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ain님의 문장 수집: " 일찌감치 준비된 이 피부 감각기관은 헤아릴 수 없는 세월에 걸쳐 전신으로 퍼져 나갔고 퍼진 부위에서는 새로운 용도마저 발견됐다. 가령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방울뱀이 경고음을 내듯 목과 등의 털을 세울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우리의 원시 피부조직은 국경의 파수병처럼 바깥세상에 속한 무언가가 침범할 때 영토를 넘어온 것으로 인식하고 반응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차원의 공간 개념이 생긴 것이다. 처음에 곤두세운 털은 그저 외부인을 쫓아내는 경고였지만,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포유동물인 우리 인간이 지구에 출현할 무렵에는 겉으로 보이는 이 신호가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제는 내면의 감각 역시 그 개체 상태의 일부였고 특히 자아에 더없이 유용한 신호였다. 뇌와 한참 먼 말초 피부조직인 털은 심리적인 혹은 물리적인 개인 구역의 침범 여부를 보고하는 임무를 맡아 세상에 진출할 때도 세상의 침략을 받을 때도 척후병 역할을 야무지게 했다.
우리 인류는 결국 몸에 있던 털 대부분을 다시 잃었지만 털을 통해 전달되던 느낌은 그대로다. 이처럼 오직 포유동물의 내면에만 최초로 허락된 위협과 성장의 고감도 탐지 기능은 먼 옛날 깜깜한 터널 속에서 태어난 진정한 원시의 감각이 아닐까. "
“ 우리는 피부로 자신의 경계를 정의하고 감지한다. 그런 까닭에 피부는 경계선이자 망루이며, 색으로 경고하고 신호한다. 한편 피부는 외부에 노출되어 있고, 피부를 통해 우리는 온기를 빼앗긴다. 게다가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서는 남과 피부를 맞닿지 않으면 안 된다. 이처럼 피부는 여러 일을 하기에 복잡하고 모순적인 조직이다. 목젖부터 복부를 지나 골반으로 이어지는 중앙선 근처의 말랑말랑한 배쪽 피부 - 사람에게는 앞면이고 사족보행 파충류나 원시 포유류는 땅에 붙이고 다니던 부부 - 는 혈액이 표면 쪽으로 흐른다. 붉어지고 부어오르고 무언가에 닿고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고 연결되기 위해서다. 반면에 영역을 침범당해 털이 주뼛 서고 살갗이 따끔거리고 속에서 불길이 치밀어 오르는 느낌은 배가 아닌 등 쪽에서 느껴지고 표출된다. 눈앞의 상대와 멀찌감치 떨어진 데다 은밀하고 눈에 덜 띄는 등이라니 역설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화사에서 인간이 직립보행하기 이전 시절에는 등이 눈에 훨씬 잘 띄는 신체 부위였다. 고양이와 늑대가 등에 주름을 잔뜩 잡고 털을 바짝 세워 존재감을 부풀릴 때처럼 말이다. ”
『감정의 기원 -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내는가』 p.188, 칼 다이서로스 지음, 최가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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