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D-29
ifrain님의 문장 수집: " 포트의 또 다른 팬은 미국의 영화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이다. 1999년에 만든 영화 <매그놀리아Magnolia>에서 앤더슨 감독은 영화사상 가장 충격적인 장면을 창조해냈다. 영계만 한 크기의 약 1.8킬로그램짜리 개구리들이 폭우 속에서 툭툭 떨어지는 괴기스러운 장면을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마치 몇 마리의 토실토실한 개구리가 아홉 갈래 플롯에 결부된 등장인물들의 창문 너머로 패대기쳐지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다 카메라가 밤에 수중 등이 켜진 수영장 장면을 잡을 때 어마어마한 스케일이 비로소 드러난다. 망치로 내려치듯 쏟아지는 비와 함께 수천 마리의 거대한 개구리들이 수영장으로 떨어지면서 주변의 덱과 다이빙대를 철퍼덕 내리치고 나무에 충돌하며 거리 위로 쿵쿵 떨어져 결국 길에는 개구리 사체가 그득 쌓인다. 앤더슨은 종말을 연상케 하는 이 개구리 비 장면에 대한 영감을 준 인물이 포트였다고 말한다. 앤더슨은 포트가 써놓은 개구리 관련 글을 통해 출애굽기를 읽게 되었다. <매그놀리아>에는 포트주의자 카메오들이 잔뜩 나온다. 가령 이 영화에 나오는 신동은 도서관에 앉아 TV 퀴즈 프로그램 출연 준비를 하면서 포트의 『길들이지 않은 재능』을 읽고 있다. 앤더슨 감독은 「버라이어티Variety」와의 인터뷰에서 "찰스 포트는 '메고니아Megonia'의 존재를 믿었어요. 하늘에 있는 신화의 장소인 메고니아는 물질이 올라가 다시 땅으로 떨어지기 전에 머무는 곳입니다. <매그놀리아>는 그것에 바치는 작은 헌사에요. 좀 우스꽝스럽게 들리겠지만 포트는 개구리의 건강 상태로 한 사회를 판단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제게는 그것이 그다지 미친 소리 같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
앤더슨 감독의 영화들을 언제가 찬찬히 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매그놀리아>는 이글을 보게됨으로써 아무래도 개구리에 집중하면서 감상하게 될 것 같네요.
최초의 비에 대한 최상의 단서들은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의 잭 힐스Jack Hills 지역에 있다. 이곳의 험준한 오렌지색 사암지대 깊은 곳에서 지질학자들은 지르콘zircon이라는 미세한 광물 알갱이들을 발굴해냈다. 지르콘은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지구 물질이다. 대자연의 가장 신뢰할 만한 시계인 방사성 원소 우라늄은 이 작은 지르콘이 42억 년 전의 광물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지르콘의 화학적 성질이 암시하는 바에 따르면, 약 42억 년 전 원시 비가 지각에 내려 웅덩이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 최초의 습지들은 필시 후기운석대충돌기Late Heavy Meteorite Bombardment라 불리는 태고대의 최후 시기에 끓어오르다 증발하기를 되풀이했을 것이다. 이 마지막 충돌로 달에 분화구가 생기기도 했다. 운석 폭풍이 잦아들었을 때 비로소 큰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의하면 이 무렵 갓난아기에 불과했던 지구는 증기구름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엄청난 양의 휘발성 물질이 대기 중에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구름은 뉴펀들랜드 지방의 바다 안개보다 두텁고 그레이트플레인스(Great Plains, 북아메리카 로키 산맥 동쪽의 광대한 평원-옮긴이)의 토네이도 기둥보다 시커먼 모습으로 힘겹게 하늘을 떠다니고 있었다. 구름이 많았다 해도 새까맣게 탄 지구의 표면은 여전히 고온 상태였으므로 땅으로 내려오던 비는 중간에서 증발을 반복했을 것이다. 결국 저승을 연상시키는 검은 구름은 터무니없이 무거워졌다. 대기 중의 물 입자와 간간이 반응하던 전기 입자인 번개만이 이 고독한 풍광을 밝혀주었으리라. 수증기는 그야말로 긴 시간 동안 대기 위층에 쌓여 있다가, 마침내 비가 땅까지 내려올 수 있을 만큼 표면이 식자 드디어 재난 수준의 폭우로 수천여 년 동안 쏟아져 내렸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지구화학 교수 도널드 로Donald Lowe가 나의 부탁에 응해 그려준 지구 최초의 비에 대한 그림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로는 초창기 지구 표면과 오늘날의 심해 퇴적층을 연구하는 저명한 학자다. 그는 가뭄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에서 자라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지만 학문을 연구한 세월의 절반을 미국 최대 다우多雨 지역 중 하나인 루이지애나 주 배턴루지Baton Rouge의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에서 보냈다. 따라서 그가 최초의 비를 루이지애나 남부의 집중호우처럼 그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겠다. 이곳의 폭우는 운전자들이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강철 북을 두드려대듯 차 지붕을 때리는 비가 멎기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심하다.
비 (RAIN) - 자연.문화.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 pp.20~22, 신시아 바넷 지음, 오수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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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님의 문장 수집: " 최초의 비에 대한 최상의 단서들은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의 잭 힐스Jack Hills 지역에 있다. 이곳의 험준한 오렌지색 사암지대 깊은 곳에서 지질학자들은 지르콘zircon이라는 미세한 광물 알갱이들을 발굴해냈다. 지르콘은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지구 물질이다. 대자연의 가장 신뢰할 만한 시계인 방사성 원소 우라늄은 이 작은 지르콘이 42억 년 전의 광물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지르콘의 화학적 성질이 암시하는 바에 따르면, 약 42억 년 전 원시 비가 지각에 내려 웅덩이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 최초의 습지들은 필시 후기운석대충돌기Late Heavy Meteorite Bombardment라 불리는 태고대의 최후 시기에 끓어오르다 증발하기를 되풀이했을 것이다. 이 마지막 충돌로 달에 분화구가 생기기도 했다. 운석 폭풍이 잦아들었을 때 비로소 큰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의하면 이 무렵 갓난아기에 불과했던 지구는 증기구름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엄청난 양의 휘발성 물질이 대기 중에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구름은 뉴펀들랜드 지방의 바다 안개보다 두텁고 그레이트플레인스(Great Plains, 북아메리카 로키 산맥 동쪽의 광대한 평원-옮긴이)의 토네이도 기둥보다 시커먼 모습으로 힘겹게 하늘을 떠다니고 있었다. 구름이 많았다 해도 새까맣게 탄 지구의 표면은 여전히 고온 상태였으므로 땅으로 내려오던 비는 중간에서 증발을 반복했을 것이다. 결국 저승을 연상시키는 검은 구름은 터무니없이 무거워졌다. 대기 중의 물 입자와 간간이 반응하던 전기 입자인 번개만이 이 고독한 풍광을 밝혀주었으리라. 수증기는 그야말로 긴 시간 동안 대기 위층에 쌓여 있다가, 마침내 비가 땅까지 내려올 수 있을 만큼 표면이 식자 드디어 재난 수준의 폭우로 수천여 년 동안 쏟아져 내렸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지구화학 교수 도널드 로Donald Lowe가 나의 부탁에 응해 그려준 지구 최초의 비에 대한 그림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로는 초창기 지구 표면과 오늘날의 심해 퇴적층을 연구하는 저명한 학자다. 그는 가뭄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에서 자라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지만 학문을 연구한 세월의 절반을 미국 최대 다우多雨 지역 중 하나인 루이지애나 주 배턴루지Baton Rouge의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에서 보냈다. 따라서 그가 최초의 비를 루이지애나 남부의 집중호우처럼 그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겠다. 이곳의 폭우는 운전자들이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강철 북을 두드려대듯 차 지붕을 때리는 비가 멎기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심하다. "
신시아 바넷의 <비>, 이 책은 나중에라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어제부터 줄곧 비가 올 것 같은 흐린 하늘이네요. https://youtu.be/a8XRdY-JQnA?si=V6jIT5UC_uVgtneO When it rains - Brad Mehldau
ifrain님의 문장 수집: " 포트의 또 다른 팬은 미국의 영화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이다. 1999년에 만든 영화 <매그놀리아Magnolia>에서 앤더슨 감독은 영화사상 가장 충격적인 장면을 창조해냈다. 영계만 한 크기의 약 1.8킬로그램짜리 개구리들이 폭우 속에서 툭툭 떨어지는 괴기스러운 장면을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마치 몇 마리의 토실토실한 개구리가 아홉 갈래 플롯에 결부된 등장인물들의 창문 너머로 패대기쳐지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다 카메라가 밤에 수중 등이 켜진 수영장 장면을 잡을 때 어마어마한 스케일이 비로소 드러난다. 망치로 내려치듯 쏟아지는 비와 함께 수천 마리의 거대한 개구리들이 수영장으로 떨어지면서 주변의 덱과 다이빙대를 철퍼덕 내리치고 나무에 충돌하며 거리 위로 쿵쿵 떨어져 결국 길에는 개구리 사체가 그득 쌓인다. 앤더슨은 종말을 연상케 하는 이 개구리 비 장면에 대한 영감을 준 인물이 포트였다고 말한다. 앤더슨은 포트가 써놓은 개구리 관련 글을 통해 출애굽기를 읽게 되었다. <매그놀리아>에는 포트주의자 카메오들이 잔뜩 나온다. 가령 이 영화에 나오는 신동은 도서관에 앉아 TV 퀴즈 프로그램 출연 준비를 하면서 포트의 『길들이지 않은 재능』을 읽고 있다. 앤더슨 감독은 「버라이어티Variety」와의 인터뷰에서 "찰스 포트는 '메고니아Megonia'의 존재를 믿었어요. 하늘에 있는 신화의 장소인 메고니아는 물질이 올라가 다시 땅으로 떨어지기 전에 머무는 곳입니다. <매그놀리아>는 그것에 바치는 작은 헌사에요. 좀 우스꽝스럽게 들리겠지만 포트는 개구리의 건강 상태로 한 사회를 판단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제게는 그것이 그다지 미친 소리 같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
"그래요"하고 경찰관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저녁때도 여기서 근무하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요?" "날씨가 개어 있더라도 만일을 위해 우산을 갖고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경찰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았다. 이제 슬슬 동료한테서 전화가 걸려올 것이다. "알았습니다. 우산을 갖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처럼 물고기가 떨어져 내릴 겁니다. 많은 양의 물고기입니다. 아마도 정어리일 겁니다. 그 가운데는 전갱이도 조금은 섞여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어리와 전갱이라?"하고 경찰관은 웃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우산을 거꾸로 들고 물고기를 받아 회를 쳐서 먹으면 좋겠군." "전갱이회는 나카타도 좋아합니다" 하고 나카타 상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내일 그 시각에는 나카타는 아마 여기 없을 겁니다." 그 이튿날, 실제로 나카노 구 일부 지역에 짧은 순간 정어리와 전갱이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을 때, 그 젊은 경찰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대략 2천 마리나 되는 물고기가 구름 사이에서 우르르 쏟아져 내렸던 것이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땅바닥에 부딪쳤을 때 터져버렸지만, 더러는 아직 살아 있는 것도 있어서 상점가의 길바닥 위에서 펄떡펄떡 뛰고 있었다. 물고기는 보기에도 신선했고, 아직도 바다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물고기는 사람이며 자동차, 건물 지붕에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지만, 그다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닌 듯 다행히 크게 부상당한 사람은 없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심리적인 충격이 훨씬 컸다. 대량의 물고기가 우박처럼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다니 그야말로 묵시록적인 광경이었다. 그 뒤에 경찰관이 조사를 했으나 그 물고기들이 어이서 어떻게 하늘로 올라갔다가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시장이나 어선에서 대량의 정어리와 전갱이가 없어졌다는 보고도 없었다. 그 시각에 상공에서 비행기나 헬리콥터가 비행하고 있었던 사실도 없었다. 회오리바람이 일었다는 보고도 없었고,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장난치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너무 엄청난 일이다. 경찰관의 요청을 받고 나카노 구의 보건소가 하늘에서 떨어진 물고기를 모아서 검사했으나,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극히 예사로운 정어리와 전갱이인 것 같았다. 신선하고 맛있어 보였다. 그러나 경찰은 안내방송 차를 출동시켜, 출처가 불분명하며 속에 위험물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물고기를 먹지 말라고 방송했다.
해변의 카프카 (상) pp.326~327,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해변의 카프카 (상)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해변의 카프카>가 출간됐다. 23년 하루키 문학을 집대성하는 소설이며, 하루키 스스로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고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작품이며 지극히 만족스러운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ifrain님의 문장 수집: " "그래요"하고 경찰관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저녁때도 여기서 근무하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요?" "날씨가 개어 있더라도 만일을 위해 우산을 갖고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경찰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았다. 이제 슬슬 동료한테서 전화가 걸려올 것이다. "알았습니다. 우산을 갖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처럼 물고기가 떨어져 내릴 겁니다. 많은 양의 물고기입니다. 아마도 정어리일 겁니다. 그 가운데는 전갱이도 조금은 섞여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어리와 전갱이라?"하고 경찰관은 웃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우산을 거꾸로 들고 물고기를 받아 회를 쳐서 먹으면 좋겠군." "전갱이회는 나카타도 좋아합니다" 하고 나카타 상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내일 그 시각에는 나카타는 아마 여기 없을 겁니다." 그 이튿날, 실제로 나카노 구 일부 지역에 짧은 순간 정어리와 전갱이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을 때, 그 젊은 경찰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대략 2천 마리나 되는 물고기가 구름 사이에서 우르르 쏟아져 내렸던 것이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땅바닥에 부딪쳤을 때 터져버렸지만, 더러는 아직 살아 있는 것도 있어서 상점가의 길바닥 위에서 펄떡펄떡 뛰고 있었다. 물고기는 보기에도 신선했고, 아직도 바다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물고기는 사람이며 자동차, 건물 지붕에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지만, 그다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닌 듯 다행히 크게 부상당한 사람은 없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심리적인 충격이 훨씬 컸다. 대량의 물고기가 우박처럼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다니 그야말로 묵시록적인 광경이었다. 그 뒤에 경찰관이 조사를 했으나 그 물고기들이 어이서 어떻게 하늘로 올라갔다가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시장이나 어선에서 대량의 정어리와 전갱이가 없어졌다는 보고도 없었다. 그 시각에 상공에서 비행기나 헬리콥터가 비행하고 있었던 사실도 없었다. 회오리바람이 일었다는 보고도 없었고,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장난치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너무 엄청난 일이다. 경찰관의 요청을 받고 나카노 구의 보건소가 하늘에서 떨어진 물고기를 모아서 검사했으나,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극히 예사로운 정어리와 전갱이인 것 같았다. 신선하고 맛있어 보였다. 그러나 경찰은 안내방송 차를 출동시켜, 출처가 불분명하며 속에 위험물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물고기를 먹지 말라고 방송했다. "
텔레비전 방송국의 보도차도 몰려들었다. 그야말로 텔레비전이 보도 경쟁에 열을 올릴 만한 사건이었다. 기자들은 상점가에 모여들어 그 기묘하기 짝이 없는 사건을 전국에 보도했다. 그들은 삽으로 길에 떨어져 있는 생선을 퍼 올려 보였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정어리와 전갱이에 머리를 맞은 주부의 반응을 방송하기도 했다. 그녀는 전갱이의 지느러미에 맞아 뺨에 상처가 났다. "그나마 떨어진 것이 전갱이나 정어리여서 다행이에요. 만약에 다랑어가 떨어져 내렸다면 더 큰 화를 당했을 테니까요" 하고 그녀는 손수건으로 뺨을 누르면서 말했다. 진지한 발언이었지만 텔레비전을 보던 사람들은 웃었다. 떨어져 내린 정어리와 전갱이를 그 자리에서 구워 카메라 앞에서 먹어 보이는 용기 있는 기자도 있었다. "굉장히 맛있습니다" 하고 기자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신선하고 기름기도 알맞게 배어 있습니다. 무즙과 따뜻한 밥이 없는 것이 유감입니다." 젊은 경찰관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 기묘한 노인은 -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 오늘 저녁때 많은 물고기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릴 거라고 예언했던 것이다. 정어리와 전갱이다. 그가 말한 대로……. 그러나 자신은 웃어넘기고, 이름도 주소도 적어놓지 않았다. 상사에게 새삼스럽게 그 사실을 보고해야 할까? 아마 그렇게 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해보았자 도대체 어떤 이득이 있단 말인가? 누군가가 큰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고, 지금 현재로는 범죄에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도 없다. 단지 하늘에서 생선이 떨어져 내렸을 뿐이다. 도대체 기묘한 노인이 파출소에 찾아와서, 하늘에서 정어리와 전갱이가 떨어질 거라고 그 전날 예언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상사가 곧이곧대로 믿어주기나 할까? 돌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고작 아닐까? 아니면, 이야기가 실제 이상으로 과장되어 경찰서 내에서 좋은 농담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 노인은 파출소에 찾아와서 자기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고했다. 즉 자수를 한 셈이다. 그것을 자기는 상대도 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근무 일지에 기재조차 하지 않았다. 이것은 분명히 직무 규정에 위반되는 일이고, 처벌 대상감이다. 노인의 이야기는 너무나 황당했다. 어떤 경찰관이라도,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간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파출소 근무는 늘 일상적인 잡무에 쫓겨서 바쁘며, 처리해야 할 사무량은 산더미처럼 쌓여간다. 세상에는 머리의 나사가 풀린 인간들이 우글거리고 있고, 그런 인간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 파출소에 몰려와서 영문을 알 수 없는 헛소리를 늘어놓는다. 일일이 성실하게 상대해 줄 수가 없는 것이다.
해변의 카프카 (상) pp.327~329,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 텔레비전 방송국의 보도차도 몰려들었다. 그야말로 텔레비전이 보도 경쟁에 열을 올릴 만한 사건이었다. 기자들은 상점가에 모여들어 그 기묘하기 짝이 없는 사건을 전국에 보도했다. 그들은 삽으로 길에 떨어져 있는 생선을 퍼 올려 보였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정어리와 전갱이에 머리를 맞은 주부의 반응을 방송하기도 했다. 그녀는 전갱이의 지느러미에 맞아 뺨에 상처가 났다. "그나마 떨어진 것이 전갱이나 정어리여서 다행이에요. 만약에 다랑어가 떨어져 내렸다면 더 큰 화를 당했을 테니까요" 하고 그녀는 손수건으로 뺨을 누르면서 말했다. 진지한 발언이었지만 텔레비전을 보던 사람들은 웃었다. 떨어져 내린 정어리와 전갱이를 그 자리에서 구워 카메라 앞에서 먹어 보이는 용기 있는 기자도 있었다. "굉장히 맛있습니다" 하고 기자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신선하고 기름기도 알맞게 배어 있습니다. 무즙과 따뜻한 밥이 없는 것이 유감입니다." 젊은 경찰관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 기묘한 노인은 -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 오늘 저녁때 많은 물고기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릴 거라고 예언했던 것이다. 정어리와 전갱이다. 그가 말한 대로……. 그러나 자신은 웃어넘기고, 이름도 주소도 적어놓지 않았다. 상사에게 새삼스럽게 그 사실을 보고해야 할까? 아마 그렇게 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해보았자 도대체 어떤 이득이 있단 말인가? 누군가가 큰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고, 지금 현재로는 범죄에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도 없다. 단지 하늘에서 생선이 떨어져 내렸을 뿐이다. 도대체 기묘한 노인이 파출소에 찾아와서, 하늘에서 정어리와 전갱이가 떨어질 거라고 그 전날 예언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상사가 곧이곧대로 믿어주기나 할까? 돌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고작 아닐까? 아니면, 이야기가 실제 이상으로 과장되어 경찰서 내에서 좋은 농담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 노인은 파출소에 찾아와서 자기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고했다. 즉 자수를 한 셈이다. 그것을 자기는 상대도 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근무 일지에 기재조차 하지 않았다. 이것은 분명히 직무 규정에 위반되는 일이고, 처벌 대상감이다. 노인의 이야기는 너무나 황당했다. 어떤 경찰관이라도,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간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파출소 근무는 늘 일상적인 잡무에 쫓겨서 바쁘며, 처리해야 할 사무량은 산더미처럼 쌓여간다. 세상에는 머리의 나사가 풀린 인간들이 우글거리고 있고, 그런 인간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 파출소에 몰려와서 영문을 알 수 없는 헛소리를 늘어놓는다. 일일이 성실하게 상대해 줄 수가 없는 것이다. "
그러나 생선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릴 것이라는 예언(그것은 충분히 황당한 이야기다)이 현실이 된 이상, 그 노인이 누군가를 - 조니 워커 상이라고 그는 말했다 - 칼로 찔러 죽였다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야기도 완전히 거밋말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게 되었다. 만일 혹시라도 그것이 사실이라면, 보통 큰일이 아니다. 어쨌든 "조금 전에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하고 자수해 온 인간을 그대로 돌려보내고, 보고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이윽고 청소국의 청소차가 달려와서, 도로에 흩어져 있는 물고기들을 처리했다. 젊은 경찰관은 교통을 정리했다. 상점가 입구를 봉쇄하고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상점가의 도로에는 정어리와 전갱이 비늘이 달라붙어, 아무리 호스로 물을 뿌려도 잘 떨어지지 않았다. 한동안 노면이 미끈미끈해서, 자전거를 타다가 바퀴가 미끄러져 넘어지는 주부도 몇 사람 있었다. 생선 비린내는 시간이 지나도 빠지지 않아, 근처의 고양이들은 밤새 흥분했다. 경찰관은 그런 잡무 처리에 쫓겨서, 수수께끼 노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할 여유도 없어져버렸다. 그러나 물고기가 하늘에서 떨어진 그 다음 날, 근처의 주택가에서 칼에 찔려 죽은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었을 때, 그 젊은 경찰관은 할 말을 잃었다. 살해당한 것은 고명한 조각가였고, 시체를 발견한 것은 하루건너 일하러 오는 파출부였다. 피해자는 어쩐 일인지 완전 나체였고, 마루는 피바다가 되어 있었다. 사망 추정 시간은 이틀 전 저녁, 흉기는 부엌에 있던 스테이크용 칼이다. 그 노인이 이야기한 내용은 사실이었던 거야, 하고 경찰관은 생각했다. 아이구 큰일났군, 나는 그때 본서에 연락해서 노인을 순찰차로 연행해 가도록 보고를 했어야 했는데……, 살인한 사실을 자수하러 왔다고 곧바로 상부에 인도했어야만 했어, 머리가 이상한지 어떤지의 판단은 그들에게 맡기면 되는 건데, 그것으로 현장 담장자의 책임은 완수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에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다, 젊은 경찰관은 그렇게 결심했다. 그때쯤, 나카타 상은 이미 그 거리를 떠나고 없었다.
해변의 카프카 (상) pp.329~33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밥심님의 대화: 앤더슨 감독의 영화들을 언제가 찬찬히 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매그놀리아>는 이글을 보게됨으로써 아무래도 개구리에 집중하면서 감상하게 될 것 같네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서 정어리, 전갱이, 거머리 등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꽤 인상 깊게 보았는데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어요. 책을 읽을 당시에는 정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처럼 하루키가 실감나게 글로 잘 썼다고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오랜만에 <해변의 카프카>를 다시 열어 보았습니다.
ifrain님의 대화: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서 정어리, 전갱이, 거머리 등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꽤 인상 깊게 보았는데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어요. 책을 읽을 당시에는 정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처럼 하루키가 실감나게 글로 잘 썼다고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오랜만에 <해변의 카프카>를 다시 열어 보았습니다.
미국 작가 찰스 포트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이한 현상들을 평생 수집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하늘에서 물고기, 개구리, 돌 등이 떨어지는 현상이었고 이를 포티언(Fortean)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네요. 저 위에서 인용한 글에 나온 포트가 이 포트인가 봅니다.
ifrain님의 문장 수집: " 여기서 사건들을 순서대로 재현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우선 토닐라이트에서 시원대 지각이 형성되었다. 그 다음 이 지각이 지하에 깊이 묻혀서 그래뉼라이트상으로 변성되었다. 온도가 섭씨 1,000도, 압력이 10킬로바인 조건을 뜻한다. 이런 지구조적인 변화를 겪은 결과, 우리가 스코리 해안에서 보았던 굽이치며 길게 뻗은 회색 덩어리들인 줄무늬가 있는 편마암이 생겼다. 그런 다음 암맥의 관십이 일어났다. 암맥은 앞서 있던 암석을 뚫고 지나갔다. 이 모든 역사들이 세계 최북단에서 자라는 야자나무가 있는 스코리로지 주변의 지층에 드러나 있다. 따라서 영국 제도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인 스코리 암에는 이런 고대의 사건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게어로크에서는 그 뒤에 다른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스코리 암을 다시 변형시켰다. 혼을 낸 것도 모자라 모욕까지 준 셈이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 편마암이나 저 편마암이나 똑같아 보인다. 그러나 톨리 호 주변의 지질 지도를 꼼꼼히 작성하자, 암맥들을 포함해서 이전의 암석들이 그 뒤에 일어난 지구조 사건에 휘말려 또다시 습곡 장용을 겪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 마지막 사건을 랙스포디아(Laxfordian) 사건이라고 한다. 구조지질학자들은 그런 것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맹인이 점자를 읽듯이 암석에서 그런 요곡(橈曲)을 읽는다. 그들은 습곡 작용을 한 번 겪었던 암석이 또다시 습곡 작용을 받으면 어떤 모습이 될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나는 3차원, 아니 시간까지 포함해서 4차원으로 생각하는 그런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홈스"의 초판이 나오고 개정판이 나오기 전인 1951년, 재닛 왓슨과 그녀의 남편이자 동료인 존 서턴은 루이스 암의 역사를 현대적인 형태로 개괄한 논문을 발표했다. 게어로크 지역에 있는 암석들은 모두 다시 가열되고 구워져서 그래뉼라이트상보다 변성 정도가 덜한 각섬암상으로 다시 변성되었다. 덜 깊고 덜 극단적인 조건에서 변성된 것이다. 광물학자는 편마암에 든 광물들의 변화를 하나하나 기록함으로써 이 과정을 읽어낸다. 전문용어로는 "역행한다(retrogress)"라고 한다. 광물들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광물들은 암석이 겪은 온도와 압력 조건을 정확히 말해줌으로써, 그 암석이 또다시 "오랫동안 마구 사용되었다"는 것을 폭로한다. 이것은 또다른 요리법이다. 변형 작용에서는 요리법에 따라서 요리할 수도 있고, 순서를 거꾸로 해서 요리할 수도 있는 셈이다. "
@ifrain 이런 연구들은 상당히 전문적이죠.^^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경험을 통해 쉽게 알고 있는 사실들, 퇴적물은 기본적으로 평평하게 쌓인다, 아래에 굵은 입자가 쌓이고 위로 갈 수록 입도가 낮아진다 등등을 이용해 과거에 쌓인 지층들을 해석해 보는 것이죠. 멋진 스토리를 만들지 못해도 그냥 추론하고 상상해 보는 것으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향팔님의 대화: 신시아 바넷의 <비>, 이 책은 나중에라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어제부터 줄곧 비가 올 것 같은 흐린 하늘이네요. https://youtu.be/a8XRdY-JQnA?si=V6jIT5UC_uVgtneO When it rains - Brad Mehldau
제가 있는 곳은 어제 저녁 무렵부터.. 밤에도 비가 왔어요. 오늘도 공기에 수분이 많네요. ^^ 사진은 오늘(2026. 4. 28. 저녁 6:12) 저녁 무렵 하늘입니다. 구름이 많고 약간 흐려요. 저는 이렇게 공기 중에 수분이 많은 날을 좋아하지요. ㅎㅎ
향팔님의 대화: 이웃 주민께서 길가에 내놓고 가꾸시는 화분이 눈길을 확 끌길래 사진을 찍었어요. 철쭉 같은데 온통 하얀색이네요.
오늘 찍은 하얀색 꽃들이에요. 흰색 튤립도 참 이쁘네요. :) 첫번째와 두번째 사진은 백당나무인데.. 주변의 이쁜 꽃은 암술과 수술이 없어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짜 꽃(장식꽃)이라고 해요.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서 저렇게 둘러싸고 있는 것이고.. 안쪽에 작은 꽃들(사진상에는 아직 피지 않았음)이 실제로 수정을 하는 참꽃이고요.
polus님의 대화: @ifrain 이런 연구들은 상당히 전문적이죠.^^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경험을 통해 쉽게 알고 있는 사실들, 퇴적물은 기본적으로 평평하게 쌓인다, 아래에 굵은 입자가 쌓이고 위로 갈 수록 입도가 낮아진다 등등을 이용해 과거에 쌓인 지층들을 해석해 보는 것이죠. 멋진 스토리를 만들지 못해도 그냥 추론하고 상상해 보는 것으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말씀하신 즐거움을 얻으려면 현장 답사를 가야 그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상상만 하는 것으로는 좀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ㅎㅎ <지구의 짧은 역사> 느리게 읽기 1부 초반에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릴 때(초등학교 시절)때는 학교에서 무지개 찰흙으로 그런 것들을 시각화하면서 단층을 이해하는 시간이 있었죠. 아무래도 평상시에는 지층이 쌓인 곳을 보기 힘들기 때문에 주로 카페에서 조각 케이크 단면을 보면서 그런 상상을 하고는 합니다. ^^
향팔님의 대화: 신시아 바넷의 <비>, 이 책은 나중에라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어제부터 줄곧 비가 올 것 같은 흐린 하늘이네요. https://youtu.be/a8XRdY-JQnA?si=V6jIT5UC_uVgtneO When it rains - Brad Mehldau
비 오는 날이면 이 노래가 빠질 수 없죠.. https://www.youtube.com/watch?v=afxLaQiLu-o 비도 오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생각이 나서 그래서 그랬던거지 별 의미 없지 오늘은 오랜만에 네 생각을 하는 날이야 일부러 난 너와 내가 담겨 있는 노랠 찾아 오늘은 슬프거나 우울해도 괜찮은 맘이야 어차피 이 밤이 다 지나가면은 별 수도 없이 난 또 한 동안은 널 잊고 살 테니까 내 가슴 속에만 품고 살아갈 테니까 비도 오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생각이 나서 그래서 그랬던거지 별 의미 없지 우산 속에 숨어서 네 집을 지나쳐 그 날의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파서 떨어지는 빗물과 시계 초침 소리가 방 안 가득 채우면 그 때로 난 돌아가 차라리 난 이 비가 그치지 않았음 해 매일 기억 속에 살 수 있게 나 널 아프게 했던 못난 놈이니까 널 다시 품에 안을 자격도 없으니까 비도 오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생각이 나서 그래서 그랬던거지 별 의미 없지 우산 속에 숨어서 네 집을 지나쳐 그 날의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파서 우리에게 주어진 행복을 너무 빨리 쓴 것 같아 거기까지 인 것 같아 이 비가 그칠 땐 각자 있던 곳에서 다시 살아가야만 해 비도 오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생각이 나서 그래서 그랬던거지 별 의미 없지 우산 속에 숨어서 네 집을 지나쳐 그 날의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파서
밥심님의 대화: 미국 작가 찰스 포트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이한 현상들을 평생 수집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하늘에서 물고기, 개구리, 돌 등이 떨어지는 현상이었고 이를 포티언(Fortean)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네요. 저 위에서 인용한 글에 나온 포트가 이 포트인가 봅니다.
기이한 비를 다룬 이야기를 숫자 측면에서만 판단할 때 찰스 호이 포트Charles Hoy Fort보다 이에 관해 더 많은 생각을 했던 사람은 없다. 포트는 1874년 뉴욕의 올버니에서 부유한 잡화상 집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 포트가 가업보다 자연사에 훨씬 더 큰 관심을 보이자 아버지는 그에게 강제로 가업을 이어주기 위해 애썼지만, 포트는 아버지의 결정에 반발하다 결국 집을 떠나 작가가 되었다. 1900년대 초 그는 지구의 생명체를 통제하는 화성에 대한 것을 비롯한 여러 공상과학 소설을 썼다. 소설 판매가 신통치 않자 포트는 그의 전기 작가인 짐 스타인메이어Jim Steinmeyer가 "기이한 현상을 다룬 최초의 책"으로 칭했던 바로 그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포트의 1919년작 『저주받은 현상에 대한 책The Book of the Damned』은 (1955년 처음 출간된) 『기네스북The Guinness Book of World Records』, 리플리Ripley 출판사의 『믿거나 말거나Believe it or Not』시리즈 그리고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의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인 이야기들Weird but True』시리즈의 선구자였다. 아이들에게는 이 별난 목록들이 저항할 수 없는 매력과도 같지만, 포트의 책들은 아동용이 아니었다. 그는 종교와 철학뿐 아니라 과학까지 망라하여 기성 학계의 신경을 긁으려고 책을 썼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과학은 자신의 이론에 맞지 않는 골치 아픈 괴상한 사실들을 배제하기 때문에 사기에 불과했다. 그 괴상한 사실에는 개구리와 물고기 비, 비행선이 발명되기 전에 하늘에서 보고된 불가사의한 발광체나 비행선, 그리고 필시 그가 가장 골몰했던 문제인 적색 비와 황색 비, 또 너무도 검어서 '잉크 비'라고밖에 형언할 수 없는 검은 비가 포함되어 있었다.
비 (RAIN) - 자연.문화.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 pp.405~406, 신시아 바넷 지음, 오수원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 기이한 비를 다룬 이야기를 숫자 측면에서만 판단할 때 찰스 호이 포트Charles Hoy Fort보다 이에 관해 더 많은 생각을 했던 사람은 없다. 포트는 1874년 뉴욕의 올버니에서 부유한 잡화상 집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 포트가 가업보다 자연사에 훨씬 더 큰 관심을 보이자 아버지는 그에게 강제로 가업을 이어주기 위해 애썼지만, 포트는 아버지의 결정에 반발하다 결국 집을 떠나 작가가 되었다. 1900년대 초 그는 지구의 생명체를 통제하는 화성에 대한 것을 비롯한 여러 공상과학 소설을 썼다. 소설 판매가 신통치 않자 포트는 그의 전기 작가인 짐 스타인메이어Jim Steinmeyer가 "기이한 현상을 다룬 최초의 책"으로 칭했던 바로 그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포트의 1919년작 『저주받은 현상에 대한 책The Book of the Damned』은 (1955년 처음 출간된) 『기네스북The Guinness Book of World Records』, 리플리Ripley 출판사의 『믿거나 말거나Believe it or Not』시리즈 그리고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의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인 이야기들Weird but True』시리즈의 선구자였다. 아이들에게는 이 별난 목록들이 저항할 수 없는 매력과도 같지만, 포트의 책들은 아동용이 아니었다. 그는 종교와 철학뿐 아니라 과학까지 망라하여 기성 학계의 신경을 긁으려고 책을 썼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과학은 자신의 이론에 맞지 않는 골치 아픈 괴상한 사실들을 배제하기 때문에 사기에 불과했다. 그 괴상한 사실에는 개구리와 물고기 비, 비행선이 발명되기 전에 하늘에서 보고된 불가사의한 발광체나 비행선, 그리고 필시 그가 가장 골몰했던 문제인 적색 비와 황색 비, 또 너무도 검어서 '잉크 비'라고밖에 형언할 수 없는 검은 비가 포함되어 있었다. "
포트는 이상한 비에 대한 보고를 발굴하느라 수년을 보냈다. 뉴욕 공립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과 대영박물관의 기록보관소를 구석구석 뒤지고 다녔던 그는 결국 이런저런 이례적인 현상들에 대한 약 6만 건의 신문 기사를 모았고, 이것들을 '저주받은' 현상으로 기술했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들을 논리적 해명도 없이 무시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두꺼비, 개구리, 뱀, 장어, 거미, 돌, 자갈, 소름, 재, 석탄, 젤리질의 끈끈한 물질로 이루어진 비를 확증하는 출판물과 그 날짜까지 주의 깊게 인용하는 등 훌륭한 연구자의 자세로 자신이 발굴한 기이한 현상들의 출처를 꼼꼼히 명시했다. 그러나 그는 공식 이론을 조롱하고 공상과학 작가의 기질을 발휘해 무모한 추론을 마구 제시하곤 했다. 우리 머리 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초대형 사르가소 바다(Super Sargasso Sea, 원래 사르가소 바다는 서인도제도 북동의 바닷말sargasso이 무성한 해역을 가리킴-옮긴이)'아 있는데 이곳은 나름의 차원을 지닌 교차로로 사물이 돌연 나타나거나 사라지는 곳이라고 단언했던 것이 그 한 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이때의 사물이란 "행성 간 잔해에서 나온 폐기물과 쓰레기나 화물, 다른 행성의 극심한 변동에 의해 우주로 버려진 것들"이었다. 개구리 비와 물고기 비와 색깔 비 등 포트가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많은 현상들은 그 이후 완전한 설명이 제공되지 않은 채로 과학에 의해 수용되었다. 1981년 미국의 국무장관 알렉산더 헤이그Alexander Haig는 공산주의 치하의 베트남과 라오스에 화학무기를 공급했다는 이유로 소련을 비난하면서 황색의 비를 증거로 제시했다. 몽족Hmong People을 공격하기 위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던 이들의 처사는 제네바 의정서Geneva Protocol와 1972년 생물무기금지조약Biological Weapons Convention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현재 코넬 대학교의 생물학자이자 벌 전문가인 토머스 실리Thomas D. Seeley는 황색 비에 대한 헤이그의 묘사가 꿀벌의 대규모 '배변 비행'과 비슷한 게 아닌가 의심했다. 이 비행으로 벌의 배설물과 꽃가루가 노란 비처럼 내린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는 나중에 하버드 대학교의 화학무기 전문가 매슈 메셀슨Matthew Meselson과의 협업을 통해 정부의 주장을 비판했다. "황색 비가 동남아시아 꿀벌의 배설물이라는 물리학적이고 생물학적인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이 끔찍한 비를 겪은 구호 단체 직원들과 몽족 주민들은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했는지의 과학적 여부와 상관없이 실제 공격이 일어났다고 믿는다. 다른 과학자들과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은 여전히 의견이 갈려 있거나 확신하지 못한다. 포트가 살아 있었다면 이들에게 황색 비는 최근 일어난 현상만이 아니라고, 1695년의 아일랜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 속의 황색 비가 있었다고 말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비 (RAIN) - 자연.문화.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 pp.406~408, 신시아 바넷 지음, 오수원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 기이한 비를 다룬 이야기를 숫자 측면에서만 판단할 때 찰스 호이 포트Charles Hoy Fort보다 이에 관해 더 많은 생각을 했던 사람은 없다. 포트는 1874년 뉴욕의 올버니에서 부유한 잡화상 집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 포트가 가업보다 자연사에 훨씬 더 큰 관심을 보이자 아버지는 그에게 강제로 가업을 이어주기 위해 애썼지만, 포트는 아버지의 결정에 반발하다 결국 집을 떠나 작가가 되었다. 1900년대 초 그는 지구의 생명체를 통제하는 화성에 대한 것을 비롯한 여러 공상과학 소설을 썼다. 소설 판매가 신통치 않자 포트는 그의 전기 작가인 짐 스타인메이어Jim Steinmeyer가 "기이한 현상을 다룬 최초의 책"으로 칭했던 바로 그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포트의 1919년작 『저주받은 현상에 대한 책The Book of the Damned』은 (1955년 처음 출간된) 『기네스북The Guinness Book of World Records』, 리플리Ripley 출판사의 『믿거나 말거나Believe it or Not』시리즈 그리고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의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인 이야기들Weird but True』시리즈의 선구자였다. 아이들에게는 이 별난 목록들이 저항할 수 없는 매력과도 같지만, 포트의 책들은 아동용이 아니었다. 그는 종교와 철학뿐 아니라 과학까지 망라하여 기성 학계의 신경을 긁으려고 책을 썼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과학은 자신의 이론에 맞지 않는 골치 아픈 괴상한 사실들을 배제하기 때문에 사기에 불과했다. 그 괴상한 사실에는 개구리와 물고기 비, 비행선이 발명되기 전에 하늘에서 보고된 불가사의한 발광체나 비행선, 그리고 필시 그가 가장 골몰했던 문제인 적색 비와 황색 비, 또 너무도 검어서 '잉크 비'라고밖에 형언할 수 없는 검은 비가 포함되어 있었다. "
네, 찰스 호이 포트 입니다. ^^ 신시아 바넷Cynthia Barnett의 <비Rain>에 설명이 잘 되어 있어요.
ifrain님의 대화: 오늘 찍은 하얀색 꽃들이에요. 흰색 튤립도 참 이쁘네요. :) 첫번째와 두번째 사진은 백당나무인데.. 주변의 이쁜 꽃은 암술과 수술이 없어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짜 꽃(장식꽃)이라고 해요.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서 저렇게 둘러싸고 있는 것이고.. 안쪽에 작은 꽃들(사진상에는 아직 피지 않았음)이 실제로 수정을 하는 참꽃이고요.
와! 가짜꽃을 피우다니 신기하네요.
향팔님의 대화: 와! 가짜꽃을 피우다니 신기하네요.
저도 이것이 가짜 꽃이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어요. 둥그렇게 둘러 피어서 5월의 신부에게 화관으로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
ifrain님의 대화: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서 정어리, 전갱이, 거머리 등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꽤 인상 깊게 보았는데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어요. 책을 읽을 당시에는 정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처럼 하루키가 실감나게 글로 잘 썼다고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오랜만에 <해변의 카프카>를 다시 열어 보았습니다.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젊은이들은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서서 그 가운데에 있는 누군가를 때리기도 하고 발로 차기도 하며 괴롭히고 있었다. 대부분은 맨손이었지만, 그중 한 사람, 체인을 들고 있는 자가 있었다. 경찰관이 갖고 다니는 경봉 같은 모양의 검은 방망이를 손에 들고 있는 자도 있었다. 대개는 머리를 금발이나 갈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앞을 풀어헤친 반소매 셔츠나 티셔츠 또는 러닝셔츠 차림이었다. 더러는 어깨에 문신을 한 자도 있었다. 땅바닥에 쓰러져서 맞거나 걷어채고 있는 자 역시 비슷한 옷차림의 젊은 청년이었다. 나카타 상이 우산 끝으로 아스팔트를 똑똑 치면서 다가가자, 청년들 중 몇 명이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상대가 해를 끼칠 것 같지 않은 노인이라는 것을 알자 경계심을 풀었다. "아저씨, 쓸데없는 참견 말고 저쪽으로 가라구"라고 한 명이 말했다. 나카타 상은 그 말에 개의치 않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청년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러면 죽습니다" 하고 나카타 상이 말했다. 사나이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봐, 아저씨. 내친김에 당신도 죽여줄까?" 하고 체인을 든 청년이 겨우 말했다. "우리는 한 명 죽이나 두 명 죽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야."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하고 나카타 상은 말했다.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하고 누군가가 그 말을 흉내 내자 주위의 몇 사람이 큰 소리로 웃었다. "우리에겐 우리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이러는 거야. 죽이든 살리든 당신과는 관계없다구. 그 쓸모없는 무산을 갖고 비가 오기 전에 어서 썩 꺼져!" 하고 다른 사람이 말했다.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청년이 꿈틀꿈틀 움직이자, 머리를 짧게 깎은 남자가 묵직한 작업화로 그의 옆구리를 힘껏 걷어찼다. 나카타 상은 눈을 감았다. 자기 몸 안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 자기로서는 억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가벼운 구역질이 났다. 조니 워커를 찔러 죽였을 때의 기억이 돌연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칼을 상대방 가슴에 푹 찔렀을 때의 감촉이 아직도 그의 손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관계성, 이라고 나카타 상은 생각했다. 이런 것도 하기타 상이 말하던 관계성의 하나일까? 장어 = 칼 = 조니 워커. 청년들의 목소리가 일그러지면서 잘 식별할 수 없게 되었다. 고속도로에서 쉴 새 없이 들려오는 타이어 소리가 거기 뒤섞여 이상한 톤을 형성한다. 심장이 크게 수축하여 피를 온몸의 마디마디로 보낸다. 밤이 그를 감싸안았다. 나카타 상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러고 나서 천천히 우산을 펼치고 머리 위로 쳐들었다. 그러고는 주의 깊게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사나이들과는 거리가 벌어졌다.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다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고 패거리들은 웃었다. "이 아저씨, 아주 맛이 갔군" 하고 한 녀석이 말했다. "진짜 우산을 쓰고 있잖아." 그러나 그들의 웃음소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하늘에서 갑자기 미끈미끈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발밑 지면에 부딪쳐서 찰싹하는 기묘한 소리를 냈다. 패거리들은 에워싸고 있던 사냥감에게 발길질하던 동작을 멈추고, 번갈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그러나 그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 한쪽 하늘에서 잇따라 떨어져 내렸다. 처음에는 띄엄띄엄 떨어졌으나 점점 수가 많아지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억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것은 길이가 3센티미터쯤 되는 시커먼 것이었다. 주차장 조명 아래에서 보면 그것은 반질거리는 까만 눈 같아 보였다. 그 불길한 눈 같은 것은 패거리들의 어깨랑 팔이랑 목덜미에 떨어져서 그대로 달라붙었다. 그들은 손으로 떼어내려고 했지만 잘 떼어지지 않았다. "거머리다!" 하고 누군가가 외쳤다. 그것이 신호가 되어 사나이들은 각기 뭐라고 외치면서 주차장을 가로질러 세면장 쪽으로 달려갔다. 도중에 한 놈이 통로를 전진하던 소형차에 부딪쳤지만 차가 서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금발의 젊은이는 땅바닥에 뒹굴었다가 일어나서는 보닛을 손바닥으로 힘껏 때리고 운전자에게 큰 소리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그러나 더 이상 행패를 부리지는 않고, 다리를 절면서 세면장 쪽으로 뛰어갔다.
해변의 카프카 (상) pp.371~37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젊은이들은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서서 그 가운데에 있는 누군가를 때리기도 하고 발로 차기도 하며 괴롭히고 있었다. 대부분은 맨손이었지만, 그중 한 사람, 체인을 들고 있는 자가 있었다. 경찰관이 갖고 다니는 경봉 같은 모양의 검은 방망이를 손에 들고 있는 자도 있었다. 대개는 머리를 금발이나 갈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앞을 풀어헤친 반소매 셔츠나 티셔츠 또는 러닝셔츠 차림이었다. 더러는 어깨에 문신을 한 자도 있었다. 땅바닥에 쓰러져서 맞거나 걷어채고 있는 자 역시 비슷한 옷차림의 젊은 청년이었다. 나카타 상이 우산 끝으로 아스팔트를 똑똑 치면서 다가가자, 청년들 중 몇 명이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상대가 해를 끼칠 것 같지 않은 노인이라는 것을 알자 경계심을 풀었다. "아저씨, 쓸데없는 참견 말고 저쪽으로 가라구"라고 한 명이 말했다. 나카타 상은 그 말에 개의치 않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청년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러면 죽습니다" 하고 나카타 상이 말했다. 사나이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봐, 아저씨. 내친김에 당신도 죽여줄까?" 하고 체인을 든 청년이 겨우 말했다. "우리는 한 명 죽이나 두 명 죽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야."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하고 나카타 상은 말했다.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하고 누군가가 그 말을 흉내 내자 주위의 몇 사람이 큰 소리로 웃었다. "우리에겐 우리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이러는 거야. 죽이든 살리든 당신과는 관계없다구. 그 쓸모없는 무산을 갖고 비가 오기 전에 어서 썩 꺼져!" 하고 다른 사람이 말했다.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청년이 꿈틀꿈틀 움직이자, 머리를 짧게 깎은 남자가 묵직한 작업화로 그의 옆구리를 힘껏 걷어찼다. 나카타 상은 눈을 감았다. 자기 몸 안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 자기로서는 억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가벼운 구역질이 났다. 조니 워커를 찔러 죽였을 때의 기억이 돌연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칼을 상대방 가슴에 푹 찔렀을 때의 감촉이 아직도 그의 손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관계성, 이라고 나카타 상은 생각했다. 이런 것도 하기타 상이 말하던 관계성의 하나일까? 장어 = 칼 = 조니 워커. 청년들의 목소리가 일그러지면서 잘 식별할 수 없게 되었다. 고속도로에서 쉴 새 없이 들려오는 타이어 소리가 거기 뒤섞여 이상한 톤을 형성한다. 심장이 크게 수축하여 피를 온몸의 마디마디로 보낸다. 밤이 그를 감싸안았다. 나카타 상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러고 나서 천천히 우산을 펼치고 머리 위로 쳐들었다. 그러고는 주의 깊게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사나이들과는 거리가 벌어졌다.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다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고 패거리들은 웃었다. "이 아저씨, 아주 맛이 갔군" 하고 한 녀석이 말했다. "진짜 우산을 쓰고 있잖아." 그러나 그들의 웃음소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하늘에서 갑자기 미끈미끈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발밑 지면에 부딪쳐서 찰싹하는 기묘한 소리를 냈다. 패거리들은 에워싸고 있던 사냥감에게 발길질하던 동작을 멈추고, 번갈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그러나 그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 한쪽 하늘에서 잇따라 떨어져 내렸다. 처음에는 띄엄띄엄 떨어졌으나 점점 수가 많아지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억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것은 길이가 3센티미터쯤 되는 시커먼 것이었다. 주차장 조명 아래에서 보면 그것은 반질거리는 까만 눈 같아 보였다. 그 불길한 눈 같은 것은 패거리들의 어깨랑 팔이랑 목덜미에 떨어져서 그대로 달라붙었다. 그들은 손으로 떼어내려고 했지만 잘 떼어지지 않았다. "거머리다!" 하고 누군가가 외쳤다. 그것이 신호가 되어 사나이들은 각기 뭐라고 외치면서 주차장을 가로질러 세면장 쪽으로 달려갔다. 도중에 한 놈이 통로를 전진하던 소형차에 부딪쳤지만 차가 서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금발의 젊은이는 땅바닥에 뒹굴었다가 일어나서는 보닛을 손바닥으로 힘껏 때리고 운전자에게 큰 소리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그러나 더 이상 행패를 부리지는 않고, 다리를 절면서 세면장 쪽으로 뛰어갔다. "
거머리는 한동안 신나게 떨어졌으나 이윽고 조금씩 양이 줄어들다가 그쳤다. 나카타 상은 우산을 접고 우산에서 거머리를 털어내고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의 상태를 살피러 갔다. 주변에 산더비처럼 쌓인 거머리가 꿈틀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다. 쓰러진 사나이 역시 거머리에 파묻혀 있었다. 가만히 보니, 사나이는 눈꺼풀이 찢어져서 그곳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도 부러진 것 같았다. 나카타 상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불러올 수 밖에 없다. 나카타 상은 걸어서 식당으로 돌아가 주차장 구석에 젊은 남자가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다고 종업원에게 가르쳐주었다. "경찰을 부르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릅니다" 하고 나카타 상은 말했다. 그 조금 뒤에 나카타 상은 고베神戶까지 태워다 주겠다는 트럭 운전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졸린 듯한 눈을 한 이십대 중반의 청년이었다. 머리칼을 포니테일(긴 머리를 뒷머리 위쪽에서 리본 따위로 묶고 머리끝을 망아지 꼬리처럼 늘어뜨린 머리 형태 - 역주)로 묶고 귀에 피어싱을 하고, 드래곤스의 야구모자를 쓰고, 혼자서 담배를 태우면서 만화 주간지를 읽고 있었다. 요란한 알로하 셔츠를 입고, 커다란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키는 그다지 크지 않다. 담뱃재를 먹다 남긴 라면 국물 속에 주저 없이 털었다. 그는 나카타 상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그러고 나서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타고 가라고. 댁은 우리 할아버지를 닮았어. 모습이랑, 말이 조금씩 어긋나는 것이……. 마지막에는 완전히 망령 들었지. 얼마 전에 죽었지만 말야." 대충 아침까지는 고베에 도착할 거야. 하고 그는 말했다. 그는 고베의 백화점에 납품할 가구를 운반하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낼 때 충돌 사고를 목격했다. 순찰차 몇 대가 충돌해 있었다. 빨간 비상등이 회전하고, 경찰이 손전등을 흔들면서 주차장에 출입하는 차들을 유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심각한 사고는 아니지만 차가 여러 대 연쇄적으로 충돌하거나 접촉사고를 낸 것 같았다. 미니 밴의 옆구리가 움푹 들어가고, 승용차의 후미등이 깨져 있었다. 운전사는 창을 열고 목을 내밀어 경찰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고는 창을 닫았다. "하늘에서 거머리가 산더미처럼 떨어져 내렸다는군" 하고 운전사는 무감동하게 말했다. "그것이 자동차 타이어에 뭉개지면서 노면이 미끈미끈해져서 핸들이 말을 잘 듣지 않게 된 모양이지. 그러니까 주의해서 천천히 운전하라는군. 그것과는 별도로 이 고장의 폭주족끼리 크게 충돌해 부상자가 나왔다나 봐. 거머리와 폭주족이라, 괴상한 짝이군. 덕분에 경찰들이 바빠졌어. " 그는 속도를 떨어뜨리고 주의 깊게 출구로 향했다. 그래도 타이어는 몇 번씩 지면의 거머리 떼를 밟으며 미끄러졌다. 그는 그때마다 핸들을 세밀하게 조정하며 방향을 다시 잡았다. "이런 이런, 어지간히 많이 떨어져 내렸나 보군" 하고 그는 말했다. "꽤 미끈거리네. 그나저나 거머리는 아주 기분 나쁘다니까 안그래. 아저찌, 거머리가 달라붙은 적 있어?" "아뇨, 제가 기억하는 한 나카타에게는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나는 기후岐阜의 산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여러 번 있거든. 숲속을 걷고 있으면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경우도 있어. 강물에 들어가면 다리에 달라붙고 말야. 이렇게 말하긴 좀 무엇하지만, 나는 거머리에 관해서는 꽤 박식하지. 거머리란, 일단 달라붙으면 좀처럼 떼어낼 수 없어. 큰 놈은 엄청 힘이 세서 억지로 잡아떼면 피부까지 홀랑 벗겨져 자국이 남거든. 그래서 불로 지져서 뗄 수밖에 없어. 정말 기분 나쁘다니까. 피부에 달라붙어서 피를 빨아 먹거든. 피를 빨아 먹으면 탱탱 부어오르지. 징그럽지 않아? "네, 확실히 그래요" 하고 나카타 상은 동의했다. "하지만 거머리란 휴게소의 주차장 한가운데에, 그것도 하늘에서 뚝뚝 떨어져 내리지는 않는다구. 비가 내리는 것하고는 얘기가 다르지. 그런 웃기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어. 이 근처 사람들은 거머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어떻게 거머리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단 말야, 안 그래?" 나카타 상은 거기에는 대답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몇 년 전인가 야마나시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벌레 노래기가 대량으로 발생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역시 타이어가 미끄러져서 혼쭐났었어. 꼭 이번처럼 미끈미끈해서 교통사고가 꽤 많이 났지. 그 노래기 때문에 철로가 미끌미끌해져서 전차가 모두 마비됐었다니까. 하지만 그 노래기도 하늘에서 떨어진 건 아니야. 그 부근 어딘가에서 기어 나온 거지. 생각해 보면 알 텐데 말야." "나카타도 옛날에 야마나시에 있던 적이 있습니다. 전쟁중의 일입니다만." "아니, 어떤 전쟁?" 하고 운전사가 물었다.
해변의 카프카 (상) pp.374~377,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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