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웨스트엔드의 사우스켄싱턴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의 내 연구실에서 출발하자. 여러 지질학자들이 한 세기 넘게 일해온 곳이다. 제3기 지층들의 분지 속에 자리한 모든 멋진 호텔들과 건축물들, 그리고 끝없이 뻗어 있는 런던 교외 지역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점점 더 높이 날아올라 가자. 이제 템스 강은 그 분지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은빛 선에 불과하다. 주로 부드러운 모래와 점토로 이루어진 이 지층들 밑에는 더 오래된 암석들이 있다. 런던 동쪽과 남쪽의 언덕들이 늘어선 탁 트인 지대에 도달하면 백악(Chalk)이라는 백악기의 하얀 석회암이 나타난다. 한때 그곳에는 양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뛰어난 자연학자 길버트 화이트는 이 암석 위에 세운 자신의 사제관에서 셀번이라는 한 마을의 역사를 상세하게 기록했다. 화이트의 책은 거의 셰익스피어의 희곡들만큼이나 많이 팔렸고, 그 책의 매력 중 하나는 특정한 장소, 특정한 지질을 깊이 파고들었다는 데에 있다. 런던 분지의 남쪽, 백악은 윌드 지방의 울타리에 해당한다. 윌드 지방은 중세 시대에는 철의 주산지였으며, 지금은 유럽밤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서 철을 제련하기 위해서 팠던 옛 연못들을 가리고 있다. 높은 곳에서 보면 대부분 숲으로 뒤덮여 있다. 더 높이 올라가면 백악이 도버의 하얀 절벽들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아마도 많은 영국인들에게 가장 진한 감정을 자아내는 중요한 지질 작품일 것이다. 이 높이에서 보면 도버 절벽들이 영국 해협의 반대편에서 마주 보고 서 있는 프랑스의 절벽들과 같은 종류임을 알 수 있다. 영국 해협은 겨우 몇천 년 전에 바다의 침식으로 깎여서 생긴 지질학적 뒷마무리의 결과일 뿐이다. ”
『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 pp.506~507, 리처드 포티 지음, 이한음 옮김
문장모음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