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D-29
밥심님의 대화: 진화를 거부(?)하고 주목받지 못한 채 묵묵히 지구 순환 시스템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생물들에게 고마움도 느끼고요.
저 역시 그분들께 고개를 숙입니다. ^^ 일단 엄청나게 대선배님들이시잖아요. ㅎㅎ 인간의 몸 속에 존재하는 세포 수가 약 30조 개이고 미생물 수는 약 39조 개라고 해요. 비율로 따지면 약 1:1.3 정도 되고요. 따지자면 우리 몸에서 세포보다 미생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 큰 것입니다. 인간의 유전자가 약 2만 개 정도라면 우리 몸 속에 있는 미생물 전체의 유전자는 약 200만 ~2,000만 개라고 합니다. 사람이 스스로 소화하지 못하는 영양소를 분해하고 비타민을 만들어내는 것도 미생물들의 역할이 없으면 불가능하고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김응빈 교수님께서 미생물에 관한 강의를 하셨어요. 이전에는 언어로 주체성을 드러냈지만 이제는 미생물이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주체성을 구성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최근 유튜브 영상에서 장의 건강이 조현병이나 자폐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어서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김응빈 교수님께서도 지금 학계에서 그와 관련된 논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역시 그렇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미생물이 우리의 머릿속 정신 건강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제 2의 뇌'라는 용어를 사용하시더군요. 겉보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미생물의 존재 자체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동안에도 사실 우리는 미생물에 의해서 조종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죠. ^^
향팔님의 대화: “과알못(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살아왔으나 ‘이제는 과학 좀 제대로 알고 싶어진’ 잼잼.” (알라딘 책소개) 오 ㅎㅎ 저에게도 딱일 듯한 책이구만요.
향팔님은 과알못이 아님에도 스스로 '과알못'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시기도 하고.. 단발 머리이기도 하셔서 그림 속 캐릭터와 묘하게 겹치는 면이 있어요. ^^ 캐릭터 보다는 향팔님이 훨씬 이쁘지만요. ㅎㅎ
polus님의 대화: 지구에 대한 책을 읽는 독서 모임인데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에 대한 토론도 아주 많네요 ㅎㅎ제가 지질학을 공부할 때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이 뭔가 팬시하게 보이긴 했지만 사실 지질학에서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이 적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뉴턴 역학 체계로 충분하고 화학과에서 배우는 것 보다는 좀더 많은 원소들의 자연적인 거동을 다루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죠. 물론 지질학은 다른 과학과 구분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 있죠.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않을 것 같은 작은 과정들이 장기간 누적되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 이를 통해 역사적인 시간을 과학에 도입했다는 것. 무엇보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질학이야말로 범인들이 자연환경의 관찰을 통해 과학적 추론을 해볼 수 있는 서민적인 과학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대성 이론 이야기가 나온 것은 향팔님께서 물리학 책 읽기 방에서 의문을 제기한 것을 밥심님께서 이 방에서 풀어주셔서 그렇게 된 것이지요. ^^ 덕분에 함께 내용을 나눌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되었어요. '작은 과정들이 장기간 누적되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 제가 어릴 때 아버지께서 희한하게 생긴 돌을 가져오셨는데 사방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었죠. 빗방울이 오랜 시간 돌에 떨어져서 그렇게 구멍이 난 것일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역사적 시간을 과학에 도입했다' '범인들이 자연환경의 관찰을 통해 과학적 추론을 해볼 수 있다' 물리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원리를 캐내는데 치중하는 반면 지질학은 눈으로 보기 위해 발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큰 것 같아요. 그런데 과연 범인들이 관찰을 통해 추론을 해낼 수 있을까요? 해당 분야에 지식도 쌓여야 하고 관찰력이 남달라야 할 것 같습니다.
ifrain님의 문장 수집: " 미도리, 수선화와 니체 4장에서 주목되는 인물은 '미도리'다. 기즈키가 자살하고, 돌격대는 사라지고, 연락이 두절된 나오코. 주인공 와타나베가 아는 관계는 모두 사라지고 만다. 게다가 시대는 어떤 전망이나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바로 그때 미도리라는 여학생이 등장한다. 미도리는 녹색(綠, みどり)이라는 뜻이다. "나, 이름이 미도리야. 그렇지만 녹색하고는 하나도 안 어울려. 이상하지?" 라고 하지만, 미도리는 녹색과 어울리는 인물이다. 미도리는 다른 등장인물처럼 어두운 결핍을 경험하지만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캐릭터다. 미도리는 다른 한쪽의 반쪽이 되기를 바라는 듯하지만, 실은 자기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유형이다. 그래서 학교를 싫어하면서도 "난 무지각, 무결석으로 개근상까지 받았어. 그렇게나 학교가 싫었는데도, 왜 그랬는지 알아?"라고 하는데, 그 까닭은 미도리가 홀로 이 세상을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력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루키의 디테일을 볼 수 있는 상징이 나온다. 그것은 수선화다. "나 수선화를 정말 좋아해. 옛날 고등학교 축제 때 「일곱 송이 수선화(Seven Daffodils)」를 부른 적이 있어. 알아, 「일곱 송이 수선화」?" (『노르웨이의 숲』, 4장 121면) 수선화의 꽃말은 자존심, 자긍심이다. 수선화를 영어로 나르키소(Narcissus)라고 한다. 자기애를 뜻하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이 이 단어에서 나왔다. 미도리는 왜 수선화를 좋아한다고 했을까. 자기 자신의 결핍을 숨기는 방어 기제로 수선화를 사랑할 수도 있다. 미도리의 결핍은 어디에 있을까. 2년 전 미도리의 어머니가 사망했을 때 아버지의 반응은 충격 그 자체였다. "엄마가 죽었을 때, 아빠가 언니랑 나한테 뭐라고 한 줄 알아? 이렇게 말하는 거야. '난 지금도 억장이 무너져. 네 엄마를 잃는 것보다 너희 둘을 잃는 게 훨씬 나았을 거야.' 우린 너무 어이가 없어 아무 소리도 못 했어. 그렇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상에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물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반려자를 잃는 괴로움, 슬픔, 아픔은 알아. 애처로운 일이지. 하지만 자기 딸한테 너희들이 대신 죽는 데 나았다니, 그건 아니잖아?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 안 해?"(『노르웨이의 숲』, 4장 128면)"
Seven Daffodils 라는 노래를 찾아봤어요. 캐롤 키드는 When I dream 으로 유명하지만 이 노래는 익숙하지 않네요. ^^ https://www.youtube.com/watch?v=jNMMv-hBSgc
밥심님의 대화: 확실히 전문가들이 그리고 설명하니까 깔끔하네요. 자주 가는 도서관에 검색해보니 이 책이 있습니다. 목차를 보니 중요 내용들이 거의 다 있는 것 같아 관심이 가네요. 다음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 한 번 보겠습니다. 달리 그림으로 저런 설명도 하는군요. ㅎㅎ
맥락을 짚어가며 풀어주시는 밥심님의 글도 매우 좋습니다. ^^ 너무 간략하게 요약한 것보다 오히려 이해하기에 더 편한 측면도 있어요. 영희와 철수로 서사를 만들어준 것도 좋고요. ㅎㅎ
ifrain님의 문장 수집: " 미도리, 수선화와 니체 4장에서 주목되는 인물은 '미도리'다. 기즈키가 자살하고, 돌격대는 사라지고, 연락이 두절된 나오코. 주인공 와타나베가 아는 관계는 모두 사라지고 만다. 게다가 시대는 어떤 전망이나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바로 그때 미도리라는 여학생이 등장한다. 미도리는 녹색(綠, みどり)이라는 뜻이다. "나, 이름이 미도리야. 그렇지만 녹색하고는 하나도 안 어울려. 이상하지?" 라고 하지만, 미도리는 녹색과 어울리는 인물이다. 미도리는 다른 등장인물처럼 어두운 결핍을 경험하지만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캐릭터다. 미도리는 다른 한쪽의 반쪽이 되기를 바라는 듯하지만, 실은 자기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유형이다. 그래서 학교를 싫어하면서도 "난 무지각, 무결석으로 개근상까지 받았어. 그렇게나 학교가 싫었는데도, 왜 그랬는지 알아?"라고 하는데, 그 까닭은 미도리가 홀로 이 세상을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력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루키의 디테일을 볼 수 있는 상징이 나온다. 그것은 수선화다. "나 수선화를 정말 좋아해. 옛날 고등학교 축제 때 「일곱 송이 수선화(Seven Daffodils)」를 부른 적이 있어. 알아, 「일곱 송이 수선화」?" (『노르웨이의 숲』, 4장 121면) 수선화의 꽃말은 자존심, 자긍심이다. 수선화를 영어로 나르키소(Narcissus)라고 한다. 자기애를 뜻하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이 이 단어에서 나왔다. 미도리는 왜 수선화를 좋아한다고 했을까. 자기 자신의 결핍을 숨기는 방어 기제로 수선화를 사랑할 수도 있다. 미도리의 결핍은 어디에 있을까. 2년 전 미도리의 어머니가 사망했을 때 아버지의 반응은 충격 그 자체였다. "엄마가 죽었을 때, 아빠가 언니랑 나한테 뭐라고 한 줄 알아? 이렇게 말하는 거야. '난 지금도 억장이 무너져. 네 엄마를 잃는 것보다 너희 둘을 잃는 게 훨씬 나았을 거야.' 우린 너무 어이가 없어 아무 소리도 못 했어. 그렇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상에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물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반려자를 잃는 괴로움, 슬픔, 아픔은 알아. 애처로운 일이지. 하지만 자기 딸한테 너희들이 대신 죽는 데 나았다니, 그건 아니잖아?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 안 해?"(『노르웨이의 숲』, 4장 128면)"
나르키수스는 지하에 내려간 이후에도 스틱스의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누이들인 물의 님프들은 나르키수스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를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바쳤고, 숲의 님프들도 슬퍼했다. 에코는 님프들이 슬퍼하는 소리를 되풀이했다. 그들은 장례를 위하여 장작, 관대, 횃불을 준비했으나 나르키수스의 시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체 대신, 노란 중심부 주위를 하얀 이파리가 빙 두른 모양의 꽃을 발견했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변신 이야기열린책들 세계문학 235권.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로마의 황금시대라고 할 수 있는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 발표된 서사시로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다양한 사건들을 '변신'이라는 주제로 엮어 낸 작품이다.
밥심님의 대화: 네, 향팔 님이 인용하신 이런 선크림이 있고 제가 말씀드렸던 아예 반사를 해버리는 선크림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 운동할 때 선크림 잔뜩 발랐는데도 불구하고 햇볕이 너무 좋아서 얼굴이 벌겋게 익어버렸네요. 아내가 진정 크림을 덕지덕지 조금 전에 발라줬습니다. ㅋㅎ
선크림에 자외선 흡수와 반사, 두 가지 방식이 있다는 걸 밥심님 덕분에 처음 알았어요. 마침 옆의 물리학 방 Book선아 님께서 그림과 함께 설명을 올려주셨네요. https://www.gmeum.com/meet/3497?talkId=270568
ifrain님의 문장 수집: "오세닥스 무코폴로리스Osedax mucofloris의 모든 성공 이야기 밑바탕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단 한 번의 만남이 존재한다. 뼈먹는콧물벌레bone-eating snot-flower worm*는 해저에서 고래 사체를 만나지 않는다면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 벌레에게 고래 사체 찾기는 삶의 목적이다. 지방과 뼈로 분해된 고래 사체는 바다 오아시스를 만들어서 아득히 깊은 바다 밑바닥의 하찮은 벌레에게 영양분을 공급한다. 죽어서 심해로 낙하하는 고래와 벌레의 만남은 이처럼 커다란 힘을 발휘한다. 이 단 한 번의 만남은 운명으로 얽힌 기적과도 같다.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매그놀리아>와 주제곡이 말하듯이(역시 세기의 전환기에 만들어진 이 작품도 고집스럽고 제멋대로인 인물들의 교차점을 다룬다) 하나가 가장 외로운 숫자라면, 모든 만남은 구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단 1초 만에 끝나든 평생 이어지든, 만남은 잊혀서 망각으로 사라지는 일을 거부하는 회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 두 영혼이 잠시 섞이다가 멀어진다. 삶이 변한 채로. *죽은 고래의 뼈를 먹고사는 오세닥스 무코폴로리스의 학명을 직역한 속명. "
One is the loneliest number… https://youtu.be/Yf3LojyK7PA?si=dt1vZYR4ZA5PYcIN 매그놀리아 OST (Aimee Mann) - One
향팔님의 대화: One is the loneliest number… https://youtu.be/Yf3LojyK7PA?si=dt1vZYR4ZA5PYcIN 매그놀리아 OST (Aimee Mann) - One
매그놀리아 OST에서 제가 좋아하는 두 곡도 같이 올립니다. ^^ https://youtu.be/u8pVZ5hTGJQ?si=_VezNlSVnEGeW9I Supertramp - Goodbye Stranger https://youtu.be/low6Coqrw9Y?si=YREeqH0w0tplpcNX Supertramp - The Logical Song
ifrain님의 문장 수집: "결국, 우리가 갈망하는 것은 바로 이 공명共鳴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세상으로 스며들 수 있는 세포가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경계 바깥에서 우리를 공허 너머로 끌어당길 다른 이의 손을 간절하게 찾는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가장 유명한 우화에서 어린 왕자가 밀밭에서 서로를 길들이자는 사막여우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소년은 단순한 소년 이상의 존재가 되었고 여우는 단순한 여우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 이 특별한 상태가 오래도록 이어지지 않더라도 의미는 크다. 생텍 - 친구들은 그를 이렇게 불렀다 -은 덜 알려졌지만 《어린 왕자》못지않게 아름다운 회고록《인간의 대지》에서 이 상태의 커다란 의미를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만약 당신도 운이 좋아서 그런 우정을 맺고 수십 년 동안 변함없이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면, 어린 왕자와 여우가 작별 인사를 건넬 때 느꼈던 감정을 이해할 것이다. 둘은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진정으로 미소 지을 수 있다. 둘은 서로가 얼마 동안은 상대를 의미로 가득 채웠다는 사실을 안다. 서로가 앞으로 홀로, 그러나 사실은 함께 걸어갈 여정을 위해 상대를 담금질했다는 사실도 안다. 지난날 함께 거닐었던 들판을 흔들던 익숙한 바람을 느끼며 늘 마음을 달랠 수 있고, 필요하다면 기억에서 상대를 불러내면 된다. 그러면 된다. "
글이 감동적이네요. 특히 마지막 문장이… “여기, 두 영혼이 잠시 섞이다가 멀어진다. 삶이 변한 채로.” “둘은 서로가 얼마 동안은 상대를 의미로 가득 채웠다는 사실을 안다. 서로가 앞으로 홀로, 그러나 사실은 함께 걸어갈 여정을 위해 상대를 담금질했다는 사실도 안다. 지난날 함께 거닐었던 들판을 흔들던 익숙한 바람을 느끼며 늘 마음을 달랠 수 있고, 필요하다면 기억에서 상대를 불러내면 된다. 그러면 된다.”
ifrain님의 문장 수집: "결국, 우리가 갈망하는 것은 바로 이 공명共鳴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세상으로 스며들 수 있는 세포가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경계 바깥에서 우리를 공허 너머로 끌어당길 다른 이의 손을 간절하게 찾는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가장 유명한 우화에서 어린 왕자가 밀밭에서 서로를 길들이자는 사막여우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소년은 단순한 소년 이상의 존재가 되었고 여우는 단순한 여우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 이 특별한 상태가 오래도록 이어지지 않더라도 의미는 크다. 생텍 - 친구들은 그를 이렇게 불렀다 -은 덜 알려졌지만 《어린 왕자》못지않게 아름다운 회고록《인간의 대지》에서 이 상태의 커다란 의미를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만약 당신도 운이 좋아서 그런 우정을 맺고 수십 년 동안 변함없이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면, 어린 왕자와 여우가 작별 인사를 건넬 때 느꼈던 감정을 이해할 것이다. 둘은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진정으로 미소 지을 수 있다. 둘은 서로가 얼마 동안은 상대를 의미로 가득 채웠다는 사실을 안다. 서로가 앞으로 홀로, 그러나 사실은 함께 걸어갈 여정을 위해 상대를 담금질했다는 사실도 안다. 지난날 함께 거닐었던 들판을 흔들던 익숙한 바람을 느끼며 늘 마음을 달랠 수 있고, 필요하다면 기억에서 상대를 불러내면 된다. 그러면 된다. "
피부는 경계이자 망루다. 피부는 배아기의 외배엽ectodem이 발달해 만들어진다. 외배엽은 생애 최초의 경계막인 세포 표면층으로, 자아와 비자아를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경계선이 된다. 자아와 바깥세상 사이의 경계에 자리한 이 망루에서 우리가 감지하는 느낌은 촉감, 진동, 온도, 압력, 통증을 감지하는 피부 속 감각 조직들과 함께 외배엽에 뿌리를 두고 형성된다. 더불어 지금은 머리뼈 안에 꽁꽁 숨겨져 있는 뇌 역시 기원은 외배엽에 있다. 외배엽 세포층이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개인의 모든 경계를 설정한다는 소리다.
감정의 기원 -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내는가 p.186, 칼 다이서로스 지음, 최가영 옮김
감정의 기원 -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내는가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낼까? 슬픔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왜 어떤 사람은 갑자기 달라지는가? 왜 우리는 때때로 자신을 해치고 현실과 환각의 경계를 넘나들게 되는가? 정신과 임상의이기도 한 그는 이 모든 질문의 답을 찾아내기 위해 자신의 연구실과 삶의 가장 치열한 현장인 병실을 오간다. 《감정의 기원》은 바로 그 여정의 기록이다.
ifrain님의 문장 수집: " 피부는 경계이자 망루다. 피부는 배아기의 외배엽ectodem이 발달해 만들어진다. 외배엽은 생애 최초의 경계막인 세포 표면층으로, 자아와 비자아를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경계선이 된다. 자아와 바깥세상 사이의 경계에 자리한 이 망루에서 우리가 감지하는 느낌은 촉감, 진동, 온도, 압력, 통증을 감지하는 피부 속 감각 조직들과 함께 외배엽에 뿌리를 두고 형성된다. 더불어 지금은 머리뼈 안에 꽁꽁 숨겨져 있는 뇌 역시 기원은 외배엽에 있다. 외배엽 세포층이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개인의 모든 경계를 설정한다는 소리다. "
그런데 머리카락과 몸의 털 역시 피부에서 난다. 아마도 시작은 수염이었을 것이다. 6,500만 년 전 거대 운석이 운명을 뒤바꿔 대부분의 생물종이 멸종해가는 가운데 허허벌판이 된 세상으로 나오기 전, 인류의 멀고 먼 조상인 포유동물은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을 피해 4,000만 년 동안 굴을 파고 숨어 살았다. 굴속에서는 주둥이 근처 섬유조직이 중요한 촉각기관이었다. 이 원시 형태의 털을 이용하면 어둠 속에서 굴의 구조를 읽고 구멍이 제 머리가 통과할 크기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추위를 피하거나 도망치기 위해서는 내 몸이 들어가는 길을 정확히 판단하는 게 중요했다. 원시 포유류의 수염은 지구와의 친밀도를 재는 가늠자로 설계된 조직이었다. 컴컴한 동굴을 더욱 풍부한 감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수염은 진화하면서 점점 두꺼워지고 숱도 많아졌다. 우리는 그렇게 더듬대다 경계를 세우는 새로운 기술을 우연히 얻게 됐다. 털에 보온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연선택의 압도적인 추진력에 의해 털이 몸 전체로 퍼졌기 때문이다. 굴속 포유동물은 감각기관이기도 한 털이 빽빽할수록 생명 에너지를 더 많이 품을 수 있었다. 기온이 떨어지는 밤마다 에너지 소모가 빨라 비용이 많이 드는 온혈 동물로서는 체온을 보다 잘 관리하고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서늘한 이곳에서 살아남기에 유리해진 건 당연했다.
감정의 기원 -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내는가 pp.186~187, 칼 다이서로스 지음, 최가영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그런데 머리카락과 몸의 털 역시 피부에서 난다. 아마도 시작은 수염이었을 것이다. 6,500만 년 전 거대 운석이 운명을 뒤바꿔 대부분의 생물종이 멸종해가는 가운데 허허벌판이 된 세상으로 나오기 전, 인류의 멀고 먼 조상인 포유동물은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을 피해 4,000만 년 동안 굴을 파고 숨어 살았다. 굴속에서는 주둥이 근처 섬유조직이 중요한 촉각기관이었다. 이 원시 형태의 털을 이용하면 어둠 속에서 굴의 구조를 읽고 구멍이 제 머리가 통과할 크기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추위를 피하거나 도망치기 위해서는 내 몸이 들어가는 길을 정확히 판단하는 게 중요했다. 원시 포유류의 수염은 지구와의 친밀도를 재는 가늠자로 설계된 조직이었다. 컴컴한 동굴을 더욱 풍부한 감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수염은 진화하면서 점점 두꺼워지고 숱도 많아졌다. 우리는 그렇게 더듬대다 경계를 세우는 새로운 기술을 우연히 얻게 됐다. 털에 보온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연선택의 압도적인 추진력에 의해 털이 몸 전체로 퍼졌기 때문이다. 굴속 포유동물은 감각기관이기도 한 털이 빽빽할수록 생명 에너지를 더 많이 품을 수 있었다. 기온이 떨어지는 밤마다 에너지 소모가 빨라 비용이 많이 드는 온혈 동물로서는 체온을 보다 잘 관리하고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서늘한 이곳에서 살아남기에 유리해진 건 당연했다. "
일찌감치 준비된 이 피부 감각기관은 헤아릴 수 없는 세월에 걸쳐 전신으로 퍼져 나갔고 퍼진 부위에서는 새로운 용도마저 발견됐다. 가령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방울뱀이 경고음을 내듯 목과 등의 털을 세울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우리의 원시 피부조직은 국경의 파수병처럼 바깥세상에 속한 무언가가 침범할 때 영토를 넘어온 것으로 인식하고 반응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차원의 공간 개념이 생긴 것이다. 처음에 곤두세운 털은 그저 외부인을 쫓아내는 경고였지만,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포유동물인 우리 인간이 지구에 출현할 무렵에는 겉으로 보이는 이 신호가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제는 내면의 감각 역시 그 개체 상태의 일부였고 특히 자아에 더없이 유용한 신호였다. 뇌와 한참 먼 말초 피부조직인 털은 심리적인 혹은 물리적인 개인 구역의 침범 여부를 보고하는 임무를 맡아 세상에 진출할 때도 세상의 침략을 받을 때도 척후병 역할을 야무지게 했다. 우리 인류는 결국 몸에 있던 털 대부분을 다시 잃었지만 털을 통해 전달되던 느낌은 그대로다. 이처럼 오직 포유동물의 내면에만 최초로 허락된 위협과 성장의 고감도 탐지 기능은 먼 옛날 깜깜한 터널 속에서 태어난 진정한 원시의 감각이 아닐까.
감정의 기원 -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내는가 pp.187~188, 칼 다이서로스 지음, 최가영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 일찌감치 준비된 이 피부 감각기관은 헤아릴 수 없는 세월에 걸쳐 전신으로 퍼져 나갔고 퍼진 부위에서는 새로운 용도마저 발견됐다. 가령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방울뱀이 경고음을 내듯 목과 등의 털을 세울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우리의 원시 피부조직은 국경의 파수병처럼 바깥세상에 속한 무언가가 침범할 때 영토를 넘어온 것으로 인식하고 반응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차원의 공간 개념이 생긴 것이다. 처음에 곤두세운 털은 그저 외부인을 쫓아내는 경고였지만,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포유동물인 우리 인간이 지구에 출현할 무렵에는 겉으로 보이는 이 신호가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제는 내면의 감각 역시 그 개체 상태의 일부였고 특히 자아에 더없이 유용한 신호였다. 뇌와 한참 먼 말초 피부조직인 털은 심리적인 혹은 물리적인 개인 구역의 침범 여부를 보고하는 임무를 맡아 세상에 진출할 때도 세상의 침략을 받을 때도 척후병 역할을 야무지게 했다. 우리 인류는 결국 몸에 있던 털 대부분을 다시 잃었지만 털을 통해 전달되던 느낌은 그대로다. 이처럼 오직 포유동물의 내면에만 최초로 허락된 위협과 성장의 고감도 탐지 기능은 먼 옛날 깜깜한 터널 속에서 태어난 진정한 원시의 감각이 아닐까. "
우리는 피부로 자신의 경계를 정의하고 감지한다. 그런 까닭에 피부는 경계선이자 망루이며, 색으로 경고하고 신호한다. 한편 피부는 외부에 노출되어 있고, 피부를 통해 우리는 온기를 빼앗긴다. 게다가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서는 남과 피부를 맞닿지 않으면 안 된다. 이처럼 피부는 여러 일을 하기에 복잡하고 모순적인 조직이다. 목젖부터 복부를 지나 골반으로 이어지는 중앙선 근처의 말랑말랑한 배쪽 피부 - 사람에게는 앞면이고 사족보행 파충류나 원시 포유류는 땅에 붙이고 다니던 부부 - 는 혈액이 표면 쪽으로 흐른다. 붉어지고 부어오르고 무언가에 닿고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고 연결되기 위해서다. 반면에 영역을 침범당해 털이 주뼛 서고 살갗이 따끔거리고 속에서 불길이 치밀어 오르는 느낌은 배가 아닌 등 쪽에서 느껴지고 표출된다. 눈앞의 상대와 멀찌감치 떨어진 데다 은밀하고 눈에 덜 띄는 등이라니 역설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화사에서 인간이 직립보행하기 이전 시절에는 등이 눈에 훨씬 잘 띄는 신체 부위였다. 고양이와 늑대가 등에 주름을 잔뜩 잡고 털을 바짝 세워 존재감을 부풀릴 때처럼 말이다.
감정의 기원 -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내는가 p.188, 칼 다이서로스 지음, 최가영 옮김
향팔님의 문장 수집: "나르키수스는 지하에 내려간 이후에도 스틱스의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누이들인 물의 님프들은 나르키수스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를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바쳤고, 숲의 님프들도 슬퍼했다. 에코는 님프들이 슬퍼하는 소리를 되풀이했다. 그들은 장례를 위하여 장작, 관대, 횃불을 준비했으나 나르키수스의 시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체 대신, 노란 중심부 주위를 하얀 이파리가 빙 두른 모양의 꽃을 발견했다."
꽃은 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피어나요..
ifrain님의 대화: 꽃은 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피어나요..
2026. 4. 22 사진 공원에서 본 글귀입니다. 우리가 읽고 있는 <지구의 짧은 역사>에서는 꽃이 등장하려면 아직 멀었네요. ^^
많은 동물 집단은 빠르게 다양해지고 있는 육식동물에 맞서서 몸을 보호하고자 광물이 섞여서 단단해진 뼈대를 갖추는 쪽으로 진화했지만, 캄브리아기 석회암은 여전히 물리적으로 또는 미생물을 통해 만들어진 탄산칼슘이 쌓여서 형성되고 있었다.(오늘날에는 대양에서 일어나는 석회암 퇴적물의 대부분을 뼈대가 차지한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63,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오르도비스기의 기록을 읽으면서 위로 올라갈수록, 암석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삼엽충은 여전히 많았지만, 다른 뼈대 화석들이 점점 많아졌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65,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조개, 달팽이, 두족류(오징어와 문어가 속한 집단), 산호, 이끼벌레, 완족류, 바다나리의 뼈대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일부 해역에서는 이런 뼈대들이 해저 위로 솟아오르면서 오늘날 플로리다 키스나 바하마의 해안에서 스노쿨링을 할 때 볼 수 있는 것과 적어도 어느 정도 비슷한 암초를 형성하기도 했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65,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이번에도 생물권에 작용하는 물리적 과정과 생물학적 과정은 따로따로 활동하지 않았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66,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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