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과 2장을 새벽에 다 읽고 점심시간 짬을 내 써봅니다. 단테를 읽으면서 베르길리우스에 대한 글도 읽었었는데 역시 페트라르카도 베르길리우스를 숭배하는군요. 기품있고 탁월한 인류예찬에서 흑사병이 도래하니 인간의 잘 통제된 삶과 인간조건을 향상시키는 과학과 의술은 무용지물이었고 재능있고 능력있는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고전시대의 그 이상도 흑사병은 그 모든걸 총체적으로 붕괴시켰습니다. 마치 코비드 시대를 경험했던 그때를 떠올리게 되더이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punky

YG
제가 사실 작년(2025년)부터 개인사 때문에 인류애가 바닥을 치고 있었던 터라서, 요즘엔 인류애 돋우는 책을 읽으면 괜히 더 끌리더라고요. :) 저는 『프로젝트 헤일 메리』를 아주 늦게 읽고 영화도 2주 전에 봤어요.
책은 아주 즐겁게 읽었고(아래 서평 하나 쓴 것도 올릴게요!), 영화는 책보다는 훨씬 못했지만 그래도 책의 스토리를 최대한 감성, 감성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큰 동거인은 질색이라서, 중학교 2학년 작은 동거인이랑 둘이서 봤어요. 작은 동거인은 아직 책은 안 읽은 상태였는데.
어느 시점부터 이 친구가 계속 우는 거예요. 한 30분 울었나? (어찌나 귀엽던지.) 아무튼, 그러고 나서 나오면서 하는 말. "아빠, 지금까지 내가 봤던 영화는 다 쓰레기야." 지금은 틈틈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읽어보세요. 이 책과 함께 읽기에 좋습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데뷔작 《마션》과 후속작 《아르테미스》가 연달아 대성공을 거두며 뉴욕 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명실상부 최고의 SF 작가, 앤디 위어의 신작.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정작 스스로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할 헤일메리호에 오른 ‘좋은 사람’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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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21세기 내내 과학계가 경고해 온 기후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는커녕 되레 전쟁으로 치고받는 우리의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인류의 미래가 있을지 묻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인류애를 돋우는, 그래서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 하나의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SF가 있다. 바로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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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애 돋우는 이 소설에서 역설적으로 인간은 딱 한 명만 등장한다. 우리의 주인공 ‘그레이스’는 우주선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상태로 깨어난다. 자기 옆에는 동료였음이 분명한 중국인 남성과 러시아인 여성이 죽어 있다. 곧이어, 저쪽에 보이는 밝게 빛나는 별(항성)이 태양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혼자서 외계 항성계에 도착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씩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은 더욱더 절망적이다. 어느 순간부터 태양의 출력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상태대로라면 태양 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지구 생태계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맞게 된다. 출력이 고작 10% 떨어지는 30년 안에 지구 인류 80억 명 가운데 절반이 굶주림과 대재앙으로 목숨을 잃는다.
그렇게 태양 출력을 떨어뜨리는 원흉은 별에서 별로 이동하면서 에너지를 흡입하는 우주 미생물 ‘아스트로파지’다. 그레이스는 바로 이 아스트로파지 연구를 이끄는 과학자였다. 우주생물학자(실제로 존재하는 연구 분야)였던 그는 이단적 가설을 주장하다 학계에서 쫓겨나듯 물러났다. 중학교 과학 교사로 살아가던 그는 역설적으로 그 ‘이단적 안목’ 덕분에 급하게 차출된다.
그럼, 지구가 결딴나기 직전인데 그레이스가 외계 항성에 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계가 태양계 인근의 항성계를 샅샅이 관찰했더니, 대다수 별이 태양처럼 출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모두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된 것. 그런데 유독 한 별만 원래 출력대로 빛났다.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이동하면 12년 걸리는(12광년) 고래자리 ‘타우 세티(Tau Ceti)’ 별(실제로 존재하는 별).
이제 그레이스의 임무가 무엇인지 눈치챘을 테다. 그는 타우 별이 아스트로파지의 에너지 흡입에 당하지 않은 이유를 알고자 지구에서 동료 둘과 함께 파견된 과학자였다. 우주여행으로 동료 둘이 사망했으니, 이제 인류와 지구 전체의 운명이 그의 활약에 달려 있다. 그레이스는 과연 이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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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저자 앤디 위어는 영화로도 유명한 『마션』으로 데뷔했다. 『마션』은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 한 남성의 생존 투쟁을 그린 대니얼 디포의 고전 『로빈슨 크루소』(1719)의 설정을 가져와 화성에 홀로 남겨진 과학자의 생존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리면서 인기를 모았다. 화성에서 감자밭을 일구는 과학자 이야기라니!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마션』과 비슷한가 싶으면서도 다르다. 인류 전체 가운데 딱 한 명 주인공만이 우주 오지에 떨어진 상황은 똑같지만, 나머지는 정반대다. 『마션』은 지구의 나사(NASA)가 화성에 고립된 동료를 무사히 귀환시키고자 안간힘을 쓰는 일이 이야기의 한 축이다. 반면,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그레이스는 혼자 힘으로 인류 전체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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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대목에서 저자는 기막힌 상상력을 발휘한다. 아스트로파지가 망가뜨린 별은 태양만이 아니다. ‘우주 저편에서 인류와 똑같은 위기에 직면한 나름의 문명을 꾸린 지적인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만약, 그들도 타우 별의 특별한 상황을 인지하고 탐사대를 꾸려서 온다면?’ 그럼, 그레이스는 혼자가 아니다. 이 소설에서 귀엽고 명민한 외계인 ‘로키’가 등장하는 이유다.
처음에 그레이스의 원맨쇼였던 소설은 외계인 로키가 등장하고부터 둘이 좌충우돌하며 지구와 로키의 고향 ‘에리드’를 구하는 마음을 흔드는 버디 무비가 된다. 소설 속에서 에리드는 지구에서 16광년 떨어진 ‘40 에리다니 A’ 별에 딸린 첫 번째 행성이다. 물론, 그 행성에 로키처럼 고도의 지성을 가진 금속 외계인이 산다는 가정은 허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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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파지와 로키와 같은 외계 생명체의 등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소설은 보통 사람에게 생소한 과학 분야인 우주생물학의 중요한 주제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변주한다. 우주생물학은 지구 바깥 광활한 우주에 또 다른 생명체가 있으리라는 전제하에 그것이 어떻게 탄생해서 진화했고 또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모색하는 연구 분야다.
어떤 독자는 연구 대상(외계 생명체)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우주생물학의 존재 자체가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짜로 외계 생명체와 접촉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소설 속 로키처럼 음파로 세상을 보고 화음으로 대화한다면 어떻게 대응할까? 우주 생물학은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서 음파로 보고 소통하는 고래 연구에 관심을 가진다.
우주생물학이 파고드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생명의 기원이다. 생명의 씨앗은 지구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것일까, 아니면 우주에서 운석을 타고 들어와 지구에 뿌려진 것일까? 답이 없을 것 같은 이 질문을 놓고서도 이 소설은 한 가지 가설을 편든다. 그레이스와 외계인 로키의 우정이 뜬금없어 보이지 않는 근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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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이 소설과 우주생물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철학적 질문도 있다. 지구 바깥 우주에도 수많은 생명체가 있다면, 하필 지구라는 같은 공간에서 이 시점에 함께하는 동시대 인류의 존재는 무슨 의미일까? 질문은 꼬리를 문다. 이란을 때리고 나서 쿠바 차례라고 호언장담하는 미국 대통령에게 우리가 이렇게 끌려다니는 일이 용납될 수 있을까?
만약, 인류의 운명이 결딴날 수 있는 심각한 위기가 당장 닥친다면 우리는 소설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서 그것을 극복하는 행동에 나설 수 있을까? 사실, 이 질문의 답은 지지부진한 기후 위기 대응이 이미 내놓았다. 이 소설이 따뜻한 인류애를 고양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판타지처럼 보이는 이유다.
미식축구를 즐기지 않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제목의 ‘헤일메리(Hail Mary)’는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용어다. 미식축구 경기 종료 직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 역전을 노리고 던지는 무리수 패스. 어쩌면, 우리 인류에게 지금 필요한 일도 불가능에 가까운 헤일메리의 성공이다. 다행히 우리는 혼자도 아니고, 외계 항성에 내동댕이쳐 있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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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얘기=알다시피,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지난 3월 18일 한국에서도 개봉했다. 소설에 이어서 영화까지 본 처지라서 살짝 아는 척을 하자면, 영화는 소설의 과학적 디테일은 최소화하는 대신에 이야기의 중요한 뼈대는 그대로 가져오는 영리한 전략을 택했다. SF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영화만으로도 인류애를 넘어 우주애까지 충분히 고양된다.
앤디 위어는 『마션』의 대성공 이후 두 번째 소설로 『아르테미스』(2017)도 펴냈다. 제목대로 달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서점에서 『마션』,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묶여서 3부작으로 판매하기도 하는 이 소설은 셋 가운데 제일 처진다. 굳이, 세 작품의 순위를 매기자면 『프로젝트 헤일메리』 〉 『마션』 ≫ 『아르테미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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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53/0000055016

연해
작은 동거인분의 반응이 귀여워 미소 지었다가, 이어지는 글에서 이 책과 영화를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YG님 말씀처럼 다행히 우리는 혼자도 아니고, 외계 항성에 내동댕이쳐져 있지도 않네요. 그래서 더더욱 이번 모임에서 휴머니즘의 진가를 배워가고 싶기도 하고요:) 인류애를 다시금 끌어올리며!
aida
인류애! 우주생물애! 라고 해야 할까나요... 저 작년말에 책읽고 .. 개봉 기다렸다고 보고.. 또. 최근 '우주먼지'님의 해설을 보고.. 다시 책 - 영화를 읽고 봐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답니다. 헤일 메리가 라틴어 아베 마리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해 보는 도전이라는 것도.. 추가로 알게 되었구요..
인류애 뿐 아니라 정말 인간의 방식이 얼마나 많은 갈래의 하나인지를 깨주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서평까지 쓰셨군요!! 작은 동거인에게는 우리의 E.T 이미지가 로키가 되겠군요!
밥심
그 영화 어땠냐고 저에게 묻는 분들이 가끔 계신데 “짧게 말하자면 힐 링 sf에요.” 하고 대답합니다. ㅎㅎ

소향
저도 아이맥스 일부러 찾아가 상상력과 영상에 놀라며 재밌게 보긴 했는데요. 보면서 책이 훨씬 나을 것 같다, 영화는 생략되거나 표현하지 못한 게 많겠단 생각을 했어요. 인터스텔라, 컨택트, 콘택트, 그래비티를 기대하고 가서 그런 듯해요. 책을 보고 싶은데 두꺼워서 엄두가.. ㅎㅎ 관람객 평 중에 '인터스텔라와 E.T 를 고슬고슬링하게 비벼 낸 스페이스 SF(Save Friend)물'이라는 댓글을 봤는데 재치있다 싶고 공감했어요.

YG
@소향 소설이 훨씬 재밌어요. 영화에는 없는 매력이 있거든요. 소향 작가님 같은 T 스타일이라면(맞죠?) 영화보다 소설을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보실 듯. :)

소향
휴머니티 가득한 뼈T입니다. ㅎㅎ 그러게요. 영화 보면서 책이 더 나을 듯해 궁금해졌고 기자님이 추천하시니 두꺼워도 꼭 읽어야겠습니다. ^^

향팔
“고슬고슬링하게 비벼 낸” ㅋㅋㅋㅋ 아 이런 드립은 어떻게들 치는 건지

소향
그러니까요. ㅋㅋㅋ 이런 숨은 고수를 보면 뉘신지 너무 궁금해요. ㅎㅎ

연해
저도 이 대목 읽다가 빵 터졌습니다(푸하하...).
밥심
영화 컨택트(arrival)와 영화 콘택트(contact)를 정확히 구분하시는 분이군요. ㅎㅎ 참, 책 두꺼운데 페이지가 잘 넘어갑니다.

소향
둘 다 너무 인상적으로 재밌게 봐서요. ^^ 같은 앤디 위어 원작 영화 중에서도 저는 헤일메리보다는 마션이 더 좋았습니다. 두꺼워도 잘 넘어간다니 천만다행이에요. ㅎㅎ 읽을 책 목록에는 있는데 순위를 당겨봐야겠습니다.

borumis
앗 그러고보니 둘다 한국 제목이 같은 줄 알았는데 미묘하게 달랐네요!

꽃의요정
아마 콘택트(90년대) 때는 이게 표준어였을 거고, 컨택트(2020년대) 때는 이게 표준어로 바뀐 게 아닐까요?
근데 웃긴 건 concept는 아직도 콘셉트예요.
오모나!! 이거 쓰다 혹시나 해서 찾아 봤더니 아직도 '콘택트'가 표준어네요!

borumis
저는 아직도 외래어 표기법을 잘 몰라서.. 특히 이름 같은 경우는 그냥 제 맘대로 쓰거나 그냥 영어로 쓰곤 해요;; Petrarch도 전 영어식 표기가 익숙해서 페트라르크로 쓸 뻔 했는데 페트라르카로 쓰더라구요.
아니, contact가 콘택트고 concept가 콘셉트라니..너무 어색해요!! ㅎㅎㅎ 그럼 2020년 컨택트는 표준어를 무시한?ㅎㅎㅎ

꽃의요정
한국인 그 누구도 '밸런타인 데이' '내레이션'이라고 하지 않지만, 저렇게 표기해야 하는 게 슬픕니다;;; 저렇게 쓰고, 발렌타인과 나레이션으로 읽죠. '핼러윈'이 최고예요!
한동안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표준어라고 네이버에 검색되었던 적도 있는데, 어느 순간에 싹 사라지고 예전처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고 그냥 나오더라고요.

Happyseed
저는 워크샵을 워크숍이라고 하라는데 잘 안 돼요. ㅎㅎㅎ

stella15
@borumis 그러고보면 사람마다 조금씩 발음이 다르긴 해요. 저는 외래어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말에 ㅅ자 붙이는 거 되게 어색하더라구요. 예를들면 휘발윳값, 우윳값 같은. 물론 관행상 ㅅ를 써야하는 단어가 있긴하죠. 근데 요즘엔 거의 웬만하면 다 붙일려고 해서 전 오히려 거북하더라고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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