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3.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D-29
왠지 요새도 먹힐 것 같은 협박입니다.. ;;
19세기 소설가 알레산드로 만초니는 1630년 밀라노에서 흑사병이 발생했던 당시에 대해 이렇게 썼다. "모든 공동체의 불행 속에서, 정상적인 질서가 장기적으로 무너지는 모든 사건 속에서 우리는 항상 성장을, 인간의 선함이 고조되는 양상을 목격한다. 불행하게도 인간의 악한 모습 역시 같이 증가한다." 다르게 말하면 이렇다. 겁에 질린 사람과 이기적인 사람이 존재하는 반면 용감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나아가 양극단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도 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72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같은 경험을 공유할 때 두 사람은 우분투 정신으로 연결되고, 이때 인간다움이 특히 도드라진다. 가장 감동적이고 특징적인 사례는 페트라르카가 1368년에 막 아들을 잃은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페트라르카는 고전문학에서 가져온 온갖 슬픔과 상실의 사례를 나열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도 막 손주가 죽어 망연자실한 상태임을 이야기한다. ....... 편지에 담긴 학문적인 내용과 사적인 내용 모두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78, 79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효과적인 위로의 최고 조건은 역시 입장의 동일함인 것 같습니다.
수도원의 필사실은 우울한 곳일 수도 있고, 활기차고 생산적인 곳일 수도 있다. 베네딕토회 수도사들은 1년에 한 권의 서적을 개인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고, 낭독을 들으며 식사했다. 수도회의 규율 중에는 "낭독하는 내용에 대해서든 무엇에 대해서든 질문을 해서는 안 되는데 잡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내용도 있다. 규율에 따르면 농담을 해서는 안 됐고, 포도주가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으며, 어떤 개인적인 재주가 있더라도 거기에 자부심을 가져서는 안 됐다. 인문학자 대부분은 자신의 뛰어난 지성을 봄내는 것을 정말 좋아했으므로 이 마지막 조항을 잘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93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마지막 문장에 격공합니다. 전에 교수 및 연구자들이 모인 자리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귀에서 피 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
당연한 사실이지만, 더 세련되고 풍부한 도덕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남자아이들이 늘 도덕과 지혜의 본보기로 살아간 것은 아니다. 심지어 당대의 인문학 교육이 건방지고 말만 유창할 뿐, 어떤 순수한 지적 호기심이나 생각도 없는 유명 인사들만 만들어내는 기술이라는 인식도 팽배했다.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닌데 21세기 초 영국에서 나는 라틴어 명언이나 툭툭 던지며 졸렬한 짓을 하는 자가 꽤 높은 직위에 오른 사례를 목격한 바 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17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작가는 진상을 이렇게 멕이는군요! 상대가 이 글을 읽었다면 알아챘을까요? ㅋㅋㅋ
스프레차투라는 느긋하고 무심한 듯 태연한 자세를 말한다. 어려운 일을 할 때도 마치 타고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고, 너무 애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태도다. 나는 이 단어를 들으면 어깨에 무심하게 외투를 걸치는 사람이 떠오른다. 핀으로 고정하거나 다시 매만지지 않아도 외투는 완벽하게 툭 걸쳐진다. 스프레차투라는 문학 활동에서도 이상적인 태도였다. 카스틸리오네는 본인의 저서도 이런 식으로 집필했다고 주장한다. 가벼운 샐러드를 만들듯 설렁설렁 써냈기에 힘을 들여 정식으로 편집, 출판할 생각도 없었는데, 친구였던 시인 비토리아 콜론나가 다른 친구들에게 몰래 퍼뜨렸고 워낙 널리 읽히는 바람에 그럴 바에야 출판하자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달랐다. 카스틸리오네는 1528년 『궁정론』을 출간하기 전까지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공을 들여 어러 번 수정했다. 출간 후에는 찬사가 쏟아졌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20, 121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스프레차투라 = 허세 카스틸리오네 =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한 수능만점자 이렇게 읽히네요 ㅋㅋㅋㅋ
알베르티는 말을 탈 때 모자를 쓰지 않았고 (특이한 행동으로 여겨졌다) 아무리 모진 겨울바람이 불어도 머리의 한기를 견딜 수 있게끔 훈련했다. 사교의 찬바람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했다. "인내심을 키우기 위해 수치를 모르는 뻔뻔한 사람들과 일부러 어울렸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65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존경입니다. 특히 두 번째 부분에서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수 없네요! 저걸 어떻게 견뎌내는지...휴우..
또한 사보나롤라의 강렬한 카리스마도 모두를 최면에 빠뜨리는 듯했다. 그에게 푹 빠진 인문학자들은 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과 그들 자신 도한 사보나롤라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가 대학교에 보내는 지원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자고 제안했을 때에야 비로소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인문학자가 대학교와 관련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학교는 교육과 학문에 대한 신념을 상징하는 곳이었다. 이는 20세기 서구 지식인들이 전체주의적 공산주의에 푹 빠져 그 체제 아래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역사를 상기시킨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72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이런 강렬한 카리스마는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어떻게 사람들을 홀리는 것일까요?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사이비종교에 빠지는 것을 보면서 늘 의아했습니다. 아직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 같은데(굳이 찾자면 서태지 정도?), 아직 그런 무시무시한 영도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그런 건지, 인간이 너무 회의적이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네요. ㅡㅡa 뒤늦은 도배질 죄송합니다 ^^;;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용기 내어 시작해 이제 3장까지 읽었네요. 8일 남았는데 종료일까지 다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힘 닫는 데까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낯익은 이름과 낯선 이름들이 무수히 쏟아져서 좀 어지럽지만 중학교 사회 시간에 배운 후 스러져 가던 기억을 되살림과 동시에, 르네상스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몰랐다는 것을 깨닫는 좋은 계기가 되어 주고 있네요 ㅎㅎ
마지막 다섯 줄 공감해요. ㅎㅎ @SooHey 님, 응원합니다! 안 되면 끝나고 읽으셔도 되죠.
벌써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한 앞 부분 내용을 복습할 수 있어서 좋은 면도 있어요. 화이팅 하십시오. 추신) 르네상스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저도 요즘 많이 합니다.
"힘 닫는 -> 힘 닿는" 닫으면 안 되죠~ㅋㅋㅋ;;;
이런 깨알 포인트 너무 좋습니다(하하하).
저는 @SooHey 님이 올려주신 글 보면서 다시금 끄덕끄덕하고 좋은걸요. 저도 지난주에 현생이 너무 바빠서 진도만 겨우 따라잡고, 이 방에서는 한 마디도 남기지 못한 게 계속 아쉬웠는데요. 이제부터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글도 남겨야겠어요. 종료일까지 차근차근 같이 가 보아요:)
역시 다정하신 @연해 님, 넘 감사해요 :)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증정-선착순 10명] 청선고로 모여라!『열여덟의 페이스오프』작가와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커리어와 나 사이 중심잡기 [김영사] 북클럽
[김영사/책증정]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는 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구글은 어떻게 월드 클래스 조직을 만들었는가? <모닥불 타임> [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
[여성]을 다양하게 말하기
[책증정] 페미니즘의 창시자,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자 《메리와 메리》 함께 읽어요![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책증정]『빈틈없이 자연스럽게』 반비 막내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클래식 2025] 9월, 제 2의 성 [도서 증정] 《여성은 나약하고 가볍고 변덕스럽다는 속설에 대한 반론》 함께 읽기[도서 증정] <문제적 여성들의 북클럽> 번역가와 함께 읽기
그믐의 대표 작가, 조영주
[책 증정] <탐정 소크라테스> 조영주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증정] 작가와 작가가 함께 등판하는 조영주 신작 <마지막 방화> 리디셀렉트로 함께 읽기[장맥주북클럽] 1. 『크로노토피아』 함께 읽어요[박소해의 장르살롱] 19. 카페 조영주로 오세요
책도 주고 연극 티켓도 주고
[그믐연뮤번개]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짧은 역사, 천천히 길게 읽고 있습니다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 그림책 좋아하세요?
벽돌책 사이, 그림책 한 칸 (부제: 내가 아는 29가지 기쁨의 이름들)[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도서 증정] 《조선 궁궐 일본 요괴》읽고 책 속에 수록되지 않은 그림 함께 감상하기!"이동" 이사 와타나베 / 글없는 그림책, 혼자읽기 시작합니다. (참여가능)
진짜 현장 속으로!
[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중독되는 논픽션–현직 기자가 쓴 <뽕의계보>읽으며 '체험이 스토리가 되는 법' 생각해요[도서 증정] 논픽션 <두려움이란 말 따위>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동아시아)[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
체호프에서 입센으로, 낭독은 계속된다
[그믐밤] 47. 달밤에 낭독, 입센 1탄 <인형의 집>[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
봄에는 봄동!
단 한 번의 삶방랑자들여자에 관하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편견을 넘어 진실로: 흑인문화 깊이 읽기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5.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루시우 데 소우사
비문학을 꾸준히 읽는 중
독서기록용 <한옥 적응기>독서기록용 <가난의 명세서>[독서 기록용]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