들이 자꾸 나타난다. 나치의 선동적 연설만 아니라 공리주의자들의 합리적 계획 속에서도 다수의 행복을 위한 소수의 제거, 인간 개량을 위한 유용성 평가 등을 발견하거나 추론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제레미 벤담이 구상한 수용소도 그런 예 중 하나다. 이 수용소는 쓸모와 비용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사람이 인간마저 그런 눈으로 볼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보여준다. 사회적 부만 축내는 쓸모없는 인간들, 생계 하나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는 쓰레기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벤담은 교육이나 도덕적 호소는 부질없다고 생각했다. 그에 따르면 '인류의 쓰레기들'은 민간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강제노동수용소에 수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시민으로 개조되어야 한다.
묵묵 - 침묵과 빈자리에서 만난 배움의 기록 쓸모없는 사람, 고병권 지음
묵묵 - 침묵과 빈자리에서 만난 배움의 기록노들장애인야학과 광화문 거리, 수용시설 그리고 미술관과 대학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그 시간에서 얻은 배움을 기록했다.
7장. 모든 인간을 위한 지구 301쪽 전반적으로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일부 주제에 대해서는 뛰어나고 다른 주제에 대해서는 멍청한 사람들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305쪽 첫 번째 사상을 방금 언급했다. 우리는 우리의 인간성으로 하나가 되는 존재들이므로 “인간의 그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두 번째 사상은 반대로 보편성이 아닌 다양성을 강조한다. 세 번째는 비판적 사고와 탐구의 가치를 높이 매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네 번째는 비판적 사고와 탐구의 가치를 높이 매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308쪽 남자 여러분, 인간으로서 여성은 당신들과 똑같은 것을 원합니다. 흥미로운 직업, 즐거움을 만끽할 적절한 정도의 자유, 감정을 충분히 분출할 수 있는 배출구를 원하지요. 312쪽 다양성이 없는 보편성은 허황된 추상화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약간 비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반면 보편적 인간성이라는 관념이 결여된 다양성은 우리 모두를 고립시켜 접점을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320쪽 누군가 나를 노예로 삼겠다는데 그러라고 할 사람은 하늘 아래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326쪽 과거의 휴머니스트, 그리고 모든 문화권의 연설가들이 잘 알고 있었듯 세련된 언어는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언어는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 그 자체다. 우리의 사회적 도덕적 생애의 기초가 된다. 언어 덕분에 기존 세계를 지적으로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고 최선의 추론을 적용할 수 있으며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말을 통해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추론과 상상을 타인에게 설득할 수 있다. 333쪽 완벽하지는 않지만 휴머니즘을 구별하는 좋은 법칙은 이것이다. 말하지 말고 보이지도 말라는 소리가 듣기 싫다면, 노예로 살거나 학대당하기 싫다면, 아무도 경사로를 설치할 생각을 못 해서 건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싫다면, 인간 이하로 취급당하는 것이 싫다면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것이 싫을 것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7장 모든 인간을 위한 지구,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안타깝게도 7장에선 친구 삼고 싶은 매력 넘치는 휴머니스트가 저에겐 없었습니다. 8장의 1800년대 사람들을 기대해보겠습니다.
서로 얽혀 있는 보편성과 다양성과 더불어 휴머니스트는 세 번째 자질을 중요시한다. 늘 그래왔다는 이유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태도다. 어떻게 특정한 상황이 나오게 되었는지 질문하고 때로는 무엇이 있든 따지고 보면 옳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18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그[프레더릭 더글러스]가 또 다른 저서 『나의 예속과 나의 자유』에서 말했듯 인간 세상의 그 어떤 것도 필연적이거나 자연적이지 않다. 심지어 잔인한 노예 소유주들에게도 이 원칙을 적용한다. 그는 만약 그들이 다른 맥락에서 살았다면 인도적이고 고상한 사람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도덕과 인간성의 측면에서 노예제도는 노예주 또한 망쳐놓았다는 것이다. "노예뿐만 아니라 노예주도 노예제도의 피해자다." 앞서 보았듯 이후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 역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해서 비슷한 말을 했다. 제임스 볼드윈도 1960년에 같은 말을 했다. “끔찍하고도 엄연한 사실이지만 자신의 인간성을 떨어뜨리지 않고 타인의 인간성을 부인할 수 없는 법이다." 더글러스는 일반적으로 "인간 인격의 모양과 빛깔은 주변에 있는 것들의 형태와 색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주변 환경에 의해 형성된다. 반면 본질적인 자유는 여전히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를 형성하는 힘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바로 이 노력에 더글러스는 생애를 바쳤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22-323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과거의 휴머니스트, 그리고 모든 문화권의 연설가들이 잘 알고 있었듯 세련된 언어는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언어는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 그 자체다. 우리의 사회적·도덕적 생애의 기초가 된다. 언어 덕분에 기존 세계를 지적으로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고 최선의 추론을 적용할 수 있으며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말을 통해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추론과 상상을 타인에게 설득할 수 있다. 언어는 또한 투투 대주교가 말한 "생명 다발"로 인간을 묶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우리는 서로 소통하고 연결된다. 바로 이것이 휴머니즘의 탐구 영역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준 네 번째 생각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26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포스터는 이 모든 연결과 보편성 속에서도 계층과 피부색, 성이 유의미하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았다. 반면 동료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1935년 파리에서 열린 국제작가회의에서 포스터는 동성애를 주제로 하는 또 다른(훨씬 암울한) 소설인 제임스 핸리의 『소년Boy』이 마주한 억압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영국인들이 생각하는 자유는 강력하지만 한정적이라고 했다. "피부색과 계층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영국 남성의 자유를 말하지, 제국의 지배 아래 있는 민족들의 자유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한편 영국 내에서 자유는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잘사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성에 관해서는 더욱 한정적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32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논어』에는 이렇게 나온다. "공자의 도는 최선을 다해 나의 인간다움을 이루는 것(충忠)과 타인을 대할 때 그들 또한 인간다움으로 살아 있음을 깨닫는 것(서恕)"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34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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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논어』에는 이렇게 나온다. "공자의 도는 최선을 다해 나의 인간다움을 이루는 것(충忠)과 타인을 대할 때 그들 또한 인간다움으로 살아 있음을 깨닫는 것(서恕)"이다."
• 충(忠) 글자 그대로 '중심(中心)'을 잡는 마음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정성을 다하고, 내면의 진실함을 지키며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자기 수양의 측면입니다. • 서(恕) 내 마음(心)과 타인의 마음이 같음(如)을 깨닫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않는 배려, 즉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대를 의미합니다. 결국 공자의 도는 "나를 먼저 바로 세우고(忠), 그 마음을 미루어 타인을 배려하는 것(恕)"으로 요약됩니다. (feat. 제미나이)
향팔님의 대화: • 충(忠) 글자 그대로 '중심(中心)'을 잡는 마음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정성을 다하고, 내면의 진실함을 지키며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자기 수양의 측면입니다. • 서(恕) 내 마음(心)과 타인의 마음이 같음(如)을 깨닫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않는 배려, 즉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대를 의미합니다. 결국 공자의 도는 "나를 먼저 바로 세우고(忠), 그 마음을 미루어 타인을 배려하는 것(恕)"으로 요약됩니다. (feat. 제미나이)
‘충(忠)’이라는 것이 나라에 충성하고 뭐 그런 의미보다도,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 나의 인간다움을 이루는 내면적 성찰의 의미가 먼저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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