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저도 이 부분 읽으면서 웃음이 나왔어요.
소설의 시작부터 엄마는 여섯 자녀를 모아놓고 이렇게 발표한다. "얘들아, 잘 들어. 아빠가 또 믿음을 잃으셨단다." "아빠는 정말 너무해." 딸 하나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 꼭 이번 겨울에 잃어야 하는 거예요? 아니, 믿음이라는 거 말이에요. 다음 겨울까지 기다렸다 잃으면 안 돼요?" 아빠가 신앙 상실을 고백하면 일자리를 잃게 되고 모든 식구가 고생하게 된다는 것이 이 가족이 직면한 문제다. 그러나 또 다른 딸은 더 희망적이다. "다음 겨울쯤이면 다시 찾으실지도 몰라."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402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다윈의 도덕론은 철저히 휴머니즘적이다. 그것은 사회적 감정과 행동에서 비롯되며, 하느님으로부터 나오는 그 어떤 것에도 의존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문명 발전의 말기에 이르러 타인의 도덕적 시선이 상상 속의 존재, 즉 “전지적인 신”과 동일시된다고 다윈은 추측했다 323 무신론자라고 하면 여전히 “살아서는 화형, 죽어서는 지옥 불”에 처할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에 불가지론자라고 한다는 것이다 324 경기는 끝났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저항하며 매달려 있어야 했다. 그러자 일종의 도덕적 토대가 마련되는 것 같았다. 신도 필요 없고 우주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필요도 없었다. 의무를 다하는 것은 그 자신의 인간적 요구였다 327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신도 필요없고, 우주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필요도 없었다. 의무를 다하는 것은 그 자신의 인간적 요구였다" 이 문장이 너무 좋네요. "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 밀리의 서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집착에 가까울 만큼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19세기 어느 과학자의 삶을 흥미롭게 좇아가는 이 책은 어느 순간 독자들을 혼돈의 한복판으로 데려가서 우리가 믿고 있던 삶의 질서에 관해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하나의 사실이다.
"휴머니즘은 초자연주의를 거부하며 인간을 자연물로 보는 철학이야. 이성과 과학적 탐구를 통해 자기실현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존엄하고 가치 있다는 생각을 강조하는 사상이기도 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8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유일한 선은 행복. 행복할 때는 지금. 행복할 곳은 여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행은 아래와 같다. 행복해지는 방법은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3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휴머니스트들이 인간을 행복하고 탁월하게 만드는 요소를 셈하는 동안, 안티휴머니스트들은 그들 곁에 앉아 우리의 불행과 좌절을 열성적으로 기록했다. 그들은 우리가 어떤 면에서 부족한지 지적하고 우리의 소질과 능력이 뒤떨어지기 때문에 삶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안티휴머니스트들은 흔히 세속적인 쾌락에서 느껴지는 기쁨을 거부한다. 대신 어떤 급진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존재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질세계에서 등을 돌리거나 급진적으로 정치 체계나 우리 자신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윤리학은 선한 본성이나 인간 사이의 유대를 중요시하는 대신 종교적이든 세속적이든 더 큰 권위자가 정한 규칙에 복종하는 것을 중시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미 달성한 업적이 미래에 더 큰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하기는 커녕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제 분수를 깨닫는 일이라고 여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0, 31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더 큰 권위자가 정한 규칙에 복종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제외하면, 저는 안티휴머니스트에 가까운 것 같네요...;;
20세기 파시즘은 현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만 개인의 삶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공산주의 정권도 현존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진단한 뒤 혁명으로 그것을 고치자고 제안했다. 새로운 사회는 한동안 무력으로 뒷받침해야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다고 했다. 대중을 이상적인 약속의 땅, 그 어떤 불평등이나 시련도 존재하지 않는 은혜로운 세계로 이끌어줄 터였기 때문이다. 두 체제 모두 공식적으로는 비종교적이지만 신을 초월적인 이상으로 대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민족주의 혹은 마르크스주의가 그것이었고 지도자를 중심으로 개인을 숭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것은 개인의 일상적 자유와 가치를 빼앗은 대가로 좀 더 높은 단계, 혹은 '진정한' 자유로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는 기화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지도자나 이데올로기가 개인의 양심, 자유, 이성 위에 군림한다면 안티휴머니즘이 득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3, 34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그러나 기이한 사건이 벌어져 이 모든 일을 관두려 한 적도 있었다. 시에나의 수도사 피에트로 페트로니가 1362년 보카치오에게 경고한 것이다. 서고에 있는 모든 비기독교 서적을 없애고 그런 서적을 집필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즉시 죽게 된다고 말이다. 계시를 받았다는 그의 말에 깜짝 놀란 보카치오는 페트라르카에게 조언을 구했고 페트라르카는 당황한 보카치오를 안정시켰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61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왠지 요새도 먹힐 것 같은 협박입니다.. ;;
19세기 소설가 알레산드로 만초니는 1630년 밀라노에서 흑사병이 발생했던 당시에 대해 이렇게 썼다. "모든 공동체의 불행 속에서, 정상적인 질서가 장기적으로 무너지는 모든 사건 속에서 우리는 항상 성장을, 인간의 선함이 고조되는 양상을 목격한다. 불행하게도 인간의 악한 모습 역시 같이 증가한다." 다르게 말하면 이렇다. 겁에 질린 사람과 이기적인 사람이 존재하는 반면 용감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나아가 양극단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도 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72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같은 경험을 공유할 때 두 사람은 우분투 정신으로 연결되고, 이때 인간다움이 특히 도드라진다. 가장 감동적이고 특징적인 사례는 페트라르카가 1368년에 막 아들을 잃은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페트라르카는 고전문학에서 가져온 온갖 슬픔과 상실의 사례를 나열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도 막 손주가 죽어 망연자실한 상태임을 이야기한다. ....... 편지에 담긴 학문적인 내용과 사적인 내용 모두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78, 79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효과적인 위로의 최고 조건은 역시 입장의 동일함인 것 같습니다.
수도원의 필사실은 우울한 곳일 수도 있고, 활기차고 생산적인 곳일 수도 있다. 베네딕토회 수도사들은 1년에 한 권의 서적을 개인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고, 낭독을 들으며 식사했다. 수도회의 규율 중에는 "낭독하는 내용에 대해서든 무엇에 대해서든 질문을 해서는 안 되는데 잡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내용도 있다. 규율에 따르면 농담을 해서는 안 됐고, 포도주가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으며, 어떤 개인적인 재주가 있더라도 거기에 자부심을 가져서는 안 됐다. 인문학자 대부분은 자신의 뛰어난 지성을 봄내는 것을 정말 좋아했으므로 이 마지막 조항을 잘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93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마지막 문장에 격공합니다. 전에 교수 및 연구자들이 모인 자리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귀에서 피 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
당연한 사실이지만, 더 세련되고 풍부한 도덕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남자아이들이 늘 도덕과 지혜의 본보기로 살아간 것은 아니다. 심지어 당대의 인문학 교육이 건방지고 말만 유창할 뿐, 어떤 순수한 지적 호기심이나 생각도 없는 유명 인사들만 만들어내는 기술이라는 인식도 팽배했다.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닌데 21세기 초 영국에서 나는 라틴어 명언이나 툭툭 던지며 졸렬한 짓을 하는 자가 꽤 높은 직위에 오른 사례를 목격한 바 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17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작가는 진상을 이렇게 멕이는군요! 상대가 이 글을 읽었다면 알아챘을까요? ㅋㅋㅋ
스프레차투라는 느긋하고 무심한 듯 태연한 자세를 말한다. 어려운 일을 할 때도 마치 타고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고, 너무 애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태도다. 나는 이 단어를 들으면 어깨에 무심하게 외투를 걸치는 사람이 떠오른다. 핀으로 고정하거나 다시 매만지지 않아도 외투는 완벽하게 툭 걸쳐진다. 스프레차투라는 문학 활동에서도 이상적인 태도였다. 카스틸리오네는 본인의 저서도 이런 식으로 집필했다고 주장한다. 가벼운 샐러드를 만들듯 설렁설렁 써냈기에 힘을 들여 정식으로 편집, 출판할 생각도 없었는데, 친구였던 시인 비토리아 콜론나가 다른 친구들에게 몰래 퍼뜨렸고 워낙 널리 읽히는 바람에 그럴 바에야 출판하자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달랐다. 카스틸리오네는 1528년 『궁정론』을 출간하기 전까지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공을 들여 어러 번 수정했다. 출간 후에는 찬사가 쏟아졌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20, 121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스프레차투라 = 허세 카스틸리오네 =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한 수능만점자 이렇게 읽히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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