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의 비에 대한 최상의 단서들은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의 잭 힐스Jack Hills 지역에 있다. 이곳의 험준한 오렌지색 사암지대 깊은 곳에서 지질학자들은 지르콘zircon이라는 미세한 광물 알갱이들을 발굴해냈다. 지르콘은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지구 물질이다. 대자연의 가장 신뢰할 만한 시계인 방사성 원소 우라늄은 이 작은 지르콘이 42억 년 전의 광물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지르콘의 화학적 성질이 암시하는 바에 따르면, 약 42억 년 전 원시 비가 지각에 내려 웅덩이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 최초의 습지들은 필시 후기운석대충돌기Late Heavy Meteorite Bombardment라 불리는 태고대의 최후 시기에 끓어오르다 증발하기를 되풀이했을 것이다. 이 마지막 충돌로 달에 분화구가 생기기도 했다.
운석 폭풍이 잦아들었을 때 비로소 큰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의하면 이 무렵 갓난아기에 불과했던 지구는 증기구름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엄청난 양의 휘발성 물질이 대기 중에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구름은 뉴펀들랜드 지방의 바다 안개보다 두텁고 그레이트플레인스(Great Plains, 북아메리카 로키 산맥 동쪽의 광대한 평원-옮긴이)의 토네이도 기둥보다 시커먼 모습으로 힘겹게 하늘을 떠다니고 있었다.
구름이 많았다 해도 새까맣게 탄 지구의 표면은 여전히 고온 상태였으므로 땅으로 내려오던 비는 중간에서 증발을 반복했을 것이다. 결국 저승을 연상시키는 검은 구름은 터무니없이 무거워졌다. 대기 중의 물 입자와 간간이 반응하던 전기 입자인 번개만이 이 고독한 풍광을 밝혀주었으리라.
수증기는 그야말로 긴 시간 동안 대기 위층에 쌓여 있다가, 마침내 비가 땅까지 내려올 수 있을 만큼 표면이 식자 드디어 재난 수준의 폭우로 수천여 년 동안 쏟아져 내렸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지구화학 교수 도널드 로Donald Lowe가 나의 부탁에 응해 그려준 지구 최초의 비에 대한 그림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로는 초창기 지구 표면과 오늘날의 심해 퇴적층을 연구하는 저명한 학자다. 그는 가뭄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에서 자라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지만 학문을 연구한 세월의 절반을 미국 최대 다우多雨 지역 중 하나인 루이지애나 주 배턴루지Baton Rouge의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에서 보냈다. 따라서 그가 최초의 비를 루이지애나 남부의 집중호우처럼 그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겠다. 이곳의 폭우는 운전자들이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강철 북을 두드려대듯 차 지붕을 때리는 비가 멎기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심하다. ”
『비 (RAIN) - 자연.문화.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 pp.20~22, 신시아 바넷 지음, 오수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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