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보통 사람이라 그런지 보통 사람의 서가라는 시리즈에 마음이 가네요.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가이드북도 있었더라구요! 돌고래와 닻 도안 멋있네요 ㅋ
네, 저도 ‘보통 사람의 서가’ 얘기라서 더 인상적이었어요. 자료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책에 실린 도안은 돌고래인지 잘 모르겠는데, 올려주신 도안을 보니 정말 돌고래 맞네요! ㅎㅎ
노동자계급 사람들도 저마다 독서와 교양을 통한 만족에 대한 아널드의 믿음을 사유했고 그 반응은 엇갈렸다. 한때 면직 공장 노동자였던 급진주의 작가 에설 카니는 1914년 《코튼 팩토리 타임스Cotton Factory Times》에 기고한 편지에 너무 많은 교양은 노동자계급에게 "클로로포름" 같은 마취제로 작용해서 삶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사회운동에 신경을 쓰지 않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들은 공자나 새우의 일생이 아닌 카를 마르크스를 읽고 삶의 조건을 바꾸기 위한 혁명적인 정치 활동에 임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떤 모순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착취에 눈을 뜨고 저항할 준비를 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잠을 재우는 클로로포름이 아니라 잠을 깨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조지 W. 노리스는 우체국 직원이자 노조 간부로서 노동자교육협회에서 22년간 수업을 들었는데 그 효과를 돌아보며 이렇게 썼다. "사유하는 기술을 훈련한 뒤로 나는 이 시대 신문의 자극적인 헤드라인 뒤에 숨은 허세와 기만을, 부정직한 정당 정치가와 독재자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사를, 증오의 씨앗을 뿌리며 세계를 활보하는 독단적인 사상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또 다른 요소도 고려해야 했다. 공부, 독서, 예술을 관람하고 비판적 능력을 사용하는 일은 모두 즐거움을 가져온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70-371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사실 배빗과 지지자들은 반론을 펼치는 동안에도 패배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이미 읽기와 쓰기, 교양이 있는 삶으로 가는 길이 폭발적으로 열리고 있었다. 저렴한 책들이 나와 인기를 끌었고 새로 생긴 도서관이 책을 대출해 주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강좌도 생겼다. 이런 것들은 사라질 기미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 저렴한 책, 강좌 등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그 시대 가장 급진적인 사상을 접했다. 푼돈으로 신에 관한 회의적인 탐구, 마르크스주의 경제에 대한 글, 지구와 거기 사는 생명체들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인 평가 등을 읽을 수 있었다. 인간의 기원에 대해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새로운 여정의 출발은 아널드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확고히 그러나 기계적으로 따르는 일반적인 관념과 습관 위로 신선하고 자유로운 사유의 물줄기를 튼" 결과였다. 그리고 또 그 결과 휴머니즘은 새로운 길로 접어든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374-375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4월 23일 목요일과 내일 4월 24일 금요일은 9장 '어느 꿈의 세상'을 읽습니다. 어쩌다 읽다 보니, 벌써 9장까지 왔네요. 9장은 이른바 '과학적 휴머니즘'과 불가지론 그리고 휴머니즘을 새로운 종교로 만들려고 했던 시도 등이 나옵니다. 휴머니즘의 비판적 포인트가 부각하는 지점이라고나 할까요?
벌써 9장이라니.. 업무하느라 못 보고 있는데 주말에 몰아봐야겠네요.
이런 것 관심 있으실까요? 8장의 매슈 아널드와 9장의 토머스 헉슬리 그리고 메리 오거스타 워드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계보도입니다. 맨 아래(토머스 헉슬리의 손자들) 올더스 헉슬리는 우리가 잘 아는 그 헉슬리고, 줄리언 헉슬리는 이 책에도 나중에 등장합니다. :)
오, 줄리언 헉슬리가 11장에 등장하네요. (유네스코 초대 총장이었다니!) 올려주신 계보도가 아주 유용합니다.
과학은 아이들에게 물리적인 세계의 기초를 알려주는 동시에 인문학적 능력도 키워준다. 바로 탐구 정신이다.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실험을 통해 능동적인 학습을 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고대 문헌, 심지어 선생님이 하는 말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결국 그런 문헌과 선생님의 말을 이해할 능력이 생긴다. 387 이때부터 "인문학적 휴머니즘"과 계몽주의 시대의 멜리오리즘은 새로이 당도한 과학적 휴머니즘과 함께 하게 된다. 최신 과학의 논증과 방법론에 관한 관심을 지속하면서 자연이라는 큰 그림 속 인간의 자리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과학적 휴머니즘의 원칙은 우리 시대에도 광범위한 휴머니즘 세계관의 일부로 남아 있다. 389 인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휴머니즘 윤리는 우리가 정신적이고 문화적이며 도덕적인 존재임을 일깨워 준다. 물리적인 본성뿐만 아니라 인간적 환경이 우리를 형성한다. 과학적 휴머니즘은 우리가 동물이기도 하며 엄청나게 큰 우주 속 변화하는 지구 위에서 끊임없는 변이 과정을 거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389
첫 인용구를 보다 보니 지금은 연락이 끊긴 친구 생각이 나요. 판에 박힌 가르침에 질문을 던지고 새롭게 바라보던 친구가 있어요. 문학 선생님 한 분은 친구과의 티키타카를 매우 즐기셨고 저 또한 그랬습니다. 참 신기했어요. 우리는 다같이 판에 박힌 교육을 받고 있는데 저 친구의 저런 시각과 상상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내 성적이 더 좋아도 나는 너무나 순응자, 패배자 같이 느껴지고 반짝이는 친구가 부러웠던 기억이 나요. 어린 시절의 그 마음이 여전히 책을 읽는 어른으로 이끄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질문하고 싶고 달리 보고 싶고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요.
페트라르카가 의사들에게 온갖 독설을 퍼부은 데는 이유가 있다. 가장 친한 친구 중에도 의사가 몇이나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특히 인문학 지식을 자랑하는 의사들을 특히 경멸했다. "다들 학식 있고 예의 바른 데다 대화 능력이 아주 뛰어나고 격렬하게 논쟁을 벌일 줄도, 인상 깊고 듣기 좋은 연설을 할 줄도 알지만, 장기적으로는 꽤 예술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90p,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8장. 인간성의 전개 344쪽 정부의 주된 역할은 누구와 결혼하라, 무엇을 믿어라, 어떻게 예배를 올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선택이 타인을 해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국가가 제시하는 대단한 도덕적 이상이 필요하지 않다. 국가가 괜찮은 삶과 자유를 위한 기본 조건을 제공하기 바랄 뿐이다. (훔볼트) 360 쪽 신자유주의에서는 부유층이 어떤 규제도 받지 않고 이익을 챙기고 나머지 사람들은 부유층의 약탈이 사회에 남긴 결과와 씨름한다. 밀, 그리고 그리고 훔볼트가 말하는 자유는 이런 것이 아니다. 진정 자유로운 사회는 더 깊은 만족감을 귀중하게 여기고 가능하게 만든다. 아름다움의 의미, 문화적 개인적 경험의 다양성, 지적 발견이 주는 흥분, 사랑과 친교의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게 한다. 362쪽 그러나 고정된 완벽한 이상에 다다르는 것은 결코 자유주의나 공리주의의 목표가 아니다. 휴머니즘의 목표도 아니다. 3가지 사상의 목표는 모두 삶에서 좋은 것은 좀 더 늘리고 나쁜 것은 줄이는 것이다. 370쪽 “사유하는 기술을 훈련한 뒤로 나는 이 시대 신문의 자극적인 헤드라인 뒤에 숨은 허세와 기만을, 부정직한 정당 정치가와 독재자의 입에서 쏟아져나오는 수사를, 증오의 씨앗을 부리며 세계를 활보하는 독단적인 사상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또 다른 요소도 고려해야 했다. 공부, 독서, 예술을 관람하고 비판적 능력을 사용하는 일은 모두 즐거움을 가져온다는 사실이었다. 374쪽 이 모든 새로운 여정의 출발은 아널드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확고히 그러나 기계적으로 따르는 일반적인 관념과 습관 위로 신선하고 자유로운 사유의 물줄기를 튼” 결과였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8장. 인간성의 전개,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지금으로부터 약 35년 전인 대학교 4학년 때 공대생이었던 전 들을 과목이 마땅치 않아서 동기 한 명을 꼬셔서 교육학과에서 개설한 과목을 하나 수강했습니다. 공대 강의와는 달리 주제를 잡고 토론을 하는 방식의 수업이라 처음엔 낯설어서 어리벙벙했는데(교수님도 처음엔 저 공대생 둘은 뭐지 하는 의아심을 가진 듯 했죠.) 다행히 그 수업을 주로 듣는 교육학과 학생들이 저학년이라 노느라고 바빴는지 저희 둘 보다 토론 준비를 잘 안해와서 공대 전공과목에서는 잘 받아보지 못한 A+를 받는 쾌거를 이루었죠. ㅎㅎ 8장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그 때 수업이 떠올랐어요. 토론 주제 중 하나가 제가 기억하기로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나’ 뭐 그런 비슷한 것이었거든요. 제 리즈 시절(?)을 추억하며 8장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밥심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내리셨나요? :)
확실히 기억은 안 나지만 교수님 성향도 진보적인 것 같고, 눈치를 보니 사회과학이란 것이 조금은 비판적 성향을 보여야 하는 것도 같고, 당시 사회 분위기가 민주화가 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답답한 전제적인 성향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동기와 상의해서 '교육으로 사회를 바꿀 수 없다'고 입장을 정하고 자료를 작성해서 제출했던 것 같습니다. 국가가 교육의 틀을 쥐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필요에 의해 교육 내용을 정하므로(국정 교과서 제도 등?) 훔볼트나 밀, 아널드가 꿈꾸었전 자유롭고 다양하며 교양 넘치는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식의 논리 전개였겠죠? ㅎㅎ 그나저나 이과 출신이라 그런지 8장 보다는 지금 읽고 있는 9장이 훨씬 재밌네요. 출신의 영향이 이토록 큰 것인가 자조하며 읽고 있습니다. ㅋㅎ
ㅋㅋㅋㅋ 공대생들의 쾌거 이야기 너무 재미있습니다. 저도 실은 예전에 스위스의 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프로그램이 처음 도입된 국제학교에서 다니면서 IB가 나름 humanitarian 가치를 중요시해서 비판적 사고, 국제시민으로서의 의식과 문화적 교양, 학생의 자발적 탐구 등을 지향하는 교육을 한다고 하긴 했는데.. 물론 토론과 논술 등의 교육이 강점이긴 하지만... 저를 제외한 동양 국가 학생들은 대부분 높은 수준의 수학과 과학 위주로 수업을 듣고 Humanities (언어, 역사 등)은 기초 레벨로만 듣고 HL(High level: AP와 비슷한 개념)은 기껏해야 수학이랑 비슷한 경제학을 택하거나 하더라구요. 전 영어도 역사도 HL로 택해서 좀 외로운 동양학생이었다는..^^;; 딱히 이과 계열의 학생이 아니어도 동양 전통 교육을 받은 학생들 대부분 에세이나 토론 발표를 어려워하는 학생이 많아서..;; 근데 정작 그런 인문학적 토론/논술 수업이 IB의 강점이고 졸업하기 위해서는 약간 철학적 연구논문 TOK을 써야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아시아권 국제학교의 IB 프로그램은 그렇게 Humanities 쪽이 대충 모양만 갖추고 실속은 별로라는 얘기도 있고 대부분 수과학 쪽으로만 치중되서 선택한다는 얘기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밥심님의 글을 보면서 결국 국가가 교육의 틀을 쥐고 교육을 제공하는 공무원들도 국가의 틀 속에 있고 학생들도 대부분 학점 따기 쉬운 수업만 선택하게 되다보면 (최근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벌써부터 논란이 많던데) 결국 밥심님처럼 독특한 학생이 아니면 대부분 결국 어느 정도 자유롭고 다양한 교육의 효과가 있을지도 회의가 들었습니다.
서로 얽혀 있는 보편성과 다양성과 더불어 휴머니스트는 세 번째 자질을 중요시한다. 늘 그래왔다는 이유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태도다. 어떻게 특정한 상황이 나오게 되었는지 질문하고 때로는 무엇이 있든 따지고 보면 옳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과거의 휴머니스트, 그리고 모든 문화권의 연설가들이 잘 알고 있었듯 세련된 언어는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언어는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 그 자체다. 우리의 사회적·도덕적 생애의 기초가 된다. 언어 덕분에 기존 세계를 지적으로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고 최선의 추론을 적용할 수 있으며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말을 통해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추론과 상상을 타인에게 설득할 수 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그래서 여성은 왜곡된다. 마치 특정한 모양이나 크기로 자라도록 강요된 온실의 식물같다. 반면 분석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자신이 만든 결과도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남성은 자신이 키운 그 식물이 저절로 그런 모양으로 자랐다는 게으른 믿음을 가진다. 그러나 무엇이든 미리 분석하지 않은 것에 '게으른 믿음'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휴머니즘 전통의 일부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누군가 나를 노예로 삼겠다는데 그러라고 할 사람은 하늘 아래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이 한 줄은 무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된 산더미 같은 그릇된 논증을 죄다 무너뜨린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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