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저는 독서노트에 필사를 많이 하긴 하는데 조금만 발췌해서 쓰는데도 자꾸 철자가 틀리거나 개발새발;;; 게다가 손은 왜그리 아픈지... 예전 필사하던 수도사들 정말 이곳저곳 많이 아팠을 것 같아요.. 장미의 이름에서도 필사하는 수도사들의 이야기들 읽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구요. 전 실은 독서실이나 관리형 학원에서 절대 남들과 같이 공부하지 못하고 혼자서 집에서만 공부하는 이유가 낭독(?)하면서 공부를 해야 잘 외워지더라구요.. 반면 남편은 필사파.. 옛날에 깜지라고 종이가 까매질 정도로 열심히 필사하면서 공부하더라구요;;
저는 책 사 놓고 (읽지는 않고) 바라보기가 취미라 장미의 이름도 당연히 있긴 있는데요. 다들 초반 고비만 넘으면 된다던데.. 어렸을 때 영화 정말 재밌게 봤거든요. 수도사들 필사 장면만 책에서 찾아보고 싶네요. ㅎㅎ
말씀하신 부분 오늘 읽었어요. “인문학자 대부분은 자신의 뛰어난 지성을 뽐내는 것을 정말 좋아했으므로 이 마지막 조항을 잘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빵 터졌습니다 ㅎㅎ
수도원의 필사실은 우울한 곳일 수도 있고, 활기차고 생산적인 곳일 수도 있다. 베네딕토회 수도사들은 1년에 한 권의 서적을 개인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고, 낭독을 들으며 식사했다. 수도회의 규율 중에는 “낭독하는 내용에 대해서든 무엇에 대해서든 질문을 해서는 안 되는데 잡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내용도 있다. 규율에 따르면 농담을 해서도 안 됐고, 포도주가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으며, 어떤 개인적인 재주가 있더라도 거기에 자부심을 가져서는 안 됐다. 인문학자 대부분은 자신의 뛰어난 지성을 뽐내는 것을 정말 좋아했으므로 이 마지막 조항을 잘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93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실은 데카메론을 읽으면서 가끔 나오는 여성혐오가 진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에 소름이 끼쳤는데 (특히 마지막 날의 마지막 이야기인 그리셀다.. 흑 난 그 시대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아 정말 다행;;) 2장에서 크리스틴 드 피장의 '여인들의 도시' 이야기가 나와서 반갑네요. 전 솔직히 이 부분 외에는 정말 주워들은 라틴어 문구로 꺼드럭대며 실제로는 양아치처럼 행색하는 도련님들처럼 잘난맛에 사는 humanist들 같아서 2장의 자신들을 칭송하는 미사여구가 좀 오글거렸는데 여류작가들의 인간승리 부분과 출판업체 이야기는 재미있네요. ㅎㅎㅎ
고딕 폰트.. 읽기 힘들죠잉.. 쓰기도 힘듭니다.. 저 이런 글씨 쓰려고 캘리그래피 펜 샀다가 결국 포기;;;
이게 그나마 샤를마뉴 대제 덕에 읽고 쓰기 더 편해졌다는 Carolingian minuscule..
쓸데없이 화려하지만 인쇄술의 정수를 뽐내는 Poliphilo's Hypnerotomachia.. 근데 정작 내용은 참 허무하네요^^;;;
“책 역사학자 E. P. 골트슈미트는 이 책이 "현학자의 광적인 황홀경"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여느 위대한 책과 마찬가지로 광인이 썼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것은 인문학적인 황홀경과 광기다. 이 책은 언어와 시각적 아름다움이 주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p.125-126) “여느 위대한 책과 마찬가지로 광인이 썼다.” ㅋㅋ 요거 은근 명언인 듯 싶습니다.
정말 명문장이지요? ㅎㅎㅎㅎ 그러고보니 위대한 책도 위대한 사상도 어쩌면 광인, 적어도 어느 정도 비범한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탄생하는 듯..
에라스무스 토마스 모어 등 친숙한 이름들이 나오네요. 전 Aldus가 신과 딜치는 걸 보고 예전에 독서노트에 붙였던 만화가 생각났어요. 다른 독서노트는 괴테의 파우스트 예술제본전을 보고서 삘 받아서 제목이라도 형광펜으로 고딕 글자를 따라하려다가 폭망한 Faust 필사노트였습니다. 제본도 필사도 너무나도 어려운 장인 기술입니다..
엇, 저 reading list 도장 탐나네요 ㅋㅋㅋ 독서기록 꾸준히 남기는 게 참 어렵던데, 그림과 글, 꾸미기까지! 저의 로망을 실현하고 계셔서 즐겁게 보게 됩니다 ^^
저 도장을 근데 아마 누군가에게 줬던 것 같은데 그것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책도 문구도 만날 누구한테 주고 까먹는다는;;
저자가 페트라르카 선생이 ㅋㅋ 7~8세기 전의 인물임에도 참 가깝게 느껴지도록 서술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렇게나 둔 키케로 선생의 책에 발이 걸려 다치자 이게 뭡니까 키케로 선생? 했다는 에피소드 너무 웃기고요, 21세기의 나나 페트라르카나 책은 교류라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 서한집 '장르'를 한때 애정했던 독자로서 그 기원이 언제부터였을까 궁금해 했던 적이 있는데 키케로까지 올라간다는 데에서 꽤 놀랐어요. 지금까지 회자되는 고전은 확실히 꽤나 모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올초 19세기 작품인 프랑켄슈타인과 폭풍의 언덕을 읽고서도 깜짝깜짝 놀랐는데, 짧게 인용된 페트라르카의 문장들을 놀라워하면서 읽었어요(특히 이성이 기쁨, 슬픔과 대화하는 이야기). 시대가 이렇게나 다른 데도 인간의 정수는 그리 다르지 않은 건가? 싶어지네요.
Humanist들은 humanity도 넘치지만.. 뭔가 humor도 넘치는 듯 합니다. ㅎㅎㅎㅎ 전 지금 Valla와 Erasmus 등의 유머에 감탄하고 있어요. ㅎㅎㅎ 에라스무스 항상 그림 보면 무지 심각해보여서 이럴 줄 몰랐네요;;; 하긴 토머스 모어도 '유토피아'를 읽기 전에는 무지 심각충인 줄;;;
발라와 에라스무스의 유머는 3장에 나오나봐요? 저 아직 2장 중반 쯤이라... 에라스무스 초상을 보면 관상에 유머란 1도 없어 보이는데 그의 유머에 감탄하고 계시다니, 넘넘 궁금해 집니다. 빨리 읽고 싶은데 독서 속도가 원체 느려요 ㅠ
앗 맞아요 3장 읽고 있었네요. 지금 예전에 사놓았던 에라스뮈스의 책을 읽고있어요. 슈테판 츠바이크도 평전을 쓸 정도로 재미있는 인생풍파를 겪었던 사람이네요
에라스뮈스와 친구들 - 만화가 김태권이 펼치는 인문 교양의 향연르네상스 최대의 지성으로 ‘유럽 최초의 베스트셀러’ 『격언집』을 쓴 인문학자 에라스뮈스의 인생을 따라가는 동시에, 『격언집』에 실린 라틴어 격언들을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비추어 설명하고, 그 라틴어 단어들이 오늘날 어떤 모양의 단어가 되었는지도 친절하게 풀어준다.
에라스무스 평전 - 광기에 맞선 이성<발자크 평전>, <위로하는 정신>(몽테뉴),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카스텔리오) 등 여러 평전을 남긴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작으로, 에라스무스를 다룬 여러 책 가운데 가장 유명한 책이다.
인문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더 도덕적이고 문명적인 삶을 살게 한다고 믿었다. 오늘날 인문학을 가르치는 많은 사람이 더 현대적인 형태이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학 경험과 문화 경험, 비판적 분석의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타인의 관점에 민감해질 수 있도록, 정치적.역사적 사건들의 미묘한 전개를 더 예리하게 포착할 수 있고 전반적으로 더 현명하고 신중하게 삶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후마니타스humanitas를 길러주려는 것이다. 라틴어로 이 말은 인간성을 의미하는데 세련되고 지적이라는 뜻, 말을 조리 있게 하며 관대하고 예의 바르다는 뜻도 함축하고 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p.9~10,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이처럼 휴머니즘은 개인적이다. 동시에 다양한 정의와 함의가 모인 구름으로서 어떤 특정한 이론가나 실천가와 연결할 수 없다. .... 다소 희미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일관성 있는, 공유된 휴머니즘 전통이 있으며 이 모든 휴머니스트를 함께 살펴보는 일이 의미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다채롭지만 뜻깊은 실로 엮여 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15,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에피쿠로스의 경우 서한은 몇 개 없지만, 루크레티우스가 에피쿠로스의 사상을 운문 형태로 기록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가 있다. 이 책도 거의 유실될 뻔했는데 후대에 만든 필사본이 수도원에 남아 있었고, 15세기에 휴머니즘 책 수집가가 이를 발견해 다시 읽히게 되었다. 이 모든 취약하고 아슬아슬한 순간을 거쳐 데모크리토스의 사상은 우리 시대까지 이어졌고, 1942년에 출간된 조라 닐 허스턴의 회고록 <길 위의 먼지 자국>에서 아름다운 글로 다시 살아났다. 무엇이 두려운가? 내 존재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늘 변화하고 늘 움직이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으니 내 모든 동료 인간들이 주는 위안을 가질 수 없다면 종파와 교리가 무슨 필요인가? 우주라는 넓은 허리띠가 있는데 가락지가 무슨 소용인가. 나는 무궁한 우주와 하나이며 다른 확신은 필요치 않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pp.21~22,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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