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깨끗하고 텅 빈 상태인 지금도 파도바대학교의 해부 극장은 단테의 지옥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단테의 지옥과 달리 해부 극장에는 이곳으로 들어가는 누구든 희망을 버려야 한다는 표지가 없었다. 도리어 이곳은 희망 어린 공간이었다. 파도바 해부 극장의 입구에 새겨진 문구는 "죽음이 기꺼이 삶을 돕는 곳mors ubi gaudet succurrere vitae"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96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우리 몸이 평생 변함없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예술가도 해부학자도 잘 알고 있었다.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의 이미지와 달리 인간이 어때야 한다는 단일하고 고정적인 본보기는 없다. 우리는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는다. 루크레티우스가 말했듯 정신과 육체에는 "생일과 장례식"이 있다. 이 두 사건을 잇는 길 위에서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정신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06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루크레티우스와 그의 사상의 궁극적 원천인 데모크리토스는 정신과 육체가 모두 감각, 그리고 우리 생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들이 부드럽고 조용히 해체되면서 끝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16세기와 17세기의 저술가들은 이런 사유를 이어갔고, 그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서가 형성되었다. 결국 책에도 몸에도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06-207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우리 본성에 있지만 관계와 사회, 정치를 다루는 법은 배워야 한다. 그 배움은 서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배운 것을 남에게 전달해야 한다. 교육이, 특히 시민 정신과 예절 교육이 휴머니즘 세계관에서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역시 배워서 남주자란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었네요. ㅎㅎ 그건 휴머니즘이었네요!
아마 에라스뮈스 자신의 성격이 온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의 짜릿함과 급진적인 사상이 주는 도취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타인이 왜 거기에 그토록 끌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신적 (혹은 정치적, 혹은 경제적) 기제를 파악하는 데 마키아벨리만큼 소질이 없었다. 다른 시대의 휴머니스트 역시 비슷한 맹점이 있었고 왜 주위 사람들이 다 제정신이 아닌지 하릴없이 고민만 하는 사람도 많았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몽테뉴는 삶을 향상하고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책을 좋아했다. 전기와 역사는 한 인간이 “그 어느 곳에서보다 더 온전하고 더 생생하게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좋다고 했다. “내면의 다양성과 진실이 다량으로 상세하게 나타나고 한 인간이 어떤 다양한 방법으로 구성되었으며 어떤 우연적인 사건들로 인해 위험에 처하는지 보여준다”라고도 덧붙였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그렇군요. 전기와 역사를 좀 더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4월 16일 목요일은 (아, 세월호 참사 12주기네요. 단원고 친구를 포함해 고인 304명을 마음 깊이 추모합니다.) 5장 '인간의 일들'을 읽습니다. 5장에서는 16세기 사상가 데시데리위스 에라스뮈스와 미셸 드 몽테뉴 두 사람을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우리도 이름으로는 알고 있는 서양 근대 사상의 문을 연 사상가들인에요. 특히, 몽테뉴는 저자가 따로 책을 한 권 냈을 정도로 애정했던 철학자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전미 도서비평가협회상, 더프 쿠퍼상 수상작, 아마존닷컴 올해의 책,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세계 14개국 번역 출간 화제작. 어떻게 살 것인가? 오직 이 한 가지 물음에 대하여 20가지로 답한다. 몽테뉴의 삶과 그의 대표작인 <에세>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제목이 가리키듯이 어떻게 살아야 참되게 사는 것인가를 생각하도록 하는 책이다.
이 책은 벽돌 책이라기엔 약간 소품이지만, 2023년 12월에 연말 분위기와 함께 즐겁게 함께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 그때 누가 함께 하셨었죠?
저는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YG 님의 소개 덕분에 흥미로워 병행해서 읽기 시작했어요:)
아, 오늘이군요. 12주기라니.. 그날 회사 식당에서 뉴스를 보고 다들 웅성웅성하면서 종일 속보를 찾아 보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고개 숙여 추모합니다. 세월호 관련해서 이 책이 좋았어요. 세월호가 왜 침몰했고 왜 구조에 실패했는지 상세히 분석해 주어서 그 전의 억측들이 해소가 되었습니다. 읽다보면 화도 많이 나고 슬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꼭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2016년 『세월호, 그날의 기록』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토대를 놓은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기록팀)이 지난 10년 동안 쌓인 질문을 다시 던지며, 진실의 조각들을 모아 분석한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을 내놓았다.
그러게요.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그때 직간접적으로 피해입은 생존자들은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어찌 잊겠습니까 평생가지...
엇, 이런 6백 페이지도 안 되는 껌같이 얊은 책을 읽으셨다니 믿어지지 않는군요. ㅎㅎ 안물안궁이시겠지만, 그때 저는 여기 없었습니다. ㅋ
ㅋㅋㅋㅋ 껌같이 얇은 책 ㅎㅎ 넘 웃겨요
어머 이책을 벽돌 책으로 읽으셨었군요. 저는 혼자 읽었는데 ㅎㅎ 여튼 기자님이 소개해 주셔서 있었어요~ 캄사!!!
저도 고인들을 추모합니다. 저는 세월호 관련 영화나 다큐, 책들을 읽을 용기가 없어서 가능하면 피하며 살고 있어요 지난가는 길에 본 팽목항에 덩그러니 있던 세월호가 생각나네요. 세월호는 지금 그자리에 있는지 아님 있을 곳을 찾았는지 궁금하네요. 찾아봐야겠어요
고전문학을 읽지 않고도 사람들은 부도덕을 배웠다. 위선을 다룬 브라촐리니의 대화록에 따르면 한 설교자는 설교 중에 성적 욕망에 대해 어찌나 상세히 이야기했는지 신도들이 이를 직접 실천해 보고자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54p,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선과 도덕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가르쳐도 깨닫지 못하고, 실천도 못하는데....악과 부도덕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솔선수범해서 한다는 인간이란 종족..ㅜ.ㅜ
교육은 사람이 세상을 내 집처럼 여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에라스뮈스는 생각했다. 동료 인간들과 조화를 이루는 법, 친구를 사귀는 법, 현명하게 행동하는 법, 모두를 예의 있게 대하면서 지식의 광명을 나누는 법을 교육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다시 말해 후마니타스의 함양을 주장했다. 에라스뮈스의 『우신예찬』은 제목부터 모어의 이름을 이용한 언어유희이며 짓궂은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는 책이다. 아주 과감한 생각을 담고 있지만 “우신”의 입을 통해서 말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거리를 둘 수 있다. 모어의 정치 풍자 『유토피아』는 상상 속의 섬나라로 떠나는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곧 주변 사람을 편하게 만들고 전반적으로 쾌적한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 법, 모든 의미에서 인간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법을 안다는 의미다. 이런 태도는 모두를 인간답게 만든다. 옥스퍼드대학교 윈체스터칼리지와 뉴칼리지의 모토가 되기도 한 “예절이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라는 말은 사실 채택되기 200년 전쯤 만들어진 것이다 여행, 독서, 우정 세 가지는 에라스뮈스의 인생에 중요한 주제였으며 각 주제는 서로에게 힘이 되었다. 여행하면서 끝없이 많은 친구를 사귀었고 친구들은 새로운 과제, 일, 추가 연구가 필요한 소재 등을 제안했으며 이로 인해 또 여행할 기회가 생기는 식이었다. 에라스뮈스는 주어진 기회를 따라다녔고, 때로는 한곳에 꽤 오래 머물기도 했지만 때로는 그저 잠깐 스쳐 갔다. “내 집은 내 서고가 있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5장,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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