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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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휴머니스트, 그리고 모든 문화권의 연설가들이 잘 알고 있었듯 세련된 언어는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언어는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 그 자체다. 우리의 사회적·도덕적 생애의 기초가 된다. 언어 덕분에 기존 세계를 지적으로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고 최선의 추론을 적용할 수 있으며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말을 통해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추론과 상상을 타인에게 설득할 수 있다. 언어는 또한 투투 대주교가 말한 "생명 다발"로 인간을 묶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우리는 서로 소통하고 연결된다. 바로 이것이 휴머니즘의 탐구 영역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준 네 번째 생각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26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포스터는 이 모든 연결과 보편성 속에서도 계층과 피부색, 성이 유의미하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았다. 반면 동료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1935년 파리에서 열린 국제작가회의에서 포스터는 동성애를 주제로 하는 또 다른(훨씬 암울한) 소설인 제임스 핸리의 『소년Boy』이 마주한 억압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영국인들이 생각하는 자유는 강력하지만 한정적이라고 했다. "피부색과 계층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영국 남성의 자유를 말하지, 제국의 지배 아래 있는 민족들의 자유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한편 영국 내에서 자유는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잘사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성에 관해서는 더욱 한정적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32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논어』에는 이렇게 나온다. "공자의 도는 최선을 다해 나의 인간다움을 이루는 것(충忠)과 타인을 대할 때 그들 또한 인간다움으로 살아 있음을 깨닫는 것(서恕)"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34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 충(忠) 글자 그대로 '중심(中心)'을 잡는 마음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정성을 다하고, 내면의 진실함을 지키며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자기 수양의 측면입니다. • 서(恕) 내 마음(心)과 타인의 마음이 같음(如)을 깨닫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않는 배려, 즉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대를 의미합니다. 결국 공자의 도는 "나를 먼저 바로 세우고(忠), 그 마음을 미루어 타인을 배려하는 것(恕)"으로 요약됩니다. (feat. 제미나이)
‘충(忠)’이라는 것이 나라에 충성하고 뭐 그런 의미보다도,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 나의 인간다움을 이루는 내면적 성찰의 의미가 먼저였군요.
저도 이 부분 읽고 놀랐어요. 한국에서 자라오는 동안 '충'이라고 하면 당연히 나라에 충성 조직에 충성 그런 걸로 이해하게 되는데, 자기 수양의 측면이 있다니. 자기를 지우는 쪽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맞아요, 저도 놀랐어요. ‘이밖에도 내가 논어나 맹자 같은 유가 사상의 개념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내용이 또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쵸. 안 그래도 제가 도덕경이나 논어를 예전에 나름 주석을 달아 여러가지 해석을 달은 책으로 읽긴 했는데 영어로 읽어서.. 다시 나중에 한글로 (한자로?) 읽어봐야겠어요.. 그리스어에서 잘못 번역된 라틴어 문헌들처럼 잘못 이해한 게 많을 것 같아요.
저만 그런 게 아니군요. 원서에서는 충이나 서, 이런 부분이 제대로 안 나와서 몰랐는데 덕분에 새로운 관점을 얻어갑니다.
아..!! 역시 동양철학은 한글로 보니 훨씬 낫네요. 원서에는 다소 어색하게 번역이 되어있어서 직감적으로 오지 않았는데.. 충성할 때 충忠은 알았는데 서恕는 몰랐네요. 용서하다고 할 때 쓰는 서 자 군요. 충은 웬지 충효에서 많이 봐서 좀더 나랏님이나 주인님 등 수직적이고 외적인 관계에서 쓰이는 줄 알았는데 자기 자신의 내면적 인간성의 중심에 충실하라는 의미에서 쓰이는군요. 서가 이렇게 쓰이는 한자인 줄도 몰랐지만.. 내 마음과 타인의 마음이 같다는 것을 깨닫는 의미라는 것도 새삼스럽게 다가왔어요. 그렇죠. 내 마음처럼 타인의 마음도 상처받을 수 있는 것을 깨달아야 자기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게 되죠.. 드라마 다모의 명대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 원서 영어로는 "The Master's way consists of doing one's best to fulfill one's humanity and treating others with an awareness that they, too, are alive with humanity."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4월 22일 수요일은 8장 '인간성의 전개'를 읽습니다. 이번 장의 주인공은 훔볼트와 존 스튜어트 밀-해리엇 테일러 밀 부부, 그리고 매슈 아널드입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다들 교과서에서 보아 익숙하시겠지만, 그의 사상의 원천이자 사실상 모든 저서의 실질적 공저자가 해리엇 테일러라는 사실은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제가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에서 소개했던 소설 『쌀과 소금의 시대』 속에서, 사회주의와 페미니즘의 가치를 최초로 선포하는 중국 간쑤성의 부부 이야기로 재구성되어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매슈 아널드는 저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재평가하게 된 인물이에요. 왜냐하면 제 문학 이론의 ‘원초적 교양’이라 할 수 있는 테리 이글턴의 『문학 이론 입문』(창비, 1986)이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 인물이 바로 아널드였거든요. ‘종교’가 떠난 자리에 ‘교양’을 앉히고, 중산층의 가치를 보편화하여 하층 계급의 ‘무질서(Anarchy)’를 잠재우려 했던 그의 계획을 이글턴은 일종의 ‘하층민 길들이기 전략’으로 규정했었죠. 셰익스피어를 대하는 상반된 시각을 보면 그 대립 지점이 선명해집니다. 이글턴에게 셰익스피어는 16세기 런던이라는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 속에서 분투하던 ‘글 쓰는 노동자’였고, 그의 작품은 당대의 사회적 갈등이 투영된 각축장입니다. 반면, 아널드에게 셰익스피어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인간성의 정수’이며, 지상의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세속적인 신에 가까운 존재였습니다. 아널드의 논리에 따르면 노동자가 셰익스피어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그 고결한 정수를 체화하여 ‘품격 있는 시민’이 되기 위함입니다. 실제로 영국 공교육 체계가 초등학교 때부터 셰익스피어 원전을 고집하는 데에는 이러한 아널드식 비전이 깊게 박혀 있습니다. 이글턴은 바로 이 지점, 즉 문학이 계급 갈등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적 통합 기획’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매섭게 공격한 것이고요. 아널드를 시대의 한계를 뚫고 나온 선구적 휴머니스트로 복권하려는 베이크웰의 시각을, 이글턴의 비판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세요. 교양, 자유, 순응 같은 키워드가 떠오릅니다.
8장의 또 다른 주인공 빌헬름 폰 훔볼트는 저에게는 ‘언어 철학의 아버지’로 입력되어 있어요. 우리가 어떤 언어를 쓰느냐에 따라 세상을 인식하고 분류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는 ‘언어적 세계관’을 제안한 선구적인 학자죠. 언어를 단순한 소통 도구가 아니라 사고의 기관으로 본 그의 통찰은 여러 나라 언어와 각 언어 공동체의 인식 체계를 대조하는 ‘비교 언어학’의 개척으로 이어졌습니다. (아마 국어 시간에 훔볼트라는 이름을 한 번쯤 접해보셨을 수도 있어요.) 책에서도 나오듯이, 빌헬름에게 유명한 과학자 동생이 있습니다. 근대 지리학과 생태학의 기초를 닦은 알렉산더 폰 훔볼트입니다. 형인 빌헬름이 언어를 통해 인간 정신의 지도를 그렸다면, 동생인 알렉산더는 전 세계를 누비며 자연이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지도를 그렸습니다. 마침 동생의 삶과 학문을 다룬 훌륭한 평전(안드레아 울프의 『자연의 발명: 잊혀진 영웅 알렉산더 폰 훔볼트』)이 국내에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
자연의 발명 : 잊혀진 영웅 알렉산더 폰 훔볼트 (양장)아마존.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 코스타 어워드 전기 부문 수상작.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발자취를 따르는 환상적인 여행 속에서, 이 잊혀진 영웅을 재조명한다.
알렉산더는 커서 탐험가이자 과학자가 되었고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5년간 탐험하는 대담한 여정, 그리고 여러 권으로 이루어진 과학책 『코스모스Cosmos』로 이름을 알렸다. 알렉산더 훔볼트의 이름을 딴 사물이 산맥, 식물, 펭귄 등 그야말로 수백 가지다. 괴테는 알렉산더와 만난 뒤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 수많은 관이 달린 분수 같은 사람이라 그 아래에서 그릇만 들고 있으면 시원하고 끊임없는 물줄기가 무한히 흘러나온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41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알렉산더 훔볼트의 이름을 딴 펭귄을 봤어요. @ifrain 님의 그림입니다. 귀엽습니다.
극지로 온 엉뚱한 질문들남극, 북극을 시작으로 극지 탐험의 역사와 해저 세계와 지구에 이르기까지 질문과 답변을 따라가면 차근차근 이해가 깊어진다. 마지막 질문과 답변을 읽을 때쯤이면 극지의 겉과 속이 머릿속에 훤히 그려진다.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려면 남극과 북극을 알아야 한다. 지구의 탄생과 미래의 열쇠를 품고 있는 극지의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지구과학 입문서.
제가 병행 읽기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었는데 거기에도 알렉산더 폰 훔볼트가 나오더라구요. 동시에 읽어서 훔볼트? 어느 훔볼트지? 하고 찾아보았어요. 이 형제, 정말 대단하더군요. 새롭게 알았어요
여행의 기술 - 제2판“일상성의 발명가” 알랭 드 보통은 독창적인 시각으로 사랑, 건축, 철학 그리고 종교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을 써왔다. 그런 그가 떠나는 여행의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번에도 그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재미있어요. 이글턴의 비판적 견해에도 강한 설득력이 있지만, 8장을 읽으니 아널드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되네요.
@향팔 @borumis 공맹 사상을 놓고서 저는 이런 책들을 권하곤 합니다. 저도 동양 철학맹이었는데 편견을 깨고 공백을 메워준 책들이에요. 주로 이권우 선생님, 김시천 선생님 등의 가이드로 접하게 된 책들인데 그 책들 중에서도 좋았던 것들입니다.
우리에게 유교란 무엇인가배병삼 저자는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다분히 오해되어온 유교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일상에 밀착하여 재미있고 새롭게 조명·해석하는 작업에 오랫동안 매진해온 정치철학자로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은 2009년부터 2년여 동안 <녹색평론>에 연재해온 ‘생태의 눈으로 유교 읽기’ 작업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양장)현대적이며 탁월한 논어 해설로 주목 받아온 배병삼 교수의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를 양장본으로 새로 내놓는다. 근래 우리 사회의 위기와 삶의 위기에 대해 논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해법이 무엇인지 다시금 곱씹어볼 기회로 삼기 위함이다.
논어, 학자들의 수다 - 사람을 읽다인간 공자와 그 제자들의 '관계'로 재구성하는 논어 읽기. 저자 김시천은 통상 조연으로 등장하는 제자들에 초점을 맞췄다. 가장 비중 있게 등장하는 제자 열두 명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면서 <논어> 속 텍스트의 틈새를 스토리텔링하듯 메꿔 나간다.
최소한의 윤리 - 인간의 도리를 지키려는 우리의 선한 본성에 대하여깊이 있는 서평으로 오랫동안 신망을 받아온 도서평론가 이권우가 혼돈과 위기의 시대를 통과하며 읽어온 《맹자》 탐독의 기록을 내놓았다. 《최소한의 윤리》는 이익과 욕망이 최우선인 오늘날, 우리가 인간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동양고전 《맹자》에서 길어올린다.
그리고 하나 더! 몇 년 새 돌봄 관련 책을 아주 많이 읽고 있는데. 와, 정말 올해의 책 수준의 책을 하나 병행 독서로 접했네요.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 나를 되살리는 이타와 돌봄의 윤리학』. 지카우치 유타라는 일본의 젊은(이라고는 하지만 제 기준이고 벌써 40대) 철학자의 두 번째 책인데. 저는 정말 많이 배우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받았네요. 비트겐슈타인 후기 철학의 입문서로도 읽을 수 있답니다. 다들 한 번씩 살펴보세요!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 - 나를 되살리는 이타와 돌봄의 윤리학‘어째서 사람들의 마음은 서로 엇갈릴까?’ ‘왜 타인을 위하는 선한 마음이 헛돌고, 때로 상대방을 상처 입힐까?’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는 이런 물음의 답을 찾으며, 진정한 이타와 돌봄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 고찰하는 책이다.
오! 저 이 분 전작에 관심이 가서 킵해 두었는데 신작이 나왔군요! YG님 추천도 있으니 이제 진짜 읽어봐야겠습니다!
제목이 근사하네요. 저도 기억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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