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19세기 소설가 알렉산드르 만초니는 1630년 밀라노에서 흑사병이 발생했던 당시에 대해 이렇게 썼다. “모든 공동체의 불행 속에서, 정상적인 질서가 장기적으로 무너지는 모든 사건 속에서 우리는 항상 성장을, 인간의 선함이 고조되는 양상을 목격한다. 불행하게도 인간의 악한 모습 역시 같이 증가한다.” 다르게 말하면 이렇다. 겁에 질린 사람과 이기적인 사람이 존재하는 반면 용감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나아가 양극단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도 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장, 72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원본 그림들로 감상하시는 게 낫겠군요. YG님 취향?일 듯한 첫 그림은 아버지 탄크레디가 죽인 천한 신분의 연인의 피뚝뚝 심장을 쥐고 있는 기스몬다.. 신분보다 더 고귀한 긍지와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아버지 앞에서 저 심장과 독을 컵에 담아 마셔 스스로 자결합니다. 걸크러쉬~ 야한 이야기나 잔인한 이야기도 많았지만 재미있었어요. 이걸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읽고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고 싶어졌는데.. 너무 바빠져서 결국 못 읽었네요.
@loveCM @punky 님, 댓글을 읽고서 저도 생각을 정리해 봤어요. 1. 『Humanly Possible』을 제가 번역했다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보다는 “인간의 힘으로 가능한 것들” 정도로 옮겼을 것 같습니다. ‘인간 소리를 들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정도의 뉘앙스가 깔려 있죠. ‘Humanly’에는 ‘인간적으로’라는 사전적 의미도 있지만, 책의 맥락상 ‘인문주의’가 깊이 연루돼 있으니 ‘인문주의적 가치로 해야 할 것들’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고요. 2. loveCM 님께서 언급하신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punky 님께서 짚어주신 현실의 비참함에 저 역시 깊이 공감합니다. 아시다시피 피케티는 인간의 개별적 ‘의지’보다는 압도적인 ‘시스템의 관성’을 통해서 불평등의 심화를 진단했죠. 개인이나 공동체가 아무리 분투해도 자본이 스스로 증식하는 속도를 제어하기 힘든 구조적 모순을 지적한 것이죠. 이런 냉혹한 현실 앞에서 700년 전의 ‘휴머니즘’을 소환하는 일이 자칫 지적 자위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들 수 있습니다. 사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바로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역사적 주체로서의 인간보다는 ‘구조’로 문제의식의 전환이 일어났고, 그 흐름의 정점에 서 있었던 인물이 바로 우리가 12월에 읽었던, 올해 탄생 100주년이 되는 미셸 푸코였습니다. 이 책의 후반부에 푸코가 ‘안티 휴머니즘’의 기수로서 다소 비판적인 조연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저자는 푸코를 포함한 일련의 현대 철학자들이 현실 세계의 구체적인 삶을 개선하는 데에는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하는 듯합니다. (우리가 지난 토론 때 푸코의 이론이 가진 실천적 한계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죠?) 3. 하지만 또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피케티가 거대한 불평등을 교정하기 위해서 내세우는 ‘글로벌 자본세’ 같은 기획이 현실이 되려면 무엇이 동력이 되어야 할까요? 결국에는 공동체의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고, 그 정치적 의지를 모아내기 위해서는 개인의 지극히 ‘휴머니즘적인 공감’과 ‘윤리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4. 저 역시 오랫동안 ‘안티 휴머니즘’의 분석 틀을 공부해 왔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 새삼 제가 여전히 ‘휴머니스트’임을 재확인했습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제시한 휴머니즘의 조건들은 저도 일상에서 지향하는 가치들과 일치하더군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연대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토대로서 저 정도의 휴머니즘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며, 그래야만 어떤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 이 책을 함께 읽자고 제안하고 나서, 그간 나온 해외 서평을 쭉 살펴봤어요. 이 책이 ‘휘그주의적 낙관론’에 매몰된 순진한 시각이라는 신랄한 비판도 눈에 띄더군요. 세상이 이렇게 엉망진창인데, 아직도 인간의 가능성을 믿느냐는 냉소입니다. 하지만 그런 냉소야말로 현실의 작은 변화조차 가로막는 가장 무력한 태도일 뿐입니다. 6. 제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말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로맹 롤랑이 말하고 그람시가 인용해 유명해진 “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입니다. 이 책을 읽는 우리의 자세가 이와 같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루쉰의 「고향」 끝자락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나누는 이 고민이 희망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길을 닦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환영합니다!
안그래도 저는 원서로 읽고 있어서 이 번역서의 제목을 보고 좀 갸우뚱했는데요. 저는 Humanly possible이라는 말에서 오히려 안락사처럼 '가능한 한 인간적으로' 고통을 최소한으로 하는 노력이 연상되었는데요. 인간의 힘으로 가능한 possibility에 대한 느낌도 떠올렸지만 안락사 등에서 느껴지는 어둡고 고통스러운 냉혹한 현실의 이면도 느껴졌던 건 저만 그럴까요? 제 생각에 humanism이란 단지 막연하게 낙관적인 것보다는 그런 냉혹한 현실마저 감안하고 직시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실은 데카메론을 읽은 당시 팬데믹이 가장 안 좋았던 때고 제 자신도 개인적으로 그것때문에 너무나도 지치고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때보다 더 끔찍한 흑사병과 더 부정부패와 착취도 심했던 중세사회 속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을 수 있던 인류의 모습에 충격을 받곤 했죠. 저보다 더 힘든 현장에서 일했던 남편도 보면 피철철의 공포 슬래셔도 좋아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깔깔 웃을 수 있는 예능 개그물도 참 좋아하더라구요. 제가 힘들어할 때 만날 실없는 쇼츠를 보내곤 합니다;;; 단테도 보면 개인적 복수심의 문학적 뒤끝 끝판왕같지만 또한 천국편을 보면 같은 작가 맞나 싶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문학적으로 승화도 가능한 걸 보면 신기합니다. 보카치오도 참 복잡한 인물이었구요.. 전 인간의 그런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복잡함에서 희한하게도 어떤 가능성이 보이는데 어쩌면 그런 완벽하게 흑백을 가릴 수 없는 불완전함에서 오히려 진화? 적어도 변화의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borumis 하지만 저자가 낙관적인 건 사실입니다. :) 저는 또 이런 시각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하하하!
제목에 대해 쓰신 것 보니 저도 의미를 좀더 생각하면서 봐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와...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작년, YG님의 북토크에서 들었던 '부지런한 희망'이라는 단어가 다시금 떠오르기도 했어요. 정치적 의지와 휴머니즘적인 공감, 윤리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말씀에도 고개를 주억거리게 됩니다.
@연해 "부지런한 희망." 저도 까먹고 있었는데 다시 상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엔 꼭 기억했다가 여기저기서 써먹어야겠어요. 하하하!
하하하, 제 마음에 콕 들어왔던 말이라 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저작권은 YG님께 있는데 저야말로 감사하지요. 전에 제 동료가 "연해님은 음식보다 문장을 주로 섭취하시나 보네요!"라는 말을 했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좋은 문장과 단어를 만나면 마음이 꽉 차오르는 게 떠올리는 것만으로 든든해집니다.
오, ‘부지런한 희망’은 그맘때쯤 읽었던 <일인분의 안락함>에서도 얘기가 나왔었지요? 다시금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저는 이거 카톡 프사 문구로 한동안 저장해 뒀었어요. 제가 항상 바라는 마음과 통했었거든요. @YG
@꽃의요정 카톡 프사 문구! 감동입니다. :)
오오, 카톡 프사 문구라니! 너무 좋은데요. 항상 바라는 마음과 통했다는 말씀도요. 저는 재작년이었나? 장강명 작가님의 북토크에 갔다가 '부지런한 희망'은 아니고 '차분한 희망'이라는 단어를 들었던 기억이 나요. 독서 생태계에 대해 다소 씁쓸한 전망을 말씀하시다가, 쉽게 좌절하지 않고, 쉽게 기대하지 않고, 차분한 희망을 이어간다고 하셨거든요. 그중 작가님이 할 수 있는 세상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쓰는 것이라고. 이제는 베스트셀러보다는 생명력이 긴 책을 쓰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은 또 어찌나 든든하던지요(지금도 그 마음은 유효하시겠...?). 부지런한 희망과 차분한 희망. 희망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빛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다시 꺼내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기자님.
아.. 너무 좋네요. @YG 님의 이런 통찰과 다른 참여자분들의 사색이 어울러지면서 제 생각도 정리 되네요. 저도 책을 읽으며 5의 생각을 했었거든요... 저 문장이 루쉰의 <고향>에 나오는 대목이군요. 루쉰의 고향을 꼭 읽어봐야겠어요
1장과 2장을 새벽에 다 읽고 점심시간 짬을 내 써봅니다. 단테를 읽으면서 베르길리우스에 대한 글도 읽었었는데 역시 페트라르카도 베르길리우스를 숭배하는군요. 기품있고 탁월한 인류예찬에서 흑사병이 도래하니 인간의 잘 통제된 삶과 인간조건을 향상시키는 과학과 의술은 무용지물이었고 재능있고 능력있는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고전시대의 그 이상도 흑사병은 그 모든걸 총체적으로 붕괴시켰습니다. 마치 코비드 시대를 경험했던 그때를 떠올리게 되더이다.
제가 사실 작년(2025년)부터 개인사 때문에 인류애가 바닥을 치고 있었던 터라서, 요즘엔 인류애 돋우는 책을 읽으면 괜히 더 끌리더라고요. :) 저는 『프로젝트 헤일 메리』를 아주 늦게 읽고 영화도 2주 전에 봤어요. 책은 아주 즐겁게 읽었고(아래 서평 하나 쓴 것도 올릴게요!), 영화는 책보다는 훨씬 못했지만 그래도 책의 스토리를 최대한 감성, 감성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큰 동거인은 질색이라서, 중학교 2학년 작은 동거인이랑 둘이서 봤어요. 작은 동거인은 아직 책은 안 읽은 상태였는데. 어느 시점부터 이 친구가 계속 우는 거예요. 한 30분 울었나? (어찌나 귀엽던지.) 아무튼, 그러고 나서 나오면서 하는 말. "아빠, 지금까지 내가 봤던 영화는 다 쓰레기야." 지금은 틈틈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읽어보세요. 이 책과 함께 읽기에 좋습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데뷔작 《마션》과 후속작 《아르테미스》가 연달아 대성공을 거두며 뉴욕 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명실상부 최고의 SF 작가, 앤디 위어의 신작.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정작 스스로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할 헤일메리호에 오른 ‘좋은 사람’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1세기 내내 과학계가 경고해 온 기후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는커녕 되레 전쟁으로 치고받는 우리의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인류의 미래가 있을지 묻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인류애를 돋우는, 그래서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 하나의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SF가 있다. 바로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다. * 인류애 돋우는 이 소설에서 역설적으로 인간은 딱 한 명만 등장한다. 우리의 주인공 ‘그레이스’는 우주선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상태로 깨어난다. 자기 옆에는 동료였음이 분명한 중국인 남성과 러시아인 여성이 죽어 있다. 곧이어, 저쪽에 보이는 밝게 빛나는 별(항성)이 태양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혼자서 외계 항성계에 도착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씩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은 더욱더 절망적이다. 어느 순간부터 태양의 출력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상태대로라면 태양 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지구 생태계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맞게 된다. 출력이 고작 10% 떨어지는 30년 안에 지구 인류 80억 명 가운데 절반이 굶주림과 대재앙으로 목숨을 잃는다. 그렇게 태양 출력을 떨어뜨리는 원흉은 별에서 별로 이동하면서 에너지를 흡입하는 우주 미생물 ‘아스트로파지’다. 그레이스는 바로 이 아스트로파지 연구를 이끄는 과학자였다. 우주생물학자(실제로 존재하는 연구 분야)였던 그는 이단적 가설을 주장하다 학계에서 쫓겨나듯 물러났다. 중학교 과학 교사로 살아가던 그는 역설적으로 그 ‘이단적 안목’ 덕분에 급하게 차출된다. 그럼, 지구가 결딴나기 직전인데 그레이스가 외계 항성에 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계가 태양계 인근의 항성계를 샅샅이 관찰했더니, 대다수 별이 태양처럼 출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모두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된 것. 그런데 유독 한 별만 원래 출력대로 빛났다.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이동하면 12년 걸리는(12광년) 고래자리 ‘타우 세티(Tau Ceti)’ 별(실제로 존재하는 별). 이제 그레이스의 임무가 무엇인지 눈치챘을 테다. 그는 타우 별이 아스트로파지의 에너지 흡입에 당하지 않은 이유를 알고자 지구에서 동료 둘과 함께 파견된 과학자였다. 우주여행으로 동료 둘이 사망했으니, 이제 인류와 지구 전체의 운명이 그의 활약에 달려 있다. 그레이스는 과연 이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 이 소설의 저자 앤디 위어는 영화로도 유명한 『마션』으로 데뷔했다. 『마션』은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 한 남성의 생존 투쟁을 그린 대니얼 디포의 고전 『로빈슨 크루소』(1719)의 설정을 가져와 화성에 홀로 남겨진 과학자의 생존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리면서 인기를 모았다. 화성에서 감자밭을 일구는 과학자 이야기라니!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마션』과 비슷한가 싶으면서도 다르다. 인류 전체 가운데 딱 한 명 주인공만이 우주 오지에 떨어진 상황은 똑같지만, 나머지는 정반대다. 『마션』은 지구의 나사(NASA)가 화성에 고립된 동료를 무사히 귀환시키고자 안간힘을 쓰는 일이 이야기의 한 축이다. 반면,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그레이스는 혼자 힘으로 인류 전체를 구해야 한다. * 바로 이 대목에서 저자는 기막힌 상상력을 발휘한다. 아스트로파지가 망가뜨린 별은 태양만이 아니다. ‘우주 저편에서 인류와 똑같은 위기에 직면한 나름의 문명을 꾸린 지적인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만약, 그들도 타우 별의 특별한 상황을 인지하고 탐사대를 꾸려서 온다면?’ 그럼, 그레이스는 혼자가 아니다. 이 소설에서 귀엽고 명민한 외계인 ‘로키’가 등장하는 이유다. 처음에 그레이스의 원맨쇼였던 소설은 외계인 로키가 등장하고부터 둘이 좌충우돌하며 지구와 로키의 고향 ‘에리드’를 구하는 마음을 흔드는 버디 무비가 된다. 소설 속에서 에리드는 지구에서 16광년 떨어진 ‘40 에리다니 A’ 별에 딸린 첫 번째 행성이다. 물론, 그 행성에 로키처럼 고도의 지성을 가진 금속 외계인이 산다는 가정은 허구지만. * 아스트로파지와 로키와 같은 외계 생명체의 등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소설은 보통 사람에게 생소한 과학 분야인 우주생물학의 중요한 주제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변주한다. 우주생물학은 지구 바깥 광활한 우주에 또 다른 생명체가 있으리라는 전제하에 그것이 어떻게 탄생해서 진화했고 또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모색하는 연구 분야다. 어떤 독자는 연구 대상(외계 생명체)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우주생물학의 존재 자체가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짜로 외계 생명체와 접촉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소설 속 로키처럼 음파로 세상을 보고 화음으로 대화한다면 어떻게 대응할까? 우주 생물학은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서 음파로 보고 소통하는 고래 연구에 관심을 가진다. 우주생물학이 파고드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생명의 기원이다. 생명의 씨앗은 지구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것일까, 아니면 우주에서 운석을 타고 들어와 지구에 뿌려진 것일까? 답이 없을 것 같은 이 질문을 놓고서도 이 소설은 한 가지 가설을 편든다. 그레이스와 외계인 로키의 우정이 뜬금없어 보이지 않는 근거이기도 하다. * 결정적으로, 이 소설과 우주생물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철학적 질문도 있다. 지구 바깥 우주에도 수많은 생명체가 있다면, 하필 지구라는 같은 공간에서 이 시점에 함께하는 동시대 인류의 존재는 무슨 의미일까? 질문은 꼬리를 문다. 이란을 때리고 나서 쿠바 차례라고 호언장담하는 미국 대통령에게 우리가 이렇게 끌려다니는 일이 용납될 수 있을까? 만약, 인류의 운명이 결딴날 수 있는 심각한 위기가 당장 닥친다면 우리는 소설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서 그것을 극복하는 행동에 나설 수 있을까? 사실, 이 질문의 답은 지지부진한 기후 위기 대응이 이미 내놓았다. 이 소설이 따뜻한 인류애를 고양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판타지처럼 보이는 이유다. 미식축구를 즐기지 않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제목의 ‘헤일메리(Hail Mary)’는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용어다. 미식축구 경기 종료 직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 역전을 노리고 던지는 무리수 패스. 어쩌면, 우리 인류에게 지금 필요한 일도 불가능에 가까운 헤일메리의 성공이다. 다행히 우리는 혼자도 아니고, 외계 항성에 내동댕이쳐 있지도 않다. * ◆뒷얘기=알다시피,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지난 3월 18일 한국에서도 개봉했다. 소설에 이어서 영화까지 본 처지라서 살짝 아는 척을 하자면, 영화는 소설의 과학적 디테일은 최소화하는 대신에 이야기의 중요한 뼈대는 그대로 가져오는 영리한 전략을 택했다. SF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영화만으로도 인류애를 넘어 우주애까지 충분히 고양된다. 앤디 위어는 『마션』의 대성공 이후 두 번째 소설로 『아르테미스』(2017)도 펴냈다. 제목대로 달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서점에서 『마션』,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묶여서 3부작으로 판매하기도 하는 이 소설은 셋 가운데 제일 처진다. 굳이, 세 작품의 순위를 매기자면 『프로젝트 헤일메리』 〉 『마션』 ≫ 『아르테미스』이다.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53/0000055016
작은 동거인분의 반응이 귀여워 미소 지었다가, 이어지는 글에서 이 책과 영화를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YG님 말씀처럼 다행히 우리는 혼자도 아니고, 외계 항성에 내동댕이쳐져 있지도 않네요. 그래서 더더욱 이번 모임에서 휴머니즘의 진가를 배워가고 싶기도 하고요:) 인류애를 다시금 끌어올리며!
인류애! 우주생물애! 라고 해야 할까나요... 저 작년말에 책읽고 .. 개봉 기다렸다고 보고.. 또. 최근 '우주먼지'님의 해설을 보고.. 다시 책 - 영화를 읽고 봐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답니다. 헤일 메리가 라틴어 아베 마리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해 보는 도전이라는 것도.. 추가로 알게 되었구요.. 인류애 뿐 아니라 정말 인간의 방식이 얼마나 많은 갈래의 하나인지를 깨주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서평까지 쓰셨군요!! 작은 동거인에게는 우리의 E.T 이미지가 로키가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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