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팔님의 문장 수집: "대신 벤담은 한 가지 실험을 제안한다. 내가 어떤 일을 했을 때 그것이 (내가 아는 한) 관련된 모든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할까, 아니면 불행하게 할까? 이것이 바로 행복 계산법felicific calculus으로 공리주의라는 윤리론의 핵심이다. 물론 이 계산법을 적용하는 과정은 아주 복잡하다. 결정은 누가 내리고 산술적인 계산은 얼마나 정확하게 할 수 있으며 행복과 불행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도구로서는 흠이 있지만 잘만 사용한다면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인간적이다. (314쪽)
세상에 있는 행복의 양이 줄어드는 대신 늘어난다는 게 중요하다. 공리주의는 때로는 매정하다는 취급을 받지만 이런 생각은 내가 볼 때 너그러울 뿐만 아니라 꽤 아름다운 삶의 원칙 같다. (315쪽)"
“ 두 나라 지도자들의 미묘한 연관에 대해 들었을 때, 내게는 근대 영국의 대표적 이념인 공리주의와 독일 나치즘 사이에도 어떤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참고로 니체는 공리주의 영국을 근대성(현대성) 이념의 발원지로 지목했다). 본격 연구를 해본 적이 없는 터라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의심이 최근 더욱 강해지고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 두 이념은 아주 다르다. 영국의 공리주의는 낭만적 영웅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판단을, 예외보다는 규칙을 중시한다. 행복조차 현실적 효용을 통해 접근했던 매우 실용적이고 계산적인 이념이다. 이런 공리주의를 히틀러를 영웅시하고 아리안종의 우수성을 설파하며, 수백만의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낸 광기적 행동과 연결짓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제를 하나씩 파고들어가면 헷갈리는 지점들이 자꾸 나타난다. 나치의 선동적 연설만 아니라 공리주의자들의 합리적 계획 속에서도 다수의 행복을 위한 소수의 제거, 인간 개량을 위한 유용성 평가 등을 발견하거나 추론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제레미 벤담이 구상한 수용소도 그런 예 중 하나다. 이 수용소는 쓸모와 비용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사람이 인간마저 그런 눈으로 볼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보여준다. 사회적 부만 축내는 쓸모없는 인간들, 생계 하나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는 쓰레기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벤담은 교육이나 도덕적 호소는 부질없다고 생각했다. 그에 따르면 '인류의 쓰레기들'은 민간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강제노동수용소에 수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시민으로 개조되어야 한다. ”
『묵묵 - 침묵과 빈자리에서 만난 배움의 기록』 쓸모없는 사람, 고병권 지음

묵묵 - 침묵과 빈자리에서 만난 배움의 기록노들장애인야학과 광화문 거리, 수용시설 그리고 미술관과 대학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그 시간에서 얻은 배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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