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D-29
별칭을 붙이자면 ‘태백이’ 가 되겠네요 ㅎㅎ 우리나라에 거주하셨던 삼엽충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
태백이! 좋네요!
나는 삼엽충 신종에 이름을 붙일 특권을 지닌 몇 안 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삼엽충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나 나비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나 별다를 바 없다. 비록 신종의 기준표본이 대개 인시류鱗翅類의 표본보다 덜 바스러지지만 말이다. 나도 나비 표본들을 많이 채집했다. 나도 나비 표본들을 많이 채집했다. 망치로 채집한 것이긴 하지만. 일부 화석 종들은 채집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드물다. 하지만 채집하기 어렵다고 해서 반드시 자연에서 원래 드물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시투성이일 수도 있고 껍데기가 얇을 수도 있다. 나는 오랜 세월에 걸쳐 150종이 넘는 새로운 삼엽충에 이름을 붙였고, 지금도 '학계에 새로운' 종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약간 호들갑스러워진다. 또 속의 이름도 서너 종류 붙였다. 내가 명명법상의 재앙을 가까스로 피한 사례가 딱 한 번 있었다. 나는 새로운 삼엽충에 고전어 사전들을 뒤져서 프리기아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님프인 오이노네Oenone에서 딴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그 동물에게 잘 어울리는 아주 매력적인 이름 같았다. 다행히도 나는 막판에 어느 벌레에 이미 그 이름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같은 이름을 붙이는 것은 <동물학 명명규약Rules of Zoological Nomenclature>이라는 두꺼운 규정집에 실린 규정에 위배된다. 나는 케네디의 <라틴어 입문서Latin Primer, the Rules> 외에 잠이 안 올 때 읽는 책으로 그 규정집만한 것은 없다고 장담한다. 그 책에는 동물의 이름을 붙일 때 이렇게 하라,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라는 규정들이 죽 나열되어 있다. 회계장부나 열차시간표처럼 그 규정집도 어떤 체제를 매끄럽게 운영하는 데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탁상공론가들의 낙원 구실도 한다. 가장 중요한 규칙 하나는 이미 있는 속명을 또 쓰지 말라는 것이다. 다행히 나는 논문이 발표되기 전에 이름을 오이노넬라Oenonella로 바꿀 수 있었다. 그 이름은 한 번도 쓰이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오이노넬라는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삼엽충 - 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 pp.182~183, 리처드 포티 지음, 이한음 옮김
동물에 누군가를 모욕하기 위해 이름을 붙이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명명규약은 동료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허용한다. 체코의 두 고생물학자는 내 이름을 따서 한 삼엽충에 포르테이옵스Forteyops라는 이름을 붙였고, 휘팅토니아Whittingtonia와 왈코타스피스Walcottaspis라는 이름의 삼엽충도 있다. 따라서 동물에 이름을 붙임으로써 연구자를 기념하는 셈이다. 분류학계에는 어딘가에 접미사가 키스메(-chisme,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으며, 영어식으로 발음하면 'kiss me' 처럼 들린다)로 끝나는 동물왕국이 있다는 전설이 있다. 연구자들은 그 접미사에 자신의 여자친구가 될 사람의 이름을 붙이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폴리키스메Polychisme, 아나키스메Anachisme 등등. 나는 모래시계 모양의 특이한 미간을 지닌 한 삼엽충에 몬로이아이monroeae(마릴린 먼로의 이름을 따서)라는 이름을 붙였고, 한 동료는 곱사등이처럼 보이는 한 화석에 쿠아시모도quasimodo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분을 전환시키는 이런 사소한 사항들은 사실 이름을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규약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종 이름을 붙이는 것은 허용하지 않지만, 모욕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농담을 곁들여서 이름을 붙이는 것은 허용한다. 존스를 기리기 위해 신종에 조네시jonesi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아첨이 아니다. '주로 똥더미에 사는 작고 별 특징 없는 종' 이라고 기재한다면 말이다. 대개 종의 이름은 라틴어든 그리스어든 그 동물에 관한 무언가를 알려준다. 아그노스투스 피시포르미스(완두처럼 생긴 아그노스티드류 삼엽충), 파라독시데스 오일란디쿠스Paradoxides oelandikus(올랜드 섬에서 나온 파라독시데스)처럼 말이다. 이름에는 명명자의 이름이 붙는다. 그래서 스피츠베르겐에서 나온 아주 매력적인 오르도비스기 삼엽충의 이름을 제대로 쓰면 파라필레키아 자쿠엘리나이 포티Parapilekia jacquelinae Fortey, 1980이 된다(당연하지만 내 아내의 이름을 땄다). 이런 세세한 사항들은 후속 연구자들에게 그 종이 원래 어디에서 기재되고 이름이 붙여졌는지 알려주는 유용한 구실을 한다. 다시 말해 1980년에 포티가 발표한 논문에 실렸다고 말이다. 한 세기 전이나 그 이전에 이름이 붙여진 종은 그 뒤에 설명이 붙을 수도 있다(수정사항들). 내가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한 많은 고생물학자들은 아마 학명에 붙은 내 이름을 통해 나를 알고 있을 것이다. 나중에 직접 보았을 때 그들은 내가 젊다는 것을 알고 놀라지 않을까.
삼엽충 - 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 pp.183~184, 리처드 포티 지음, 이한음 옮김
약간 왜곡되긴 했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장미는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향기가 날 겁니다." 그 말은 이름을 붙이는 것이 헛된 일이라는 의미다.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포드가 '우표수집'이라고 지칭한 과학 분야들-그는 아마 분류학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에도 똑같은 비난이 적용될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보다 오도시키는 견해는 없을 것이다. 비록 학명을 짓는 것이 장난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그 이름들은 진정한 지적인 목적에 봉사할 수 있다. 내가 앞으로 살펴볼 중요한 질문들 중 몇 가지에서는 엄밀한 동정이 핵심적인 구실을 한다. 유능한 분류학자들이 측정단위(종, 속 따위)를 정확히 정의하지 않았다면, 과거의 생명다양성을 어떻게 논의할 수 있겠는가? 자신이 조사하는 종들이 어떤 것들인지 알지 못한다면, 진화를 어떻게 추측할 수 있겠는가? 이 동물이 이 대륙에서 발견되고 저 동물이 저 대륙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을 알려줄 믿을 만한 꼬리표가 없다면 고대 생물의 지리학을 어떻게 추론할 수 있겠는가? 어느 책에서든 이 세 가지 질문은 깊이 다루어도 좋은 것들이므로, 여기서 나는 일단 간략하게 답할 생각이다. '당연히 할 수 없다'고 말이다.
삼엽충 - 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 pp.184~185, 리처드 포티 지음, 이한음 옮김
명명의 세계 공유 감사합니다.
오, 그냥 다른 이름을 가지세요. 이름에 뭐가 있나요? 우리가 장미라고 부르는 것은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여전히 달콤한 향기가 날 텐데요.
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홍유미 옮김
로미오와 줄리엣시공 RSC 셰익스피어 선집 시리즈.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서도 ‘비극 중의 비극’으로 불리는 「리어 왕」은 이성과 광기, 사랑과 증오에 휩싸이는 유한한 인간 존재의 보편적 절망에 관한 셰익스피어의 “숭고한 비전”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줄리엣이 로미오가 몬태규 가의 아들이라 하더라도 그 이름은 중요치 않다고 말하는 대사네요! ㅎㅎ
스페인어에는 바다를 지칭하는 여성형 명사도 있고 남성형 명사도 있다. 즉 ‘라 마르(la mar)’라고도 하고 ‘엘 마르(el mar)’라고도 한다. 그런데 산티아고는 바다를 언제나 여성으로 간주해 ‘라 마르’라고 부른다. “장미는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변함없다.”라고 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한 대상을 어떠한 이름으로 부르느냐에 따라 그 대상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중략) 한편 산티아고의 반대편에는 신세대에 속하는 젊은 어부 중 몇몇이 있다. 자연과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산티아고와 달리 그들은 바다를 ‘라 마르’로 부르지 않고 어디까지나 남성으로 간주해 ‘엘 마르’라고 부른다. 같은 어촌에 살면서 똑같이 고기잡이를 해도 젊은 어부들의 태도는 이렇게 사뭇 다르다. (중략) 그것은 곧 세계관의 차이요 자연에 대한 태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젊은 세대의 어부들과는 달리 산티아고는 좀처럼 인간(주체)과 자연(객체)을 대립적인 관계로 보지 않는다. 그에게 인간은 어디까지나 자연의 일부요, 좀 더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생태계의 소중한 구성원일 뿐이다. 인간과 자연은 마치 육체와 영혼의 관계처럼 서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육체를 영혼에서 분리하는 순간 사멸하듯이 인간도 자연에서 분리되자마자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노인과 바다 「작품 해설」 7,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노인과 바다노벨 문학상, 퓰리처상 수상 작가, 20세기 미국 문학을 개척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 미국 현대 문학의 개척자라 불리는 헤밍웨이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삶의 좌표를 잃어버린 '길 잃은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8권으로 출간된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마지막 소설로, 작가 고유의 소설 수법과 실존 철학이 짧은 분량 안에 집약되어 있다.
번역가 김욱동 선생님은 『노인과 바다』를 해설하면서 이 문구를 인용하셨더라고요. 리처드 포티, 제인 구달, 김춘수, 김욱동 네 분이 각자의 결을 따라 어떤 이름이나 이름이라는 개념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셰익스피어 선생님 맞은편에서 함께하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신데렐라 언니 ost - 에프엑스의 '불러본다' 노래 시작 전에 은조(문근영)의 나레이션 부분입니다. 문학작품 같아요. 그 사람을 뭐라고 불러본 적이 없어서 나는 뻐꾸기가 뻐꾹뻐꾹 울듯이 따오기가 따옥따옥 울듯이 새처럼 내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iGZwrffJCE 나를 깨우는 외로움에 지쳐버린 잠에서 깨면 여전히 웃는 그대가 생각나서 나도 몰래 미소 짓는데 이렇게 또 사랑은 가고 아름다운 계절이 오면 니가 남긴 슬픔에 그리움에 나는 또 이 거리를 걷는다 하루 또 하루 나 살아가다가 그대 이름에 또 눈물이 나면 나 참을 수 없어 이렇게 웃을 수 없어 또 그대 이름 불러본다 가슴에 남은 상처도 이젠 그대 일은 잊으라는데 내 입술을 깨물고 참아봐도 내 사람 너 하나뿐인걸 하루 또 하루 나 살아가다가 그대 이름에 또 눈물이 나면 나 참을 수 없어 이렇게 웃을 수 없어 또 그대 이름 불러본다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다가 사랑이 또 그리울 때면 그대가 남긴 아픔에 나도 모르게 눈물 흘리네 하루 또 하루 나 살아가다가 그대 이름에 또 눈물이 나면 나 참을 수 없어 이렇게 웃을 수 없어 또 그대 이름 불러본다
표지 그림부터 강렬하네요.. 이름은 존재를 가두기도 하는 예.. 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있는 삼엽충 화석 그림의 일부에요. 여러 마리이고 조금 정교하게 그리기 시작하면 시간이 끝도 없이 길어져서.. ^^ 그림을 그리다 보니 삼엽충이 꼬물거리는 것이 느껴져서 신기했어요. 아무래도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계속 들여다보게 되니까요. 한 번 보고 지나치는 것보다는 많은 것들을 보게 되어요. 당시 바다의 물결 방향도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삼엽충들이 기어다니던 바닥이 진흙처럼 부드럽다면 물결의 흔적도 남아있을 수 있겠죠..?
물결의 흔적이 화석으로 남아 있는 것을 아마 연흔이라고 할 겁니다. 삼엽충 화석이 박혀있는 퇴적암에는 흔히 연흔도 같이 있다고 하네요.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고 하셨지만 삼엽충이 너무나 생생해서 꿈틀꿈틀 헤엄쳐다닐 것 같네요!
오호!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물결의 흔적도 화석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게 대단하네요. 작은 생물들이 기어간 자국이 화석으로 남는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한번 가면 끝일 것 같은 바람이나 물결도 화석을 남긴다니 참 오묘해요.
말씀하신 연흔Ripple mark이 있는 퇴적암을 보았어요. 미국 유타 그래이스캐년에서 온 것이군요. 두번째 사진은 유기적퇴적암인 처트Chert입니다. 38억년 전 암석이니 이것도 꽤 오래 되었네요. 문경수 탐험가님이 기증하셨나봐요. 이제 보니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나이가 많은 암석이 많군요. ㅎㅎ
우와, 저는 삼엽충이 항상 징그러웠는데 그림속 삼엽충은 귀엽네요. 뭔가 현대적이기도 하고요. ㅎㅎㅎ
귀여워서 다행이에요. 삼엽충을 예쁘게 봐주세요. 요즘 사람들은 비둘기도 엄청 싫어하고요. 특히 초등학생 여학생들.. ^^ 자기와 다른 뭔가를.. 혐오하는 게 익숙한 것 같아요. 젊은 여성들이 바퀴벌레 등 각종 벌레를 잡는데 10,000원, 20,000원 정도 지불한다는 것을 당근에서 종종 보았어요. 심지어 죽은 벌레를 치워주는 것도 사람을 필요로 하더군요..
앗, 정말요? 죽은 벌레를 치워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네요. 저는 벌레 사체는 어떻게든 치우겠는데 살아있는 벌레는 정말 기절초풍하겠더군요. 한번에 죽여야 하는데 놓치면 낭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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