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D-29
무라카미 하루키는 참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쓰시네요.
수필이라서 소재가 다양한 것 같아요.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될 수 있겠죠..
속편 벌레 이야기(2) 송충이 항아리의 비극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형벌은 무엇인가. 역시 '송충이 항아리'겠죠. 하긴 이 '송충이 항아리'를 실행하기에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드니까 그다지 현실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끔찍함에 관한 한은 그 어떤 형벌에도 뒤지지 않는다. 먼저 깊이 2.5미터에서 3미터, 직경 2미터 정도의 튼튼한 항아리를 준비한다. 꽤 단단해야 하며 또한 어느 정도 무게가 안 나가면 쓸모가 없으니까 주의한다. 안쪽 벽은 가능한 한 미끈미끈하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항아리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망루를 세워 거기서 항아리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다. 이것으로 1단계는 완료. 그다음에 노예를 삼천 명 정도 모은다. 그리고 "한 사람당 송충이 열 마리씩 잡아올 것. 그러지 못하면 곤장 백 대!"라고 명령한다. 노예들은 곤장을 백 대나 맞고 당해낼 재간이 없으니 죽어라고 송충이를 모아온다. 그렇게 하면 한 삼만 마리의 송충이를 채취할 수 있다. 그러고는 삼만 마리의 송충이를 항아리에 쏟아붓는다. 송충이 삼만 마리를 한곳에 모으면 어지간히 장관이다. 마치 검은 콜타르가 항아리 안에서 꾸물꾸물 움직이는 광경 같다. 보기만 해도 속이 메슥거린다. 송충이가 쌓인 깊이는 대충 2미터 정도. 이것으로 준비는 모두 완료. 남은 건 죄수를 그 안으로 떨어뜨리는 일뿐이다. 그러고는 다같이 항아리 안을 들여다보며 즐기는 것이다. 항아리 안으로 떨어진 죄수는 벽을 기어오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미끈미끈해서 곧장 미끄러져버리고, 깡충깡충 뛰어올라 숨을 쉬려고 해도 발밑에 깔려 짓이겨진 송충이가 질척거려 뜻대로 안 되고, 그러는 사이 입안으로 검은 송충이가 꾸물꾸물 한가득 기어들어가 결국은 질식사하고 만다. 무섭죠. 이런 형벌? 따끔따끔한 송충이가 입안 가득 들어오다니 생각만 해도 정말 구역질이 난다. 이렇게 죽는 것만은 사양하고 싶다. 침대 위에서 평온하게 죽고 싶다.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pp.242~24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3대 혐오벌레중 하나가 송충인데. 바퀴벌레, 일명 돈벌레라 불리는 그리마인가? 왜 지네같이 생긴 벌레있잖아요. 꺄악~!!
초등학교(제가 다닐 때는 국민학교) 때 운동장에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있으면 떨어지는 송충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죠. 복슬복슬 귀엽지 않나요? 바퀴벌레도 돈벌레도 나름 삶의 고충이 있을 거에요. 한 번 태어난 생生을 나름대로 열심히 살텐데요.
아마 그들도 잘 잡히지 말라고 혐오스럽게 진화됐겠죠? ㅋ 국민학교라면 연식이 있으시네요. 프로필 사진 보면 꽤 젊으신 분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저도 국민학 세대입니다. 반갑습니다. ㅋㅋ
'잘 잡히지 말라고'는 맞지만 '혐오스럽게' 는 지극히 인간의 주관적인 관점이겠죠. ^^ 빨리 이동하기 위해서 다리가 많다던가 외부 충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외피가 딱딱하다던가 그럴 테죠. 생존을 위해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되었을 것 같아요. 인간이 아닌 존재가 우리를 '혐오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는 거니까요.ㅎㅎ
아, 그렇겠네요. 벌레가 혐오스럽다는 건 학습된 결과라고 하더군요. 어떤 사람은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기도 한다고. 두어 달 전쯤 생선찌개를 먹은 적이 있는데 의외로 가시가 많아 문득 이것도 무슨 진화와 연관이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ㅋㅋ
분명히 진화와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우리 모두 진화의 산물 아니겠습니까. ㅎㅎ
스스로 이런 말씀드리긴 좀 그렇지만. ㅎㅎ 궁금증을 풀어드리고자.. 저를 직접 보신 분들이 제가 아이가 둘(큰애가 대학생1학년, 둘째는 고등학생) 있다고 하면 다들 놀라세요. 프로필 사진은 작년에 찍은 것입니다. ^^
아, 그러시군요. 동안이신가 봅니다. 비법 좀 공유하시죠. ㅎㅎ 저는 또래들이 이제 슬슬 자녀들을 결혼시키거나 빠른 친구들은 손주도 보고 그러더군요. 지난 주 모처럼 친구들을 만났는데 온통 손주 얘기였습니다. 인생은 정해진대로 잘 흘러가는구나 했습니다.
@향팔 괄태충이 뭔가 했더니 민달팽이였군요. 근데 빛을 내며 지나갔다니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하루키는 전 소설은 별론데 요런 에세이는 좋아합니다. 단편도 아기자기한게 유머도 있고 좋은데 왜 장편으로 넘어가면 영 흥이 아라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놀랍게도 하루키 책을 단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답니다. 이번에 @ifrain 님께서 올려주신 하루키 에세이를 접해보니 글이 참 좋네요.
헉, 의왼데요? 향팔님은 좋아하실지도! 하루키의 에세이 읽으면 정말 남성성 다 빠지고 여성성 충만한 남성 작기를 보는 것 같아 재밌어요. ㅎㅎ 근데 이 할배 새 책이 잘 안 나오고 있네요.
새 장편소설이 곧 나온다네요. https://naver.me/574XwLdr 무라카미 하루키 3년만의 장편 7월 발표…첫 여주인공 작품
와, 정말 그러네요. 한창 땐 1년에 한 작품 냈던가 그랬다던 거 같은데 그래도 내긴 내는군요. 지금 우리나라 원로 작가는 새 작품 소식이 없어 아쉽더군요. 근데 첫 여주인공 작품이라니 조금 의외다 싶기도 해요. <1Q84> 작중 화자는 남자이긴 하지만 아오마메란 여성을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요. ㅋ 가끔 여성 작가가 남성 서사를 쓰고 남성 작가가 여성 서사를 쓰는 게 흥미롭긴 해요. 하루키는 어떻게 썼을지 궁금하긴 한데 또 섹스가 나오겠죠? ㅎ
기사에서 사진 속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의 모습이 좀 야위어 보이네요.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시니..
민달팽이의 몸이 점액질로 덮여 있기 때문에 빛을 받으면 반짝일 것 같아요. 달빛을 받아서 반짝였던 것 같습니다.
그니까요. 나름 되게 예뻤을 거 같은데 하루키는 별로였나 봅니다. 인증샷이라도 좀 보여줄 일이지. ㅋ
하루키님 부인분이 보신 걸.. 하루키님이 글로 쓰신 거죠.. 부인분의 감상과 함께 감정이 증폭되신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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