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변이 액체인지 고체인지 논쟁하던 연구진은 측정치를 확인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똥은 고형 물체처럼 움직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똥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막, 바로 '점액mucus'이다. 이 점액이 장내 이동을 유도하는 윤활제 역할을 한다. 점액층의 두께는 동물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몸집이 클수록 분변의 양이 많고 점액층도 두꺼워지기 때문에 고양이, 인간, 코끼리 모두가 비슷한 시간 안에 똥을 쌀 수 있다. 이 점액이 없으면 엄청난 힘을 들여 튜브에서 치약을 짜내듯 분변을 밀어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분변이 일그러질 테고, 제대로 배설이 되지 않겠죠." 후가 설명했다. 나는 브리스톨 대변 차트 한가운데 자리한 '소시지형'을 떠올렸다.
"우리 몸은 대변을 말끔히 내보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결국 외부에서 윤활유를 넣어줘야 할 겁니다."
후와 양은 이 배변의 역학을 예인선tugboat이 바지를 밀어내는 원리에 비유했다. 뉴턴의 운동 제1법칙에 따라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 하지만, 직장 근육의 압력이 가해지면 분변이 몸 밖으로 밀려 나와 숲 바닥이나 고양이 화장실, 변기 속으로 떨어진다. 이때 점액이 분비되어 분변이 매끄럽게 미끄러지도록 돕는다. 말하자면 배변은 바나나가 껍질에서 빠져나오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혹은 워터슬라이드를 타는 것과도 같다.
배변의 유체역학은 분변의 폭과 길이, 대장의 지름, 대장 벽에서 분비되어 분변의 이동을 돕는 정액의 양에 좌우된다. 몸에서 빠져나온 점액은 곧 증발하기 때문에, 양은 생쥐만큼 작은 동물부터 인간만큼 큰 동물까지, 배변 직후 분변의 무게를 잰 뒤 경과 시간에 따른 무게 감소를 추적했다. 예를 들어 토끼 똥에서는 대략 30초 사이에 45밀리그램의 점액이 증발했다. 외형에도 변화가 있었다. 처음엔 반들반들하던 분변이 점차 광택을 잃었다. 동물이 클수록 똥도 크고 점액층도 두꺼웠다. 후와 양은 훗날 이 연구를 통합된 배변 이론a unified theory of peeping이라고 명명했다. ”
『먹고, 싸고, 죽고 - 지구는 어떻게 순환하는가, 동물의 일생이 만드는 생명의 고리』 pp.218~219, 조 로먼 지음, 장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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