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이리 와, 나 목말라, 물 좀 줘, 나 아직 살아있어. 겁내지 마. 나 안 죽을 수도 있어. 꼭 안아줘, 이 뼈만 남은 몸을, 두 팔로 안아주지 않고 뭐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가브리엘레 데 무시가 썼다는 문장인데 흑사병 때의 섬뜩하고 처절한 외로운 죽음이 느껴지네요. 그런데 흑사병에 대해 가장 실감나게 묘사한 소설이 있을까요? 엄청난 사건인데, 역사적으로 어떻게 기록되었는지 궁금해지네요.
저도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요거 어떠세요. YG님의 책에서도 소개된 SF작품이더라고요. 14세기 흑사병이 유행하는 중세 영국으로의 시간 여행.
[세트] 둠즈데이북 1~2 세트 - 전2권지금까지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로커스상 12회를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SF 그랜드마스터이자 지존으로 자리잡은 코니 윌리스의 대표작이자, 단편 '화재감시원'의 세계관을 이은 옥스퍼드 시간 여행 연작의 첫 장편 소설.
둠즈데이북 (합본판)지금까지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로커스상 12회를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SF 그랜드마스터이자 지존으로 자리잡은 코니 윌리스의 대표작이자, 단편 〈화재감시원〉의 세계관을 이은 옥스퍼드 시간 여행 연작의 첫 장편소설.
오오 이 책 정말 추천이요. 실은 팬데믹 때 페스트나 데카메론 많이들 읽으시던데.. 전 팬데믹 관련해서 이 책 정말 추천하고 싶어요..! 재미있습니다. 코니 윌리스 책 중에서도 제일 좋았어요.
오!! 감사합니다 @향팔 님과 @borumis 님과 @YG 님이 추천하는 책이라니!! 저장해두고 봐야겠네요^^
『둠즈데이북』은 코니 윌리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고, 제 경험으로는 윌리스의 수다스러움에 지쳐서 힘들어하셨던 분들도 재미있다고 평해주셨던 책이었어요. 저는 윌리스 팬이라서 재미있게 읽었었고요. 아이고, 그런데 이 댓글 쓰면서 오랜만에 윌리스를 검색해 보니, 이 양반이 벌써 올해 80이네요. 1945년생! 건강하시길!
19세기 소설가 알레산드로 만초니는 1630년 밀라노에서 흑사병이 발생했던 당시에 대해 이렇게 썼다. "모든 공동체의 불행 속에서, 정상적인 질서가 장기적으로 무너지는 모든 사건 속에서 우리는 항상 성장을, 인간의 선함이 고조되는 양상을 목격한다. 불행하게도 인간의 악한 모습 역시 같이 증가한다."다르게 말하면 이렇다. 겁에 질린 사람과 이기적인 사람이 존재하는 반면 용감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나아가 양극단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도 있다. p72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그러므로 언어를 잘 사용하는 일은 장식적인 요소를 덧붙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는 다른 사람들을 감화하고 일깨우는 일이며 또한 도덕적인 활동이다. 뛰어난 소통의 기술은 후마니타스, 즉 가장 인간적으로 사는 일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p78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뛰어난 소통의 기술은 오늘날도 꼭!! 필요하지 않나요??? 서로 본인들 말만 하길 좋아해서리...^^;; 예전에는 몇몇 소수의 힘있는 사람들만 마이크를 가질 힘이 있었는데 오늘날은 많은 사람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런 시대가 온다면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사이좋게 들으며 합의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각자의 말만하는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는게 신기합니다. 왜 일까요??^^;;
반면 15세기 휴머니스트의 세계는 수도원보다는 도시를 기반으로 했다. 휴머니스트 남성은 개인 사무실이나 군주의 가정 내에서 개인 교사나 비서로일하거나 공적 영역에서 관리 혹은 사절로 일했다. 이 모든 역할에서 중요시 된 것이 인문학이다. 고전적으로 이 학문은 다섯 가지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문법, 수사학, 시학, 역사학, 도덕철학이었다. 잘 쓰고 말하고, 역사적 사례와 도덕철학을 잘 이해하는 능력은 공적 대화를 하고 글을 쓰고 정치를 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내리는 데 아주 좋은 발판이 되었다. 문제는 바로 거기 있었다. 당시의 부모들은 딸에게 그런 일을 시킨다는 것을 꿈조차 꾸지 못했다. 고귀한 가문의 여성은 집 안에 조신하게 숨어 살고 공적인 영역에서 철저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성은 연설할 일도 세련된 편지를 쓸 일도 없었다. 라틴어를 배울 필요도 없었고 지혜로운 선택을 위한 기술을 공부할 이유도 없었는데, 애초에 선택지가 주어질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육받지 못한 여성은 인문학이라는 영역으로부터 소외되어 있었다. 대신 정조와 절제의 미덕이 여성을 기다리고 있었고, 이 미덕을 갖는 데 교육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피렌체처럼 인문학이 번성하는 도시일수록 여성은 숨어 있어야 한다는 압박이 컸다. p112
초기 인쇄술은 뛰어난 기술이 문화적 지식과 결합하여 영속적인 가치를 만들어낸 아주 좋은 사례다. 에드워드 기번이 썼듯 독일의 기술공들은 "시간과 야만의 횡포를 비웃는 예술"을 탄생시켰다. p12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휴머니스트들은 대체로 이런 역할을 꿈꿨다. 학문의 세계로 신선한 공기와 꽃을 가져오는 동시에 학문의 세계를 현실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이다. 학자들은 여전히 난파선을 인양한다든가, 어둠에 빛을 비춘다든가, 수감자를 해방시킨다든가 하는 기존에 사랑받던 비유도 사용했다. 마누티우스는 자신이 만든 투키디데스의 <역사>에 쓴 서문에서 "출판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좋은 책을 쓸쓸하고 음울한 감옥에서 해방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p130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인간의 삶을 향상하는 발명품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인쇄기는 회의적인 시각과 저항에 부딪혔다. 우르비노 공작은 인쇄된 책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독일의 베네딕토회 수도원장 요하네스 트리테미우스는 『필경사 예찬』에서 필사본이 인쇄본보다 낫다고 주장하며, 필사는 매우 유용한 정신적 활동이므로 수도사들이 이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책을 널리 읽히기 위해 인쇄본으로 출간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22-123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그리고 이 책을 널리 읽히기 위해 인쇄본으로 출간했다.” ㅋㅋㅋ 이렇게 빵빵 터지는 문장들이 은근 많네요.
이들이 애초에 인쇄본을 싫어한 건 책을 희귀하고 값비싼 것으로 남겨둬 자신들만의 권위로 독점하려는 속셈에서 그런 것 같아요 ㅎㅎ
마누티우스는 […] 그리스어 고전도 인쇄하기 시작했는데 그 무렵 이탈리아에는 그리스어 전문가가 아주 많았다. 학자들이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에 그리스어를 가르치러 온 덕택이었는데, 특히 전 세계 기독교인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 이후 더 많은 이주가 이루어졌다. 바로 1453년 튀르키예의 콘스탄티노폴리스 정복이었다. 주민들은 피난을 떠나야 했지만 필사본을 챙길 시간은 있었다. 철학, 수학, 공학 등에 대한 그리스어 문헌으로 가득한 필사본들이었다. 이 모든 것은 이탈리아의 문화적, 지적, 기술적 영역을 확장하고 마누티우스와 지인들을 더욱 풍족하게 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29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1453년 봄 10만 명이 넘는 군대가 콘스탄티노플을 포위하고, 5월에는 술탄 메흐메트 2세가 도시를 함락했다. 비잔틴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은 고전시대의 로마 세계와 15세기 이탈리아를 잇는 최후의 연결고리들 가운데 하나였다. 콘스탄티노플이 고전 문화에 관한 많은 지식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전달자의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된 데는 초기에 술탄 메흐메트의 공이 컸다. 이탈리아 위정자들의 정치적 야망과 문화적 취향에 친근한 매력을 느낀 술탄은 이탈리아 인문주의자들을 고용했다. 이들은 ‘술탄에게 매일 라에르티오스, 헤로도토스, 리비우스, 퀸투스 쿠르티우스 같은 고대 역사가들의 책과, 여러 교황들과 롬바르디아 왕들의 연대기를 읽어주었다’. 르네상스가 고전적 이상의 재탄생을 뜻한다면, 메흐메트는 이 이상의 추종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이스탄불 톱카프 궁전에 남아 있는 그의 서가에는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과 스포르차 가문이 가지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서적들이 꽂혀 있는데,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그 외에 그리스어, 히브리어, 아랍어로 된 서적들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뤄낸 제국과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제국을 비교했고, 스스로를 로마를 정복하고 성서로부터 나온 세 개의 종교-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를 통일할 능력을 가진 새로운 황제라고 믿었다. 제국적 권력을 열망하던 다른 많은 르네상스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메흐메트는 스스로 절대적인 정치적 권위를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확대하기 위해 지식, 예술, 건축을 이용했다.
르네상스 제리 브로턴 지음, 윤은주 옮김
당시 인문학자들은 참 다방면으로 취직을 했군요.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럴 수 있었던 인문학자들도 소수였겠죠? 흠...
ㅎㅎ 네, 모르긴 몰라도 아마 물밑에서 박터지는 경쟁이 있지 않았을까요. 나와라 가제트 만능팔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선생님께서도 이력서, 자소서, 포트폴리오를 세트로 옆구리에 끼고 해외 경력직 취업차 오스만 제국까지 찾아가셨다고 하던데요. 그러고보면 사람 사는 게 예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인 것 같기도 합니다. “드물게 고용인이나 후원자를 찾으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당연히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큰 노력과 창의력을 기울였고 무심한 듯한 태도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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