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D-29
ATP 나오고 전자가 튀어나가는 반응식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이젠 전문가들(대학입시에서 화학이나 생명과학을 선택한 수험생)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물러나겠습니다. ㅋㅎ 그나저나 다들 이면지를 사용하신 거죠? ㅎㅎ
저는 항상 갖고 다니는 연습장 같은 것이 있어요. 무엇이든 쓸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하는 ^^
제가 그린 그 종이는 카메라에 찍힌 직후 쇄절되어 재활용을 기다리고 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너무 야박한가요).
자기 임무를 다하고 사라지는 모습이 아릅답네요. 제 연습장도 언젠가는 임무를 다 하겠죠. ^^ 우리도 그렇고요. 삼엽충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박물관에 전시될 줄 알았을까요? 자기 생의 임무를 다했을 뿐.. ㅎㅎ
어여쁜 꽃잎도 이렇게 바스러지네요.
피고 또 진 꽃잎을 보노라니, 노래 한 곡이 마음속을 샥 스치고 지나가네요. https://youtu.be/fM9IZRwY6e8?si=aB84vOqrdMBdbvGK 꽃잎이 피고 또 질 때면 그날이 또 다시 생각나 못 견디겠네 https://youtu.be/RTMhflIPxao?si=K8sRt0X8X0bdKiH-
제주에서 찍은 동백입니다. 끝물이라 나무 밑에 떨어져있는 동백꽃이 더 많았어요. 잘 알려져있듯이 동백꽃은 꽃송이 채로 떨어집니다. 붉은색인데다가 덩어리의 양감 때문에 마치 단두대에서 떨어져 나온 머리와 같은 기묘한 느낌을 받습니다. 곧 사그러질 아름다움의 처연함이랄까 그런 느낌도요.
투두둑. 하고 떨어졌을 것 같아요. 저는 꽃 중에는 목련이 지는 모습이 가장 비극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바닥에 짓이겨 피범벅이 되는 것 같아서.. 말씀하신 대로 동백 꽃송이를 머리라고 생각하면..;; 끔찍하군요. 꽃송이가 떨어져 있는 장면을 보니 전쟁터가 떠오릅니다.
이렇게 밟힌 자국이 너무 잘 드러나요. 새하얀 목련이 이렇게 처참하게 진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봄밤에 빛나는 것처럼 환한 목련인데 햇빛 가득한 날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용혜원의 「선운사 동백꽃」에서 "피를 머금은 듯 피를 토한 듯이, 보기에도 섬뜩하게 검붉게 검붉게 피어나고 있는가"라는 구절은 동백꽃의 색이 진한 빨강임을 잘 나타낸다. 김용택의 「선운사 동백꽃」에서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와 "동백꽃 붉게 터지는"은 동백꽃이 눈도 녹기 전인 이른 봄에 붉은색 꽃을 피운다는 것을 나타낸다. 유안진의 「선운사 동백꽃」에서 "마침내는 왈칵 각혈을 쏟고 말았습니다"는 동백꽃이 질 때 꽃잎에 수술이 붙은 통째로 툭 떨어지는 특징을 시적으로 표현했다. 김초혜의 「동백꽃」에서 "떨어져 누운 꽃은 나무의 꽃을 보고 나무의 꽃은 떨어져 누운 꽃을 본다"는 떨어진 꽃은 하늘을 향하고, 나무에 피어 있는 일부 동백꽃이 아래를 향해 핀 노습을 표현하고 있다. 동백나무(Camellia japonica L.)는 '산다화'라고도 불리는 상록활엽수로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 및 서해안 지방과 대청도, 백령도까지 분포한다. 잎은 윤기가 있고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꽃은 암술과 수술이 한 꽃에 있는 양성화이며, 꽃잎은 5~7개이고 적색이며 수술이 많다. 동박새에 의해 수분(꽃가루받이)되는 조매화이다. 둥근 열매 안에 있는 흑갈색 종자로 짜낸 기름을 동백기름(동백유)이라 하여 옛 여인들의 머리에 윤을 내는 화장품과 공업용으로 이용했는데 주성분은 올레산이다. 목재는 가구재, 조각재, 세공재, 잎은 꽃꽂이의 부재로 사용된다.
당신이 알고 싶은 식물의 모든 것 pp.159~160, 이남숙 지음
ㅋㅋㅋㅋ 저는 고양이 물품을 사고 받은 육묘(견) 수첩을 사용했습니다.
밥심님께서 그려주신 다이어그램과 관련된 그림이 있네요.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p.219
황의 순환 과정에서 두 개의 변화만이 우리의 이야기에서 아직까지 빠져 있다. 황이 살아 있는 생명체의 구성요소에 들어가는 과정(동화작용assimilation)과 미생물이 황을 구성요소에서 다시 빼내는 과정(탈황작용desulfurylation)이다. 물론 썩은 달걀 냄새(황화수소)를 맡을 때마다 탈황작용을 대충 맛보긴 했지만 말이다. 황은 단백질의 일부 아미노산과 RNA 염기 일부에서 핵심 요소이다. 식물은 황산염에서 이런 핵심 요소를 만들고, 동물들은 식물을 섭취하는 직접적인 방법이나 식물을 먹은 다른 동물을 섭취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이를 해결한다. 미생물 역시 황이 포함된 단백질과 RNA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들 역시 황과 동화된다. 미생물은 식물이 하는 것과 거의 똑같은 방법으로 황과 동화된다.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p.218, 존 L. 잉그럼 지음, 김지원 옮김
역시 저의 거친 그림보다는 깔끔하게 잘 그렸네요!
그런데 121쪽에 수상한 이야기가 마지막으로 나오죠. "마지막으로 고대 황철석과 석고의 황 동위원소를 상세히 분석하면, 24억 년 전보다 더 이전에는 대기의 화학적 과정이 지구의 황순환에 주된 역할을 하다가, 그 이후에는 중단되었음을 알려준다. 화학적 모델은 이 상세한 동위원소 흔적이 대기의 산소 농도가 극도로 낮을 때에만 생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의 1/100,000보다 낮을 때다." 이 문장은 두 가지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먼저 앞에서 제가 그린 다이어그램에서 설명하자면, 혐기성 미생물이 황화수소를 만들 때 가벼운 황 동위원소를 좋아해서 황화수소에는 가벼운 황 동위원소가 많아집니다. 이 황화수소가 철과 결합하여 황철석이 되므로 자연스럽게 이 황철석에는 가벼운 황 동위원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황산염에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황 동위원소가 많이 남아있게 되죠. 이 황산염이 석고의 재료입니다. 결국, 황철석과 석고에 포함되어 있는 황 동위원소의 조성 차이를 분석해서 오래된 지구의 산소 농도 등 환경을 추정해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 전혀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이어그램과도 상관없는 이야기죠. 오존 들어보셨죠? 옛날에 읽었던 벽돌책 <일인분의 안락함>에서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을 훼손해서 우리가 모두 암에 걸릴 뻔 했다는 무서운 이야기요. 프레온 회수업자 이야기도 인상깊었고 프레온과 유연납을 발명해서 악명을 떨친 천재(?) 토머스 미즐리도 만났었죠. 오존이 있다는 것은 산소의 존재를 말하는 것인데, 오존층이 없던 시절, 즉 산소가 없던 시절에 내리쬐는 자외선에 의해 황철석에는 특별한 황 동위원소가 생성되어 저장됩니다. 하지만 산소가 생겨서 오존층이 자외선을 막으면 그 황 동위원소가 발견되지 않습니다. 즉, 그 특별한 황 동위원소의 존재 여부로 황철석이 만들어진 시기에 산소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겉은 같은 황일지라도 같은 황이 아닌 .. 그런 미세한 차이를 알아차리고 해석할 수 있다니.. 지구의 역사를 읽어내는데 있어 화학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화학적 분석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니까요. 화학도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언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밥심님의 글을 읽고, 메모를 하면서 이해해보았어요. (잘못 이해했을 수 있음)
오.. 멋지네요! ❤️❤️❤️
과연, 청출어람이십니다! 그리고 필체가 참 또렷하고 명징하네요!
헤헤 감사함다 (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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