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D-29
그러고보니 문득, 예전에 가 봤던 인왕산 선바위가 생각납니다. 독립공원에서 길 건너 맞은편 인왕산아이파크아파트 쪽으로 올라가면 인왕사 국사당이 나오는데요. 고 바로 위에 인왕산 선바위라고 있는데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영물 같은 바위였어요. 일단 기이한 생김새에 한번 놀라고, 엄청난 크기에 두번 놀랐답니다. 제가 갔을 때 그곳에 계시던 노스님 말씀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 해변에나 있을 법한 바위라는데, 정말로 선바위 곳곳에 깊고 동그랗게 패인 커다란 구멍을 보니 저건 정말 산위에서 패인 것이 아니다, 천상 바다속에 있던 바위 아니면 외계인들이 떨궈놓고 간 바위가 분명하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신비롭더라고요. 서울 한복판에, 그것도 산중 깊은 곳도 아니고 얼마 올라가지도 않아서 그런 바위가 있다는 건 그때까지 알지도 못했어요. 사람들이 그 바위님께 소원을 빌고 쌀을 바치는데, 쌀봉지가 열릴 때마다 떼거지로 날아들던 비둘기 떼의 군무가 아직도 생각나네요. 그날 선바위 앞에 서서 노스님에게 한 시간 정도 역사 강의를 들었는데요. 선바위와 더 위쪽의 얼굴바위, 호랑이바위 이야기랑 또 어째서 선바위가 성곽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는지 유래를 설명하시다 보니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가 고려 멸망에서부터 시작해서 이성계의 꿈 해몽과 위화도 회군을 거쳐 조선을 건국하고 처음엔 계룡산 신도에 도읍을 정하려다가 어떻게 한양을 택하게 되었는지까지 이어지면서 무학대사와 정도전의 대립으로 이어져 끝내는 무학의 패배, 당시에 조선이 선바위 바깥으로 성곽을 세웠으면 천년지국이 되었을 텐데 그러질 못하여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의 나라가 되어 결국 오백년만에 망해버린 이야기가 마침내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바위 근처 재정비사업계획으로 결론을 맺은 대단한 스토리였죠…. 선바위 서울 종로구 통일로18가길 26 https://naver.me/xuPXHDxN
저는 인왕산 선바위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사진으로 보니 정말 놀랍고도 기괴하게 생겼네요. ^^ 향팔님 글을 읽고 있으니 향팔님께서 스님의 강의를 듣고 서 있는 순간으로 저도 함께 돌아간 기분이 들었어요. 마지막 문단은 거의.. 랩 같네요. ㅎㅎ 스님의 입장에서는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의 나라가 되어버린 조선의 역사가 얼마나 통탄할 만한 일이었을까요. 성리학의 입장에서는 '오백년이나 지속된'으로 볼 수 있겠지만 불교의 입장에서는 '오백년만에 망해버린'으로 볼 수도 있는..
저도 조선이 오백년이나 갔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노스님의 의견은 ‘아니다! 선바위가 성곽 안에 있었다면 천년도 갈 수 있었다!’는 것 같았어요 ㅎㅎ
그 스님이 선바위와 한양 성곽에 얽힌 내력을 자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했지만, 말씀이 네버엔딩으로 길어지다보니 내내 서 있느라 다리가 넘 아팠어요. 그래도 선바위와 함께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며 들은 이야기라 그런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잊혀지지 않네요. 이래서 현장 학습이 효과적인 것인가봐요 하하 선바위 나이를 구글에 검색하니 아래와 같이 나오네요. (@ifrain 님께서 알려주셨던 “쥐라기 대보화강암”!!) • 인왕산 선바위는 약 1억 년 이상 된 화강암이 오랜 기간 풍화 작용을 거쳐 형성된 자연 바위로, 구체적인 생성 시점은 알 수 없으나 서울 지역의 화강암 지질 구조(쥐라기 대보화강암)에 속합니다. 조선시대부터 신앙의 대상(붙임바위)으로 오랜 역사를 지녔으며, 현재 서울시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지질학적 나이: 쥐라기 시대에 형성된 화강암이 풍화된 것. • 역사적 의미: 조선 태조와 무학대사 설화 등 600년 이상 서울의 역사와 함께한 신앙의 장소. • 특징: 스님이 장삼을 입은 모습과 유사한 7m 크기의 바위 2개가 서 있는 형태. • 위치: 인왕산 국사당(서울시 종로구) 옆에 위치.
쥐라기 시대의 화강암과 함께 살고 있다니. 느낌이 묘해요.
@아이스라테 한국에는 쥐라기와 백악기 화강암이 분포하고 있죠. 쥐라기 화강암은 경기도 일대에 분포하고 있고 대보 화강암이라고도 합니다. 백악기 화강암은 경상도에 주로 분포하는데 블국사 화강암이라고 하죠. 석굴암은 백악기 화강암으로 만든 것이겠죠? ㅎㅎ
와, 석굴암이 백악기 화강암이라고요? 얼마전에 석굴암 다녀왔는데 바깥쪽에 당시에 석공들이 쓰던 흔적이 있는 돌들을 따로 한쪽에 모아놨더라고요. 손으로 한번 쓸어봤는데 신라시대 사람들과 교감하는 느낌이었거든요. 근데 그 돌들이 백악기 화강암이라니! 진작 알았으면 더 특별하게 감상했을 것 같아요. 사실 우리 주변의 돌들이 다 오랜 세월을 거친 물체들일텐데 너무 흔하게 생각해서 그들이 가진 나이쯤은 짐작도 안했던것 같아요. 그렇게보면 인간은 얼마나 작은 생명체인지.
맞아요. 막연하게 화강암일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정확하게 시대를 알게 되니.. 더 놀라운 느낌입니다. 사람은 고작 몇 십년을.. 길어도 백 년을 살 수 밖에 없는데 1억 7천만 년 전이라니.. 그리고 그 시기에는 한반도에 공룡이 번성하고 있을 것이구요. 인간 다음의 어떤 존재가.. 발 밑에 노출된 암반을 보며 이 암석이 만들어질 때 인간이 여기에 아파트도 짓고 지하철도 만들고 살았지.. 인간들은 서로 전쟁을 하고 하루라도 편할 날이 없었어.. 라고 말하는 날이 올까요? ^^
이 글에서는 "쌀봉지가 열릴 때마다 떼거지로 날아들던 비둘기 떼의 군무" 이 부분이 콕 들어옵니다. ^^
인왕산을 몇 번 갔었는데 선바위는 본 적이 없네요. 영물같이 생겼습니다그려.
재미있는 바위네요. 부처님, 이성계 부부, 아들을 낳을 수 있는 바위까지.. 절대 굶어죽을 일이 없는 바위라고 하네요. 조만간 찾아가 봐야 겠어요^^~ 이런 초자연적인 느낌이 있는 곳이 개인적으로는 북한산 진관사 산신각을 꼽는데, 산신님과 스님을 그린 초상화의 안광이 진짜인듯 생생해요. '항상 잘 봐주십시요~ ' 넙죽 엎드리고 옵니다.
이 사진이 인왕산에서 바라본 안산의 동북측 사면입니다. 중생대 쥐라기에 형성된 것이네요.
@ifrain 정선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인왕산.^^
조선시대에 비해서는 현재 인왕산이 풍화작용이 더 진행되었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이 한결같다는 것일까요?
@ifrain 전혀 변하지 않고 완전 똑같아야 한결 같다고 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오랫만에 만난 사람에게 한결 같다고 할 때 완전 똑같아야 그런 표현을 쓰는 건 아니겠죠. 그리고 풍화의 속도는 매우 느리기에 사실상 큰 차이도 없구요. 제가 그런 표현을 쓴 것은 무엇보다 정선의 인왕재색도가 주는 느낌을 현재의 인왕산에서도 느낄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풍화 속도가 매우 느리다고 말씀했는데 정선이 인왕제색도를 그린 시기가 275년 전 이에요.. 그 정도 시간이면 풍화가 얼마나 진행되는지 궁금하네요. 제가 궁금한 건 현재 관찰할 수 있는 기차바위의 절리가 정선의 인왕제색도보다 더 진행된 것은 아닌지 였는데요. 정선은 기차바위의 동쪽 측면을 그렸고 제가 찍은 사진은 서쪽 측면이라서 비교하기에 적절하지는 않기는 합니다. 그래도 정선은 기차바위를 꽤 둥그스름한 한 덩어리로 그렸거든요. 확실히 인왕제색도가 주는 인왕산의 느낌과 현재의 인왕산이 크게 차이가 없다는 건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정선 하니까 생각납니다. 2024년 겨울에 철원 삼부연폭포에 다녀왔습니다. 전 진경산수화가 사진처럼 풍경을 똑같이 그린 그림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사실이 사진이라면 진실이 진경산수화와 매치되는 개념이었습니다. 정선이 그린 삼부연폭포는 실제 폭포와 유사하면서도 화가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다릅니다. 사진은 정선의 그림과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인왕제색도 역시 미묘하게 실제 인왕산과 다르더라고요.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의 제霽 자는 '비가 개다' 라는 뜻이에요. 비가 갠 후 인왕산 아래 안개가 피어오르고 그 위로 굳건하게 오랜 세월 자리를 버텨온 화강암 암반의 자태를 표현한 수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인왕산을 멀리서 보면 암반의 색이 밝은데도 불구하고 정선은 먹을 머금은 붓을 대담하게 내려 긋는 붓질을 크게 반복하였어요. 밝은 부분이 없도록 가득 채웠습니다. 화강암의 강인한 특성을 잘 부각시키는 표현법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감상자는 실제 화강암과 색이 다른데? 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화강암 암반의 강한 위용을 단번에 느끼면서 인왕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하다는 인상을 받는 것이죠. 저는 인왕산의 바위를 전체적으로 둥그스름하게 표현한 부분에서 모든 것을 감싸 안아줄 것만 같은 포용력을 느낍니다. 당시 산수화는 중국의 산수화를 공식처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겸재 정선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인왕산을 그 느낌 그대로 표현하려 했기 때문에 실제 경치眞景를 느낀 대로 그렸다 하여 그의 화풍을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 라고 하는 것이죠.
사진이 멋있네요.. 폭포 주변의 암반도 회화 작품 같습니다. 제가 실제로 가보지 않아서 폭포의 규모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밥심님께서 찍으신 사진보다 정선의 그림 안에서 훨씬 더 멀리서 바라본 시각이 반영된 것 같아요.
제가 기차바위를 쓴다는 것이 치마바위로 잘못 썼네요. 위 댓글 내용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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