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위대SS를 비롯한 나치 조직들에서 일하는 수많은 관리가 도덕적이고 전인적인 인간을 형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훔볼트식 교육체계의 고도로 정제된 산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휴머니즘의 껍데기는 실로 얇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령 1941년에 학살이 만연했던 동부 전선에 있었던 한 젊은 병사는 "진정으로 인간적이고 독자적인 가치관을 위한 투쟁"을 위해 그런 폭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는 매우 충격적인 기록을 남겼다. 고위 나치 관리들이 약탈한 예술품에 탐닉한 것 역시 어떤 인간성도 없는, 다만 표면적으로만 휴머니즘적인 취향을 보여준다. 그리고 토마스 만이 1945년 9월에 물었듯 나치 독일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무감각한 상태였으면 지하 감옥에 부당하게 갇혀 학대당하는 인물들에 대한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를 보고도 "얼굴을 가리고 공연장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았을까? ”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 혐오와 고립의 시대, 우리를 연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496-497쪽,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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