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인내심을 키우기 위해 수치를 모르는 뻔뻔한 사람들과 일부러 어울렸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인간의 재료가 된 비뚤어진 나무로는 그 어떤 곧은 것도 만들 수 없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3장 소감> 1. 3장 초반에 나온 나병 치료법 보고 기절. 뒤에 기록이 조작된 것이라고 나왔지만, 실제 행해지던 것이니 나온 건 아닐까 싶어 슬펐다. 2. 진정한 서양 반골 '발라'의 행보를 보면서 그저 상대를 까기 위해 까는 사람과 내 편이면 덮어놓고 편드는 사람, 양극단의 어떤 요즘 사람들이 생각났다. 3. 발라가 고도로 계산된 수사학을 이용해 썼다는 문서를 볼 때 영화 '다빈치 코드'가 생각났다. 4. <라틴어의 기품>이 중세의 따개비를 긁어냈다는 신박한 표현을 보고 영상 하나가 떠올랐다. 대형 선박에 따개비가 붙으면 연료를 많이 쓰게 되기 때문에 골칫덩인데 그걸 제거하는 기술에 대한 것이었다. https://youtu.be/j8W8e9nZ-nw?si=UTVvIYo5pB-2EBfZ 내 인생의 따개비도 긁어내고픔. 5. 리엔초가 변장하고 군중 속으로 들어갔다 그를 알아본 사람에게 잡히는 장면은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6. 미란돌라가 인간을 정의하고 찬양하는 부분을 읽으며, 시대 상황 등으로 그에 걸맞은 삶을 누리지 못하고 떠난 수많은 이들이 떠올랐다. 7. 익명으로 자신을 자화자찬한 알베르티.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웠으면! 인내심 키우는 방법도 참 독특. 평생 자신이 갸륵했을 듯. 8. 저자가 쓴 것인지, 번역가 재량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읽다 보면 군데군데서 유머 감각이 보인다. 예: 사치품을 태우는 사람들도 미적 감각은 있었다. 9. 사보나롤라의 주장으로 남색자들이 화형에 처했다는 부분에서 죄인들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했다는데, 과연 신이 그런 '제물'을 원했을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아 화형당했던 철학자 조르다노 브루노가 떠오르기도 했고, 당시 종교가 중심인 사회에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자 말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나선 사람들이 대단하기도 했고, 그때나 지금이나 포용적, 비판적인 사고가 중요하고 특히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인데 현실에선 보기 어렵다는 게 안타까웠다.
8번 공감요! 초반부터 한 번씩 피식거렸던 것 같은데 오늘은 5장에 몽테뉴 도입부 읽다가 진짜 깔깔 웃을 뻔 했어요 ㅎㅎㅎ 저자가 방대한 자료들 속에서 그런 부분들을 지나치지 않고 인용하거나 해석해내는, 유머에 대한 감식안을 가졌다는 생각이 드네요~ 근데 그걸 되게 심드렁하게 써서 (아, 이것도 일종의 스프레차투라? ^^) 더 재밌어요.
아, 그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
4. 소향님의 글을 보고 저도 인생의 따개비를 좀 긁어내고 싶어서 어딜 긁을지 생각해보니 아뿔싸 제 인생 자체가 따개비였습니다. 콘스탄티누스 기증장 전체가 따개비인 것처럼 ㅠㅠㅋ 7. 그 대목에서 빵 터졌습니다. “익명의 작가는 바로 알베르티 자신이었다.” “겸손을 제외한 모든 미덕이 남을 능가했다.” “사교의 찬바람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했다.” ㅋㅋㅋㅋㅋ 이런 점에선 발라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단지 자기 능력을 자랑하고 싶어서, "다른 사람은 모르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 ㅎㅎㅎ 이 책의 출연진 분들이 얼추 다 그런 것 같긴 하지만요. 8. 맞습니다. 읽다가 자꾸만 깨알같은 웃음이 터져요.
@향팔 따개비들도 살려고 그러는 것이니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고요. ^^ 익명의 작가는 자신, 겸손을 제외한 모든 미덕이 남을 능가, 사교의 찬바람. 저도 진짜 웃겨서. 다들 완전 코메디언이에요. 발라도 넘 웃기고요 ㅋㅋ 지식이 누구에게나 공유되지 않은 시대라 더 저런 감정이 들었을 것 같긴해요. ㅋㅋㅋ
“따개비들도 살려고 그러는 것이니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이 말씀 마음에 담아갑니다.
이 인문학자의 이름은 로렌초 발라였다. 발라의 1440년 논문 『콘스탄티누스 기증장에 관하여 De falso credica et ementica Constantini Dontone delamato』는 가장 위대한 인문학적 성취 중 하나다. 정교한 학술 공격을 고대로부터 배운 고급 수사학 기술과 결합한 뒤 맵고 칼칼한 소스를 끼얹었다. 발라가 이 모든 능력을 총동원했던 이유는 근대 교회의 가장 핵심적인 주장, 즉 서유럽 전체에 대한 지배권이 마땅히 교회에 있다는 주장을 반박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주장을 반박하면 교회의 다른 권위도, 교회가 사람들의 정신에 끼치는 영향력도 쉽게 무너질 터였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36,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맵고 칼칼한 소스를 끼얹었다는 표현이 재밌어요. 따개비나 장어와 오렌지 이야기도 그렇고 작가님이 중간중간 재밌는 요소들을 많이 넣어놓으셨네요. :) 발라 이야기에서는 소설 바벨이 생각나요. 발라의 고급 문헌 분석기술로 원래의 해석을 뒤엎어서 교회의 권위에 제동을 거는 것이 이 시기에 아주 용감한 연구였을 것 같아요.
1,2 장에 고전 서적들이 수도원 관리 하에 있었던 이유를 찾아보았어요. 로마 제국의 붕괴(476년)는 텍스트 생산·유통의 물질적 기반을 무너뜨렸다. 파피루스 공급망이 끊겼다. 전문 필사 작업장이 사라졌다. 도시들이 축소되거나 폐허가 되었다. 교육받은 독자층이 급감했다. 이것은 제도적 붕괴에 의한 자연적 소멸이었지, 교회의 의도적 탄압이 아니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수도원이 고전 텍스트를 보존한 주체였다. 베네딕트 수도원 규칙(6세기)은 수도사들에게 하루 두 시간 이상의 독서를 의무화했다. 필사실(scriptorium)에서 수도사들이 고전 텍스트를 베꼈다. 키케로, 베르길리우스, 오비디우스가 수도원 도서관에 살아남은 것은 이 때문이다. 카시오도루스(490-585)는 명시적으로 세속 학문과 기독교 학문을 결합한 수도원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그렇다면 , 무엇이 고전을 주변화했는가? 네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다. 첫째: 양피지의 희소성과 팔림프세스트 파피루스 공급이 끊기자 양피지가 주요 필사 재료가 되었다. 양피지는 훨씬 비쌌다. 선택이 불가피했다. 무엇을 베낄 것인가. 수도원 공동체의 입장에서 성서·전례문·교부 문헌이 우선이었다. 고전 텍스트는 경제적 이유로 후순위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팔림프세스트다. 양피지를 재활용하기 위해 기존 텍스트를 긁어내고 위에 새로 썼다. 19세기에 화학적 방법으로 밑에 있던 텍스트를 복원하자, 키케로의 잃어버린 저작 「공화국에 관하여」 일부, 아르키메데스의 수학 논문들이 나왔다. 고전 텍스트가 기독교 텍스트 밑에 문자 그대로 묻혀 있었다. 둘째: 제도적 관심의 재편 중세 대학(12세기 이후)과 그 이전 수도원 학교의 교육 목표는 구원을 위한 지식이었다. 지식의 목적이 바뀌면 어떤 텍스트가 중요한지도 바뀐다. 키케로의 수사학은 설교를 위해 유용했다.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은 신학 논증을 위해 필요했다. 유용한 고전은 흡수되고, 유용하지 않은 고전은 방치되었다.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이나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같은 텍스트들은 기독교 윤리·신학과 정면 충돌했다. 이것들은 필사되지 않았고 서서히 잊혔다. 루크레티우스는 1417년 포조 브라촐리니가 독일 수도원에서 단 하나의 사본을 발견함으로써 극적으로 복원되었다. 셋째: 아리스토텔레스의 특수한 사례 6세기 보에티우스가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 일부를 라틴어로 번역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대부분 저작은 서유럽에서 사라졌다. 이것들이 아랍 세계에서 보존되었다. 알파라비, 이븐 시나, 이븐 루시드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주석하고 발전시켰다. 12세기 아랍어에서 라틴어로의 번역 운동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가 서유럽에 “재수입”되었다. 이것이 스콜라철학의 혁명을 일으켰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를 기독교 신학에 통합하려 했다. 이교도 철학자의 텍스트가 가톨릭 신학의 핵심 도구가 된 것이다. 고전 텍스트의 운명이 얼마나 우연적이고 지리적으로 복잡한지를 보여준다. 넷째: 해석적 포획 교회가 고전 텍스트를 완전히 무시하지 않은 방법은 알레고리적 해석이었다. 베르길리우스의 네 번째 전원시에서 “위대한 시대의 새 질서”를 예언한 구절을 기독교 해석자들은 그리스도의 탄생 예언으로 읽었다. 베르길리우스는 “이교도 예언자”가 되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는 도덕적 알레고리로 재해석되었다. 고전 텍스트를 없애지 않고 기독교적 의미 체계 안에 흡수함으로써 무력화한 것이다. 이것이 물리적 파괴보다 더 교묘한 지식 통제 방식이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난 뒤, 종교 갈등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을 때는 새로운 세대의 지식인들이 발라에게 매력을 느꼈다. 발라의 방법론과 목표를 존경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발라는 가장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자유사상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그것은 권위가 아닌 전문성을 신뢰하고, 문헌과 주장이 어떻게 그렇게 형성되었는지 연구해야 한다는 고집이었다. 그들은 발라의 방식에 따라 의심스러운 문서를 조사하고 그 기원과 신빙성을 분석했다. 세월이 좀 더 흐른 뒤에는 비종교적 인문학자들이 (즉 좀 더 협소한 의 미에서의 '자유사상가'들이) 발라의 솔직한 태도와 에피쿠로스 사상에 대한 명백한 호의에 동질감을 느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45,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피치노는 이 문제를 탐구한 최초의 인물은 아니지만 새로운 연구 방식으로 이 주제에 접근했다. 또한 우주에서 인간의 역할에 대해 과감한 주장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문학, 예술, 학문 연구, 자치 등의 분야에서 인간이 세운 업적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천지를 창조한 존재와 인간이 거의 같은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누가 반박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인간에게 도구와 천지를 만들 재료를 준다면 인간 또한 어떻게든 천지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누가 반박하겠는가?" 이것은 엄청난 주장이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61,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4장에 나오는 파도바 대학의 세계 최초 해부학 극장이 궁금해 찾아봤습니다. 다녀 온 분 여행기를 보니 정말 책의 설명대로 생겼고 매우 좁고 환기도 되지 않았다고 하고요. 신기하네요. https://m.blog.naver.com/europareise/223561600802 대학 홈피에서 투어 예약도 할 수 있네요. https://www.unipd.it/en
죽음이 기꺼이 삶을 돕는 곳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 4장 소감 > 1. 저자 깨알 유머 재등장. 예1: (두 해부학자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언쟁 벌였다는 부분에서) 개인적으로는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신장이나 빗장뼈를 던지는 상상을 해본다. 예2: (레알도 콜롬보가 베살리우스의 실수를 지적한 언급에서) 해부학 수술대가 아닌 다른 맥락에서 이를 접했다는 의미다. 2. 범죄를 방지하는데 어쩌면 사형보다 더 효과적이었다는 당시의 사후 육신 부활론, 이런 것이 대중에게 통하는 시대는 다시 오기 힘들겠지 싶으면서도 지역별로는 여전히 유효한 곳이 꽤 많은 듯하다. 3. 우리의 의식은 술로 인해 흐려지거나 병으로 인해 약해질 수 있다는 부분을 읽을 때 인간에게 '지금'은 얼마나 짧고, 육체는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새삼스러웠다. 아직 '비교적' 온전한 나의 의식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고 싶어졌고, 또렷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바라는 '그것'이 주는 기쁨을 언젠가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언젠가 내 몸을 이루는 원자들이 부드럽고 조용히 해체되면서 나도 끝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혹시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SF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마인드 업로딩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의식이란 육체를 그릇 삼을 때 진짜 '나'를 이루는 것이지 컴퓨터로 옮겨가는 순간 내가 아닌 그저 데이터에 불과하다고 굳게 믿는다. 설령 그것이 '나'의 의식과 완전히 같다고 하더라도 그런 종류의 불멸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게요. 시신 썩는 냄새에 환기도 안되지 사람도 많은데 좁지.. 성질 돋으면 정말 메스 던지는 일도 생기겠습니다..;;
1번, 동감입니다! ㅎㅎㅎ (예1, 예2 모두 넘 웃겼습니다) 이 문장도 재밌네요. “그러다 난처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체가 협조하지 않는 경우였다.”
스프레차투라를 보면 자만추나 꾸안꾸, '좋아, 자연스러웠어' 등 우리나라에서도 쿨(한 척) 자연(스러운 척)하면서 티 안 나게 노력하는 게 참 유구한 전통을 가진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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