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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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요. @부엌의토토 님 글을 읽고 서문의 공자와 토라, 마하바라타, 성서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대목을 다시 넘겨봤답니다. 아버님께서 자주 말씀하셨다는 “덕불고 필유린”이 와닿아 신영복 선생님의 책도 오랜만에 펼쳐봤어요. 역시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셨던 걸로 기억해요. 정말로, “이런 게 연결인 것 같고, 인간답게 만드는 그런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신 토토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인간주의적 관점에서 규정하는 인성人性이란 한 개인이 맺고 있는 여러 층위의 인간관계에 의하여 구성됩니다. 인성은 개인이 자기의 개체 속에 쌓아놓은 어떤 능력, 즉 배타적으로 자신을 높여나가는 어떤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성이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成) 것이지요. 『논어』에 ‘덕불고德不孤 필유린必有隣’이란 글귀가 있습니다.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뜻입니다. 덕성德性이 곧 인성입니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를 인간관계라는 관계성의 실체로 보는 것이지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인간입니다. 이 사회성이 바로 인성의 중심 내용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동양적 가치는 어떤 추상적인 가치나 초월적 존재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구하는 그런 구조입니다. 동양 사상의 핵심적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인仁이 바로 그러한 내용입니다.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자본주의 체제가 양산하는 물질의 낭비와 인간의 소외, 그리고 인간관계의 황폐화를 보다 근본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신영복 선생의 고전강의를 책으로 엮었다. <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를 '관계론'의 관점으로 새롭게 읽고 있다.
저는 지금 이탈로 칼비노의 <왜 고전을 읽는가> 를 함께 읽고 있습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제목이 과연 인간의 어떤 부분을 ~답게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어서 책을 읽으며 휴머니즘같은 나이브한 단어들이 나오는건 부르주아적 교양의 척도를 말하는 것인지 솔직히 긍정적이기 보단 부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탈로 칼비노는 크세노폰의 [아나바시스]를 이야기하며 '인간이 한낱 메뚜기와 같은 존재로 변할수도 있지만 그러나 기식자와 같은 상황에서도 규범과 위엄의 법칙이라는 일정한 '양식'을 적용할수 있으며 그러는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는데 즉 한마리의 메뚜기와 같은 비천한 현실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채 오직 존재하기 위한 최상의 방식을 논하는 것이라고 합나다.
페트라르카에게 책은 교류였다. “(책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조언을 건네며 살아있는 듯 생생하고 꿰뚫을 듯 날카로운 친밀감으로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준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보카치오가 남긴 이런 상세한 기록은 기품 있고 탁월한 인류라는 고전 시대의 이상적인 생각이 처참히 뒤집힌 모습을 보여준다. 고대 사람들은 인간이 잘 통제된 삶을 영위하면서 풍요로운 수확과 다채로운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후대에 물려줄 유산을 생각하며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흑사병이 닥치자 인간의 기술과 발명은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인간 조건을 향상해야 할 의술은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통치와 행정이라는 세련된 기술도 흑사병을 막지 못했다. 보카치오가 적었듯 “인간의 그 모든 지혜와 슬기도 소용없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전면전이나 총체적인 붕괴 이야기는 흥미진진하지만 실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사력을 다해 막거나 피해를 줄이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하던 일을 계속하고 사회가 무너지지 않도록 영웅적인 노력을 거듭했다. 보카치오 또한 이 사실을 인정한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피렌체에서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 일을 한 사람 중에는 보카치오의 아버지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새로운 치료법을 발견하려고 시도한 사람들도 있었고(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전염을 줄이려고 애쓴 사람들, 시신을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필수적인 업무를 지속한 사람들도 있었다. 전염병의 유행이 끝난 후에는 일상을 되찾기 위해 애쓴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19세기 소설가 알레산드로 만초니는 1630년 밀라노에서 흑사병이 발생했던 당시에 대해 이렇게 썼다. “모든 공동체의 불행 속에서, 정상적인 질서가 장기적으로 무너지는 모든 사건 속에서 우리는 항상 성장을, 인간의 선함이 고조되는 양상을 목격한다. 불행하게도 인간의 악한 모습 역시 같이 증가한다.” 다르게 말하면 이렇다. 겁에 질린 사람과 이기적인 사람이 존재하는 반면 용감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나아가 양극단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도 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오늘날의 독자라면 페트라르카가 비통한 외침과 키케로의 편지 형식에 대한 통찰을 나란히 둔 데 혼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키케로를 논할 수 있는 상태라면 진심으로 슬프기는 한 것일까? 벼락은, 지진은, 폭풍우는, 지옥은 어쩌고 하면서 절묘한 균형에 어떻게 이토록 신경을 쓰는 것일까? 그러나 페트라르카를 비롯한 동시대 사람들은 위대한 로마의 연설가와 작가들을 모방하여 정교하고 우아하게 글을 쓰는 것이 그 말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라틴어 작가들의 세련된 문체가 동시대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용기를 주고 도덕적으로 더 강인해지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촌각 님, 환영합니다. '책걸상' 들으면서 저한테 호감이 생기셨다면 보통 분은 아니신데. :) 저로서는 영광이고 감사합니다. 그냥, 부담 없이 읽으시면서 메모도 하시고, 감상도 나누시고, 서로 질문도 하시는 편한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실, 수다가 훨씬 더 많기는 합니다!)
보통사람입니다. ^^ 분위기 익히려고 노력중인데, 글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네요.. ㅠㅠ
@촌각 님, 글을 다 읽으려고 하시면 책을 읽지 못하실 거예요. :) 제가 매일 가이드해주는 진도대로 읽으시고, 시간 되실 때마다 다른 분들 올리신 인용 메모나 감상 눈에 가는 대로 읽으시면 충분합니다. 그러다, 코멘트 달 마음이 생기시면 댓글 다시면 되고요. :)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예전에 읽으면서 주인공들 이름 외우기 힘들어서 Franz Winterhalter의 그림을 따라그렸던 독서노트.. 이제 그 당시 충격적이었던 이야기들도 가물가물하네요. 기억나는 건 내가 그 당시 여자로 태어나지 않아서 참 다행이었다는 생각
어머, 세상에! 필체가 너무 예쁘세요! 사진 클릭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심지어 그림체까지도요. 제가 지난달부터 주말에 드로잉수업을 받고 있는데, 이 그림을 보고 제 그림이 장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털썩)
저도 드로잉수업받고 싶은데..예전에 미술학원 갔다가 원통, 원, 사과까지 그리다가 지겨워서 뛰쳐나오고 더이상 못 배우겠더라구요;;;; ㅋㅋㅋ
하하하, 저도 학창시절에 미술학원에서 같은 그림만 쉼 없이 그리던 때가 떠오릅니다. 근데 저는 그렇게 단순한 반복을 은근히 좋아하더라고요. 전에도 캘리그라피를 배웠던 적 있는데, 첫 시간에는 먹이랑 붓을 사용해서 선 긋기만 4시간? 했거든요. 그 시간이 어찌나 포근하던지... 근데 @borumis 님은 드로잉수업 안 받으셔도 될 것 같은걸요. 이미 금손!
와 알록달록 예쁜 독서노트네요~ 그림도 잘 그리시는 군요!
감사합니다. 좀 암울한 시기에 암울한 책을 많이 읽어서 (페스트도 그렇고;;) 뭔가 좀 밝고 알록달록한 색칠공부를 많이 했네요^^;;
독서노트도 이렇게 다꾸처럼 꾸미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는 거군요. 그림도 잘 그리시지만 필기체로 쓴 글씨가 넘 예뻐요.. ^^ 심장을 쥐고 있는 여자분.. 무섭네요 ㅎㅎㅋ;;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읽기표대로 오늘 4월 7일 화요일과 내일 8일 수요일은 1장 '산 자의 땅'을 읽습니다. 이번 1장의 주인공은 (스치듯이 이름은 한 번 들어보셨을) 페트라르카와 보카치오입니다. 흑사병이 창궐하던 14세기 1300년대에 인문주의 부활의 불씨를 쏘아 올린 지식인으로 유럽 지성사에 기록된 사람들이죠.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많은 감상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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