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팔님의 문장 수집: "엽록소는 금속 원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엽록소에는 무려 100개가 넘는 원자가 있지만, 엽록소 a의 분자식에서 볼 수 있듯 꼬리에 붙은 마그네슘Mg 원자 덕분에 광합성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엽록소의 수많은 분자 안에는 또 수많은 전자가 '갇혀' 있다. 그래서 엽록소의 전자는 레이저의 전자처럼 고전역학이 아닌 양자역학을 따른다.
양자역학에 대한 현학적 이야기가 워낙 많지만 벌써 겁먹지는 말자. 전자의 행동은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의 행동보다 평범하다. 사실 양자역학은 그저 전자같이 아주 작은 녀석들의 행동을 정확한 수치로 설명하기 위한 이론일 뿐이다. '역학'은 '그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오히려 인간은 이상한 행동도 많이 하고, 그것을 전혀 예측할 수 없어 당황스러울 때도 자주 있지 않은가. 만약 '인간행동역학'이라는 이론이 정립되면 양자역학보다 수십, 수백 배는 더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다.
바코드스캐너의 레이저에서 살펴보았듯 양자역학에 따르면 원자와 분자에 '갇힌' 전자는 불연속적인 값의 에너지를 갖는다. 이를 에너지층이라고 한다. 엽록소 분자에 있는 마그네슘 원자가 다른 원자들과 상호작용하며 엽록소 안의 에너지층 간격을 결정한다. 이렇게 결정된 에너지층 간격이 빨간색과 파랑-보라색 빛의 에너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나뭇잎은 이 두 개의 빛을 가장 강하게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 여기까지가 나뭇잎이 초록빛을 띠게 된 원리다.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시작해 보자. 엽록소가 초록빛을 띠도록 만들어진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거기까지는 나도 잘 모른다. 태초부터 거듭된 진화의 결과일 수도 있고, 초록빛을 좋아했던 조물주의 설계일 수도 있고,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식물이 최초로 등장했을 때 그 식물 주변에 마그네슘이 풍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금은 그저 이 초록빛을 즐기면 될 것 같다. 탄소 배출과 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손꼽히는 요즘 같은 때, 이렇게 우거진 숲이 잘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 아닌가. ”
『모든 계절의 물리학 -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는 유쾌한 과학의 세계』 130-131쪽, 김기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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