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부터 30억 년쯤 전에 생겨난 세포들은 그 이후 무기 영양 생물, 즉 단순한 요소들을 합성하여 복합체를 만들어내는 생물로 발전했으며, 이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우선 그 하나는 혐기성 세균bacteria이다. 이 부류의 세포들에게 산소는 파괴적인 요소이므로, 혐기성 세균들은 폐쇄된 생태 환경에서 숨어서 살아야 한다. 이러한 세균은 식물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며, 다른 세포에 기생하면서 알코올의 발효를 촉진하거나 병을 일으키는 독소균이 되기도 한다. 반면, 또다른 한 부류는 남조류藍藻類(남조식물이라고도 한다)로서, 세균과는 달리 단세포일 수도 있고 다세포일 수도 있다. 이 남조류는 세균에는 없는 동화 색소를 갖추고 있으므로 확실히 식물에 속한다.
섭씨 74도의 온천수, 영하의 눈, 동물의 장 내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느 환경, 어디에서고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저항력이 매우 강한 남조류는 당시 지구가 겪고 있던 극심한 환경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산소를 배출함으로써 대기층, 다시 말해서 호흡할 수 있는 공기층을 형성하여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만든 장본인이 바로 남조류였다. 이렇게 볼 때, 모든 식물과 동물, 심지어 인간들까지 이 지구에 존재할 수 있게 된 바탕에는 남조류가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독특한 식물군은 아마도 먼 장래에도 유일하게 생존하는 생명체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남조류는 적외선 반사광만 있어도 광합성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이 서쪽 하늘로 사라져버린 후에도 아직 붉은 기운이 남아 있으면, 태양이 이제 빛을 발하지 않는 항성이 되어버려도 아직 적외선을 내보낸다면, 그것으로는 불충분한 다른 녹색 식물들은 소멸되고 그에 따라 동물들도 사라질 테지만, 남조류만큼은 그때까지도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남조류가 지구에 처음으로 나타난 생명체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남조류는 가장 마지막까지 생명의 흔적을 지닌 존재로 살아남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지극히 미세한 남조류들은 바닷물 표면을 자유롭게 부유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으로서, 공기 중의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비율을 조절함으로써 바닷속과 육지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소멸된다면, 모든 생명체가 소멸될 것이다.
남조류가 배출한 산소는, 산소는 산소이되 분자식이 다른 변형체인 오존을 만들어냈다. 산소에서 오존으로의 변화가 자외선의 전리 방사 현상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형성된 오존층은 자외선을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 당시까지 전리 방사선은 대기를 불모화했으나, 오존층은 훗날 생명체가 바다에서 벗어나 육지를 정복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
『식물의 역사와 신화』 pp.13~14, 쟈크 브로스 지음, 양영란 옮김

식물의 역사와 신화신화와 역사, 인류학과 경제학, 사회학을 넘나드는 글쓰기를 통해 인간과 식물이 함께해온 역사를 정리하고, 신화와 종교 속에 나타난 식물의 다양한 의미에 대해 생생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책장 바로가기
문장모음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