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을 짚어가며 풀어주시는 밥심님의 글도 매우 좋습니다. ^^ 너무 간략하게 요약한 것보다 오히려 이해하기에 더 편한 측면도 있어요. 영희와 철수로 서사를 만들어준 것도 좋고요. ㅎㅎ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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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과알못(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살아왔으나 ‘이제는 과학 좀 제대로 알고 싶어진’ 잼잼.” (알라딘 책소개)
오 ㅎㅎ 저에게도 딱일 듯한 책이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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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은 과알못이 아님에도 스스로 '과알못'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시기도 하고.. 단발 머리이기도 하셔서 그림 속 캐릭터와 묘하게 겹치는 면이 있어요. ^^ 캐릭터 보다는 향팔님이 훨씬 이쁘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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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납작벌레는 체외 소화External Digestion를 합니다. 조류algae나 미생물을 먹고 사는데.. 몸 표면에 붙어 있는 섬모를 이용해 미끄러지듯 이동해 먹이 군락을 발견하면 그 위를 덮치듯이 자리를 잡아요. 그리고 배 아래쪽으로 소화 효소를 쫙 분비해서 먹이를 분해하고요. 그런 다음에 먹기 좋게 분해된 유기물 액체를 세포막을 통해 흡수한다고 하네요. 러시아어도 먹기 좋게 요리한 다음 드셔보세요. ㅎㅎㅎ
해면Sponge은 몸 전체의 동정세포Choanocyte라는 세포로 바닷물을 빨아들인 뒤, 필터가 작용하듯이 미생물만 먹고 물을 다시 배출하고요. 우리가 주방에서 사용하는 스폰지도 이 동물의 구조를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향팔
몇년전 <바다해부도감>을 보고 나서야 스폰지밥이 해면 동물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깜놀랐습니다 하하하!
세번째 사진은 지난번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찍은 해면이에요. (셋 중 가운데 친구 이름이 예쁜데 빛반사로 잘 안 보이네요.. "예쁜이해면")




바다해부도감 - 바다 위아래의 세상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바다 위아래의 세상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이 담겨 있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조석 작용에서부터 바닷물은 왜 짠지, 바다 깊이에 따른 구역, 산호초의 세계, 해변의 생김새 등 바다를 둘러싼 모든 풍경이 이해하기 쉬운 그림으로 곳곳에 펼쳐져 있다.
책장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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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재미있는 강의를 합니다.
저는 강의를 미리 신청했고 다녀올 예정입니다.
지난 번에 ‘삭는 미술’에 관한 전시는 보고 왔는데요.
관련 강의를 진행하네요. 우리가 공부하는 내용과도 관련이 있고요 ^^
https://www.mmca.go.kr/events/eventsDetail.do?menuId=0000000000&eduId=202604080000961


밥심
오.. 이런 프로그램도 있네요. 뭔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긴 하네요. 잘 다녀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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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ighway apparently ends here, disappearing into the woods - not a promising location for a gas station. The last car seems to have passed long ago; the attendant is shutting down the pump, and soon will turn off the lights and lock up for the night.
Hopper's painting represents a borderline situation. It is set at the frontier between day and night, between civilization and nature. The gas station has the appearance of a last outpost, where the human realm gives way, across the road, to the anonymous realm of nature. the edge of the woods rises like a dark wall in which no individual tree can be discerned. But our eye returns again and again to its warm hue. The bright, almost pure white fluorescent light in the gas station, in contrast, is almost painful to look at, and the eye shifts to the ribbon of road leading out of the picture to the right.
Man in Hopper's work is a subordinate creature, a flea, a bit of living spark caught in the innards of an architectural or industrial trap, much like Van Gogh's Weaver encased in their looms.
https://www.edwardhopper.net/gas.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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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계 미국인 가수 Tish Hinojosa의 "Donde Voy(어디로 가야 하나요?)"
가사는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시도하는 멕시코 남성의 애환을 담은 곡..
멕시코에 남겨둔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귀에 익숙한 노래인데..불법 이민에 관한 내용인 줄은 몰랐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lZKJ1MiZ0Yw
Madrugada me ve corriendo 동트는 새벽 나는 달아나고 있어요.
Bajo cielo que empieza color 하늘 아래 세상이 깨어나고 있어요.
No me salgas sol a nombrar me 태양이여 나를 부르지 말아요.
A la fuerza de "la migracion" 이민국에서 강제로 추방되지 않도록
Un dolor que siento en el pecho 내 가슴속에 느끼는 이 고통은
Es mi alma que hiere de amor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 나의 영혼입니다.
Pienso en ti y tus brazos que esperan 나는 당신과 당신의 품을 생각하고 있어요.
Tus besos y tu passion 당신의 키스와 당신의 열정을 기다리면서
Donde voy, donde voy 난 어디로 가야 하나요? 어디로 가야 하나요?
Esperanza es mi destinacion 희망이 나의 목적지입니다.
Solo estoy, solo estoy 나 홀로 나 홀로 외로이
Por el monte profugo me voy 산을 넘어 도망가고 있어요.
Dias semanas y meces 몇 일 몇 주 그리고 몇 달이 지나
Pasa muy lejos de ti 당신에게서 아주 멀어져 가요.
Muy pronto te llega un dinero 당신은 곧 얼마간 돈을 받을 거예요.
Yo te quiero tener junto a mi 난 당신이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El trabajo me llena las horas 일들이 내 시간을 채우고 있지만
Tu risa no puedo olvidar 난 당신의 웃음을 잊을 수 없어요.
Vivir sin tu amor no es vida 당신의 사랑 없이 사는 것은 살아 있는 게 아니에요.
Vivir de profugo es igual 도망자로 사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Donde voy, donde voy 난 어디로 가야 하나요? 어디로 가야 하나요?
Esperanza es mi destinacion 희망이 나의 목적지입니다.
Solo estoy, solo estoy 나 홀로 나 홀로 외로이
Por el monte profugo me voy 산을 넘어 도망가고 있어요.

향팔
정말, 가사가 이런 의미인 줄 몰랐네요.
아르헨티나의 저항가수 메르세데스 소사가 생각납니다.
Mercedes Sosa, León Gieco - Sólo le Pido a dios (오직 신에게 바랄 뿐입니다)
https://youtu.be/_o79Ze-El1k?si=3nV1YBCu9U2PScwP
Mercedes Sosa - Todo cambia (모든 것은 변하네)
https://youtu.be/vc93wTOSzUU?si=4ofjX_V6wCAApmsd
Mercedes Sosa - Mon Amour (내 사랑)
https://youtu.be/yBtqE54hcpY?si=tb5z45So3nDSKvv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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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는 이동 중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그렸거든요. 호텔(이동하는 중간 들르는 곳)에 있는 사람들이나 기차 안의 여인 같은 경우요. 편안하게 정착되어 있는 것보다는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사람.. 그런 고독한 정서가 느껴집니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서 독일인 여성이 카페에 적응하고 친구도 사귀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인디언 보안관에 의해 본국으로 추방되잖아요. 그리고 결국은 다시 돌아오긴 하지만.. 화면 안을 감도는 쓸쓸함이 있어요. 바그다드 카페라는 장소도 사람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다 들르는 곳이고요.
<조이 럭 클럽>에서는 시대적 격랑 속에서 이민을 가게 된 중국인 여성들이 미국에서 2세를 낳아 키웁니다.. 세대 차와 환경의 차이가 빚어낸 엄마와 딸의 관계, 그 화해와 이해를 다루고 있죠.
그래서 그런지 어릴 때 아무것도 모르고 듣던 때와 달리 요즘 이 노래가 더욱 울림이 있게 느껴지네요.
조플린
저도 바그다드카페 좋아했는데

아이스라테
점점 책의 뒤로 갈수록 탄생하는 생명체들이 많아지고 길~고 어려운 이름이 점점 많이 나오네요. 읽다보면 따로 검색도 하게 되는데 왜 이 책은 자료사진들이 흑백일까요. 그 부분이 정말 아쉽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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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의 언어
THE LANGUAGE OF SCIENCE
과학적인 언어는 사람 귀에 듣기 좋거나 각별히 선율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감정이나 자유로운 표현도 없고 1인칭 대명사를 기피하며 형식적이고 잘 검증된 규정을 엄격하게 따른다. 느낌표 사용은 절대로 아니올시다다. 의미가 명백하고, 보이는 그대로이다.
그런 이유로, 과학적 언어는 과학자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다. 게다가 친숙한 단어들을 완전히 다른 맥락에 집어넣기도 하고 평소에는 결코 마주칠 일 없는 완전히 다른 단어를 함께 논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로, 언어는 과학에서 가장 큰 미해결 딜레마로 남아 있다. 오늘날에는 연구에 관한 토론과 출판이 거의 다 영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스스로 발견한 것을 자국어로 출판하기를 주저한다. 읽히지 않거나 중복되는 연구가 불필요하게 진행될 것을 염려한다. 부당하게도 모든 중요한 정보는 결국 영어로 전달되는 것 같아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다른 언어로 출판되는 새롭고 중요한 연구를 놓치고 있다. 특히 생물 다양성과 생태 환경처럼 꽤 많은 부분이 다양한 나라에서 진행되는 분야에서 그렇다.
이 문제는 역사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15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는 동안 과학자들은 보통 아이디어를 두고 토론할 때는 자국어를, 출판할 때는 꽤 중립적 기반이 있어 보이는 라틴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라틴어는 점차 과학이라는 영역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갔다. 갈릴레오는 목성과 그 위성들을 처음으로 발견해 라틴어로 출판했지만, 후기 연구는 이탈리아어로 발표했다. 뉴턴의 후기 연구도 주로 영어로 쓰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초기 아이디어는 라틴어로 기록되었다. 19세기 초반까지 오직 독일어와 영어, 프랑스어의 세 언어만이 서신 교환과 연구 문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수 세기 동안의 주목 쟁탈 끝에 지금은 영어가 과학의 언어로서 국제 공용어로 분명하게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단일 언어로 만사 상통하는 방식은 다른 언어들의 고유한 의견 교환 방식을 잃게 될 위험을 내포한다. 계속해서 늘어나고 변화하는 과학 용어를 따라잡는 것조차 벅차다. 우리의 사고와 발견, 진화에 얹어진 경계가 그렇게 좁아진다면, 무엇 하나 특별히 얻을 것도 없이 종래에는 모두가 다른 사람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게 된다. ”
『우아한 우주 - 커다란 우주에 대한 작은 생각』 p.96,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지음, 심채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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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마뱀 이야기
지난 회에는 지지난 회에 이어 개미 이야기를 썼는데, 이번에는 도마뱀 이야기.
우리 집은 비교적(아니, 꽤) 시골에 있어서 사방에 도마뱀이 우글거린다. 도마뱀이란 외견상으로는 그다지 인간의 사랑을 못받는 동물이지만 사실 사람에게 이렇다 할 해를 끼치지도 않고 벌레도 잡아먹어주는데다 가만히 보면 좀 수줍어하는 구석도 있어서, 결코 성격이 나쁜 동물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사는 고양이 두 마리는 하여튼 도마뱀 골려먹기를 세 끼 밥보다 좋아해서, 어떻게 하는지 보고 있으면 도마뱀을 마구 흔들어대며 장난을 친다. 도마뱀 쪽은 그게 좋을 리가 없으니 곧바로 꼬리를 끊고 달아난다. 자연계란 참으로 미스터리한 것이다. 고양이는 열 번이면 열 번 다 도마뱀의 몸뚱이를 좇지 않고 잘린 꼬리 쪽에 집착한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양이는 잘려나와 파들파들 움직이는 꼬리에 대한 매력을 절대로 거역하지 못한다. 그렇게 해서 도마뱀은 계속 살아남는다.
그래서 나는 바로 얼마 전까지도 도마뱀이 위대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최근 과학잡지를 읽어보니 도마뱀도 도마뱀 나름대로 고통스럽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 내용에 따르면 꼬리를 잃은 도마뱀은 동료들 사이에서 꽤나 학대를 받는 모양이다. 꼬리가 없는 도마뱀은 꼬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업신여김을 당하며, 자기 영역의 절반 정도를 빼앗기고 암컷에게도 천대를 받는 등, 꼬리가 다시 제 모습대로 자랄 때까지 암울한 생활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기사를 읽으면 도마뱀은 정말 가엾은 동물이란 생각이 든다. 꼬리가 없으면 동료들로부터 학대받을 걸 알면서도 꼬리를 끊고 고양이를 피해 달아나야만 하는 애처로운 천성은, 도마뱀이나 인간이라는 장르를 넘어 처연하다. 이제부터는 도마뱀 꼬리를 잡아당기는 짓궂은 장난은 그만두고 좀더 따스한 눈길로 지켜보리라. ”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pp.137~139,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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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오, 요런 글 넘 재미있고 좋아요. 은근 빨려들어가듯 읽게 되네요. (고양이가 출연해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ㅎㅎ)

ifrain
향팔님께서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

stella15
아차, 저 요즘 황인숙 작가의 산문집 읽고 있는데 이 책 재밌어요. 오래 전에 지인한테 선믈 받았는데 이제 읽고 있네요. 행방촌에 살면서 길냥이한테 먹이 주면서 노년의 삶을 닮았는데 귀엽기도하고 좋은 책 같아요. 노랑 노랑한 수채화풍의 표지도 맘에 들고. ㅎㅎ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황인숙 시인은 해방촌의 옥탑방에서 자신의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낮과 저녁 시간에는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그 외의 시간에는 틈틈이 시를 쓰고 또 간간이 산문을 쓴다. 그리고 그간 써온 산문들을 이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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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오! 저도 예전에 황인숙 시인의 시집을 한 권 읽어본 적 있어요. <내 삶의 예쁜 종아리>, 책에 실린 시가 다 좋더라고요. 말씀하신 대로 이 책에도 길냥이 얘기가 많이 나와서 더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후로는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넘 반갑네요. 소개해주신 산문집도 읽어봐야겠어요.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요..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내 삶의 예쁜 종아리문학과지성 시인선 575권.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일찍이 완미한 시 세계를 펼쳐 보이며 동서문학상(1999), 김수영문학상(2004), 형평문학상(2017), 현대문학상(2018)을 수상한 바 있는 황인숙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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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4.22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보고 온 전시 내용입니다.
소멸의 시학 : 삭는 미술에 대하여
뛰어난 작품을 불후의 명작이라고 부른다. 이때 불후不朽는 '썩지 아니함'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훌륭한 작품이란 곧 변하지 않을 혹은 변해서는 안 되는 작품이라면, 굳이 변하고 사라질 작품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는 언젠가 썩어 갈 운명을 시인하는 작품, 차라리 무엇도 남기지 않기로 마음먹은 작품, 자신의 분해를 공연히 상연하는 작품을 '삭는 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소개한다. 이는 오늘날 폭발적으로 분출한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 그리고 첨단의 자본주의와 기술 만능주의에 대한 반발에 따라 작품에서도 변화하고 있는 양상을 살펴보고, 그로부터 당면한 위기를 헤쳐 갈 지혜를 구하기 위해서다.
'삭다'라는 우리말에는 '썩은 것처럼 되다', '생기를 잃다'와 더불어 '소화되다', '발효되어 맛이 들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단어는 오늘날 작품의 변화를 해석하는 데 유효한 통로를 제공한다. 썩는다는 표현에 담긴 부정적 함의를 넘어 에너지의 하강과 상승을 모두 포괄하고, 발효와 같이 인간이 아닌 존재와 협력하여 이루는 질적 고양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다. 창조하는 인간의 증거로서의 '작품'이 삭아 갈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작품'이 허물어진 곳에 풀이 자라고 바람이 불고 보이지 않는 생명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그것을 다시 '작품'이라고 불어도 될까? 그때 그 '작품'은 누구의 것일까?
불후의 명작들의 수장고로서 미술관은 위대한 작품들의 가치를 변함없이 지키는 데 헌신해 왔다. 삭는 미술은 묻는다. 인간을 넘어 다양한 존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삭히기로 마음먹은 작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 수상한 계절이 이어지는 오늘, 더 잘 보존하기보다 더 잘 분해하는 법을 고민해야 할 때임을 인정할 수 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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