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오~ 저도 발견하고 신청했어요! 매우 재밌다는 평이..
오~ 반갑고도 감사합니다. ^^
출판산업에도 영향을 끼쳐 미국과 영국에서는 매우 아널드적인 출판물들이 나오는 시기가 있었다. '서양 사상 대전집Great Books' 같은 시리즈는 출판사에 많은 돈을 벌어주었다. 셰익스피어나 밀턴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번역가가 필요한 번역서도 흥행했다. '본 스탠더드 라이브러리Bohn's Standard Library' 같은 초기 시리즈는 여러 그리스와 로마 고전을 영어로 번역해서 펴냈다. 다만 성적인 내용을 죄다 원어로 남겨두어 독자들의 짜증을 유발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68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하하하 저같아도 몹시 짜증날 듯!
그러니까요, 이게 무슨 경우죠? ㅋㅋㅋ 말을 하다 마는 것보다 더 열받을지도!
이 참에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배워보는 것도..;;(원래 외국어 배울 때 욕과 야한 것부터 먼저 배운다지요 ㅋㅋㅋ)
영국에서는 노동자계급 도색공의 아들로 태어난 J. M. 덴트가 만든 '보통 사람의 서가Everyman's Library'가 있었다. 불행히도 덴트는 틈만 나면 직원들에게 "이런 나귀 같은 녀석!"이라고 외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정작 자신은 보통 사람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덴트가 성공한 것은 이 직원들 덕분이었다. 특히 시리즈 편집자였던 어니스트 리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원래 석탄 광산의 기술자였던 그는 출판계로 옮기기 전에 탄부들을 위한 독서 모임을 열곤 했다. '보통 사람의 서가' 시리즈 특유의 정신을 불어넣은 사람이 바로 리스였다. 책은 저렴하면서도 최고의 기준에 맞추어 디자인되었다. 모든 표지에는 매력 있는 목판화와 알두스 마누티우스를 상징하는 돌고래와 닻 도안이 찍혀 있었다. 깔끔하고 명확하게 인쇄된 책을 휴대할 수 있게 해준 개척자에게 보내는 존경의 인사였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68-369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보통 사람이라 그런지 보통 사람의 서가라는 시리즈에 마음이 가네요.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가이드북도 있었더라구요! 돌고래와 닻 도안 멋있네요 ㅋ
네, 저도 ‘보통 사람의 서가’ 얘기라서 더 인상적이었어요. 자료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책에 실린 도안은 돌고래인지 잘 모르겠는데, 올려주신 도안을 보니 정말 돌고래 맞네요! ㅎㅎ
노동자계급 사람들도 저마다 독서와 교양을 통한 만족에 대한 아널드의 믿음을 사유했고 그 반응은 엇갈렸다. 한때 면직 공장 노동자였던 급진주의 작가 에설 카니는 1914년 《코튼 팩토리 타임스Cotton Factory Times》에 기고한 편지에 너무 많은 교양은 노동자계급에게 "클로로포름" 같은 마취제로 작용해서 삶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사회운동에 신경을 쓰지 않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들은 공자나 새우의 일생이 아닌 카를 마르크스를 읽고 삶의 조건을 바꾸기 위한 혁명적인 정치 활동에 임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떤 모순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착취에 눈을 뜨고 저항할 준비를 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잠을 재우는 클로로포름이 아니라 잠을 깨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조지 W. 노리스는 우체국 직원이자 노조 간부로서 노동자교육협회에서 22년간 수업을 들었는데 그 효과를 돌아보며 이렇게 썼다. "사유하는 기술을 훈련한 뒤로 나는 이 시대 신문의 자극적인 헤드라인 뒤에 숨은 허세와 기만을, 부정직한 정당 정치가와 독재자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사를, 증오의 씨앗을 뿌리며 세계를 활보하는 독단적인 사상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또 다른 요소도 고려해야 했다. 공부, 독서, 예술을 관람하고 비판적 능력을 사용하는 일은 모두 즐거움을 가져온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70-371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사실 배빗과 지지자들은 반론을 펼치는 동안에도 패배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이미 읽기와 쓰기, 교양이 있는 삶으로 가는 길이 폭발적으로 열리고 있었다. 저렴한 책들이 나와 인기를 끌었고 새로 생긴 도서관이 책을 대출해 주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강좌도 생겼다. 이런 것들은 사라질 기미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 저렴한 책, 강좌 등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그 시대 가장 급진적인 사상을 접했다. 푼돈으로 신에 관한 회의적인 탐구, 마르크스주의 경제에 대한 글, 지구와 거기 사는 생명체들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인 평가 등을 읽을 수 있었다. 인간의 기원에 대해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새로운 여정의 출발은 아널드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확고히 그러나 기계적으로 따르는 일반적인 관념과 습관 위로 신선하고 자유로운 사유의 물줄기를 튼" 결과였다. 그리고 또 그 결과 휴머니즘은 새로운 길로 접어든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74-375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4월 23일 목요일과 내일 4월 24일 금요일은 9장 '어느 꿈의 세상'을 읽습니다. 어쩌다 읽다 보니, 벌써 9장까지 왔네요. 9장은 이른바 '과학적 휴머니즘'과 불가지론 그리고 휴머니즘을 새로운 종교로 만들려고 했던 시도 등이 나옵니다. 휴머니즘의 비판적 포인트가 부각하는 지점이라고나 할까요?
벌써 9장이라니.. 업무하느라 못 보고 있는데 주말에 몰아봐야겠네요.
이런 것 관심 있으실까요? 8장의 매슈 아널드와 9장의 토머스 헉슬리 그리고 메리 오거스타 워드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계보도입니다. 맨 아래(토머스 헉슬리의 손자들) 올더스 헉슬리는 우리가 잘 아는 그 헉슬리고, 줄리언 헉슬리는 이 책에도 나중에 등장합니다. :)
오, 줄리언 헉슬리가 11장에 등장하네요. (유네스코 초대 총장이었다니!) 올려주신 계보도가 아주 유용합니다.
과학은 아이들에게 물리적인 세계의 기초를 알려주는 동시에 인문학적 능력도 키워준다. 바로 탐구 정신이다.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실험을 통해 능동적인 학습을 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고대 문헌, 심지어 선생님이 하는 말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결국 그런 문헌과 선생님의 말을 이해할 능력이 생긴다. 387 이때부터 "인문학적 휴머니즘"과 계몽주의 시대의 멜리오리즘은 새로이 당도한 과학적 휴머니즘과 함께 하게 된다. 최신 과학의 논증과 방법론에 관한 관심을 지속하면서 자연이라는 큰 그림 속 인간의 자리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과학적 휴머니즘의 원칙은 우리 시대에도 광범위한 휴머니즘 세계관의 일부로 남아 있다. 389 인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휴머니즘 윤리는 우리가 정신적이고 문화적이며 도덕적인 존재임을 일깨워 준다. 물리적인 본성뿐만 아니라 인간적 환경이 우리를 형성한다. 과학적 휴머니즘은 우리가 동물이기도 하며 엄청나게 큰 우주 속 변화하는 지구 위에서 끊임없는 변이 과정을 거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389
첫 인용구를 보다 보니 지금은 연락이 끊긴 친구 생각이 나요. 판에 박힌 가르침에 질문을 던지고 새롭게 바라보던 친구가 있어요. 문학 선생님 한 분은 친구과의 티키타카를 매우 즐기셨고 저 또한 그랬습니다. 참 신기했어요. 우리는 다같이 판에 박힌 교육을 받고 있는데 저 친구의 저런 시각과 상상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내 성적이 더 좋아도 나는 너무나 순응자, 패배자 같이 느껴지고 반짝이는 친구가 부러웠던 기억이 나요. 어린 시절의 그 마음이 여전히 책을 읽는 어른으로 이끄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질문하고 싶고 달리 보고 싶고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요.
페트라르카가 의사들에게 온갖 독설을 퍼부은 데는 이유가 있다. 가장 친한 친구 중에도 의사가 몇이나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특히 인문학 지식을 자랑하는 의사들을 특히 경멸했다. "다들 학식 있고 예의 바른 데다 대화 능력이 아주 뛰어나고 격렬하게 논쟁을 벌일 줄도, 인상 깊고 듣기 좋은 연설을 할 줄도 알지만, 장기적으로는 꽤 예술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90p,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8장. 인간성의 전개 344쪽 정부의 주된 역할은 누구와 결혼하라, 무엇을 믿어라, 어떻게 예배를 올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선택이 타인을 해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국가가 제시하는 대단한 도덕적 이상이 필요하지 않다. 국가가 괜찮은 삶과 자유를 위한 기본 조건을 제공하기 바랄 뿐이다. (훔볼트) 360 쪽 신자유주의에서는 부유층이 어떤 규제도 받지 않고 이익을 챙기고 나머지 사람들은 부유층의 약탈이 사회에 남긴 결과와 씨름한다. 밀, 그리고 그리고 훔볼트가 말하는 자유는 이런 것이 아니다. 진정 자유로운 사회는 더 깊은 만족감을 귀중하게 여기고 가능하게 만든다. 아름다움의 의미, 문화적 개인적 경험의 다양성, 지적 발견이 주는 흥분, 사랑과 친교의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게 한다. 362쪽 그러나 고정된 완벽한 이상에 다다르는 것은 결코 자유주의나 공리주의의 목표가 아니다. 휴머니즘의 목표도 아니다. 3가지 사상의 목표는 모두 삶에서 좋은 것은 좀 더 늘리고 나쁜 것은 줄이는 것이다. 370쪽 “사유하는 기술을 훈련한 뒤로 나는 이 시대 신문의 자극적인 헤드라인 뒤에 숨은 허세와 기만을, 부정직한 정당 정치가와 독재자의 입에서 쏟아져나오는 수사를, 증오의 씨앗을 부리며 세계를 활보하는 독단적인 사상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또 다른 요소도 고려해야 했다. 공부, 독서, 예술을 관람하고 비판적 능력을 사용하는 일은 모두 즐거움을 가져온다는 사실이었다. 374쪽 이 모든 새로운 여정의 출발은 아널드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확고히 그러나 기계적으로 따르는 일반적인 관념과 습관 위로 신선하고 자유로운 사유의 물줄기를 튼” 결과였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8장. 인간성의 전개,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지금으로부터 약 35년 전인 대학교 4학년 때 공대생이었던 전 들을 과목이 마땅치 않아서 동기 한 명을 꼬셔서 교육학과에서 개설한 과목을 하나 수강했습니다. 공대 강의와는 달리 주제를 잡고 토론을 하는 방식의 수업이라 처음엔 낯설어서 어리벙벙했는데(교수님도 처음엔 저 공대생 둘은 뭐지 하는 의아심을 가진 듯 했죠.) 다행히 그 수업을 주로 듣는 교육학과 학생들이 저학년이라 노느라고 바빴는지 저희 둘 보다 토론 준비를 잘 안해와서 공대 전공과목에서는 잘 받아보지 못한 A+를 받는 쾌거를 이루었죠. ㅎㅎ 8장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그 때 수업이 떠올랐어요. 토론 주제 중 하나가 제가 기억하기로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나’ 뭐 그런 비슷한 것이었거든요. 제 리즈 시절(?)을 추억하며 8장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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